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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살인] 가습기 살균제가 사람을 죽인다 (조용선 감독,2022) [박재환 2022.04.26] 1994년 한국의 한 생활용품 제조사에서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을 걸고 신제품을 내놓았다. 가습기살균제라는 것이었다. 방안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습기를 사용하는 집이 늘어났고, 가습기의 최대 단점은 물곰팡이의 증식이 높다는 것. 이것을 막기 위해 가습기 물통에 ‘살균제’를 넣기만 하면 아주 좋다는 것이 업체 주장이었다. 불티나게 팔리자 업체마다 유사상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년 사이에 한국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봄만 되면 폐질환 환자가 생기기 시작한 것. 폐 조직이 굳어 심각한 호흡장애를 불러일으키는 폐섬유증 환자가 급증한 것이다. 죽는 사람도 생기고. 단지, 그 이유를 모를 뿐이었다. ‘가습기 살균제’때문이라는 사실을. 살균제 성분 ‘폴리헥사메.. 2022. 5. 22.
[뮤지컬 ‘킹키부츠’ 라이브] 커뮤니티, 정체성, 그리고 변태부츠 (Kinky Boots: The Musical, 2019) “Everybody say yeah!” [박재환 2022.04.25] 뮤지컬 [킹키 부츠](원제:Kinky Boots)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이다. 21세기 들어 영국 노샘프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산업적 변화과정을 담고 있다. 오랫동안 이 지역 사회를 지탱하고 있던 제화공장들이 불경기로 잇달아 문을 닫게 된다. 프라이스 제화공장을 물려받은 젊은 사장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4대 째 동고동락한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해고되고, 공장건물은 사라지고 그 곳에 번듯한 신축아파트거 들어서면 되는가? 그때 찰리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드랙 퀸’이다. 밤무대에서 여장을 하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춤을 추는 인물이다. 문제는 거구(!)의 남자들이 신기에 하이힐의 뒷축이 부실하다는 것. 제화전문가의 눈에 새로운.. 2022. 5. 22.
[누가 총통을 쏘았나] 대만 대통령선거 총격사건의 재구성 (幻術, 티빙) [박재환 2022.03.10] 대한민국의 앞으로의 5년을 이끌 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선거 운동기간 후보와 진영 간에 펼쳐졌던 다이내믹한 열기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기고, 흥미로운 정치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현대사의 궤적에서 한국과 아주 흡사한 과정을 겪은, 그야말로 데칼꼬마니라고 할 수 있는 대만 정치판 이야기이다. 2004년, 대만 총통(대통령) 선거일 하루 전날 발생한 총격사건을 둘러싼 음모론이다. 티빙에 올라온 영화 ‘누가 총통을 쏘았나’(원제:幻術,2019)라는 영화이다. 흥미진진하다. 먼저,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대만현대사를 잠깐 알아둘 필요가 있을 듯하다. 1910년 마지막 황제 푸이가 5천년 왕정시대를 끝장내고 대륙은 인민의 나라가 된다. 모택동(마오쩌뚱)의 중국공산당과 장.. 2022. 5. 22.
[더 배트맨] 토호세력에 맞선 고독한 자경단원 [박재환 2022.03.07] ‘DC Comics’는 1937년부터 끊임없이 미국식 영웅들을 창조해왔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이 DC에서 태어난 영웅들이다. 코흘리개의 만화책을 뛰어넘어 세대를 이어가며 팬들을 사로잡았던 영웅들은 할리우드로 진출하여 글로벌한 영웅놀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나 마블과의 경쟁을 통해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적 차원의 정의놀음에 열중하고 있다. 마블에 항상 열세인 DC에서 내놓은 영웅담 최신담은 ‘더 배트맨’이다. 제목부터 거룩하다. 만화책 속 영웅 배트맨은 1939년에 처음 세상에 선을 보였다. 밥 케인과 빌 핑거가 창조해낸 배트맨은 고담 시티에서 악을 응징하는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이다. 80년의 세월이 지날 동안 브루스 웨인은 브루스 웨인대로 고민이 깊어지고, 배트맨은 배.. 2022. 5. 22.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하나님 (테무 니키 감독, 2021, 핀란드) [박재환 2022.03.04] 1998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이 개봉되었을 때 그 영화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친구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선 필견의 무비였다. 그런데 그 [타이타닉]을 안 본, 못 본 사람이 있다면? 핀란드의 이 남자가 ‘타이타닉’을 여태 보지 않은 이유를 따라간 본다. 핀란드 탐페레에 살고 있는 야코는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다. 병세는 악화되어 시력은 상실했고, 하반신이 마비되어 하루 종일 집에서 휠체어를 탄 신세이다. 그의 유일한 낙은 전화로 누군가와 수다를 떠는 것이다. 저 멀리 해멘린나에 살고 있는 시르파는 그의 '폰팔'이자 '소울메이트'이다. 시르파도 큰 병을 앓고 있다. 복지사의 도움 없이는 꼼짝도 못하는 야코는 어느 날 큰 결심을 한다. 해멘린나의 시르파의 집을 .. 2022. 5. 22.
[코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 (션 헤이더 감독,2021) [박재환 2022.02.28] ‘코다’는 농인(聾人) 부모 아래서 태어난 자녀(Children Of Deaf Adults)를 일컫는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와 ‘기억의 전쟁’을 만든 이길보라 감독이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 ‘코다’이다. 이길보라 감독이 쓴 책 를 보면 ‘코다’의 처지를 엿볼 수 있다. 이길보라 감독은 태어나면서 줄곧 ‘침묵의 세계(농사회)와 ’소리의 세계‘(청사회) 사이에서 말을 옮기는 것’이 정체성이 되었다고 말한다. 션 헤이더 감독의 영화 [코다]도 그런 인물이 주인공이다. 미국 해안마을에 사는 루비(에밀리아 존스)의 아빠, 엄마, 오빠는 모두 농인이다. 고등학생 루비는 이들 가족의 ‘침묵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를 연결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매일 새벽 루비는 아빠, 오빠와 함께 작.. 2022. 5. 22.
[시크릿 카운터] 오징어게임 같은 세상에서 평안을 얻으려면...(人数の町,2020) [박재환 2022.02.16]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극장가는 또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미룰 만큼 미루고, 버틸 만큼 버티고 있는 영화사, 제작사, 수입사들이 개봉을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일본영화 (원제: 人数の町/ The Town of Headcounts)는 그런 상황 속에서 극장 개봉한다. 아라키 신지 감독의 이 영화는 재작년(2020) 일본에서 개봉된 작품이다. 무엇이 ‘시크릿’할까. 영화는 미스터리한 세상사를 다룬 디스토피아 드라마다. 빚 독촉에 쫓기던 아오야마(나카무라 토모야)가 사채업자에게 곤욕을 당할 때 한 남자가 나타나 구원의 손길을 뻗는다. 그를 따라 어떤 특별한 시설로 들어간다. ‘오징어게임’이라도 할 것인가?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오야마는 .. 2022. 5. 22.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소멸되는 사람, 사라지는 이야기 [박재환 2022.01.24] 참으로 슬프고도 슬픈,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한 편 개봉한다. 이 영화를 몇 명이나 볼지 모르겠지만, 이런 이야기의 이런 영화가 있었다는 사실만은 기억해야할 것 같다. 김동령과 박경태가 공동감독한 영화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이다. 제목만 들으면 마치 ‘전래동화’려니 하겠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여성비극을 담은 대한민국 현대사 고발극이다. 영화는 경기도 의정부의 한 동네를 보여준다. 배나무가 많았다고 해서 배벌, 뱃벌, 뱃뻘로 불렀던 곳이다. 이곳에는 오랫동안 미군기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곳에는 주한미군을 상대로 ‘몸을 파는’ 여자들의 업소가 있다. ‘기지촌 양공주’라고 불리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불편하겠지만 평생 ‘그 일’을 해온 사람이 주인공이.. 2022. 5. 22.
[원 세컨드] 필름시대의 부성애 (一秒鐘 장예모 감독,2021) 중국현대사를 ‘중국입장’에서 약술하면 이렇다. 1949년 모택동이 천안문광장에서 ‘5천년의 폐악’을 일거에 뒤집고 인민의 나라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을 선포한다. 그런데, 나라가 틀을 잡기도 전에 한국전쟁이 터지고 ‘미 제국주의’가 중국을 집어삼킬까 전전긍긍한다. 전쟁이 끝나자, 이번엔 자연재해가 이어지고 수백만이 굶어죽는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공산국가 중국이 생존할 길은 암담하다. 모택동은 홍위병을 앞세워 문화대혁명을 일으킨다. 전혀 문화적이지 않았던 인성말살의 10년동란(十年動亂)이 이어진다. 그리고 1976년, 모택동이 죽고 4인방이 몰락한다. 이 때 등소평이 전면에 등장하며 ‘돈이면 최고’인 현대중국이 비로소 탄생한 것이다. 10년간 문을 닫았던 대학도 다시 열리고, 신입생을 다시 뽑기 시작한.. 2022. 5. 22.
[뮤지컬 ‘킹키부츠’ 라이브] 커뮤니티, 정체성, 그리고 변태부츠 “Everybody say yeah!” 뮤지컬 [킹키 부츠](원제:Kinky Boots)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이다. 21세기 들어 영국 노샘프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산업적 변화과정을 담고 있다. 오랫동안 이 지역 사회를 지탱하고 있던 제화공장들이 불경기로 잇달아 문을 닫게 된다. 프라이스 제화공장을 물려받은 젊은 사장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4대 째 동고동락한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해고되고, 공장건물은 사라지고 그 곳에 번듯한 신축아파트거 들어서면 되는가? 그때 찰리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드랙 퀸’이다. 밤무대에서 여장을 하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춤을 추는 인물이다. 문제는 거구(!)의 남자들이 신기에 하이힐의 뒷축이 부실하다는 것. 제화전문가의 눈에 새로운 아이템이 떠오른다. 그들을 위.. 2022. 4. 25.
[엔드게임:나는 킬러다] 프로로 살다가 잃은 것이 있다면 (요효지 감독,2021) 한때 홍콩영화가 한국극장가의 흥행보증수표였던 적이 있다. 성룡과 주윤발을 필두로 장국영, 유덕화, 주성치 등이 극장가를 쥐락펴락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유덕화는 지금도 영화를 찍고 있단다. 작년 개봉된 황정민 주연의 [인질]은 유덕화가 제작하고 출연했던 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를 한국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내일(20일) 개봉하는 영화 ‘엔드게임: 나는 킬러다’는 유해진 주연의 한국영화 ‘럭키’를 중국에서 리메이크한 것이다. 물론, ‘럭키’는 일본영화 ‘열쇠도둑의 방법’(2012)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즉, ‘열쇠도둑의 방법’과 ‘럭키’, ‘엔드게임:나는 킬러다’는 같은 내용이라는 것이다. 무명배우와 청부살인업자의 뒤바뀐 인생을 담고 있다.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의 또 다른 버전인 셈이다... 2022. 1. 24.
[청춘적니] 그녀와 함께 한 3650일 (굴초소+장정의) 최근 중국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얼핏 보면 말랑말랑한 대만 청춘영화로 오해하기 쉬운 ‘청춘적니’(靑春的你)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청춘의 너’라는 뜻이다. 중국 원제목은 ‘我要我們在一起’이다. ‘난 우리가 함께 하길 원해’란 뜻이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이렇게 간절하게 ‘함께 하기’를 기원할까. 영화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벌판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중국 서북부 신장지역. 뤼친양은 눈보라 속에서 위태롭게 측량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오늘은 그녀를 안지 3650일. 내일은 그녀의 결혼식. 달려갈 것이야.”라고 말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영화는 곧장 10년 전의 청춘의 한 때로 달려간다. 고등학생 뤼친양은 그야말로 ‘일견종정’(一見鍾情), 첫눈에 링이야오에게 반하고 만다. 하지만, 모든 청.. 2022. 1. 24.
[맥베스의 비극] 애플TV+에서 만나는 코엔 감독의 세익스피어극 세계적인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1606년 무렵에 처음 공연한 ‘맥베스’가 다시 한 번 영화로 만들어졌다. ‘맥베스’라면 적어도 오손 웰즈 버전(1948)부터 최근의 저스트 커젤 감독 버전까지 수도 없이 많이 만들어졌다. ‘맥베스’ 리스트에는 로렌스 올리비에가 그의 (두 번째) 아내 비비안 리와 함께 찍으려고 했던 미완의 ‘맥베스’도 있다. 그 넓고도 깊은 셰익스피어의 바다에 코엔 감독이 뛰어든 것이다. 그동안 형 조엘 코단은 동생 에단 코엔과 함께 ‘블러드 심플’을 시작으로 ‘바톤 핑크’,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많은 걸작을 만들었다. 이번 신작 [맥베스]는 조엘 코엔이 동생과의 협력 없이 혼자 작업한 첫 작품이다.이 영화는 작년 9월 뉴욕필름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되었고, 12월 미.. 2022. 1. 24.
[해탄적일천] 여자의 길, 대만의 운명 (양덕창 감독,1983) 세계영화사를 다룬 책에는 1950년대와 60년대를 장식한 프랑스 누벨바그에 대한 설명이 있다. 기존 영화들이 답습(!)한 문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상미학을 추구한 일련의 감독들이 나열되어 있다. 시차는 있지만 낡은 것을 깨부순다는 의미에서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서극과 허안화 등이 이끈 홍콩, 후효현과 양덕창이 이끈 대만의 경우이다. 중국어로는 ‘신낭조’(新浪潮)이다. 그냥 ‘새로운 물결, 파도’라는 뜻이다. 6일, 대만 양덕창(양더창, 에드위드 양) 감독의 ‘해탄적일천’이 개봉한다. 양덕창 감독의 데뷔작이자, 대만 신낭조의 신호탄이 된 작품이다. ● 도시와 어촌 마을, 남편이 사라졌다 영화가 시작되면 파도가 치는 해변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하다. 한.. 2022. 1. 24.
[램 ] 아이슬란드에는 사람이 산다, 양이 산다, 그리고.... (발디마르 요한손 감독,2021) 발디마르 요한손 감독은 아이슬란드 사람이다. 영국 위쪽에 위치한 아이슬란드는 인구가 38만명 정도의 ‘오지’국가이지만 그 지리적 풍광 때문에 낯설지는 않다. 워낙 장엄한 천혜의 모습을 갖고 있기에 ‘프로메테우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왕좌의 게임’, ‘오블리비언’, ’인터스텔라‘ 등 수많은 영화의 로케지로 각광받은 땅이다. 바로 이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그리고 미국에서 개봉된 아이슬란드 작품 중에서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가 한국에서도 개봉되었다. 바로 ’램‘(원제:Lamb)이다. 아마, 한국에서도 최고흥행기록을 세운 아이슬란드 영화가 될 것 같다. 영화는 괴기스러우며, 환상적이며, 지극히 인간적인, 그러면서도 ‘동물의 왕국’이다. 이 혼란스러운 영화를 어찌 사.. 2022. 1. 24.
[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 영화로 20세기 유럽사 공부하기 (매튜 본 감독,2021) 최근 콘텐츠업계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것은 아마도 ‘설강화’일 듯. 역사적 사실/사건을 다루는데 있어서의 창작의 자유, 혹은 한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해묵은 논쟁거리를 던져준다. 여기에 조금이나마 그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 최근 개봉되었다. 매튜 본 감독의 흥행 프랜차이즈 ‘킹스맨’의 신작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원제:The King's Man)이다. 물론, 철저한 할리우드 오락물이다. 2015년 개봉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서는 세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영국 런던의 고급 양복점 지하에 아지트를 구축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악당을 처치하는 현대판 비밀조직을 보여준다. CIA나 MI5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것은 국가 차원의 공인기관이 아닌, ‘정의로 뭉친 신사들의 집단’이라는 것. .. 2022. 1. 24.
[긴 하루] 먹고, 마시고, 어떻게든 영화찍기 (조성규 감독,2021) 살다보면 참으로 길고긴 하루를 경험할 때가 있다. 뜻밖의 전화를 받고 허둥지둥 집을 나와 미친 듯이 돌아다니고, 사람을 만나고, 오해하고, 싸우고, 얻어터지고, 울고불고, 끼니를 거르며 뛰어다니다가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서 엎어져서는 “이게 무슨 일인감?”하고 말이다. 보통 째깍거리는 시계침을 BMG로 하는 액션스릴러 장르의 영화가 이렇다.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 진이 다 빠질 만큼 피곤해진다. 그런데, 조성규 감독이 그리는 ‘긴 하루’는 어떨까. 분명 먹고, 마시고, 돌아다니느라 피곤해질 것이다. 그의 영화를 몇 편 봤다면 말이다. 오늘(30일) 개봉하는 영화 [긴 하루]는 조성규 감독 작품이다. 정확히 몇 번째 연출작인지는 모르겠다. 조성규는 영화제작, 배급, 시나리오, 감독 등 멀티형 영화인이다. 자신.. 2022. 1. 24.
[해피 뉴 이어] “우리의 새해는 지난해보다 따뜻하리라!”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비키 바움의 소설을 충실하게 영화로 옮긴 [그랜드 호텔](원제:Grand Hotel)은 1932년 제 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세모의 ‘그랜드호텔’을 배경으로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한곳에 모여 다양한 인간군상극을 보여준다. 이후 특정한 공간에서 우연이든, 인연이든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모여 그들의 삶의 모습을 다양하게 풀어가는 방식을 ‘그랜드호텔식 구성’이라고 한다. ‘에어포트’가 될 수도 있고, ‘포세이돈 어드벤처’일 수도 있다. 29일 개봉하는 [해피 뉴 이어]도 그런 작품이다. 사람들은 서울의 가상의 호텔인 ‘엠로스 호텔’로 모여든다. 집에 보일러가 터져 호텔에 숙식하게 된 호텔 대표님을 비롯하여 수많은 호텔 근무자, 그리고 수많은 호텔 투숙객들, 그리고 그.. 2022. 1. 24.
[드라이브 마이 카] 그 남자는 거기 있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2021)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시나요?” “예! 그렇고말고요.” 누가 싫다고 하겠는가. 장편도 좋고, 단편도 좋고, 소설도 좋고, 에세이도 좋다. 그 정도 읽었으면 하루키가 마라톤 광이며, 비틀즈 매니아라는 것도 잘 알 것이다. 하루키가 2013년 쓴 단편소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비틀즈가 1965년 발표한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여하튼 그 제목의 그 소설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상영시간은 179분. 충분히 길다.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고,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류스케 감독이 직접 부산을 찾은 가운데 소개되었고, 마침내 어제 한국극장가에 개봉되었다. 하루키를 좋아하거나, 류스케를 좋아하거나, 일본영화 감성을 좋아하신다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 남편, 아내, 정부, 그리.. 2022. 1. 22.
[매트릭스 1편] 숟가락으로 매트릭스를 구부리는 방법 영화 1편이 공개된 것은 1999년이었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개봉되기까지 22년이 걸렸다. 그동안 영화판은 많이 바뀌었다. CG로 구현하는 세상이 훨씬 하이퍼 리얼리티가 되었고, 극장 대신 OTT가 영화팬을 더 끌어들이고 있으며, 와쇼스키 ‘형제’가 사라졌다. [매트릭스 리저렉션] 개봉에 앞서 극장에 잠시 4K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의 [매트릭스]가 개봉되었다. 사실 더 달라진 것도, 더 새로운 것도 없지만, ‘오리지널 매트릭스’ 속으로 들어가 본다. 대도시, ‘하트 오브 더 시티’호텔. 허름한 방 안에서 노트북을 앞에 둔 트리니티(캐인 앤 모스)는 자신을 체포하려온 경찰을 공중 부양하듯이 떠오르더니 회전하며 순식간에 총을 든 경찰들을 압도한다. 그리고 이어 선글라스를 쓴 요원의 추적을 피해 도시 .. 2022. 1. 22.
[반칙왕]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낸 그 느낌처럼 (김지운 감독, 웨이브) 최근 개봉된 마블-소니의 히어로무비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이 예상대로 태풍급 흥행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역대 스파이더맨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큰 책임이 따르는 ‘스파이더맨’의 결정적 순간이 떠올랐다. 토비 맥과이어는 ‘거미인간’이 된 후 돈을 벌기 위해 어둠의 경기(레슬링)에 나선다. “3분만 버티면 3천 달러를 주겠다”는 말에 현혹되어 복면을 쓰고 링에 오르는 것이다. 슈퍼히어로의 슬픈 데뷔식이다. 함께 떠오른 영화가 있다. 김지운 감독의 2000년 개봉영화 [반칙왕]이다. 송강호가 쫄쫄이를 입고, 타이거마스크를 쓰고 링에 오른다. 무엇을 위해? 챔피언벨트를 위해? 상금을 위해? 사랑을 위해? ‘큰 힘도 없고, 큰 책임도 없는’ 소시민 송강호의 도전이다. 은행원 임대호(송강호)는 오늘도 콩나물 지하철에 .. 2022. 1. 22.
[아웃사이더] 스티븐 킹의 수사방식 (웨이브) 스티븐 킹은 할리우드에서 각광받는 인기 작가이다. 그는 SF판타지, 호러, 추리 장르에서 장인의 솜씨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끊임없이 드라마로, 영화로 만들어진다. ‘캐리’, ‘샤이닝’, ‘미스트’, ‘쇼생크탈출’, ‘그린 마일’, ‘미저리’, ‘그것’, ‘스탠 바이 미’ 등이다. 이들 작품 외에도 “원작이 도대체 어땠기에 이렇게 엉망인가?”싶은 작품 목록도 따로 있을 정도이다. 그런 그의 작품은 이제 OTT(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웨이브에는 ‘아웃사이더’(원제:The Outsider)가 올라와 있다. 스티븐 킹이 2018년 쓴 소설이고, 작년 초 HBO에서 방송되었으니 최신작인 셈. 장르는 범죄드라마이다. 그런데 스티븐 킹 원작답게 단순한 범죄드라마가 아니다.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2022. 1. 22.
[베네데타] 수녀원, 신성모독, 그리고 폴 버호벤 지난 (2021.12월) 1일 극장가에 아주 논쟁적인-그리고 선정적인, 영화가 한 편 개봉되었다. 폴 버호벤 감독의 신작 [베네데타](원제:Benedetta)이다. 폴 버호벤 감독은 샤론 스톤이 나왔던 ‘원초적 본능’ 말고도 소재나 표현 측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이 많다. 하다못해 [스타쉽 트루퍼스]에서는 남녀 신병들의 샤워씬 촬영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그런 그가 17세기 유럽의 닫힌 공간 ‘수녀원’ 내부의 은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마음의 준비는 충분히 해둬야 할 것이다. 수녀들의 은밀한 일탈행동과 충격적 신성모독, 그리고 중세 화형식이 ‘분명’ 펼쳐질 것이니 말이다. ● 베네데타, “주님이 제게 말씀하셨어요” 배경은 17세기 이탈리아 토스카니 페샤(Pescia)의 테아티노회 수녀원(Theat.. 2022. 1. 22.
[소설가 구보의 하루] 걷고 방황하다 길을 찾다 (임현묵 감독) 임현묵 감독의 ‘흑백’ 독립영화 가 오늘(9일) 개봉된다. 문득 박태원 작가의 중편소설 을 읽어본 영화팬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소설가 박태원이 을 발표한 것은 1934년이다. 박태원은 한국전쟁 발발 초기 월북하여 북에서 작가 생활을 계속하며 대작 을 집필했다. 여하튼, 은 흥미롭다.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구보씨는 번듯한 직장을 구하라는, 그리고 참한 아가씨 선을 보라는 엄마의 걱정 반 근심 반 잔소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하루밤낮을 서울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만나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늦은 밤, 혹은 새벽에 집으로 돌아온 구보씨가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 임현묵 감독은 일제 강점기 룸펜의 방황기를 2021년 버전으로 바꾼다. 무명소설가 구보는 집을 나서.. 2022.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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