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에서 방송되는정해일 감독의 34분짜리 단편영화 <인사3팀의 캡슐커피>은 아마도 많은 청춘들에게 씁쓸한 공감을 안겨줄 듯하다. ‘2년차 계약직의 마지막 나날들’이 현실감 넘치게 그려지니 말이다. 근사한 빌딩의 한 회사. 막 점심을 마친 정 부장(정희태)이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곧이어 인사3팀의 이수아 대리(류아벨)가 신입사원 공채와 관련하여 결재를 받는다. 정 부장이 문득 그런다. “이 대리는 커피 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요즘 이런 거 조금 예민하지?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커피 심부름도 하면서 얼굴도장도 찍고, 어깨 너머 배우는 업무도 있고.”란다. 전형적인 ‘라떼-호스’ 타령이다. 딱히 남의 일에 신경 쓰거나 간섭하지 않던 이 대리는 애써 웃어넘기는데 인사팀 동료 하나가 이직하면서 업무 하나를 넘겨준다. 비정규직 박민주 사원(박예영)에 관한 건이다. 곧 2년이 되는 계약직 박민주 사원을 권고사직 시키는 것이다. 묘한 신경전이 시작된다. 박민주는 사직서를 쓸 생각도 없다. 어떻게든 정규직이 되려고 한다. 계약직은 가산점도 있다고 그러고, 인사고과 좋으면 특혜도 있다고 들었다면서. 그리고, 사근사근 커피 타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수아 대리는 당혹스럽다. 부장의 의중을 헤아리기도, 박민주 사원에게 희망을 걸지 말라는 말을 직설적으로 전해주기도. 단편 <인사3팀의 캡슐커피>은 오늘날 많은 직장에서 흔히, 많이, 주기적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다고 정규직이 되려는 비정규직 직원의 살벌한 투쟁을 다루거나, 계약직을 내치려는 냉혹한 관리자의 본색을 보여주는 드라마는 아니다. 하지만, ‘커피 타기’와 ‘간단한 문서다루기’(USB소동)를 통해 넘을 수 없는 벽과 보호받지 못하는 약자의 삶을 엄중하게 전달한다. 중요한 것은 커피를 누가 타고, 잔심부름을 누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부차적인 사내 정치행위일 뿐이다. 처음부터 알고...
극장에서 본 영화, TV/OTT/비디오/DVD 등등 모든 영화를 리뷰하는 박재환 영화리뷰 사이트. 북 리뷰와 공연전시 리뷰는 덤입니다. 박재환리뷰사이트의 오리지널 아지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