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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고기]’ 커피 말고 밥, 그리고 소고기뭇국 (양종현 감독, People and Meat,2025)

  리어카를 끌며 폐지를 줍는 노인의 이야기.  고깃집에서 무전취식하는 세 노인의 이야기.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노인들의 말로.  지난 7일 개봉된 영화 <노인과 고기>의 주된 내용이다. 요즘 같이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글로벌하게 어려운 시기에 누가 이런 영화를 굳이 돈 내고 볼 것인가. 어쩌면 자신의 미래가 될 수도 있는 이 서글픈 이야기를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 영화는 한 줄 줄거리 너머,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인간의 실존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이 어쩌면 “인간은 고기를 먹어야 산다”일지라도. 길을 걷다보면 나이 드신 어르신네, ‘노인네’가 힘겹게 리어카나 바퀴달린 바구니를 끌며 휴지, 폐지를 모으는 것을 볼 수 있다. 택배박스, 신문, 버린 책들. 이런 걸 모아 고물상에 가져가면 킬로그램 단위도 폐지 값을 받는다. 그야말로 푼돈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 땀과 노동력에 대한 가치, 신발 밑창 닳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이 안타까울 것이다. 하지만 노인네는 여름이나 겨울이나 묵묵히 리어카를 끈다. 골목에서도, 언덕길에서도, 인도에서도, 차도에서도. 다른 사람, 운전자는 안중에도 없다. 단지 다른 누군가가 먼저 폐지를 주워가는 것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한국이다.  우식(장용)과 형준(박근형)은 그렇게 처음 만났다. 항상 오는 그 길에 놓인 폐지를 누가 줍느냐로 말다툼을 하고 몸싸움을 한다. 그 싸움이 벌어지는 코앞에서 화진(예수정)은 좌판을 펼치고 채소를 팔고 있다. 이제 이 세 노인네가 푼돈을 벌고, 겨우 먹고사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달프다. 한국이다. 첫 만남에의 언짢은 추억은 뒤로 하고 이들은 곧 함께 어울리게 된다. 맨날 지나가는 길목, 보아온 처지이니. 형준의 오래된, 낡은, 하지만 괜찮은 집이 그들의 사랑방이 된다. 오랜만에 소고기뭇국을 먹으며 이들은 새로운 삶의 재미를 찾기 시작한다. 우식이 말을 꺼낸다. “우리 고기 먹은 지 오래된 것 같아. 고기 먹자!”고. 그들은 ...

[69세] 여자, 그리고 29살 몹쓸 남자 *An Old Lady *

  * 이 영화는 시청자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고,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한국사회 이야기이다 * 나이 예순 아흔의 여자를 어떻게 불러야할까. 할머니? 요즘은 애매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뒷방 노인네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아니면, ‘젊어 보인다’는 칭찬치레를 할지 모른다. 그게 이제는 확실히 차별적인, 잘못된 표현이라고 한다. 이 영화에서는 수영장에서 ‘몸매가 처녀 같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는 그런 시대적 분위기와 사회적 인식의 문제를 전해준다. 오늘(2021.4.2) 밤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 방송되는 임선애 감독의 <69세> 이야기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완전한 어둠 속에서 ‘69살’ 효정의 목소리가 가만히 들려온다. 2분 정도 진행되는 이 장면은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다가 29살 먹은 남자 간호조무사에게 치욕적인 일을 당하는 순간이다.  이 영화는 시놉시스가 공개되면서 곧장 영화사이트에서 별점 테러를 당했다. ‘69세 여성이 젊은 남자에게 성폭행 당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많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 모양이다. 어떤 점이 불편했을까.  효정(예수정)은 같이 사는 동인(기주봉)에게 자신이 겪은 사실을 알리고 경찰에 신고한다. 완벽한 증거(정액이 묻은 속옷)까지 있지만 세상은 그렇게 정의롭게 돌지 않는다. ‘69살의 여자와 29살의 남자’라는 거리감 앞에 정의감은 무뎌진 모양이다. 그리고, 남자(김준경)가 되려 상호합의하에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여러 불완전한 기억을 근거로 효정을 치매 환자로 몬다. 그리고 경찰 수사는 미적거리고, 법원마저 구속영장을 기각한다. 세상은 색안경을 쓰고 피해자를 바라보는 것이며, 효정은 혼자서 이 모든 불온한 시선에 맞서야하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 효정은 힘겹게 건물 옥상을 올라간다. 손에 들린 종이에는 ‘제 이야기가 여러 사람을 불쾌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감정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