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 크로닌의 미이라>(Lee Cronin's The Mummy, 2026)는 할리우드가 만든 이집트 괴담 최신 버전이다. 1922년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왕가의 계곡에서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하면서 시작된 파라오의 저주는 할리우드에서 꾸준히 리바이벌 되고 있다. 톰 크루즈가 유니버설 몬스터의 숨구멍을 막은 뒤, 리 크로닌 감독이 다시 ‘미이라’를 심폐소생 시킨 것이다. 혹시라도 그들의 연관성을 오인할까 감독은 아예 제목에 자신의 인장을 찍는다. 여하튼 영화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시작한다.
이집트 아스완. 한 이집트 가족에게 초자연적인 현상이 벌어진다. 그 집 지하실에 있는 작은 피라미드. 관 속의 미이라가 움직이더니 저주의 봉인이 풀리는 것이다. 그리고 카이로의 미국인 기자, 찰리 캐넌 집에도 불운이 덮친다. 어린 딸 케이티가 흑마술을 펼치는 사람에게 납치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8년의 세월이 흐른 뒤, 찰리 가족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여전히 ‘케이티’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런데 케이티가 살아서 돌아온다. 석관 속에서, 혼수상태로. 케이티는 이집트 고대언어가 쓰인 양피지에 싸인 기이한 모습이었다. 이제 이 미국인 가족은, 이집트 고대 주술에 가스라이팅 된 케이티를 두고 오래된 저주의 늪에 빠진다.
영화는 기존의 모래폭풍과 도시파괴적 블록버스터 미이라 스토리가 아니다. 저주의 핵심은 가족공동체의 해체이다. 케이티의 몸에 각인된 저주의 문자는 고대 이집트 신관문자(Hieratic)로 쓰인 ‘나스마라니안’ 악마의 문자이다. 리 크로닌은 전작 <홀 인 더 그라운드>와 <이블 데드 라이즈>에서 보여주었듯, 가장 친밀해야 할 존재가 가장 낯선 타자로 변할 때 발생하는 공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영화 속 흑마술/저주는 구성원 사이의 의심을 키운다. 초서체 형태의 신관문자는 영화 내내 불길한 기운을 이끈다. 이집트 고대 종교의 원초적인 힘과 기독교(혹은 카톨릭) 신앙과 충돌하는 지점이 인상적이다. 십자가를 쥐고 기도하는 할머니는 고대의 악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진다.
이 영화에서 아역 배우의 열연은 볼만한다. 어린 케이티의 순수한 얼굴이 서늘하게 변할 때의 이질감은 공포심을 키운다. 영화 <엑소시스트> 이래 목이 돌아가고, 뼈가 뚝뚝 부러지는 소리는 여전히 공포스럽다.
브렌던 프레이즈와 톰 크루즈의 ‘유니버셜’ 미이라가 '박물관의 전시물' 같았다면, 이번 워너와 블룸하우스의 작품은 오랜 세월을 이집트 나일강변의 모래 깊숙이 파묻혔던 나무관짝에서 건져낸 유물 같다. 바스러지는 헝겊에는 기이한 문자가 남아있고, 갑자기 쏟아지는 빛에 스러지는 오래된 시신에는 저주만 남아있다. 저주는 어떻게 없애냐고? 방법이 없다. 오래된 그들의 저주를 막을 순 없다. 그래도 리 크로닌 식 솔루션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액땜‘(代數代命)이 떠올랐다. (박재환.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