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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취인 불명] Les Miserables (김기덕 감독 2001)

  김기덕 감독을 몇 번 대면한 적이 있다. 키도 작고, 입고 있는 옷이 언제나 작업복 스타일이며, 중광스님 이후 가장 인상적인 모자를 언제나 눌러쓰고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떻게 보면 아직 얼굴에 동안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을 몇 편 보고 그의 인생의 고난사를 건네 들었다면 사실 한 자리에 있기가 조금 무서운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영화에 대한 리뷰에서 혹평을 했을 때 칼 들고 달려들며 “당신 왜 작품을 모욕하냐?”하고 할 감독이 있다면 아마도 김기덕 감독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다행히 김기덕 감독은 나의 <섬> 리뷰를 잘 읽었다고 공치사해준 적이 있어 안심이 된다만.) 그가 ‘충무로의 이단아’나 별종 취급 당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는 그런 평가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자기의 방법으로 순식간에 해치운다. 그리고는 어느새 또 다른 작품을 준비하거나, 이미 찍고 있는 것이다. 그의 다섯 번째 작품 <수취인 불명>도 <섬>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어디선가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고, <섬>에 이어 베니스 영화제에 2년 연속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위업을 달성하였다. 김기덕 영화는 <수취인 불명>까지 명확하게 작가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엽기적이며, 모멸 받는 인간들의 드라마이다. 그의 영화에는 언제나 보기에 섬뜩한 장면이 나타나고, 여성을 비하 내지 격하, 그것도 모자라서 파멸시키는 주제로 가득하다. 그 때문인지 그의 영화만큼 평론가들이 물어뜯고 싶고, 호사가들이 떠들기 좋은 영화는 드물다. 그의 영화가 초기에 오해받거나 오독된(과소평가되거나 과대포장된 것을 포함하여)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제대로 영화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는 매번 영화를 만들어가며 정제된 작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의 영화가 보여주는 영상적 충격에 의해 그의 시나리오 솜씨가 가끔 빛을 잃지만, 적어도 <수취인불명>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글 솜씨 또한 이창동 버금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