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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이게 다, 바이러스 때문이야...” * VIRUS *

영화 <바이러스>는 파란만장한 사연을 갖고 있다. 영화의 원작은 2010년 출간된 이지민 작가의 소설 <청춘극한기>이다. 작가의 또 다른 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는 정지우 감독에 의해 <모던 보이>로 영화화 되었다. <청춘극한기>도 충무로의 부름을 받았다. 누가 보아도 영화적 스토리 라인에, 괜찮은 흥행요소가 한 가득이다. ‘로맨스 영화’에서 조건이나 여건, 성격이 안 맞는 두 청춘이 기어코 이어지려면 어떤 마법 같은 설정이 필요할까. 돈 많은 재벌? 출생의 비밀? 첫눈에 빠지고 마는 매력덩어리? 다 필요 없다. 이지민 작가는 ‘러브 바이러스’를 사랑의 묘약으로 끌어들인다. 여기에 전염되면 다국적제약회사의 그 어떤 신약도 소용이 없다. 소설 <청춘극한기>는 그렇게 영화로 만들어진다. 2019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찍었다. 그런데 맙소사! 코로나 사태가 터진 것이다. 세상이 다 무너져가는데 바이러스가 사랑이라고? 그렇게 영화는 창고에 봉인되었다가 이제야 개봉되는 것이다. 이, 저주받을 운명이라니!  택선(배두나)은 평범한 번역가로 방구석에 틀어 박혀 글이나 쓰는 보통의 청춘이었지만 동생의 등살에 못 이겨 미팅 자리에 나간다. 무슨 의학연구소에 근무한다는 연구원 남수필(손석구)은 데이트 자리가 무색하게 산만하기 그지없다. 계속 땀을 삐질 흘리며 ‘바이러스’가 어쩌구, ‘새로운 실험’이 저쩌구 주절거린다. 그러면서 자신은 인간을 대신하여 실험당하는 쥐가 불쌍하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그 남자가 바이러스에 걸려 죽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그 남자는 죽기 전에 이균(김윤석)을 만나보라고 그랬다. 이미 택선도 땀이 나기 시작하고, 웃음이 절로 나고, 동공이 확대되고, 온 세상이 즐거워 보인다. 이제 ‘톡소 바이러스’라는 듣도 보도 못한 러브바이러스가 창궐할 위기에 처한다. 감염자는 24시간 뒤에 죽는단다.  영화 <바이러스>는 메디컬 스릴러가 아니다. 로맨틱 코...

[사과] 문소리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이혼 (강이관 감독 Sa-Kwa, 2005)

 오늘 KBS 1TV <독립영화관>시간에는 강이관 감독의 <사과>가 방송된다. 원래 이 작품은 2004년에 완성했던 작품인데, 2008년에야 극장개봉이 이뤄졌다.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소중한 독립영화이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이혼 영화는 결혼적령기에 충분히 접어든 여인의 연애담, 혹은 이혼담이다. 괜찮은 회사에 다니는 괜찮은 여자 현정(문소리)은 오래된 남친 민석(이선균)과 떠난 제주도에서 “우리 헤어지자”는 준비되지 못한 결별을 통보받는다. 그리고 오랫동안 현정을 지켜보던 상훈(김태우)의 청혼을 받고 결혼한다. 그리고 또 다시 녹록하지 않은 현실. 민석이 다시 등장할 만큼 파경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다. 사랑, 연애, 결혼. 그 과정에서 매번 만나게 되는 위기는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다. 불꽃같은 사랑을 했든 권태로운 연애 끝에 정략적 결혼으로 이어졌든 두 사람의 이야기는 긴장된 측면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홍상수처럼 징그러울 수도 있고 김기덕처럼 극단적일 수도 있다. 가족의 결속이란 측면에서 보자면 이창동처럼 잔인한 경우도 있다. 여기서 강이관 감독은 평범한 커플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재주껏 보여준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사실적이고, 너무나 평범해서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강이관 감독은 아름다운 연애와 무거운 삶의 굴레를 마디마디 긴장과 잔재미로 엮어나간다. 문소리라는 배우가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어떻게 그렇게 딱 맞게 캐스팅했는지 김태우와 이선균의 맞춤형 캐릭터에 감탄할 수밖에. 리얼리티 가득한 현정네 패밀리(엄마 최형인, 아빠 주진모, 여동생 강래연!)의 이야기도 긴장된 영화 곳곳에서 소중한 ‘삶의 여유’를 안겨준다. 그 나이대 여성의 자아성찰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를 보아도 이 영화는 오랫동안 언급될 작품일 것이다. 중산층 가정의 복합적 하향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보여준 김태우의 일상적이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범상치 않은 ‘사이코틱’한 심리변화는 감독의 또 다른 ...

[사과] 사랑이 우물에 빠진 날 (강이관 감독, 2005)

  지난 주 극장에서 개봉된 강이관 감독의 [사과]는 푸릇푸릇한 ‘신작’이 아니다. 지난 2004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관객에게 선을 보였던 ‘구작’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창고에서 4년을 썩히더니 이제야 개봉된 것이다. 지난 몇 해 동안 한국영화는 외형적으로 초호황을 누린다고 생각했었다. 해마다 한국영화가 100편 이상씩 제작되었지만 극장에서 개봉을 못한 영화가 꽤 된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한국영화 위기를 맞으며 제작편수가 ‘확~’ 줄어들면서 그동안 운 나쁘게 극장에 내걸리지 못한 영화들이 빛을 발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후죽순처럼 멀티플렉스가 들어선 이 땅에서 말이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이혼    영화는 결혼적령기에 충분히 접어든 여인의 연애담, 혹은 이혼담이다. 괜찮은 회사에 다니는 괜찮은 여자 현정(문소리)에게는 오래된 남친 민석(이선균)이 있다. 명퇴 위기의 아버지를 위로할 겸 가족여행을 떠나자는 엄마의 말에 회사에서 워크샵 간다고 속이고는 둘이서 제주도로 밀월여행을 떠날 정도이다. 그런데 그렇게 떠난 제주도에서 현정은 민석에게서 뜻밖의 소리를 듣는다. “우리 헤어지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준비되지 못한 결별을 통보받는다. 헤어진 여자는 한동안 방문을 걸어 잠그고 눈물을 흘릴 것이며, 애꿎은 핸드폰만 쳐다보며 몇 달을 외롭게 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새 그 빈 공간은 딴 남자로 채워진다. 같은 회사 건물에 있는 상훈(김태우)이 오랫동안 현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남자의 뜬금없는 대시에 “저 남자친구 있어요.”라고 말하지만 상훈의 반응은 준비되어있다. “헤어졌다면서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난감한 현정. “제가 어디가 좋아요?” 상훈의 대답 “이 건물에서 현정씨가 제일 예쁘잖아요.” 사랑은 그렇게 가고 사랑은 그렇게 온다.    하지만 현정의 마냥 행복해 보이는 가족이 100% 행복한 것이 아니듯, 순정파 청년으로만 보이던 상훈이 그렇게 로맨티스트가 아니란 것은 결혼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