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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이즈 어프레이드] 쫄보의 천로역정, 혹은 첫 경험에 대한 공포 (Beau Is Afraid, 아리 애스터 감독,2023)

  <유전>과 <미드소마>라는 유별난 영화로 호러영화팬을 도전의식을 자극한 아리 애스터 감독이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원제:Beau Is Afraid)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이 영화는 지난 주 개막한 부천국제판타스틱(BIFAN) 개막작으로 상영된 후, 곧바로 극장에서 개봉됐다. 언젠가부터 한국을 찾는 해외 영화인들은 한국의 영화감독 이름을 나열하며 ‘좋아한다’, ‘존경한다’, ‘흠모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제 거의 관례가 된 듯하다. 그런데 아리 에스터 감독은 봉준호, 나홍진과 함께 유현목, 김기영 감독 이름까지 거명하며 ‘K콘텐츠’에 심취했음을 숨기지 않았다. ‘오발탄’을 이야기하고 ‘김기영 감독’의 괴작을 들먹이다니. 놀랍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무려 2시간 59분 영화이다.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것이라 했다. ‘재밌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지루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 ‘보’를 따라 겨우겨우, 힘겹게, 필사적으로 목적지를 향해가는 것이 흥미롭다. 영화의 첫 장면은 널리 알려진 대로 ‘보’의 출산장면을 신기한 앵글로 잡아낸다. 세상의 빛을 처음 보는 순간 세상의 소음 속에서 엄마의 신경질적인 소리가 들려온다. “맙소사, 아이를 떨어뜨린 것 아니에요? 아이가 왜 안 우는 거죠? 아이가 괜찮나요?” 그렇게 갓 태어난 자식에 집착하던 엄마와 한순간 울지 않던 아이는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이 영화는 그 엄마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김기영 감독이 그렸을 영화이고, 프로이드가 자문했을 영화이다.  다음 장면은 성인이 된 ‘보’(호아킨 피닉스)를 보여준다.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 말 하는 것이나, 행색으로 봐서는 정상적이지 않은 것 같다. ‘타이거 맘’ 같은 엄마의 과보호 아래에서 자랐을 것 같은데, 빈민가 허름한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보는 지독한 편집증에 시달리는 것 같다. 어쩌면 온통 폭력적인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기의 아파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