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과 <반도>, 그리고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통해 줄기차게 좀비 세상을 탐색하고 있는 연상호 감독이 신작 <군체>를 통해 다시 한 번 ‘좀비’의 생태적 특색과 진화 가능성을 모색했다. 과연 좀비는 무엇에 반응하고, 동력원(영양분)은 무엇이며, 그 생존의 끝은 어디일까. 만약, 좀비가 있다면 말이다. 최근 개봉된 대니 보일 감독의 <28년 후>에서도 특이한 변종 좀비의 등장을 보여주었다. 세계적인 좀비전문가 연상호 감독의 케이스를 살펴보자.
서울 도심의 고층빌딩. 한 남자가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곧 생물학 테러를 펼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곤 자신의 몸에 백신을 주사하고, 자신과 어떤 사연이 있는 듯한 교수에게 바이러스를 주사한다.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곧바로 몸이 뒤틀리고, 눈이 돌아가고, 건물을 기어가며, 뛰어가며 사람들을 마구 물고, 뜯고, 감염시키고, 전파된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생명공학가 권세정은 눈앞에 펼쳐지는 좀비들의 감염/확산 상태를 보고 물리지 않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과학적 추론에 나선다.
그동안 좀비 영화를 통해 보아온 좀비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바이러스의 발생, 신체적 접촉을 통한 감염, 어느 순간 폭발적 확산이 이어진다. 드라큘라 사냥과는 판이 다른 과학적 요법과 호러적 제거방법이 뒤따른다. 보통 본능적 반응이 극대화된 좀비에 대항하기 위해선 순발력, 과학적 지식, 그리고 휴머니즘이 빛을 발하는 희생이 필요하다. 연상호 감독은 이런 일반적 좀비에 과학적 상상을 더한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좀비가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다면, 그리고 그 지시를 체계적으로 받는다면?
연상호 감독은 <군체>를 위한 과학적 밑그림을 영화 초반에 다 보여준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강우철 교수(김종태)의 발제를 통해서 과학적 소통 방식을 가진 개미의 생태에 대해 소개한다.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를 언급하며 그들(개미)만의 연결방식을 일종의 집단지성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영화의 빌런 서영철(구교환)은 바로 그런 특성을 연구해왔다. 유기물질을 통한 정보교류, 다자간 연결의 통합이다. 그건 개미의 분비물, 페로몬이다. 이 노벨상급 상상력이 좀비와 결합하는 것이다. 좀비들은 이제 고층빌딩 곳곳에 흩뿌린 분비물이 뉴런 마냥, 5G네트워크처럼 작동하여 인간을 궁지에 몰고, 포획하고, 동종의 좀비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생물학적, 생태학적, 사회학적 설정이 연상호 감독의 <군체>를 흥미롭게 끝까지 관전하게 하는 힘이다. 그렇게 좀비는 학습하고, 진화하고, 사회적 집단이 되어 기존의 인류 공동체를 위협하는 것이다. 물론, 그 원흉은 ‘인간을 다음 단계로 도약시키려는’ 비뚤어진 과학적 신념을 가진 서영철 때문이고 말이다.
그리고, 연상호 감독은 ‘바이러스-백신-좀비’라는 거대한 전쟁에 깨알같이 흥미로운 인간군상을 빠뜨리지 않는다. 예닐곱 명씩 몰려다니는 생존자들 중에는 극도로 이기적인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들은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사지로 몰아버리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 지옥 속에 일진 학생의 존재도 특이하다. 특히나 일진 여학생은 이 영화의 짜증유발자, 민폐대마왕이다. 그런 군상들 가운데에는 전혀 효율적이지 못한 구조응급체계와 관료주의적 난장판도 포함되어 있다. 다행인 것은 이런 헬조선에서 불쑥불쑥 카메라를 들이대며 구조를 방해하는 미디어나 악당기자들이 등장하지 않은 것이 다행인 셈.
‘개미의 집단지성’과 ‘네트워킹의 능력’으로 더 위험해진 좀비와 싸우는 인간의 이야기가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이다. 연상호 감독처럼, 공부해야한다. 좀비를 이기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박재환.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