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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돈 다이] 좀비는 직진! (짐 자무쉬 감독 The Dead Don't Die, 2019)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올해 칸국제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는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포진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미국 독립영화(인디필름)의 대표주자 짐 자무쉬의 신작 <데드 돈 다이>도 있었다. 놀랍게도 좀비 영화이다. 다양한 영화를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어온 짐 자무쉬의 좀비는 어떻고, 좀비가 출몰할 미국의 세기말적 모습이 궁금했다. 짐 자무쉬의 명성에 걸맞게 캐스팅도 화려하다. 아담 드라이버, 빌 머레이, 클로에 세비니, 스티브 부세미, 틸다 스윈튼, 대니 글로버, 셀레나 고메즈. 그리고 아는 사람은 아는 여러 아티스트들까지. 과연 화려한 출연진으로 빚어낸 좀비 스토리는 어땠을까.  미국 센터빌, 좀비가 뒤덮다  전체 주민 수가 천 명이 채 안 되는 미국의 조용한 마을, 센터빌의 하루는 평화롭다. 센터빌 경찰서장 로버트슨(빌 머레이)과 로니(아담 드라이버)는 경찰차로 마을을 한 바퀴 돌며 순찰 중이다. 늘 가는 커피숍, 소년원, 공동묘지. 한적한 시골 마을에 어울리게 큰일이래야 누군가 닭을 훔쳐갔다는 것. 의심 가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닭 한 마리쯤이야. 그런데, 저녁이 되어도 해가 지지 않는다. 직직거리는 라디오 뉴스에서는 뜻밖의 소식을 전한다. 북극에서 고압 살수 방식으로 세일가스를 시추하다가 자전축이 틀어져 지구촌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밤, 공동묘지에서 땅이 갈라지더니 시체가 기어 나온다. 좀비다. 그렇게 센터빌은 좀비가 창궐하기 시작한다.  좀비들의 사연  영화에서는 줄기차게 노래 한 곡이 흘러나온다. 스터질 심슨의 “데드 돈 다이”이다. 로버트슨 서장은 이 노래가 짜증스럽지만 로니는 너무 좋아한다. 로니는 좀비가 출몰하기 전부터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더니, “끝도 안 좋을 것”이라고 서장의 신경을 긁는다. 하지만 로니는 좀비 퇴치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 인정사정없이 좀비의 목을 자르는 것. 가위도 싹둑 자르든지, 라이플로 머리를 날려버리는 것이...

[리지] 도끼살인의 재구성 (크레이그 맥닐 감독 Lizzie, 2018)

  1892년 무더웠던 8월 4일, 바다 건너 미국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매사추세츠의 폴 리버에 사는 부유한 기업가/금융가인 앤드류 보든과 그의 아내 애비 보든이 집안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당시 그 집에는 작은 딸 리지 보든과 하녀 매기가 있었다. 큰딸 엠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외출 중이었다. 보든 부부는 도끼로 수십 차례 가격을 당한 끔찍한 상태였다. 경찰은 수사에 나섰고, 뜻밖에도 딸 ‘리지’를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한다. 그리고 재판이 시작되었지만, 평의 결과 무죄로 풀려난다. 당시 재판에서는 그런 교양 넘치는 집안의 규수가 그렇게 잔인한 살인을 저지를 수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리지 보든 사건’은 그날 이후 미국의 또 다른 전설이 되었다. 과연 1892년의 미국 양가집 규수는 손도끼로 부모를 수십 차례 내리치는 끔찍한 살인을 저지를 수 없는 것일까. 이 이야기는 100년이 넘는 동안 수많은 이야기로, 드라마로, 영화로 만들어졌다.(넷플릭스에 드라마도 있다!) 유튜브에서 ‘리지 사건’을 검색하면 아마추어 범죄학자들이 내세우는 가설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리지 보든’을 다룬 최신작 ‘리지’(제목: Lizzie 감독:크레이그 맥닐)가 지난 주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과연 리지가 제 부모를 죽였는지, 왜 죽였는지 따라가 보자.  영화 ‘리지’는 여배우 클로에 세비니가 친구 브라이스 카스(극본)와 함께 공을 들인 작품이다. 너무나 유명한 리지 사건을 다루면서 그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분명 두 가지이다. 리지가 간질을 앓고 정신적으로 피폐된 상황에 놓였다는 사실, 그리고 사건 발생 6개월 전에 보든 집에 가정부로 들어온 매기(브리짓 설리반 이라는 이름이 있음에도 매기라 불린다)라는 존재이다. 아버지 앤드류 보덴은 여러 사업을 펼쳤고, 부동산 수완도 좋아 꽤 많은 재산을 갖고 있었지만 소박한 집에서 검소한 삶을 살았다. 그가 잔인하게 죽었을 때 남겨진 재산은 30만 달러(요즘 화폐가치로 837만 달러)였...

[레이디 수잔] 밀당과 작업의 고수 (위트 스틸먼 감독,Love & Friendship,2016)

  [박재환 2016-12-01]  영국의 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은 마흔 두 살의 짧은 생애에서 모두 ‘여섯 편’의 소설을 남겼다. 그런데 사후에 원고가 더 발견되었다. 하나같이 퇴락한 영국 명문귀족(gentry) 집안 아가씨를 둘러싼 연애이야기이다. 결혼도 안한 작가의 똑같은 레퍼토리이지만 놀랍게도 그녀가 남긴 얼마 안 되는 소설은 끊임없이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중에는 대만출신의 이안 감독이 만든 <센스 앤 센스빌리티>도 있고, 할리우드가 만든 <브릿지 존스의 일기>도 있다. 물론, 이것은 ‘오만과 편견’을 재해석한 것이다. 여기에 또 한편의 제인 오스틴 영화가 등장했다. <레이디 수잔>이다. 원제는 ‘사랑과 우정’(Love & Friendship)으로 훨씬 제인 오스틴스럽다. 그런데, 알고 보면 더욱 흥미롭다. 제인 오스틴이 19살 무렵에 쓴 소설이 원작이란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데뷔소설 <이성과 감성>(1811년 출간)보다 먼저 집필된 소설이란 것이다. 이 작품은 제인 오스틴 사후, 1871년에야 처음 출판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소설 <레이디 수잔>이 최근 번역 출간되었다. 서한집 형식이다. 그러니까. ‘A’가 ‘B’에게, ‘B’가 ‘C’에게, ‘C’가 ‘D’에게 식으로 서로 오가는 편지형태의 소설이다. 편지속 내용을 통해 남자와 여자가 사귀고, 헤어지고, 연애하고, 뒷담화 나누는 것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18세기 영국 퇴락가문답게 고고한 듯 세속적으로, 우아한 듯 통속적인 연애담이 유려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영국 런던 출신의 케이트 베켄세일이라는 아름다운 여배우가 연기하는 ‘수잔’은 지금 막 미망인이 되었다. 남편이 죽자 살 길(?)이 막막하다. 딸 프레데디카를 데리고 어떻게 살아갈까. 그녀가 가진 것은 빼어난 미모와 뛰어난 언변. 그것을 무기로 영국 귀족사회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때로는 사랑으로, 때로는 우정으로, 때로는 동정으로 남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