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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브] "초능력자가 히어로가 되는 법, 친구가 되어라" (Hi-Five, 강형철 감독,2025)

 ‘장기이식’(臟器移植)은 사람 신체의 일부를 떼어내 다른 사람의 몸에 옮겨 거부반응을 최소화 시키고, 궁극적으로 원래 본인의 장기였던 것처럼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수술일 것이다. 사람과 비슷한 동물이나 인공장기도 나오지만, 대부분은 사람의 몸에 의존한다. 오랫동안 ‘신체발부는 수지부모하여, 불감훼상이 효지시야’라는 금언 때문에 머리카락 자르는 것조차 기겁했던 민족이지만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주는 것만큼 대단한 희생이 어디 있을까. 기증자의 숭고함에 경배 드리고, 이식받은 자가 하루속히 쾌차하기를. 여기, 아주 특수한 기증자가 있다. 영화초반 한 사람이 앰블런스로 병원에 실려 온다. 그는 죽으면서 ‘심장, 폐, 각막, 신장, 간’ 등을 남긴다. 그런데 이 사람이 특별한 초능력자였던 모양이다. 이제 그의 장기를 이식한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자. 30일 개봉하는 강형철 감독의 영화 <하이파이브>이다.  태권도장 사범의 딸, 소녀 완서(이재인)는 심장을 이식받았다. 병약했던 완서는 폭풍발차기로 샌드백을 날려버리고, 발에 모터를 단 것처럼 도로를 질주하고, 건물을 훌쩍 뛰어넘는 괴력이 생겨났다. 놀라운 신체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기도 전에 지성(안재홍)을 만난다. 지성은 폐 이식을 받은 뒤 놀라운 ‘초강풍’ 입 바람의 능력을 갖게 된다. 시나리오 작가지망생로 ‘초능력’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는 지성은 초능력자의 손목에는 특별한 문신이 있단다. 그렇게 ‘장기이식’ 초능력자가 하나둘 한자리에 모인다. 각막을 이식받은 후 전자기파를 조종하게 된 백수 기동(유아인), 신장을 이식받은 ‘프레시 매니저’(야쿠르트~~) 선녀(라미란), 그리고 간을 이식받은 뒤 치유의 능력을 갖게 된 약선(김희원)이다. “장기이식은 6개까지 가능하다는데..” 나머지 한 사람은? 하필 췌장을 이식받은 자는 ‘영생불멸’을 부르짖는 사이비 교주 영춘(신구)이란다. 어제까지 ‘친구가 없거나’, ‘백수거나’, ‘한심하거나’, ‘별 볼일 없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자로...

[극한직업] 닭치고 수원왕갈비통닭 (이병헌 감독, Extreme Job, 2019)

  충무로 최고 연기파 배우 이병헌과 이름이 같은 영화감독 ‘이병헌’은 (상업영화) 데뷔작 <스물>과 두 번째 작품 <바람 바람 바람> 때에도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펼쳐야했다. 어쩔 수 없는, 후발주자(?)의 핸디캡이리라. 그의 세 번째 작품 <극한직업>을 계기로 조금은 나아지겠지. 영화 <극한직업>은 맛깔나는 말맛(대사 톤)을 잘 살린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병헌 감독이 작심하고 코믹하게 시나리오를 완성시킨 작품이다. 근데, 이상하게 말맛보다는 닭맛이 더 궁금해진다.  마포경찰서 마약반 형사들은 지금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마약전달 중간책 체포작전에서 엄청난 허점을 노출하며 서장(김의성)으로부터 “너네들 자꾸 이러면 해체시키겠어!”라는 최후통첩을 받은 상태. 게다가 강력반은 승승장구 중이다. 마약반 반장 류승룡과 이하늬, 이동휘, 진선규, 공명은 이제 목숨 걸고 마약조직 넘버원을 잡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한다. 그놈들 아지트 맞은편에 위장가게인 치킨집 ‘형제치킨’을 인수하여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는 수원왕갈비통닭을 내놓으며 호시탐탐 현장 급습의 기회만 노린다. 그런데, 아뿔싸! “이집 치킨이 너무 맛있대요” 소문이 나면서 형사 일보다 닭 굽고 서빙하는 데 더 힘을 쏟게 된다. 자, 이제 대한민국 마약반형사와 소상공인 치킨집 사장님의 극한직업 대결이 펼쳐진다. 가끔, ‘마약김밥’, ‘마약떡볶이’, ‘마약피자’ 같이 ‘마약’을 붙인 음식을 만나게 된다. 얼마나 중독성 있게 맛있으면 저런 위험한 홍보를 할까. 그런데, 놀랍게도 이병헌 감독은 ‘마약치킨’을 생각해냈고, 나아가 ‘마약치킨 체인점’으로 스토리를 확장시킨다.  마약반형사의 팀플레이는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프렌치 커넥션’ 못잖다. 마약사범을 잡기 위해 가정의 행복도, 개인의 일상도 포기한다. 물론, 그 반대급부로 ‘직장인으로서’ 대한민국 형사들의 눈물겨운 극한직업 현장을 만나볼 수 있다. 감독은 류승룡과 그 마약반 팀원의 완벽한 역...

[돼지의 왕] 우리들의 일그러진 ‘중딩’ 영웅 (연상호 감독 The King of Pigs 2011)

 학교 내의 조직화된 폭력문화와 애써 눈 감거나 공범으로 빨려드는 무감각을 날카롭게 지적한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196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부정과 비리의 반장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추악한 면모를 소름끼치게 그려냈다. 그리고 지난 주, 한국사회의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 인터넷뉴스를 휩쓸었다. 대한민국 어느 여중학교에서 여선생과 여학생이 서로 머리채를 끌어당기며 싸움을 벌였다는 기사이다. 분명 ‘학교사회’에는 선생과 학생이 각자 있어야할 자리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잘못된 질서와 체계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는 우울한 신호이다. 그런 우울한 때에 만화영화 한 편이 개봉된다. 올해 독립영화계 최고의 수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이다. <돼지의 왕>은 지난 달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어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다. 만화(독립)영화의 한계로 일부/특정 극장에서 개봉되지만 한국사회, 학교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챙겨봐야 할 ‘필견의 돼지’ 영화임에 분명하다. 15년 전의 사건, 그리고 트라우마 아파트. 집안 가재도구에는 차압딱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한 남자가 지금 막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것이다. 아내는 죽은 채 식탁에 엎어져있고 남자는 망연자실해 있다.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남자는 언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생각해 본다. 이 남자 회사부도로 패닉에 빠진 황경민이다. 한편 소규모 출판사에서 대필작가로 글을 써주며 편집장에게 비굴할 정도로 굽실거리면 살아가는 정종석. 애꿎은 아내에게 화풀이하던 날 황경민으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는다. 15년 전. 중학교 동창이다. 이 둘은 술을 마시며 끔찍했던 자신들의 학창시절을 회상한다. 학교에는 짱이 있고 학년별로 위계질서가 있고 교실 내에는 잔인한 ‘자율적’ 질서가 존재하던 그 시절. 계집애 같았던 경민이나 소심한 종석은 그런 학교질서의 희생자이며, 옹호자이며, 방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사랑과 영혼 아시아통합버전 (곽재용 감독 Windstruck 2004)

 할리우드 영화에 대항하는 아시아 국가들의 영화제작방식은 다양한 연합의 형태를 띤다. [파이란]처럼 자국 영화의 영역에 제한되지 않고 이웃나라의 영화에 출연하거나 [쓰리]처럼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조합형 영화를 만들기도 한다. 물론 이런 연합방식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지만 근래 들어서는 영화산업적 측면에서 더욱 치밀해지고 철저한 준비를 거쳐 작품을 내놓는다.  물론 모든 영화의 출발점은 영화를 보는 사람이 지구상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던 거부감 없이 내용을 수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여자 친구를 소개합니다] 이른바 [여친소]는 다분히 곽재용 감독의 전작에 기대면서 이러한 보편적 정서에 초점을 맞춘다. 곽재용 감독이 전지현, 차태현을 캐스팅한 [엽기적인 그녀]는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일본, 홍콩 등 아시아 각국에서 엄청난 화제와 인기를 모았었다. 곽재용 감독의 다음 작품 [클래식] 또한 중화권에서 주목을 받았었다. 활력 넘치는 한국영화계의 미래를 눈치 채고 홍콩의 거물 제작자가 선뜻 한국영화에 배팅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영화가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셈이다.  [여친소]는 아주 드물게 월드 프리미어를 국제영화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바다 건너 홍콩에서 가졌다. 지난 주 홍콩에서 엄청난 환영인파 속에서 [여친소]는 시사회를 가졌다. 그리고 서울에서 시사회를 가진 후 상하이국제영화제를 통해 중국 영화팬에게도 소개된다.  영화는 어떤가. 이 영화는 [엽기적인 그녀]의 씩씩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한국적 순정을 가졌던 전지현을 여주인공으로 내세워 여전히 씩씩한 한국여인네의 기상을 맘껏 펼친다. 그러면서 그 와중에 [사랑과 영혼]이 전해주는 전 세계적으로 보편성을 지닌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실어준다. 영화는 목욕을 하고 나오던 여경진(전지현)이 길거리에서 도망치는 소매치기와 맞닥치면서 시작된다. 여경진이 누구인가. 서울 중부경찰서 소속의 왈가닥 여경찰 아닌가. 여경진에게 붙잡힌 것은 운 없게도...

[수취인 불명] Les Miserables (김기덕 감독 2001)

  김기덕 감독을 몇 번 대면한 적이 있다. 키도 작고, 입고 있는 옷이 언제나 작업복 스타일이며, 중광스님 이후 가장 인상적인 모자를 언제나 눌러쓰고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떻게 보면 아직 얼굴에 동안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그의 작품을 몇 편 보고 그의 인생의 고난사를 건네 들었다면 사실 한 자리에 있기가 조금 무서운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영화에 대한 리뷰에서 혹평을 했을 때 칼 들고 달려들며 “당신 왜 작품을 모욕하냐?”하고 할 감독이 있다면 아마도 김기덕 감독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다행히 김기덕 감독은 나의 <섬> 리뷰를 잘 읽었다고 공치사해준 적이 있어 안심이 된다만.) 그가 ‘충무로의 이단아’나 별종 취급 당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는 그런 평가에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자기의 방법으로 순식간에 해치운다. 그리고는 어느새 또 다른 작품을 준비하거나, 이미 찍고 있는 것이다. 그의 다섯 번째 작품 <수취인 불명>도 <섬>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어디선가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고, <섬>에 이어 베니스 영화제에 2년 연속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위업을 달성하였다. 김기덕 영화는 <수취인 불명>까지 명확하게 작가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엽기적이며, 모멸 받는 인간들의 드라마이다. 그의 영화에는 언제나 보기에 섬뜩한 장면이 나타나고, 여성을 비하 내지 격하, 그것도 모자라서 파멸시키는 주제로 가득하다. 그 때문인지 그의 영화만큼 평론가들이 물어뜯고 싶고, 호사가들이 떠들기 좋은 영화는 드물다. 그의 영화가 초기에 오해받거나 오독된(과소평가되거나 과대포장된 것을 포함하여)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제대로 영화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그는 매번 영화를 만들어가며 정제된 작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의 영화가 보여주는 영상적 충격에 의해 그의 시나리오 솜씨가 가끔 빛을 잃지만, 적어도 <수취인불명>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글 솜씨 또한 이창동 버금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