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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친언니를 납치했다!” (진성문 감독, Sister, 2024)

“나는 오늘, 언니를 납치했다.” 해란(정지소)은 태수(이수혁)의 도움으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다. 한밤의 골목길에서 소진(차주영)을 납치해 두건을 씌우고, 미리 봐둔 철거 지역의 버려진 집에 감금한다. 납치된 소진을 협박해 재력가인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거액의 몸값을 받아내려는 계획이다.  해란은 절박하다. 중국에는 수술을 받아야 할 동생이 있기 때문이다. 소진은 자신의 아버지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라 결코 돈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주도면밀하게 납치극을 준비한 태수는 더 끔찍한 방법을 찾겠다고 위협한다. 태수가 동향을 살피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해란과 소진은 계획에 없던 대화를 나누게 되고 납치극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강력범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해란, 살기 위해 필사적인 소진, 그리고 속을 알 수 없는 절대 빌런 태수. 이 세 사람만이 버려진 주택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안대로 눈을 가리고 손발이 묶인 채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기 시작한다. 10억 원의 몸값 세계적인 갑부나 분쟁 지역의 인질극에서 요구하는 몸값은 천문학적이다. 그에 비하면 10억 원은 ‘재벌집 딸’의 몸값으로 꽤 현실적인 액수처럼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 변수가 등장한다. 부녀 관계가 이미 절연된 상태인 데다, 납치범이 존재조차 몰랐던 이복동생이라니. 일견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설정은 극 중반 ‘현실적인 빌런’이 등장하며 이야기의 동력을 얻는다. 거액을 받아내기 위한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납치범과 인질 사이에는 기묘한 관계가 형성된다. 인질극에서 나타나는 스톡홀름 신드롬에 한국적 정서가 결합된 기이한 형태다. 하지만 그 온기가 지속될 리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수든 써야만 하기 때문이다. 절박함이 만드는 긴장감 중국에서 온 해란은 어떻게든 동생의 수술비를 마련해야 한다. ‘우연히’ 만난 태수는 그 범죄의 길을 일러준다. 영화는 밀실에서의 제한된 대화를 통해 진실을 한 꺼풀씩 벗겨내며 또 다른 탈출구를 모색한다. 해란은 차마 모질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