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SF의 걸작인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는 좁고, 낡은, 허름한 아파트 사이로 뚫린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의 모습이다. 이 그로테스크란 건물이 바로 홍콩 ‘구룡성채’의 이미지이다.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 마지막 장면에서 양조위가 허리를 숙이고 머리를 빗는 그 좁은 공간도 이곳이다. ‘구룡성채’의 남루하고, 기이하고, 폐쇄적인 모습은 번잡한 홍콩의 아찔한 슬럼 도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구룡성채’는 마치 가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자가증식한 것 같은 기묘한 밀집형태로 오랫동안 빈민가, 우범지대, 악의 소굴 등으로 인식되었다. 10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을 거치며 ‘역사적으로’ 형성되었던 이곳은 지난 1993년 완전 철거되었다. 이후에도 홍콩 사람들에게 ‘집단 회억(回憶)’의 시공간으로 남아있다. 그 곳을 배경으로 한 홍콩영화 <구룡성채:무법지대>가 16일 개봉한다. 지난여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개되어 왕년의 홍콩액션영화, 홍콩느와르를 기억하는 영화팬에게 반가움을 안겨줬던 작품이다. (우선, 홍콩에서 만든 중국영화, 광동어 더빙 영화는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혼란을 준다. 특히 한국극장가에 내걸릴 때는 영어이름과 뒤섞여 소개된다. 이 점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그런 식으로 홍콩영화를 접한 관객에게는 그러려니 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구룡성채’에 대한 전설, 암흑가의 세력다툼에 대해 잠깐 자막으로 설명한다. 무정부상태에 가까운 이곳을 장악한 것은 레이(雷震東)였다. 그의 수하 찬짐(陳占,곽부성)은 ‘살인왕’이라고 불릴 만큼 잔혹했다. 하지만 사이클론(고천락), ‘추’(임현제), ‘타이거’(황덕빈)와 손을 잡고 일대 전쟁을 벌여 마침내 이곳을 평정한다. 뛰어난 무공과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사이클론은 이곳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며 나름 평화와 안녕을 구가한다. 성채 밖에선 빅보스(홍금보) 무리가 진을 치고 있다. 영화는 홍콩에 밀입국한 천록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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