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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리랑] “살아야 혀, 견디고 이겨야 혀” (Musical Arirang, 2015, LG아트센터)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사실 ‘아리랑’의 구슬픈 곡조나 직설적인 가사는 “대~한민국“이 나오기 전까지는 한민족 공통체임을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암구호였다. ‘아리랑’은 일제 강점기 나운규에 의해 무성영화로 만들어졌었고, 조정래 작가가 유려한 필체로 원고지 2만 장을 꽉 채워 소설로 엮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조정래 소설을 바탕으로 뮤지컬이 완성되었다. 신시컴퍼니가 내놓은 창작뮤지컬이다. ‘아리랑’이 우리 민족에게 의미하는 바나 신시컴퍼니의 뮤지컬업계 내 위상으로 보자면 이 작품은 분명 우리 대중문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 되어야할 것이다. 1주일간의 프리뷰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지난주부터 뮤지컬 ‘아리랑’이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첫 공연을 앞두고 열린 매체대상 프레스리허설 공개 현장에는 KBS와 지상파채널, 그리고 KTV 등 수많은 매체들이 참석하여 취재에 열을 올렸을 만큼 광복 70주년에 맞춘 이 공연에 쏠린 기대감은 높았다. 신시의 박명성 프로듀서는 조정래 소설의 판권을 구매한 뒤 오랫동안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짐작하다시피 12권에 이르는 장편대하소설을 2~3시간 남짓의 무대작품으로 옮기기에는 대단한 집중력과 대담한 삭제의 기술이 필요하다. 소설에서 보여주는 인간군상을 다 집어넣는다는 것은 KBS대하드라마가 아니면 불가능한 미션이다. 소설에서는 일제 수탈기의 소작농과 머슴이야기에서부터 아나키스트 지식인의 처절한 삶과 투쟁까지 다 담겨있다. 이미 박경리의 ‘토지’ 등을 포함한 이 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통해 일제강압기를 산 민초들의 이야기와 만주벌판을 달리던 독립투사의 이야기, 그리고 민족반역자의 면면에 대해서 한국사람이라면 대체로 잘 알고 있다. 제작진은 원작소설의 큰 줄기와 대표적 인물만을 내세워 당시의 암울한 상황과 갈등구조, 그리고 독립의 열정을 그려내는데 촛점을 맞춘다. 주로 감골댁 가족사 중심으로 인물을 구성한다. ...

[공연 크레이지 호스 파리] ‘누드가 춤춘다’ (Crazy Horse Paris, 워커힐시어터공연 2015)

한국을 찾는 중국 요우커나 일본 관광객들에게 가장 한국적인 공연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려면? 아니면 한복 입은 민속춤 말고 색다른 공연을 보려주려면? 아마도 ‘난타’와 그 이후 생긴 몇 가지 넌버벌 퍼포먼스가 있을 것이다. 이들은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하나의 문화상품/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 프랑스에 가면 무얼 보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나 거리의 마이오네트 말고 뭐가 있을까. 아마도 캉캉 춤을 보기 위해 가이드북을 꺼내들지 모른다. 적어도 파리의 밤무대를 소개하면서 물랑루즈, 리도, 크레이지 호스 파리 쇼를 3대 공연이라고 하니 말이다. 그 중 하나 ‘크레이지 호스 파리’ 쇼가 서울로 공수되어왔다. 대형 뮤지컬공연장에서 펼쳐지는 라이선스 뮤지컬이 아니라 특급호텔 공연장에서 밤마다 펼쳐지는 특이한 퍼포먼스이다. 이 공연은 원래 프랑스 파리의 카바레 극장 ‘크레이지 파리’에서 펼쳐지던 카바레 쇼이다. 1951년 전위 예술가 알랭 베르니엥의 기획으로 파리의 ‘크레이지 파리’에서 처음 공연이 시작되었고 이후 ‘크레이지 파리’란 이름을 붙인 카바레(클럽)이 전 세계에 10여 곳이 생겼다. 이번에 한국에서 공연하는 쇼단은 오리지널 파리 댄서들이다. 한국에 이 쇼를 소개한 업체에 따르면 ‘크레이지 호스 파리’를 아트누드쇼로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고 스트립쇼는 아니다. 물론 여자의 나신(裸身)이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꽉 채우는 구성이지만 말이다. 지난달부터 광진구 워커힐호텔 지하1층의 워커힐극장에서공연을 하고 있다. 안내책자에는 ‘크레이지 호스 인 파리’는 그동안 전 세계적에서 1,500만 관람객이 찾았다고 한다. 그중에는 존 F 케네디, 마릴린 먼로, 모나코 알버트 왕자 2세 등 세계 유명인사들도 있다고 소개되었다. 그 정도 유명세의 공연인 셈이다. 한국에서는 인터미션을 포함하여 100분 남짓 공연이 이어진다. 9명의 무희가 거의 나신에 가까운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밤무대에 어울리는 화끈한 쇼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노래는 립 ...

[연극 맨 프럼 어스] 지루한 삶, 반복되는 삶, 영원한 삶 (The Man From Earth_Play, 유니플렉스 2014)

휴전선 넘어 북한군이 귀순해 왔다면, 임진강 하류에서 표류하던 북한 주민이 구조된다면, 해외공관에 북한 고위직 인사가 망명신청이라도 한다면? 합동신문(訊問)조라는 것이 꾸려지는 모양이다. 각계 전문가가 모여 그 사람의 말과 행동거지 등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발언의 신빙성을 찾고 진실성을 검토하는 것이다. 위장귀순자, 혹은 가짜 허풍쟁이일수도 있으니. ‘고문‘으로 못 풀어내는 해답까지 찾아내는 것이 이들 합동심문조의 역할이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존 올드맨이라는 이름의 대학 역사학과 교수이다. 그냥 10년 동안 열심히 봉직한 교수 정도으로 알았는데. 어느 날 짐을 싸더니 이곳을  떠날 것이란다. 동료 교수들이 환송연을 열어준다. 그런데 이 남자가 갑자기 “사실, 나는 지난 1만 4천 년 동안 (한 번도 죽지 않고) 지구에서 계속 살아온 사람이다. 나랑 함께 지내던 사람들이 한 10년 쯤 되면 나의 얼굴이 전혀 늙지 않는다는 것에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그러면 짐 꾸려서 또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게 나의 반복된 삶이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는 옛날에 동굴 인간에서부터 진화를 거듭하는 인류와 함께 지구 이 곳 저 곳에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만났다며 ‘썰’을 푸는 것이다.   동굴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이야기도, 한때는 인도에서 부처의 제자였다는 사실도, 유럽의 어느 산에선 화가 고흐의 친구로 지냈다는 경력도 밝힌다. 콜롬부스와 항해를 했다는 경험도 있다. 동료 교수들은 자신들의 전공에 맞게 질문을 던지면서 맹점을 찾아보지만 이 남자는 빈틈없이 대답하고, 확실하게 그 시대를 마치 살았던 것처럼 이야기한다. ‘합동신문조’라도 믿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진지하게. ‘맨 프럼 어스’는 옛날 TV외화시리즈였던 ‘트왈라이트존’의 각본을 썼던 작가 제롬 빅스비의 대표작이다. 1만 4천 년이라는 그야말로 영생의 삶을 산 한 남자, 그리고 무엇보다 10년마다 정체를 숨기고 직업을 바꿔야 했던, 엄청나게 지루한, 혹은 다이내믹한 삶을 살았던 한 남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