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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 규칙은 지켜라 * Rules of Engagement, 2000 *

    용감한 해병대 샤무엘 잭슨 대령에게 특수임무가 떨어진다. 예멘의 미국대사관이 극렬시위대에 둘러싸여 상당한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명령에 의해 함정에서 헬기로 대사관 옥상에 도착한다. 수백 명의 시위대가 대사관에 돌을 던지고, 여기저기서 위협사격을 가하고 있다. 군중심리에 의해 이들 시위대의 행동은 점차 과격해지고, 미국 대사는 황급히 이곳을 철수하기로 하고, 성조기를 뚤뚤 말아 헬기를 타고 탈출한다. (대사관 건물은 미국 땅이다. 미국 대사관이 그곳에 있는 게 싫으면 단교하는 수 밖에 없다!) 이제 건물 밖의 시위대는 더욱 열을 내며 콩알 볶듯 총을 쏘아 댄다. 상황의 위급성을 인지한 샤무엘 대령은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옥상의 해병대원들은 시위대를 향해 기관총 소사를 시작한다. "드르륵..." 눈 깜짝할 사이 시위대는 피투성이가 된다. 그 과정에서 73명이 죽는다. 총 가진 놈은 한 놈도 안 맞고 시위대에서 있던 비무장 민간인들만이 희생당한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펼친 신문에는 비무장 민간인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한 미국의 조치를 비난하는 외국 반응 일색이다. 미국은 중동의 평화를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고, 사무엘 대령의 월권행위를 군사법정에 세운다.    여기서부터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은 몇 가지 혼돈에 빠진다. 사무엘의 유무죄에 따라, 미국의 국가 도덕성이 살아나느냐 하는 것. 물론 미군은 미국이니까 미군의 잘못은 미국의 잘못이라는 단선적 평가에서부터, 미군이었든 대통령이었든 미국의 가치관에 어긋나면 그 사람은 유죄판결 받아 미국의 장기적인 국익을 챙겨야한다는 지극히 미국적인 법정의까지.    물론, 이 영화에서는 미국영화(!)답게 사무엘의 무죄가 선고된다. 여기서 이 영화의 원제 <룰스 오브인게이지먼트>에 관심이 간다. <교전수칙>이라고 군인이 전투 중에 꼭 지켜야하는 규칙들이다. 물론, 이런 수칙이 베트남 정글에서, 화염...

[아메리칸 사이코] 물질만능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탈출구 (American Psycho,2000)

  1980년대 레이건 시대 미국 여피(Yuppie)사회를 다룬 <아메리칸 사이코>(2000)는 브렛 이스턴 엘리스의 논쟁적인 원작소설을 여성감독 메리 헤론이 영화로 옮긴 것이다.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금융관련 종사자의 극단적 삶의 행태를 담고 있다. 주인공 패트릭 베이트만(크리스찬 베일)은 맨하턴의 최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다. 온몸을 각종 명품 브랜드로 치장하고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스토랑만 이용하는 잘 나가는 금융맨이다. 그러나 동료들은 살벌한 경쟁자이며 겉으로 드러난 삶은 가식에 가까울 뿐이다. 그들의 지독한 업무 스트레스는 희대의 연쇄살인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그가 저지른 모든 살인행위가 실제 일어난 현실인지 아니면 그의 마음 속 상상에 불과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미 월스트리트 종사자의 정신 상태는 현실과 환각 속을 오갈 뿐이다. 원작소설은 정식출간 전부터 이미 논쟁의 중심에 썼다. 주인공이 펼치는 엽기적 폭력과 살인 등에 대한 과도한 묘사 때문이었다. 소설 속 묘사는 너무나 세세하고 충격적이어서 출판사가 손을 들 정도였다. 감독은 소설의 공격성과 끔찍함을 톤다운 시키는 동시에 소설이 담고자한 주제의식을 명확히 드러낸다. 1980년대 고도성장의 최고정점에 선 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맨을 통해 이기주의와 물질만능 시대의 정신적 황폐감을 고스란히 그려낸다. 하지만 그들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작품 속에서 그들의 일 자체는 한 번도 거론되지 않는다. 단지 누구는 무슨 옷을 입고, 누구는 어디서 밥을 먹고, 누구는 어떤 새로운 명함을 만들었는가가 이들의 주요관심사이다. 베이트만은 미국의 인종차별에 대해 맹비난하면서도 바로 다음 순간에는 세탁소에서 자신의 와이셔츠를 망쳐놓은 아시아계 세탁소 주인에게 극단적 인종차별발언을 쏟아놓는다. 똑같이 미국 경제가 부랑자를 양산했다면서 동정의 발언을 하고 나서도 그 날 밤에는 거리의 홈리스를 무자비하게 난자한다. 그의 살인은 통제 불능의 수준에 ...

[그린 마일] Of Mouse and Men (The Green Mile,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1999)

 원작자 스티븐 킹과 프랭크 다란본트 감독이 만나 만들었던 작품 <쇼생크 탈출>은 imdb에서 한동안 네티즌이 뽑은 영화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켰었다. 그리고 그 영화에서 팀 로빈스가 쏟아지는 빗속에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으며 '자유'를 만끽하는 영화포스터는 아직도 인기 있는 그림이다. 그런 두 사람이 또다시 만나서, 또다시 감옥이야기를 내놓았으니 관심이 갈 만하다. 스티븐 킹이야 베스트셀러 작가일 뿐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가장 입김이 센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수많은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이 극장용이든 TV용이든 영화화되었다. 이 작품이 처음 페이퍼 북으로 나왔을 때 출판계는 상당한 관심을 보였었다. 이전까지 스티븐 킹이 단행본을 내놓았던 것에 비해 <그린 마일>은 짧은 호흡의 문고판 여섯 권을 96년 4월부터 9월까지 차례로 내놓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스릴러물이나 판타스틱 소설을 이렇게 찔끔찔끔 감질 맛나게 내놓는 것이 독자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여섯 권의 연작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어 역시 스티븐 킹의 이름 값을 했고, 곧장 스크린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프랭크 다란본트의 데뷔작은 1983년에 만든 30분 짜리 단편독립영화 <The Woman in the Room>이었다. 원작은 바로 스티븐 킹이었고, 프랭크 다란본트가 스티븐 킹의 <쇼생크탈출>로 대성공을 거둔 후 차기 작을 준비할 때 스티븐 킹의 차기작품 <그린 마일>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때 스티븐 킹은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의 TV판을 준비하고 있었고, 프랭크 다란본트는 그 길로 촬영장의 스티븐 킹을 만나보기 위해 마치 <샤이닝> 속의 잭 토랜스처럼 차를 몰고 콜로라로로 달려갔다. 그리고 채 완성되지도 않은 <그린 마일>의 판권을 양도받았다. 영화화권에 대한 옵션은 단지 1달러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것에 대...

[십이야] 선수들의 작업 (임애화 (林愛華) 감독 十二夜 Twelve Nights 2000)

 이전에 신문 연재만화 중에 "love is……."라는 귀여운 한 컷짜리 작품이 있었다. 앙증맞게 생긴 조그만 남녀 애가 (아마 발가벗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귀여운 포즈를 취하고 있고 밑에는 love is.(사랑은 ~~이다)라고 한줄 감동적인 글이 쓰여 있었다. <십이야> 영화를 보면서 그 만화가 떠올랐다. <십이야>는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사람-그것도 여자-의 심리상태를 보여준다. 여자의 시각에서라고? 그렇다. 이 영화는 한 남자에게서 헤어나질 못하는 여자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자는 수동적이라고? 그렇지 않다. 이 여자도 이미 다른 남자를 사귄 적이 있다. 그럼, 일단 거리에 나가보면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 중에, 어떤 콩깍지가 씌어, ‘필연’이 되어버린 사랑에 절망하게 되는 것일까.  이 영화는 지난 2000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었다. 그때 임애화 감독이 한국을 찾았었다.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하여 감독이 된 사람(여자!)인데 멜로드라마, 러브 스토리로선 좀 색다른 면을 보여준다. 확실히 남성의 몽상적 환타지라기 보다는 여성의 현실적 연애기이다.  성탄절, 캐리어 우먼(오피스 레이디)인 지니는 친구들과 수다를 뜬다. 그런데 한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전날 보니 너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애랑 걸어가고 있더라." 순간 지니의 심리는 엉망이 되어버린다. 그 고자질쟁이 친구는 자신의 애인 알란에게 지니를 집까지 바래다주라고 한다. 아, 어떻게 될 것인가. 방금 버림 받은(정확히는 양다리 걸친 남자에게 속아 넘어간) 지니와 멀쩡한 커플의 남자 알란은 이렇게 하여 같은 택시를 타게 된다. 둘 사이에서 연애감정이 하룻밤 만에 싹튼다면 그것은 확실히 감정의 오버이다.  이 영화가 유난히 재미있는 것은 ‘12야’(열두 밤)를 다루면서 각 챕터별로 그 상황에 딱 맞는 광고용 코멘트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첫날밤. 사랑은 홍역이다. 한번 심하게 앓으면 만사 0.K.! 그렇게 지니는 알란을 알게 되고, ...

[징기스칸(칭키즈칸)] 야만적인 민족영웅 (사이푸, 마이리스 감독 一代天骄成吉思汗 Genghis Khan, 1998)

  우선, 외래어표기와 관련하여 잠깐 설명해야겠다. 중국어 발음이 [청지스한]인 <成吉思汗>이란 영화는 2000년 4월에 <징기스칸>이란 제목으로 국내 극장에서 개봉되었고 같은 제목으로 비디오가 출시되었다. 그리고 지난 주 KBS-1TV <명화극장>에서 방송할 때는 새로이 <칭기즈칸>으로 표기되었다. 이유는 한국인의 올바른 국어교육에 힘쓰는 공영방송 KBS가 '외래어표기법'에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에도 <칭기즈칸>으로 나온다. 이와 더불어, '몽고'라는 말도 '몽골'이란 말로 바뀐 지 오래되었다. 이건 88 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이루어진 캠페인의 일종인데, 그 나라 말로 '몽고'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꼭 '몽골'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해서 이후 '몽골'이 정착된 것이다. 자, 제목은 그 정도로 하고 이번에 이 영화의 국적에 대해서 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영화의 감독 '사이푸'(塞夫)와 '말리시'(麦丽丝 중국어 발음은 [말리시]가 아니라 [마이리스]이다)는 부부이며 둘 다 북경전영학원 출신이다. 그리고 둘다 내몽골 출신이다. 이 내몽골은 엄연히 중국 땅이다. 내몽골이 있으면 당연히 외몽골도 있겠지. (지리적 개념으로 보아 확실히 중화사상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몽골은 몽골인민공화국(Mongolian People’s Republic)을 일컫는다. 면적이 156만㎢로 남한의 15배가 넘지만 인구는 겨우 240만 명이다. 사회주의 두 강대국 '소련'과 '중공'에 끼어있던 이 나라는 오랫동안 공산당이 지배하는 국가였다. 1990년대에 들어 사회주의를 탈피 민주화이 길로 나선 나라이다. 어쨌든 같은 몽골리안이면서 두 개의 지역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민족적 분포로 보자면 이들 민족은 이 지역 말고도 중앙아시아에 넓게 분포되...

[더 셀] 무의식의 세계에서 범인 찾기 (타셈 씽 감독 The Cell 2000)

  (박재환 2002.9.27.) <더 셀>은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럭저럭 재밌는 영화에 속한다. 이 영화는 절대적으로 이미지 하나로 승부하는 작품이다. 여성 몸매를 부각시키려는 수작은 부리지 않고 온통 화려한 색조로 스크린을 도배하는 캔버스 전략을 세웠다. 흰색과 붉은색, 그리고 온갖 원시적 색채감으로 충만한 <더 셀>은 그렇게 관객과 영화의 융합을 일단 가로 막은 채 진행된다. 아이고, 눈 아파라. 제니퍼 로페즈는 연구원이다. 구체적으로 무슨 연구를 하는지, 무슨 직책인지는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이 노래 잘 하는 가수가 흰 가운을 입고 의사같이 행동한다. 물론 흰 가운을 입고 청진기 들고 어려운 의학용어를 내뱉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프로이드가 컴퓨터를 제대로 배웠으면 했음직한 일들을 해치운다. 특수한 장치를 한 옷을 입고, 특수한 장치에 매달려, 특수한 의료행위를 펼친다. 지금 가사상태에 빠진 소년의 뇌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니깐.. 전기충격으로 인간의 뇌파작용을 활성화 시켜 사이클을 동조화 시키고 소년의 가사상태의 이드 속으로 잠입하여 슈퍼에고를 불러내는 것이다. 무슨 말? 나도 모른다. 프로이드는 알지도 모를 일. 어쨌든 제니퍼 로페즈는 소년의 꿈과 환상에 존재하는 비현실적 현실에서 소년이 앓고 있는 병을 진단하고 그 처방전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물론, 실패한다. 왜냐, 프로이드가 아니고 가수이기 때문에. --; 그때 미국의 또 다른 동네에선 여자가 납치당한다. 연쇄살인범 칼 스타거가 금발 미녀를 납치하여 지하창고에 가둬놓는다. <양들의 침묵>의 엽기적 연쇄살인마 '버팔로 빌'과 대비하기 위해 이 놈의 범죄행각을 자세히 묘사하겠다. "어린이 여러분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늦은 밤 빌딩 주차장. 젊은 금발의 여자는 불안해하며 자기의 차에 오른다. 차를 빼는 순간 "깨~깽" 개소리가 난다. '아이고, 개를 친 모양이구나' 내려서 뒤로 간...

[차이나 스트라이크 포스] 확실한 당계례 액션! (당계례 감독 雷霆戰警 China Strike Force 2000)

(박재환 2002/9/20) 홍콩영화의 몰락에 대해서는 너무 자주 이야기해서 다시 거론하는 게 미안할 따름. 그래서 긍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차이나 스트라이크 포스>를 리뷰해 한다.    성룡이 <러시아워> 같은 미국자본의 영화에 출연하기 전에 미국에서 빅 히트를 친 그의 액션물은 <홍번구>(96년개봉 3,200만 달러), <폴리스 스토리4>(97년 개봉 1,400만 달러)이다. 이 영화의 공통점은 바로 당계례(Stanley Tong)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아시아에서 20년 이상 흥행성을 인정받아온 성룡의 아크로바틱한 몸놀림을 미국시장에서도 수용될 수 있게 승화시킨 것에는 당계례 감독의 공도 클 것이다. 당계례 감독은 스턴트맨으로서 홍콩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하는 액션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당 감독은 성룡 영화가 미국에서 성공한 후에는 미국 디즈니의 코미디물 <미스터 마구>를 감독하기도 했고, 미국에서 꽤 인기를 얻은 홍금보 주연의 TV시리즈 <마샬 로>(동양특급 로 형사)를 몇 편 연출했다.  당계례 감독의 연출스타일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차이나 스트라이크 포스>이다. 중국어 제목은 <뇌정전경>. 영어나 중국어나 파워풀한 인상이 오지 않는가? 미국의 SWAT처럼, 특수임무를 맡은 중국 공안, 특전경찰대 이야기이다. 곽부성, 왕력굉, 임심여, 진패 등 홍콩-대만의 스타들과 후지와라 노리카 같은 일본 톱스타가 출연하지만 배경은 홍콩이나 대만, 미국의 차이나타운이 아니다. 중국본토이다. 곽부성과 왕력굉은 중국 경찰. 그들은 위험한 임무를 도맡아하는 터프한 놈들이다. 이들에게 새로운 임무가 맡겨졌으니 바로 중국의 대규모 마약밀매단을 소탕하는 것이다. 중국의 마약범죄가 장난이 아닌 요즘 그것을 다룬 영화이니 관심이 간다.  한바탕 실전을 방불케 하는 인질구출작전 훈련을 끝낸 곽부성과 왕력굉(왕리훙) 콤비....

[인사이더] 담배소송, 흡연과 폐암의 관계 (The Insider, 마이클 만 감독,1999)

** 이게 워낙 오래 전에 썼던 것을 고치고, 또 고치고 그랬는데... 거의 안 고쳤습니다 ***  담배회사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한다. 미국에서만 매일 2,000명의 사람들이 담배를 끊기 때문이다. 담배회사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한다. 수십 억불의 손실을 메울 새로운 흡연자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담배회사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한다. 미국에서 담배가 마약(Drug)으로 규정되있기 때문이다. 담배회사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한다. 미국 50개 주정부에 2060억불의 배상금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담배회사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한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을 상대로 승소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담배회사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한다. 담배의 유해함에 눈뜨지 못한 제3세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함 때문이다. 그들은 담배전쟁을 하고 있다.     이 글은 장기간 흡연으로 발생한 폐암환자들이 담배제조회사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담배산업-소송문제를 다룬 <KBS 일요스페셜 - 담배전쟁> 사이트에 올려진 글이었다. (KBS일요스페셜  <담배전쟁> (1999/1/24방송)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흡연율은 68%로 당당히 세계 1위란다. 여성의 경우는 여성 국무총리(한명숙)까지 배출하는 나라치고는 민망스럽게도 6.7%, 세계 69위에 머문단다. (10년 전 통계이니 많이 달라졌을 것임)  당연히 이 페이지 찾아오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흡연자 비율이 이와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영화 <인사이더>는 미국 굴지의 담배회사에서 해고된 한 중역(공교롭게도 그는 담배의 폐해, 니코틴의 해악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화학자, 연구개발진 출신이었다!)이 미국 최고의 탐사보도프로그램 <60분>(60 Minutes)에 나와서 담배회사가 엄청난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것을 까발리는 것이 내용이다. 담배회사로서는 매출감소나 소송에 시달릴 ...

[헤비 메탈 F.A.K.K.2] 어덜트 애니메이션 헤비메탈 (Heavy Metal 2000)

2000년 초에 국내극장에서 잠깐 개봉된 영화 중에 <헤비 메탈>이란 미국산 애니메이션이 있다. 몇 차례 케이블TV에서 방영되었었는데 어제 제대로 볼 기회가 있었다. 이 작품은 원래 오리지널 만화가 있었고, 지난 1981년에는 한 차례 만화영화로 만들어졌었다. 19년이나 경과되어 속편이 만들어질 때 실사로 만들 것이냐 다시 만화로 만들 것이냐는 논의가 있었던 모양이다. 결국 3D가 일부 가미된 애니로 제작되었다. 미국에서 개봉될 때는 <헤비 메탈2000>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아마 쓸데없는 것까지 다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국내에 개봉될 때의 작은 소동을 알 것이다. 이 시기부터 국내에서도 영화개봉과 더불어 영화 홈페이지 제작이 붐을 이루었다. 당시 국내 <헤비 메탈> 홈페이지를 통해 원작 만화 이미지와 함께 여주인공 캐릭터의 실사 사진이 상당수 제공되었다. 이게 포르노급이라며 "...네티즌의 접속이 폭주하여 서버가 다운되기에 이르렀다..."라는 보도자료가 나왔었다. 실제 누드까지 있었다. 오늘 그 홈페이지에 다시 가보니 그 홈 페이지는 사라져버렸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개봉 후에는 방치되고 도메인까지 날려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영화작품의 홈페이지 재산권이 비디오판권 보유기간보다 못한 모양이다. 제작자나 관련자의 각성을 촉구한다. (특히, 한국영화 홈페이지 가운데 기한이 경과된 것 중 많은 도메인이 포르노 사이트로 전락해 버린 것을 아는지모르는지...) 1981년도 작품에 대해선 보지를 못했으니 별달리 할 말은 없고, 대신 흥미로운 것은 1편의 제작자가 <고스터버스터>와 <에볼루션>의 이반 라이트만이란 사실이다. 흥미롭다.... 영화 줄거리는 이런 류의 SF에 자주 등장하는 대하서사극, 모험극 양식을 띠고 있다. 광대한 우주가 나오고 황폐한 행성을 개척하는 프론티어가 나오며, 다양한 형태의 흉측한 외계인이 등장하며, 전 우주를 자기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악당이 존재한다. ...

[아이즈 와이드 셧] 섹스 오딧세이 (스탠리 큐브릭 감독 Eyes Wide Shut 1999)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을 이제야 리뷰한다. 이 영화는 큐브릭 감독이 <풀 메탈 자켓>을 완성시킨 뒤, 무려 12년 동안 영국에서 은둔생활을 하며 준비한 작품이다. 알려지기로는 감독은 1980년 <샤이닝> 완성 후, 이 영화의 원작을 손에 쥐고 줄곧 영화화를 노렸던 것 같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이 영화의 원작소설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Traumnovelle>(꿈 이야기)가 뒤늦게 출판되었다.     <아이즈 와이드 오픈>이라는 번역본에는 120 페이지 정도의 <꿈 이야기> 원작소설과 함께, 프레드릭 라파엘의 글이 추가되어있다. 라파엘은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스탠리 큐브릭과 함께 나란히 시나리오를 맡은 사람이다. 라파엘은 그 글에서 자신이 1994년 처음 큐브릭 감독의 전화를 받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가하게 된 경위를 아주 맛깔스럽게 써 내려갔다. 라파엘은 소설가이기도 하며, 수 편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며, (수준 높기로 소문난) 유럽의 철학총서 편집인을 맡기도 했었다. (그런 사람이라서 그런지 글을 읽노라니 마치 움베르토 에코의 수필을 연상시켰다.)     라파엘은 거장감독의 부탁을 받고 이 작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라파엘이란 사람도 자신의 영역에서는 대가 소리를 듣는 사람이었으니 두 거장의 협력관계가 처음처럼 존경과 감탄에서, 조금씩 실제적인 문제의 격돌로 이어지는 것은 감수해야 했으리라. 특히 큐브릭은 (오래 전에 출판된) 원작소설을 표지를 뜯어낸 채 라파엘에게 보냈단다. 그런데 라파엘은 그 글을 읽고는 이 책은 아마도 슈니츨러의 작품이지 않은가 하고 작품을 비평하기 시작했다. 감독은 아마도 거의 읽은 사람이 없을 것으로 사료되는 책의 영화화를 노렸지만 또 다른 대가가 그의 속셈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원작은 1926년에 오스트리아에서 독일어로 출간된...

[슬로우 페이드] 알 수 없는 삶 (無問旅程, 진휘 감독,1999)

  한때 젊은 영화 팬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홍콩 영화는 다분히 '왕가위'적 스타일의 영화였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두가풍(크리스토퍼 도일)의 카메라와 장숙평의 미술(의상과 세트 포함)이 결합한 흔들리는 화면, 건너뛰는 편집이 만들어낸 알맹이가 그다지 없는 드라마 양식이다. '남과 여'의 러브 스토리를 다루면서 한없이 무거운 인생을 한없이 가벼운 멋에 실어 나르는 방식이다. 그러한 왕가위 스타일의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만들어졌지만 청출어람이라고할 작품을 아직 만나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왕정' 스타일까지 침투하여 곧잘 관객을 찾았다. 물론, 이들 영화가 영화 미학적인 관점에서 논란이 있긴 하지만 MTV적 감수성을 가진 세대에게는 볼만한 것들이었다.   진휘 (陳輝 데이비드 챈) 감독의 <슬로우 페이드>도 이러한 왕가위적 스타일의 영화이다. 내용은 암흑가의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불의의 사고로 잃고 마약에 빠져 살다가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되어 갱생의 길을 가러 하지만, 또다시 악의 손길이 다가오고 그의 새로운 연인을 위험에 몰아넣고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낯익은 홍콩의 밤 풍경과 속도감 있는 자동차의 질주 씬을 예의 현란한 카메라로 보여준다. 그리고는 몽롱한 화면으로 빠져들고 만다. 남자 주인공은 마약을 과다 복용하고 병원으로 실려온다. 그는 자신이 누군지 자신의 과거가 어떠한지를 밝히지 않는다. 그는 병원에서 '장시락'으로 불리게되고, 그와 같은 병실에 있던 아킴이 그에게 관심을 갖는다. 장시락이 조금씩 떠올리는 자신의 과거는 '아핀(阿Fin)'이라는 암흑가의 해결사였다. 그는 돈을 쉽게 벌 수 있게 해주겠다는 친구 알렉스에 이끌려 흑사회 조직원으로 나서게 된다. 하지만 돈 때문에 너무 쉽게 살인을 저지르는 알렉스에 환멸을 느낀 그는 조직을 이탈하러 하지만 보스는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아핀에게는 갓 결혼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날 ...

[쓰리 킹즈] 보기드문 미국산 전쟁코미디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Three Kings, 1999)

  ... 이 영화는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배경으로 한 블랙코미디이다.  중동의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한 인구 200만도 안 되는 작은 나라. 하지만 석유가 펑펑 쏟아져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훌쩍 넘는 쿠웨이트는 입헌군주제 국가이며, 20세기 초부터 강대국의 보호국-속령으로 현대사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웃한 이라크와 이란, 그리고 사우디 아라비아에 둘러싸여 민족주의적 성향을 간혹 보이면서도 여전히 친서방주의적 국가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이란과 이라크가 그렇게 오랫동안 싸울 때에도 여전히 국가의 안위를 보존한 것을 보면 굉장한 '실리적' 외교노선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같다.     미국의 군사작전 암호명인 '사막의 폭풍' 작전(Operation Desert Storm)으로 유명한 걸프전쟁은 1990년 8월 2일 이라크의 전광석화 같은 쿠웨이트 함락으로 시작된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세우기 위해 고심하던 사담 후세인은 쿠웨이트가 원유시장에 물량(석유)을 과잉 공급하여 유가를 하락시키고 이라크 경제를 파탄에 몰아넣었다고 비판하더니 이내 쿠웨이트를 이라크의 속주로 삼아 통치권을 행사한 것이다. 물론, 정의의 용사 미국은 유엔안보이사회의 이름으로, "91년 1월 15일까지 쿠웨이트에서 철군하지 않을 경우 이라크를 쑥대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그 말대로 33개 국가로 구성된 '정의의 십자군'은 1991년 1월 17일 이라크를 공습하기 시작했다.    이 전쟁은 TV로 생중계된 최초의 전쟁으로 기록될 정도로 CNN과 미국 공중파 방송들이 경쟁적으로 전쟁장면을 미국 내 시청자와 전 세계인에게 생생한 화면을 전달하였다. 처음 1개월간 무려 10만 회에 이르는 공중폭격으로 이라크는 정말 쑥대밭이 되었고, 2월 24일에야 전면적인 지상작전이 시작되었다. 100시간만인 2월 28일이라크는 15만 명의 사망자를 남기고 쿠웨이트에서 물려나고 사실상 패전을 선언해야했다. 물론, 이라크...

[스크림3] 스크림, 스크림, 또다시 스크림 (웨스 크레이븐 감독,2000)

(박재환.2000) 영화판에 있어서 'Trilogy'(3부작)는 경제학적인 매력이 있다. 개별작품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속편이 만들어짐으로써 광적일 정도의 거대한 팬 세력을 거느리게 된다. 이들 인기 작품들은 처음부터 시리즈물로 기획되어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얼떨결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고, 그 인기를 배경으로 후속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두 번째 작품은 전작의 후광을 입고 그럭저럭 관객몰이에 성공한다. 물론 헐리우드의 습성상 제작자는 그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음 후속물까지 만들어내는 것이다. 물론 이 정도까지 오면 그 동안의 약발이 떨어져서 그만두든지, 아니면 아예 열성 팬을 거느려 롱런 연작 스테디 시리즈로 거듭나게 된다. 이미 <대부>나 <스타워즈>, <에이리언> 같은 영화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트롤로지에서 새끼를 치고 있다. 이제 <스크림>도 3부까지 나오게 되었다. 우즈보로같은 조그마한 마을에 무슨 살인사건이 그렇게도 많고, 무슨 원한이 그렇게도 질긴지 3부까지 만들어졌다.  <스크림>뿐만이 아니라, 호러 시리즈에는 몇 가지 정형화된 규칙이 있다. 1부는 원래 오소독스한 맛이 있어 그렇다치고, 2부에서는 보통 전편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혹은 죽은 줄 알았던, 혹은, 죽은 자의 엄마가 복수를 한답시고, 그것도 아니면 어디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쌍둥이 형이라도 나타나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스크림> 전작의 성공에는 헐리우드의 몇 가지 흥행공식이 적용되었다. 전통적인 메이저 영화사의 스타 시스템, 혹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치장한 스펙터클영화와는 달리 아기자기한 스토리에 깜짝 쇼, 그리고 싱싱한 하이틴을 대거 등장시켜 솔솔한 관객몰이를 하였던 것이다. <스크림> 나오기 전에도 이러한 규칙의 호러물은 많이 있었다. 린다 블레어 주연의 <헬 나이트>가 아마 그러한 틴 에이저 호러물의 초기 대표작으로 꼽을만하다.   ...

[구멍(洞)] 대만영화가 춤을 춘다! (채명량 감독,1999)

(박재환 2000)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의 열악한 영화제작 환경 속에서 차이밍량이나 후샤오시엔, 그리고 이번 깐느를 통해 대가의 반열에 올라선 양덕창 같은 대만 영화감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감독의 무한한 창의적 능력이기도 하거니와, 외국 영화기획자들의 선의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개봉된 양덕창의 <하나 그리고 둘>이 일본 자본의 도움으로 영화화가 가능했다면, 이 영화는 프랑스의 자본과 기획력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영화의 원제 구멍(洞)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차이밍량 감독의 영원한 오브제 '물'이 빠질 수 없다. 그리고, 같은 구멍을 뜻하는 혈(穴)과는 달리, '洞'에는 '보존'과 '숨김', 나아가 '동화'의 느낌을 감지할 수 있다. 그것은 순전히 중국문자에 대한 1차원적 해석에 의해서이다. 차이밍량 감독의 98년 작품 <구멍>은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지독한 고독과 극단적 소외에서 삐져나오는 자아인식의 과정을 담고 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새천년을 앞둔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 영화의 배경은 구세기의 마지막 몇몇 날들의 대만이다. 2000년을 일주일 정도 앞둔 시점의 영화는 온통 '비'와 '고립'과 '슬픔'이 가득하다. 대만이라는 나라 자체가 불행하고 고립된 존재이다. 게다가 이제 정체를 알수 없는 바이러스에 의해 모든 존재들이 카프카식 '변신'을 거듭한다. 이들 바이러스의 매개체는 물론, '물'이다. 깨끗하지 않은 '물'을 마신 대만 사람들은 조금씩 자신이 바퀴벌레라는 환상에 빠지고, 침대 밑 어둠 속으로만 숨어들어가는 극단적 붕괴현상을 보인다. 이것은 오늘날 'AIDS'로 대변되는 전염과 격리의 악순환의 고리를 의미한다.  차이밍량 감독은 경제적으로 많은 무대배경이나, 대만 영화현실을 넘어서는 많은 등장인물 없이, 한...

[단적비연수 - 은행나무침대2] 한국형 대작영화의 전형? (박제현 감독 Gingko Bed 2, 2000)

   <단적비연수>의 극장개봉을 앞둔 지난 2일, 서울 시네코아에서는 지방배급업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첫 시사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른바 흥행업자들 외에 영화관계자, 기자들도 다수 참석하여 지난 1년 동안 그들이 가장 기대했던 강제규필름의 <단적비연수>를 관람하였다. 녹음과 편집, 그리고 컴퓨터그래픽 작업 등 후반작업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평론가들로부터 거의 실망에 가까운 평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배급업자들은 '감각적으로' 흥행 요소를 찾아낸다. 그들은 이 영화가 서울에서만 60개, 전국에서 140개 스크린에 내걸리는 선택을 하였다. 이른바 <비천무2>라는 말은 <비천무>의 작품성을 희화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흥행업자에겐 '그래도' 돈은 된다는 희망의 소리이기도한 것이다. <와호장룡>에 쏟아지는 찬사와 관람객 수가 비례하는 것이 아니듯이 이 영화 또한 그러한 전철을 밟을 것 같다.  강제규필름측은 이 영화 시사회 이후 쏟아진 부정적 평가들을 단시간에 해결해야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많은 인물이 등장한 장대한 드라마 구도의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기본 이야기를 따라가기에도 힘든 내레이션과 깊이가 부족한 신화 이야기, 그리고, <비천무>가 영상에 집착했다면 이 영화는 음향효과적 측면에 과도한 힘을 쏟는 바람에 배우들의 대사마저 제대로 캐치할 수 없다는 기술적 결함까지 거론되었다.  어제 개봉 후, 1회 상영분을 다시 보니 시사회 버전과는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강제규 필름측은 어린 시절을 다룬 부분을 30% 정도 드러내었다고 했지만 원래부터 그렇게 길지도 않았었다. 대신, 영화시작 전, 매족의 제물의식을 다루기 직전에 관객들에게 상황 설명을 할 수 있는 수(이미숙)과 한(조원희)의 관계를 첨가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은 전체 이야기 진행에 있어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이미숙이 이끄는 매족은 화산족의 500...

[리베라 메] 부산은 아직도 불타고 있는가 (양윤호 감독, Libera ME, 2000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면 언제나 인파로 가득 차는 부산 자갈치시장과 남포동 '영화의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부산시청이 있다. 그런데 몇 해 전 그 자리에는 '롯데월드'가 터를 닦기 시작했고, 부산시청은 연산동에 새 청사를 짓고 입주했다. 지난 봄, 부산시 신(新)청사에서 <리베라 메>의 영화제작발표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는 부산영상위원회의 박광수 감독과 많은 영화인들이 자리했다. 물론 안상영 부산시장도 참석하였고, 정치가 출신답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안 시장의 연설 요지는 간단했다. "부산을 영화제의 도시에서 영상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리베라 메>가 아파트(비록 철거직전의 건물) 한 채와 종합병원(빈 건물) 하나를 불바다로 만들 동안, 차량 통제는 물론이고 소방차 지원까지 아끼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이 영화는 분명 <싸이렌>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규모의 리얼리티'를 살릴 수 있었다.   영화촬영 전이나 영화가 촬영되는 동안 내내 일반 영화팬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최민수가 워낙 카리스마가 넘치는 배우인지라 나머지 배우들이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을까. 그리고, 어쩌면, 양윤호 감독마저도 최민수의 입김에 메가폰을 빼앗기지 않을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보았다. 그런데, 영화는 <쉬리> 이후 처음으로 '대작영화'에서 찾을 수 있는 만족감을 선사한다.  영화는 파이어액션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작품답게 '불'에 대해서는 관객들이 완벽한 호응을 보일 만큼 잘 다루었다. 천장 닥트를 통해 번져가는 불과, 복도 유리창을 모조리 깨버리는 불길, 엘리베이터를 타고 폭발하듯 위로 치솟는 화염 등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보았던 스펙터클을 제공해준다. 그것도 겨우(?) 40억 원으로 말이다.  영화는 최민수와 차승원의 양자 대결 구도이다. 최민수의 카리스마에 도전하는 차승원의 사이코 연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몇몇 사이...

[하나 그리고 둘] 대만, 대만사람, 대만영화 (양덕창 감독 一一 A One and a Two 2000)

   (박재환 2000.10.30.) 대만 양덕창 감독의 신작 <하나 그리고 둘>이 지난 5월 깐느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탄 후 대만에서 벌어진 일이다. 자국 영화진흥정책에 따라 대만의 신문국(新聞局:우리나라의 문화관광부에 해당)은 특별장려금으로 200만 NT$ (7천 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규정은 "국산영화 종사자가 국제영화제에 참여하여 뛰어난 성적을 올렸을 경우 지급한다"고 되어 있었다. 반은 감독에게, 나머지 반은 해당 영화제작자에게. 그런데, 양덕창의 '위엔즈(原子)공작실'이 상금신청서를 낼 때, 이 영화가 과연 '대만영화'인가라는 의문에 직면했다.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그리고 그게 대만영화감독의 전부인- 후샤오시엔(候孝賢)이나 양덕창은 현재, 대만 영화계에선 극히 대접을 못 받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박스오피스의 독약'이라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대만 국민들은 양덕창 영화, 혹은 후효현 영화라면 아예 볼 생각은 않는다. 양덕창도 <독립시대>의 흥행 실패 이후는 아예 대만 내에서 영화제작 지원을 받을 수가 없었다. 주관부서인 대만 신문국도 자국영화의 진흥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다행히 양덕창은 일본 제작사의 지원으로 <하나 그리고 둘>을 완성시킬 수가 있었다. 다행히 양덕창 감독은 국가의 장려금을 받았다. 그런, 대만 자국내에서 비참한 흥행대접을 받고 있는 양덕창의 <하나 그리고 둘>은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었고, 곧바로 서울의 참신한 극장 하이퍼텍나다에서 단관 개봉되어 관객과 접촉 중이다. 그리고 오늘 발매가 시작된 월간 <키노> 11월호의 도시에의 첫 문장은 이렇다. "에드워드 양의 다섯 번째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은 단언컨데, 올해 당신이 발견할 최고 걸작중 하나일 것이다."고 나왔다. 그리고 아마, <키노>잡지의 이런 현란한, 혹은 아집에 사로잡힌 평가에 혹하여, 극장으로 발을 옮겨...

[집으로 가는 길] 옛 사랑 (我的父親母親,장예모 감독)

 장이모우(張藝謀)감독의 신작 <집으로 가는 길>은 아날로그 시대의 청순한 사랑과 잊어버린 인간의 냄새를 만끽할 수 있는, 실로 오랜만에 대하게 되는 순수 무공해 영화이다. 서구인들이 필요이상으로 중국 신세대감독의 작품에서 자기들 입맛에 맞는 정치색을 찾아나설때 오히려 중국최고의 감독 장이모우는 의도적으로 그러한 논쟁에서 멀찌감치 떨어져나간다. 그의 전작 <책상서랍속의 동화>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계몽주의적 작가의식을 내보였던 그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무모한 의도를 접는다. 너무나 소박하고, 너무나 아름다운 한 시절의 순수한 러브스토리를 통해 모든 것이 너무나 빨리 변해가고,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는 세태를 부끄럽게 만든다. 장이모우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는 중화민족의, 혹은 강대국 중국의 거창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너무나 단순하게 18세 시골 처녀가 새로 부임한 마을 선생님에게 쏙 빠져들고, 죽을 때까지 그 순수한 마음을 담고 있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2000년을 살아가는 한국 현대 네티즌에게는 이 얼마나 관심없고, 재미없고, 흥미없는 이야기인가. 하지만, 올 여름 보았던 배창호 감독의 <정>만큼이나, 이 영화는 꼭 보아야할 영화일 듯 하다. 헐리우드 특수효과와 어정쩡한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마모된 눈과, 닳을대로 닳은 가슴을 녹여볼만한 영화가 바로 이 <집으로 가는 길>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나의 아버지, 어머니 (我的父親母親)>이다. 도시로 간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음을 받고는 장례식에 참석하러 고향으로 돌아온다. 투박하기 그지없는, 시골의 옛집에서 그는 어머니와 작은 트러블에 직면한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산넘고 물건너 집까지 노제를 지내야한다고 우긴다. 하얀 눈이 이만큼 산과 들판을 덮고 있고, 찬바람이 쌩쌩부는 외진 시골의 한 겨울. 아들은 어머니의 이 막무가내식 투정을 듣다가 아스라히 옛 생각에 빠져든다. 바로, 자기 엄마와 아빠의 처녀총각적 연애담을.영화는 장이모우가 간판...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라디오의 시간 (미타니 코기 감독 ラヂオの時間,Welcome Back, Mr. McDonald, 1997)

  극장에서 너무 웃다 턱이 빠질 정도의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는 영어권 국가에 소개된 제목이다. 원래 일본어 제목은 <라디오의 시간(ラヂオの時間)>이다. 이미지가 비슷할 것 같은 영화로는 우디 앨런이 감독과 주연을 맡았던 <라디오 데이즈 ( Radio Days.87년)>라는 영화가 있다. 우디 앨런은 텔레비전이 미국 안방에 침투하기 전인 1940년대, 미국의 중산층 가정 내에 진입한 유일한 오락도구였던 라디오를 둘러싼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경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나갔다. 그럼, 일본인 감독 미타니 코키의 97년도 <라디오의 시간>은 어떤가.  일본만 하더라도 더 이상 라디오의 시대는 아니다. 극장 영화의 시대도 지났다. 일본은 이미 20년째 극장입장 관객이 하향추세이다. ‘소니’의 막강한 영상기기들과, 이웃나라 한국에까지 흘러넘치도록 풍족한 비디오소프트웨어들은 더 이상 일본의 젊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라디오에 매달려, 라디오의 생방송 드라마에 귀 기울이는 일본인들은 분명 시대착오적인, 아니면 노스탤지어에 푹 빠져 지내는 퇴행(?)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영화는 그러한 미디어적 발달사에서 후순위로 밀린 매체에서 건져 올린 따뜻한 인간들을 그려낸다. 영화를 보고나서는 이 영화를 왜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 맥도날드씨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옮겼는지 알게 된다. 사건의 발단은 한 순진한 문학소녀적 분위기의 주부가 라디오의 각본 콘테스트에서 1등에 당선되면서 벌어진다. 아타미 해변에 사는 자신과 어부 남편의 소박한 자전적 러브스토리를 옮겼음에 분명한 이 <운명의 여인>은 이제 곧 성우들의 목소리에 특수효과음이 덧붙여져서 생방송으로 청취자를 찾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여자를 대하는 방송국 사람들의 왠지 곱지 않은 눈길에서부터 이 드라마가 상궤를 한참이나 벗어난 요절복통의 스크루볼 코미디가 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각본 콘테스트에는 애당초 혼자만이 응모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