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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임순례 감독의 판타지 로드쇼 (임순례 감독 Rolling Home with a Bull 2010)

   소(牛)의 눈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꾸역꾸역 되새김질을 하면서, 가만히 쳐다보며 끔뻑끔뻑 하는 순하디 순한 눈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순한 동물이 바로 이 소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임순례 감독이 소와 함께 길을 떠난다. 2010년 <워낭소리>에 이어 개봉된 독립영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다. (코로나19로 연기된) ‘부처님 오신 날’에 맞춰 KBS 독립영화관 시간에 방송된다. 왜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는 보면 알 것이다.  마흔을 훌쩍 넘긴 노총각 선호(김영필)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늙으신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트랙터로 하면 금세 끝날 일을 아버지는 코뚜레를 한 소에 쟁기를 묶어 땡볕에 종일토록 밭을 간다. 나이 드신 아버지의 구박, 어머니의 잔소리가 끝이 없다. 그래도 한때는 시인을 꿈꾸었던 청년이었는데 말이다. 홧김에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는 소를 트럭에 싣고 집을 나가버린다. “오늘 내가 이 소를 팔아버리고 말테다.” 그렇게 나선 선호는 우시장에서, 산사에서, 길에서, 장례식장에서, 파출소에서, 술집에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는 한때 친구였던 현수(공효진)도 있다. 남편 상을 당하한 그녀를 7년 만에 만난 것이다. 이제 선호는 현수와 함께 길을 떠난다. 여전히 트럭에 소를 싣고서. 임순례 감독은 이 영화가 <워낭소리>보다 먼저 기획되었다며 조금은 억울한 듯 말했단다. 김도연 작가의 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을 읽고는 바로 영화로 만들고 싶었단다. 아마, 영화를 보게 되면 원작을 찾아 읽고 싶어질 것이다. 소설은 (여러 이유로) 지친 인간이 소와 함께 길을 떠나며 자신을 돌아보고, 관계를 생각해 보고, 득도(!)하는 이야기이다. 임순례 감독은 원작의 진수를 느긋하게 뽑아낸다. 처음에는 한 찌질한 지방대학 출신 룸펜의 처량한 인생이야기를 홍상수 스타일로 그리려나 싶었는데, 소가 눈을 한 번 껌뻑일 때마다, 공효진이 황당한 ...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게임에서 툭~ 튀어나온 아랍 영웅 (Prince of Persia: the Sands of Time, 마이크 뉴웰 감독,2010)

  이번 여름에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줄을 이어 한국, 아니 전 세계 극장가를 공략할 모양이다. 매번 새로운 이야기(로 느껴지는)와 시시각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특수효과로 무장한 할리우드 영화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갈수록 영화라는 것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2시간을 꽉 채우는 즐거운 환상여행이란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조금만 기다리면 집에서 편안히 볼 수 있고, 조금만 공을 들이면 조잡한 불법동영상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최신 음향시스템과 남극바람을 선사하는 에어컨이 설치된 극장으로 몰려가는 것은 단순히 극장의 하드웨어적 환경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뭔가 신나고 재미있고 화끈한 영화를 즐기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영화팬의 마음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제리 브룩하이머이다. 이 사람은 TV드라마와 극장 영화를 오가며 항상 영화팬의 기대를 맞추거나, 앞서거나, 때로는 뒤따라간다. 디즈니를 통해 <캐리비안의 해적> 세 편을 만들면서 판타지 영화의 전범을 보였던 그가 또 다른 시리즈를 찾아 헤매더니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Prince Of Persia: The Sands Of Time)를 들고 나왔다. 기대하시라. 이번 여름은 페르시아의 왕자다!페르시아 왕자, 벽돌담을 뛰어넘다  항상 재미있는 로고를 선보이던 구글이 최근 흥미로운 로고를 메인에 걸었다. 왕년의 인기 아케이드 게임이었던 팩맨(Pac-Man)을 이용한 구글 로고였다. 팩맨은 일본의 게임사 남코(Namco)가 30년 전에 발표했던 기념비적 게임이다. 팩맨 탄생 30주년을 기념하여 구글이 자기들 메인에 팩맨을 내건 것이다. 팩맨 이후에도 많은 전자오락실용 게임, 286급 피시에서 돌아가던 게임이 많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테니스게임도 있고, 오목두기도 있고, 갤러그도 있었다. 허큘러스에서 컬러로 넘어가면서 사랑받았던 게임 중 하나가 바로 이 <페르시아의 왕자>이다.  터번을 두른 아랍계 남자가 ...

[집 나온 남자들] 대책없는 남자들 (이하 감독, Runaway from Home, 2010)

  (박재환)  (2016년 11월) 5일(토) 밤 12시 4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이하 감독의 2010년 작품 <집 나온 남자들>이 방송된다. 이하 감독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으로 단편 <1호선>(2003)으로 주목 받은 뒤 충무로에 진출, 문소리, 지진희 주연의 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06)을 만들었다. 그 실패(!)를 거울삼아 만든 작품이 바로 <집 나온 남자들>이다. 지진희와 함께 양익준, 이문식이 필사의 추적극을 펼친다.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음악평론가 지진희는 노래를 소개하다말고 폭탄 멘트를 던진다. 나름 멋있어 보이려고. “아내와 이혼하겠습니다.”고. 뜬금없고 맥락 없는 발언. 그리고는 친한 동생 양익준과 함께 무작정 강릉으로 여행을 떠난다. 뒤늦게 아내가 걱정이 되어 전화도 해보지만 연락이 안된다. 집에 와서 보니 아내는 사라졌고, 편지가 한통 와 있다. 라디오를 통해 생방송으로 이혼을 공개선언하기 전에, 아내가 선수를 친 것. 이때부터, 지진희는 친한 동생이자 친구인 양익준과 함께 고물 자동차를 타고 아내의 행방을 뒤쫓는다. 반은 로드무비, 반은 코미디, 그리고 간간이 감동 코드를 욱여넣는다. <집 나온 남자들>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지진희는 반듯하고 도회적인, 범생이 스타일에서 벗어나 영화내내 ‘ㅅㅂㅅㅂ’ 입에 욕을 달고 다닌다. 그리고, 양익준과 함께 무슨 ‘덤 앤 더머’ 찍듯이 유치한 콤비 플레이를 한다. 영화는 아내의 옛날 핸드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통해 아내의 과거를 쫓아간다. 그러면서 전혀 몰랐던 아내의 과거지사를 알게 되고,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존재조차 몰랐던 아내의 오빠(이문식)가 등장하고, 그가 ‘제비족’이라니. 두 남자, 아니 세 남자는 동행이 된다. <똥파리>에서 너무 강인한 인상을 남긴 양익준은 이 영화에서 실감나는 ‘동네 동생’ 역할을 해낸다. 이유 없이 지진희...

[맛있는 인생] 조성규의 멋있는 인생 (조성규 감독 Second Half, 2010)

  충무로, 아니 대한민국 영화판에 조성규라는 특이한 사람이 있다. 직함은 소극장 스폰지하우스 대표이자, 영화사 스폰지이엔티 대표이며, 배급사 조제의 대표이다. 영화를 만들고, 수입하고, 자기 극장에 내거는 일괄공정의 완성자인 셈이다. 그렇다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수입하거나 원래 잘나가는 한류스타 캐스팅하여 ‘CJ급’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 이른바 ‘작은영화’ 옹호론자이다. 듣보잡영화‘만을 줄기차게 수입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여길 만하다. 하지만 아는 사람에겐 매니아용, 오타쿠영화를 수입하는 빛과 같은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짐 자무쉬, 기타노 다케시, 빔 벤더스, 프랑스와 오종, 페드로 알모도바르,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 작품이 그를 통해 수입되어 국내영화 팬의 목마름을 축여줬다. 물론 그가 수입한 영화는 천만관객이 들어야 어깨에 힘을 좀 줄 수 있는 충무로에서 1만 밑도는 영화가 대부분이다. 기이하게도 그런 척박한 한국(극장현실)에서 여태 살아남았다. 그런 조성규 대표가 언젠가부터 ‘영화감독’ 타이틀도 달았다. 아니면 1만 이하 영화만을 다루다보니, 아니면 홍상수, 김기덕 영화에 투자하다보니  “에이, 나도 찍겠다.”라는 도전의식이 생겼던 모양이다. 그래서 찍은 첫 작품이 바로 ‘맛있는 인생’이다. 어젯밤(2015.8.26) KBS 1TV ‘KBS독립영화관’시간에 방송되었다. 꼭 자기 같은 영화사 대표(류승수)가 주인공이다. 만들기만 하면 망하는 전설적인 제작자! 방금 제작한 영화도 극장에 내걸리기가 무섭게 망작으로 판정된다. 영화사 사무실과 핸드폰으로 전화가 쏟아진다. “내 돈 내놔라”라는 빚 독촉전화. 이 사람 탈출구가 필요하다. 그래서 무작정 차를 돌려 강릉으로 간다. 근데 이곳 강릉- 호텔현대경포 해금강식당-에서 아르바이트 여학생과 마주친다. 어딘가 낯이 익다. “혹시...”  20년 전, 대학시절 강릉에 처음 왔다가 당시 예쁜 여자를 만나 원나잇 사랑을 나눴고 그 다음날 아침 서울로 줄행랑친 생각이 떠오른다. 게다다 이 ...

[페어 러브] 안성기 이하나의 '페어 러브' (신연식 감독 Fair Love, 2009)

  매주 주말 밤에 방송되던 'KBS 독립영화관'이 새해 들어 화요일 밤에 시청자를 찾는다. 내일(2015년 1월 20일) 밤 12시 30분에는 신연식 감독의 2010년 작품 ‘페어 러브’가 방송된다. 오십이 넘도록 연애 한 번 못해 본 남자가, 자신에게 사기를 친 친구가 임종 때 부탁한 딸을 찾게 되면서 펼쳐지는 일종의 러브스토리이다. 쉰 노총각은 안성기가, 철없는 스물다섯 아가씨 역은 이하나가 맡았다. 안성기(형만 역)는 친구의 임종자리에서 부탁을 하나 받는다. 하나 뿐인 딸 이하나(남은 역)를 좀 챙겨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다. 이 친구는 자신의 돈을 떼먹은 사기꾼이었지만 죽는 자리에서의 부탁이니 매몰차게 뿌리칠 수도 없었다. 부탁받은 친구의 딸은 스물다섯의 풋풋한 대학생. 빚쟁이 아버지 때문에 어릴 적부터 고생이란 고생은 다해봤을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 때문에 고생한 친구분을 마주하게 되면 또 다른 맘고생을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가 쉽지가 않은 여자일 것이다.  안성기는 카메라 수리점 사장이다. 안성기는 하루 종일 점포-라는 표현이 어울릴 가게-에서 고장 난 카메라를 붙잡고 세월을 보낸다. 카메라를 분해하고, 자잘한 부품과 씨름하며 곧 내다버릴 뻔 한 명품카메라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물론, 필름카메라일 터이고, 단종된 모델이 태반일 것임에 분명해 보인다. 그렇게 살다보니 어느새 나이는 쉰을 훌쩍 넘었고 결혼도 못했다. 아니 결혼만 못해 본 것이 아니라 하는 품새로 보아 변변찮은 연애도 못해 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연애를 하게 될 남자가 그 여자의 아버지뻘이라면 분명 그 남자는 재벌이고, 여자는 통통 튀는 매력을 가졌을 로맨틱코미디일 확률이 많다. 하지만 ‘페어 러브’는 그런 식상한 연애담을 벗어난다. ‘지지리 궁상’에 어울리는 연애를 하게 된다. 안성기는 형 집에 얹혀살다가 눈칫밥에 질린다. 그래서 자신의 가게 한쪽에 세간을 마련하여 숙식을 해결하기 시작한다. 이하나는 서툰 방식이지만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고...

[라스트 갓파더] 영구 없~다 (The Last Godfather, 심형래 감독 주연,2010)

개그맨 출신 심형래의 신작 <라스트 갓파더>가 어제 기자시사회를 갖고 그 베일을 벗었다. 어제 이 영화 시사회와 같은 시간에 한류스타 배용준과 박진영이 제작에 참여한 KBS드라마 <드림 하이>의 제작발표회가 있었다. 연예부 기자들은 대거 그쪽 행사장으로 취재간 모양이다. 그 덕분에 영화에 대한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 중 ‘연예기자’들은 대거 빠지고 진짜  ‘영화담당’기자들이 <라스트 갓파더> 시사회에 참석한 셈이다. 그러니 의외로 이 영화의 시사회 반응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영화에 대한 끝없는 욕심과 도전을 20년 이상 불태우는 심형래는 이번 영화에서도 각본, 감독, 주연을 고집했다. 그의 전작들에 쏟아진 애국적 찬사는 주로 꿈과 희망 등에 대한 非영화적 요소와 CG라는 기술적 도전에 집중했다. 이런 찬사 뒤에는 항상 각본의 완성도나 역할분담에 대한 아쉬움을 덧붙였다.  이번 영화에 대해서도 똑같은 우려와 불안이 우선하는 것은 왜일까.  다행히  시나리오는 심형래의 원안에 할리우드 라이터들이 달라붙어 미국식으로 대폭 손을 본 모양이다. 심형래가 <유머 일번지> 나올 땐 부담 없이 봤는데 왜 이리 심형래 영화 볼 때는 한국관객들이 이렇게 부담백배일까. ● 영구, 미국가다. 가서는 대부되다 우리의 영구가 살던 한국이 정확히 어느 시대인지는 의문이다. 일본순사가 나오는 시대인 것도 같고, 새마을운동 시절인 것도 같다. 조선시대일 때도 있다. 그런데 그 영구가 이번엔  1950년대의 미국 뉴욕에 간다. 마피아 대부 돈 카리니(하비 케이틀)가 조직의 후계자로 숨겨둔 아들 ‘영구’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웬 영구? 복잡한 가계도는 필요 없다. 단지 카리니가 오래 전 마피아 사이의 싸움에서 잠시 피신하여 한국에 숨어든 적이 있단다. 그 때 그곳에서 한국여자와 섬씽이 있었고 그때 태어난 아이가 영구란다. 엄마는 죽고 영구는 ‘미국인 수녀’가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자랐고, 이제 뜬금없이 마...

[카페 느와르] 시네필 정성일, 소원성취하다 (정성일 감독,2010)

..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가 막 자리를 잡아갈 무렵, 얼터너티브 (대안영화)를 내걸고 출범한 영화제가 하나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이다. 1회 때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당시 영화잡지 <<키노>>의 편집장이었던 정성일 씨가 참여했다. ‘종이’ 영화저널이 점차 종말을 고해가던 시절에 <<키노>>라는 잡지는 특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린 이런 영화만 본다’라는 자긍심과 자만심으로 가득했고, 정 편집장의 현학적인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과 영향을 끼쳤던, 정말이지 ‘안’ 팔리던 잡지였다. 1회 전주영화제를 통해 정성일 편집장은 솔직히 자신이 보고 싶어 했던 영화만을 주로 선정한 게 분명해 보인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사탄 탱고>라는 작품이다. 상영시간이 무려 438분(7시간 28분)에 달하는 끔찍한 영화였다. 영화상영 전에 프로그래머가 무대 앞으로 나가 상영될 영화에 대해 잠깐 소개한다. 영화에 대해서라면 최고의 지식과 심미안을 가진 것으로 정평이 나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열혈 시네필인 정성일 프로그래머는 <사탄 탱고> 본영화가 시작도 되기 전에 그 영화만큼이나 긴 소개를 해주려고 안달이었다. 그러자, 영화의 변방 전주에서 처음 펼쳐지는 국제영화제의 심야상영관에서, 정성일이 누군지 모르는 객석의 관객 한 분이 소리를 지르며 영화나 보자고 채근하는 돌발사태가 벌어졌다. 그날 그 영화를 끝까지 본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나는 모른다. 영화는 저녁에 시작되어 철야 상영되었다. 내가 기억하는 장면은 흑백화면에 소 한 마리가 나온다. 느릿느릿. 꿈결같이. 잠이 든다. 그런데 언뜻 깨어보니 여전히 소가 느릿느릿 걷고 있다. 그런 영화였다. 정 편집장, 아니 정 프로그래머는 이 영화를 다 보기나 하고 소개했는가 싶은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이듬해 정 프로그래머는 전주영화제를 떠났고, 잡지 <키노>도 폐간되었다. 정 편집장은 마감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교수생활과 글쟁이 평론가로 여전히 막...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톨스토이는 왜 객지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었는가 (The Last Station,마이클 호프만 감독,2010)

지난 달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기간에 중국에서 발행된 한 주간지의 커버스토리는 톨스토이였다. 정확한 제목은 <<짜르 시대의 톨스토이>>이다. 왜 뜬금없이 이런 문학기사, 혹은 혁명관련 이야기가 다루어졌는지 보니 11월 20일은 톨스토이가 타계한지 딱 100년이 되는 날이란다. 중국의 유명 시사주간지에서 커버스토리로 다룰 만큼 톨스토이의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문학적 성취이든, 정치사상사 측면에서의 거대한 영향력이든 말이다. 미국에서도 톨스토이의 작품이 영화화되었었다. 물론 아주 오래전에 말이다. 그런데 작년에 톨스토이가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 1년 정도의 삶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만들어졌다.  마이클 호포먼 감독의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원제 The Last Station)이라는 작품이다. 이미 재미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소문이 났기에 개봉이 기다려졌었다. 톨스토이는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가 몰락하고 레닌에 의한 공산혁명이 성공할 때 혁혁한 정신사상적인 영향을 끼친 대문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그런 이데올로기 차원을 뛰어넘어서 인류의 영혼과 순결을 작품에 승화시킨 위대한 작가로 추앙받고 말이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이런 이야기도 전해진다. 톨스토이 바로 옆에는 악처 소피아가 존재하고 있고, 그의 주위에는 그의 위명과 재산(저작권)을 둘러싼 불나방이 많았다는 사실. 그리고 또 하나 거의 언급되진 않지만 톨스토이가 불타오르는 성욕과 인성의 불일치에서 오는 갈등을 혼자만 감수한 것이 아니라 아내 소피아의 인생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줬다는 사실 등. 이런 흥미로운 내용이 타계 100주년 기념작품이라 할 <마지막 정거장>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 톨스토이의 저작권을 사수하라! 톨스토이는 살아생전 문학작품으로서 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 철학이 거의 종교적 수준에서 수많은 러시아 인민들을 감화시키고 있었다. 그래서 톨스토이의 말년은 ‘톨스토이 운동’(톨스토이주의)의 최전성기였다. 많은...

[초능력자] 루저, 아니면 히어로! (김민석 감독 Haunters, 2010)

   (박재환, 2010.11.4.) 우월적 유전자라도 지니고 태어난 듯 눈부신 외모를 자랑하는 강동원과 고수가 주연을 맡은 영화 <초능력자>가 다음 주 개봉된다. 이미 신예 김민석 감독의 예사롭지 않은 연출력과 두 배우의 아우라가 창출하는 포스가 보통을 넘는다는 입소문이 파다했기에 <초능력자>의 시사회장은 한껏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강동원은 <의형제>와 <전우치전>으로 흥행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렸고, 고수 또한 제대 후 <백야행> 등으로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주며 충무로의 다크호스가 되었다. 분명 <초능력자>는 올 연말 기대되는 한국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저주받은 초능력 영화는 초인(강동원)의 어린 시절을 잠깐 보여준다. 금세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우중충한 1991년의 서울이다. 소년은 가정폭력의 희생자이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마구 폭행하고 아이를 두들겨 팬다. 아이는 순간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는다. 소년은 아버지를 처단할 만큼 엄청난 초능력(염력)을 보여준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의 숨은 능력을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10년이 흐른다. 서울 하늘아래 또 다른 특별한 사람이 있다. 폐차장에서 막일을 하는 임규남(고수)이라는 청년이다. 그는 생일날 교통사고를 당하고 일자리를 잃는다. 그러나 곧 ‘유토피아’라는 전당포에서 일하게 되면서 ‘초인’과 조우하게 된다. 초인은 여전히 한쪽 발을 절고(의족) 두 눈은 광기에 가득하다. 초인이 한번 눈을 희번덕하면 그 순간 세상의 시간은 딱 멈춘다. 그렇게 초인은 전당포의 돈을 훔쳐간다. 그런데 유독 임규남에게는 그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초인에게는 또 다른 초능력이 있으니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는 것이다. 임규남은 초인의 정신감응에 따른 조종을 받아 마치 좀비처럼 변해버린 사람들의 공격을 받는다. 모든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초인과, 그 초인의 초능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임규남의 최종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가정폭...

[대지진] 당산 대지진 23초의 지진, 32년의 갈등 (唐山大地震,펑샤오강,2010)

1976년 7월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동북쪽으로 약 100킬로미터 떨어진 당산(堂山,탕산)이라는 도시에 리히터 규모 7.8의 지진이 일어났다. 시각은 새벽 3시 42분. 불과 23초의 진동은 당산 시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바꾸고 말았다. 모두 24만 명이 죽고, 43만 명이 다쳤다. 1976년의 당시 중국은 모택동의 말년이었고 이른바 ‘죽의 장막’이라는 미명하에 아무도 그 너머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던 시절이었다. 지진파는 세계 각지의 관측소에서 감지되었다. 하와이에서도, 대만에서도, 유럽에서도. 진도는 8이상이었고 베이징 인근이라고 파악했다. 한 시간도 안 되어 중국 국가지진국으로 난징, 란저우, 쿤밍 등 전국 각지에서 지진 관측 보고가 답지했다. 북경 인근 이라는 관측이 당시 분석이었다. 아침이 밝아올 무렵 중국전신국은 전국 각지와 연락을 취했는데 오직 당산지역만이 전화가 불통인 것이 확인되었다. 당산은 그때 그렇게 지진에 모든 것이 올 스톱된 것이다. 세월이 30여 년이 지난 지금 당산은 어떻게 변했을까. 중국의 흥행감독 풍소강이 최근 당산 대지진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재난영화인줄 알고 특수효과만 감상 갔다면 그 인성의 밑바닥을 울리는 초특급 최루 드라마에 눈물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필견의 영화이다. 행복한 가족, 불행한 재해민 1976년의 당산은 그 시절 중국의 소규모 공업도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당시 한 세대동안 계속된 공산혁명으로 인해 나라 전체는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었다. 하지만 인민은 가난하지만 살아남은 것에 행복해하던 시절이었다. 아버지는 자전거를 타고 공장에 가서 열심히 일하고, 선풍기 하나에 온 가족이 매달려 행복해 하는 전형적인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준다. 누나와 동생, 이들은 쌍둥이이다. 동생은 조금 허약하다. 누나는 그런 동생을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아이스케키’도 사준다. 집에 돌아오면 하나뿐인 토마토는 동생 몫이다. 그날 밤. 지진은 이 집안의 운명을 깡그리 바꿔 놓는다. 2...

[나탈리] 3D로 보여주마. 우리의 **장면을... (주경중 감독, Natalie, 2010)

  주말에 영화를 보러 갔다. 조조 타임에. <나탈리 3D>를. 다들 젊은 커플이거나 욕구불만의 중년 여성들이 오순도순 영화 보러 온 것 같은데, 이 아저씨 외따로 앉아 3D안경 쓰고 이 영화를 보려니 꽤나 민망도 하고 스릴도 넘친다. 어쩌겠는가. 3D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이니 말이다.  나탈리는 그런 영화이다. 남자 하나가 여자 하나를 어떻게 알게 되고 베드 위에서 함께 한다. 그걸 감독은 3D카메라 들이대고 실감나게 화면 잡으려고 노력한다. 여배우는 이 영화에 목숨 건 것 같이 아낌없이 다 보여준다. 또 다른 여배우는 그 여배우 못지않게 관객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기 위해 열심히 ‘몸짓’에 괴성을 내지른다. 관객은 영화시작하자마자 화면 가득 펼쳐지는 살색 향연에, 손을 뻗으면  잡힐 듯한 실감 영상에 “아, 아바타가 결국 영화판 물 다 흐려놓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 <동승> 감독, <현의 노래>를 위해 <나탈리>를 찍다  이 영화가 그냥 그런 성인용 영화라면 아마 ‘FW’를 누르거나, ‘>’이 키를 열심히 누르면서 15초씩 건너 뛰기할 것 같다. 내용은 굉장히 현학적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사를 소개하면 이렇다. 한 예술 하는 조각가에게 한 남자가 온다. 아마도 기자 아니면 미술평론가일 것이다. 조각가가 마뜩찮게 째려보다가 한마디 한다. “남의 작품 씹어서 먹고 사는 평론가 놈들...” (뭐, 이런 대사) 이것은 옛날에 <세기말>에서 송능한 감독이 영화평론가를 향해 일갈한 것과 같다. 감독은 영화 초반부에 미리 칼날을 숨겨둔다. “감히 내 영화를 평할 생각을 하다니. 쓰레기 같은 놈들....”하고 말이다.  주경중 감독은 이전에 <동승>을 찍었다. 그리고 뜬금없이 <현의 노래>를 3D로 만든다기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런데 그런 감독이 뜬금없이 3D로 <나탈리>라는 습작을 만들었다기에 이건 또 뭐야.....

[소셜 네트워크] 페이스북을 둘러싼 추악한 전쟁 (The Social Network, 데이비드 핀처 감독,2010)

열심히 '인맥쌓기' 하라~ 돈은 내가 벌 테니... 합창단, 전투기 타보기 등의 아이템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남자의 자격>에서 최근 아저씨 연예인들에게 ‘디지털장비 익히기’ 미션을 주었다. 스마트폰으로 어플 받아보기, 이메일 계정만들기, MP3다운 받아보기, 디카 조작하기 등이다. 어찌 보면 젊은 유저들에겐 일상적인 테크닉이지만 또 다른 사람에겐 마치 ‘스페이스 셔틀’이라도 다루어야할 만큼 어려운 미션이었다. 그런데 ‘국민 할머니’ 김태원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한다. “지구를 지키려면 이런 것 보단 분리수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뜬금없는 말이지만 디지털시대의 심각한 화두를 던진 것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신작 <소셜 네트워크>(The Social Network)는 꽤 흥미로운 영화이다. 니콘 DSLR을 들고 다니고, 갤럭시S로 웹 브라우징을 하고, G메일로 문서를 보내고, 트위터로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 상황까지 실시간 중계하는 사람에게는 ‘페이스북’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많이 떠도는 통계 중에 이런 게 있다. ‘5천 만의 고객을 모으는데 걸린 시간: 라디오 38년, TV 13년, 인터넷 4년, 아이팟 3년, 페이스북 2년’이라고. 지금 페이스북 이용자는 무려 5억 명이란다. 5억 명이 아침마다 스타벅스에 앉아서 아이패드로 뉴욕타임스 보고 ‘페북’하고,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풍경 중계방송하고, 밤에는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보면서 문근영 귀엽다고 글 올리는 것이다. 꼭 그런 이야기만 올리는 게 아니라고? 10년 전에 헤어진 친구를 페이스북에서 만났고, G20을 맞아 국제 환율전쟁이 우려스럽다고 글 쓴다고? 그래 장하다! 지난 달 미국에선 한 대학기숙사에서 트위터로 룸메이트 동성애 소식이 전해지고 그 일 때문에 그 학생 페이스북에 유서 써놓고 자살한 일이 있었다. 페이스북, 나아가 소셜네트워크의 폐해를 이야기할 때 꼭 등장할 사고사례일 것이다. 도대체 페이스북이 어떤 것이기에 이렇게...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중국 CSI 납시오~ (狄仁杰之通天帝国,2010)

 중국역사에 관심 있는 영화팬에게는 흥미로운 영화가 한편 개봉되었다. 홍콩 서극 감독의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이란 작품이다. 서극 감독이야 30년 전부터 홍콩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재간둥이 아닌가. <촉산>(1983)을 필두로 <천녀유혼>, <황비홍>,<영웅본색> 등등 고비마다 신기할 정도로 영화팬의 기호를 사로잡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마구마구’ 양산해온 인물이다. 그가 내놓은 최신 작품은 7세기 무렵 중국을 호령한 여황제 측천무후와 여전히 중국인에게 최고의 수사관으로 기억되는 적인걸이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구중심처에서 펼쳐지는 황실 대음모극과 CSI 완전범죄 소탕스토리가 이렇게 결합되다니. 놀랍지 않은가. 여황제는 절대 안된다 vs. 반란을 용서할 수 없다 오랜 세월을 어린 아들을 대신하여 수렴청정하던 무측천이 마침내 야욕을 드러낸다. 직접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의 즉위식을 앞두고 엄청난 크기의 대불상이 세워진다. 하지만 여황제의 등장을 꺼려하는 조정의 신료들과 반란세력이 상존하고 있었다. 바로 그 중차대한 시점에 건설 중이던 대불상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공사를 감독하던 고관의 몸에서 불꽃이 솟아오르더니 분사(焚死)한 것이다. 이어 수사에 나선 대리사도 같은 현상(인체자연발화 증세)로 불타 죽는다. 고심하던 무측천은 오래 전 자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신하 적인걸에게 진상조사를 명령한다. 감옥에 갇혀 죽을 날만을 기다리던 적인걸은 곧바로 수사에 뛰어든다. 무측천이 감시를 위해 곁에 붙인 상관정아(이빙빙)와 대리사의 젊은 수사관 배동래(등초)와 함께. 불이 붙은 것은 서역에서 건너온 괴이한 독충 때문인 것을 밝혀내지만 수사를 진척할수록 거대한 음모와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끝내 적인걸은 목숨을 걸고 사건을 해결하고 무측천에게 역사의 순리를 따르라고 직간(直諫)한다. 천하의 악녀 = 무측천 무측천은 서기 624년에 태어났다. (쉽게 ...

[검우강호] 어찌 강호를 쉽게 떠날 수 있으리오~ (소조빈 蘇照彬 감독 劍雨/ 劍雨江湖, Reign Of Assassins, 2010)

<검우강호>는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정통 ‘무협강호 드라마’이다. 원래 ‘강호’(江湖)라는 말은 무협과는 떼어 놓으려야 떼어놓을 수 없는 심오한 용어이다. ‘홍콩 느와르’의 영향으로 흑사회(조폭)무리를 ‘강호’라고 인식들 하지만 인간사바세계와는 조금 다른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강호’는 어떤 살벌한 인간세계, 칼과 표창이 날아다니는 녹림의 최전선을 의미한다. 하지만 강호를 다룬 여러 영화와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 중에 이런 게 있다. “강호를 떠나겠다지만 강호가 어디기에 떠날 수 있단 말인가?” 김용의 소설 <<소오강호>>를 보면 무협(무술)계의 절대고수가 여러 무파의 최고수들을 모셔놓고 ‘금분세수’(金盆洗手) 이벤트를 펼치는 것이 있다. 천하에 위명을 떨치는 각 무파의 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금 세숫대야의 물로 손을 씻고는 “그동안 피와 복수가 횡행하던 이 무림에서, 이제 깨끗이 손을 씻고 완전히 은퇴하여 앞으로는 경치 좋은 곳에서 농사나 짓고 시나 읊으며 여생을 보내려하오~”라는 식으로 공식 은퇴식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고수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고 얼마나 많은 나쁜 짓을 했으리오. 그에게 복수의 손길을 노리는 자가 또 얼마나 많을까. 사부의 복수를 위해, 억울하게 죽어간 아버지를 위해 평생을 칼을 갈았을 사람이 줄을 섰으리라. 무협 작품의 제 1조건은 바로 복수인 셈이다. 명분도, 이상도, 희망도 없다. 따지고 보면 단지 아비의 복수, 스승의 복수라는 명쾌한 이유만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절대 동력인 것이다. ■ 천하의 고수, 진정한 남자가 되기 위해서라면.... <검우강호>도 검이 비처럼 쏟아지는 강호에서 이루어지는 ‘복수의 드라마’이다. 옛날에 서역의 천축(天竺)에서 한 고승이 중국으로 건너온다. 라마 대승이다. 엄청난 불심은 모르겠지만 여하튼 굉장한 무술고수이다. 그가 죽은 뒤 그의 시신을 둘러싸고 유례없는 쟁탈전이 벌어지리라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그의 시신은 상반신과...

[울지마 톤즈]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신부님 (구수환 감독,2010) * Don't Cry for Me Sudan *

  아프리카의 한국인 별 이태석 신부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에 ‘수단’이라는 나라가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면적의 나라이다.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아프리카의 현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나라이다. 내전 수준의 종족 투쟁은 이 땅을 황폐화시키고 말았다. 그 땅에 석유가, 희귀광물자원이 그 얼마나 많이 매장되어있는지 몰라도 그곳에 사는 흑인들은 서로를 죽고 죽이는 저개발의 험악한 현대사를 이어왔다. 그 땅에 한국인이 있다. 놀랍게도 자동차 한 대, TV 한 대, 운동화 한 켤레 더 팔려는 상사 맨이 아니다. 평화와 복음의 전도사이다. 종교영화? 그렇다. 종교영화이다. 주인공은 종교인이다. 영화를 보고나면 사지 멀쩡한 사람으로 이 땅에 밥 먹고 그저 산다는 것이 그렇게 죄스러울 수 없게 느껴지는 그런 종교영화인 것이다. 다큐멘터리, 극장에서 부활하다 지난 4월 11일, KBS스페셜시간에는 <수단의 슈바이처, 쫄리 신부님>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었다. 불모지 수단에서 어려운 사람, 병든 사람들과 온전히 한 몸이 되어 뒹굴며 사랑을 실천한 이태석 신부의 짧지만 굵은 47년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신부님은 수단에서 10년 고생하고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가 암 선고를 받고 짧은 투병 이후 선종하셨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 그의 사랑을 받은 수단 사람들이 기억하는 신부님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KBS카메라는 아프리카와 한국을 오가며 그의 흔적을 더듬는다. 이태석 신부는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예수 그리스도는 말구유에서 태어났지만, 이태석은 부산의 가장 가난한 달동네에서 10남매의 아홉째로 태어났다. 아홉 살에 아버지를 여읜 뒤 어머니는 삯바느질로 자식들을 키웠다. 신부님은 가난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베푸는 데는 남부럽지 않은 사람이었다. 이태석이 어릴 때 본 영화가 한 편 있었단다. 오래 전 하와이의 한센병 마을에서 한센병 환자들과 함께 애환을 같이한 덴마크 출신의  다미안 사제를 다룬 작품이었다. 다미안 사제는 한센병 환자들 틈...

[피라냐] 식인물고기 피라냐가 튀어나와요 (알렉산드르 아야 감독 Piranha 3D, 2010)

원래 ‘이빨 물고기’ 피라냐는 아마존 등 남미 일대에 서식하는 어류이다. 그런데 흉측하게 생긴 이빨과 그럴듯하게 전해지는 그 무한 잡식성향 때문에 호러영화의 소재(주인공)로 곧잘 등장한다. 지구생태환경의 급격한 변화, 괴물을 만드는 유전자변형 등 현대적 접근도 용이한 게 이 놈이다. 그 무서운 물고기 피라냐를 요즘 영화제작 추세인 3D(입체)로 만든 영화 한편이 곧 개봉된다. 제목은 간단하다. 그냥 <피라냐 3D>이다.  피라냐, 이건, 죠스가 아니다. 그런데 이빨이 무섭다  이런 괴생물체가 등장하는 영화의 기원을 더듬어 올라가는 것은 어렵지만 그냥 쉽게 1974년도 작품 <죠스>에서 시작해보자. 피터 벤틀리의 소설 <죠스>는 대양을 휘젓는 한 식인 백상어를 다룬다. 애송이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소설 <죠스>를 최고의 걸작 해양호러영화로 만들면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바다 밑을 조용히 유영하는 괴생물체, 평화로운 해안가 마을, 늘어나는 희생자, 관광도시의 산업을 지키려는 시장님, 정의로운 보안관과 반쯤 미치광이 과학자, 망망대해에서의 몇 차례 입질과 마지막 필사의 사투. 이런 것이 <죠스>가 몰고 온 해양식인괴물영화의 정석이다. <죠스>가 성공하자 미국의 발 빠른 B급영화의 대부 로저 코먼이 또 다른 물고기(?)의 습격을 영화로 만든다. ‘피라냐’ 이야기이다. 원래 피라냐는 민물고기(담수어)이다. 그런데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북부 베트콩 동네에 풀어놓기 위해 특별히 양식한 것이다. (요즘처럼 유전자조작이니 생물학무기니 하는 용어는 사용되지 않았지만) 특수목적, 군사용으로 양식, 번식된 피라냐가 어떻게 하여 미국의 평화로운 리조트에 풀리고 그것이 사람을 마구 공격하고 물어뜯는 악몽으로 변한다는 내용이다.  영화 <피라냐>는 <죠스>에는 못 미치지만 대성공을 거두었고 오랫동안 이런 유의 영화의 대표작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3년 뒤 그...

[토이 스토리3] 여전한 ‘스토리’의 힘 (리 언크리치 감독 Toy Story 3, 2010)

지난 주말까지 <토이 스토리3>은 미국에서만 4억 달러, 전 세계적으로 9억 4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기록을 세웠다. 역대 흥행순위 9위에 해당한다. 픽사 애니메이션으로는 최고기록을 수립했고, 곧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흥행작인 <슈렉2>(4억 4천만 달러)의 기록도 뛰어넘어 ‘무한공간 저 너머로’로 날아오를 것 같다.  토이 스토리, 인생을 이야기 하다  한낮에 아이들이 인형을 껴안고 논다. 때로는 침을 잔뜩 묻혀가며 그들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이런 행복한 시간이 지나가면 인형들은 수납장에 들어가거나 방바닥에, 침대 밑에 내팽개쳐질 것이다. 방안의 불이 꺼지면 이들 인형에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카우보이 우디도, 우주보안관 버즈도, ‘트랜스포머 페이스’ 포테이토 아저씨도, 겁쟁이 공룡인형도 살포시 눈을 뜨고 숨을 쉬며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인간의 사랑을 받으며 낮과 밤이 다른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이다. 물론, 인형들 중에는 실밥이 터지고, 나사가 하나씩 빠져 나가며 분리수거통으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는 법. 어른이 되어 집을 떠나 어른의 세상으로 나갈 것이다. 남겨진 인형들은 어찌될까. <토이 스토리3>은 이별의 순간에 남겨진 인형들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앤디는 대학에 진학한다. 그 옛날 앤디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우디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하늘을 나는 최첨단 인형 버즈가 라이벌로 등장했었다. 하지만 인형들은 갖은 모험을 겪으면서 동질감을 느낀다. 바로 주인(앤디)에게 최대한 기쁨을 주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 앤디도 이제 그 많은 장난감을 정리해야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다락방에 고이 모셔두든가, 어디 좋은 곳에 기부라도 하든가, 아니면 쓰레기통으로 폐기처분하든. 인형들에겐 자신의 존재의의가 종말을 맞이하는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일관된 이야기는 사랑...

[악마를 보았다] 언퍼니 게임 (김지운 감독 I Saw The Devil, 2010)

  (박재환 2010.8.12)  김지운 감독은 <조용한 집>, <반칙왕>,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감독이다. 그가 이병헌과 최민식이라는 당대 한국 최고의 배우를 캐스팅하여 만든 영화 <악마를 보았다>가 언론매체의 관심을 받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이미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두 차례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터라 제작사나 감독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문제 장면을 삭제하여 겨우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제 오후 늦게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일반적으로는 기자시사회는 영화 개봉을 열흘 정도 앞두고 열린다. 그래야 충분히 기사화되어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개봉을 앞두고 네티즌 시사회를 잇달아 열어 인터넷에 붐을 조성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숙성기간 없이 오늘 바로 개봉된다. 어제 이 영화에 대한 언론매체의 관심은 대단했다. 2년 전 <놈놈놈> 기자시사회 때는 몰려든 일본 아줌마부대 때문에 시사회가 파행을 겪었기에 이번에는 ‘기자시사 사전등록’ 등 준비도 철저했다. 어쨌든 필름은 돌아갔고, 잔뜩 영화를 기대한 기자나 영화저널 사람들은 ‘일반 영화팬’보다 하루 먼저 보는 호사를 누린 셈이다. 그게 다다. 살인마에게 약혼녀를 잃은 남자, 잔인한 복수에 나서다 눈 내리는 한적한 시골길. 차량 고장으로 견인차를 기다리는 여자 주연(오산하)의 차 옆으로 노란 승합차가 다가선다. 타이어를 손봐주겠다던 이 남자, 돌연 차 유리창을 깨뜨리고는 주연을 끌고 사라진다. 주연의 약혼남 수현(이병헌)은 국정원 소속의 베테랑 요인 경호요원이다. 휴대폰으로 약혼녀에게 “얼른 일 마치고 보자”고 말한 상태였다. 그런데 끌려간 여자는 잔혹하게 살해당하고 사체는 절단된 채 유기된다. 훼손된 사체의 일부가 발견되고 오열하는 수현. 수현은 고통 속에 죽어간 약혼녀를 떠올리면 자...

[인셉션] 천재를 위한 바보 같은 영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Inception, 2010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있다.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남자의 고달픈 자아 찾기를 다룬 영화 <메멘토>로 평단의 대환영을 받았었다. 물론 그의 최고 작품은 <다크 나이트>일 것이다. 그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캐스팅하여 만든 영화 <인셉션>은 세계 영화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었다. 어제, 영화담당 기자에겐 이른 시간이 분명한 데 오전 10시에 시사회가 열렸다. 그런데 시사회장은 빈 좌석을 찾을 수 없을 만큼 기대가 높았다.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답게 ‘비주얼’하며, ‘스마트’하며, ‘클레브’하며, ‘파워풀’하다. <<할리우드 리포트>>지에서의 평처럼 이 영화는 적어도 3번은 봐야 제대로 된 영화평을 하거나 놀란의 미학적 완성도를 품평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영화평은 아침에 자다 말고 본 블록버스터에 대한 단평이니 2번 더 보면 달라질지 모른다. 그 점 이해하고 이 글을 읽고 영화를 기대하시라! 디카프리오가 누군가. ‘보고 보고 또 보고’의 원조 영화 <타이타닉>의 히어로 아닌가. 이 영화 조금 어렵다.  꿈을 훔쳐라, 생각을 가로채라, 의식을 바꿔버려라!  감독은 16살 때 처음 이 영화의 콘셉트를 생각했고 지난 10년 동안 시나리오를 가다듬었다고 한다. 수십 년 묵힌 영화의 콘셉트는 의외로 단순하다. 누군가가의 ‘꿈=인식=이해영역=생각에 잠입하여, 그 ’아이디어‘를 읽어내는 것이다. 좀 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타인의 그 ’아이디어‘를 조종하여 다른 생각으로 바꾸어 놓는다는 것이다. 여기 문어 ’폴로‘가 있다고 하자. 사람들이 월드컵 내기를 하려고 한다. 폴로는 월드컵 우승후보로 스페인을 찜한다. 그러면 배당은 낮아진다. 디카프리오가 폴로의 꿈에 침투(!)한다. 폴로에게 네덜란드를 찜하도록 조종한다면? 결국 이 영화는 독심술사, 심리술사, 그리고 조금의 사기꾼 마인드로 이루어지는 ‘마음의 범죄’를 다룬 영화인 셈이다. 물론 <다크 나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