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외지로 대학을 가거나, 직장을 구하면서 그 동안 살아온 집, 부모와 살던 집을 떠나게 된다. 마치 ‘토이스토리’의 앤디처럼.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잊고 있었던 것은 그동안 우리는 엄마가 해준 밥, 이른바 집밥을 몇 끼나 먹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설이나 추석, 혹은 이런저런 일로 고향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가족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게 된다면 그런 계산을 해보게 될지 모르겠다. “앞으로 얼마나 더 엄마가 해 준 밥을 먹게 될까?” 이 정도 이야기하면 해마다 흰머리가 늘어나는, 살아계실 때 부모님께 효도 하거라, 전화라도 한 통 드려라는 공익방송 같은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설 연휴에 맞춰 개봉된 김태용 감독의 영화 <넘버원>이 그런 작품이다. 그렇다. 엄마의 집밥을 먹을 기회가 ‘한 번’ 남았을 때의 이야기이다.
따듯한 햇볕이 거실로 내리 쬐는 부산의 한 아파트. 고등학생 하민(최우식)이 혼자 밥을 먹고 있다가 눈을 들어 벽을 쳐다보니 숫자가 보인다. ‘365’. 저게 뭘까. 그런데 그날 이후 그의 눈앞에 계속 숫자가 어른거린다. 364, 363.....200,.. 150.. 식으로.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는 이내 하나의 법칙을 발견한다. 그가 엄마(장혜진)가 해준 밥, 집밥을 먹을 때마다 그런 숫자가 나타난다. 엄마가 차려준 아침밥, 소풍 갈 때 사준 도시락, 학교 갔다 와서 먹는 저녁밥. 밥을 먹을 때마다 그 숫자가 하나씩 줄어드는 것이다. 하민은 결국, 저 숫자가 ‘0’이 되면 엄마가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엄마가 차려주는 밥은 더 이상 먹지 않는다. 도시락도 그냥 버린다. 그리고 서울로 대학을 가고, 서울에서 직장을 구하며 엄마의 밥을 영원히 먹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한다.
과연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어떤 신비로운 법칙을 거스르거나, 그 법칙을 준수한다면 주어진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하민은 자신이 생각한 대로 엄마와 인연을 끊는 셈이 되어버린다. 엄마는 자식에게 밥 한 끼를 먹이고 싶은데, 자식은 엄마의 외사랑을 외면한다.
영화 <넘버원>은 일본작가 일본 작가 우와노 소라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작가는 그림책, 에세이성 짧은 텍스트, 라이트노벨 등 가벼운 스타일의 글을 주로 쓴다. 평범한 일상에서 스며 나오는 애잔함, 서정적 감정, 가족관계의 소중함을 잘 포착한다. 그의 소설은 한국에도 번역 출간되었는데 책에는 이 영화의 원작인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를 비롯하여 ‘당신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5번 남았습니다’, ‘당신이 수업에 나갈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1만 6213번 남았습니다’, ‘당신에게 불행이 찾아올 횟수는 앞으로 7번 남았습니다, ’당신이 살 수 있는 날수는 앞으로 7000일 남았습니다‘ 등의 단편의 포함되어있다. 제목에서 어떤 내용인지, 궁극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려고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넘버원’의 원작소설의 큰 줄기를 바탕으로 한다. 엄마가 죽을지 모른다는 걱정으로 엄마의 사랑이 담긴 집밥을 거부하고, 외지생활을 하다가 숫자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어 마지막으로 엄마의 집밥을 다시 먹는다는 것이다. 김태용 감독은 짧은 스토리라인에 교통사고로 죽은 형, 위암으로 돌아가신 아빠라는 가족사를 추가하고, 영양사가 직업인 애인 려은(공승연)의 역할을 강조한다. 영화는 ‘숫자의 비밀’에 대한 깜짝쇼를 보여주지만 영화의 궁극적 주제는 가족의 소중함이다. 대단한 진수성찬, 최고의 요리는 아닐지라도 엄마의 사랑과 정성, 자식걱정에 가득한 밥상을 자식들은 너무 성급하게 걷어차는 것이다. 편의점 혜자도시락에, 애인과의 레스토랑 정찬으로 엄마의 집밥 그 맛은 잊어버린 지 오래일지 모른다.
김태용의 영화는 단순하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엄마가 해준 집밥을 언제 마지막 먹어봤는지, 얼마나 더 먹을 수 있는지 아느냐고. 밥상은 핑계이고, 집밥은 이유일 뿐이다. 엄마와 아들, 부모와 자식, 안부전화가 그 핵심인 것이다. 물론, 그 소중함은 모른다. 숫자가 영원할 줄 알 것이다. (박재환.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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