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철도원>이 상영되었을 때 관객들의 관람포인트는 ‘일본흥행기록 1위’라는 대중적 호기심이었다. 우리나라에선 <쉬리>라는 엄청난 한국형 블록버스트가 나왔기에 일본인의 영화관람 취향을 확인해 보고 싶었을 만하다. 영화는 뜻밖에 <쉬리>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조용하고, 정적인 화면만을 내보인다. <러브 레터>로 우리 팬에게도 낯이 익은 홋카이도의 어느 지방의 끝없이 눈 덮인 산을 보게 된다. 여기는 일본열도 끝단에 위치한 ‘호로마이’라는 작은 역. 이 곳은 이전에 탄광촌이었지만 이젠 폐광이 되어버렸고 젊은이들은 전부 도회로 떠나고 늙은이들만이 남아있는 곳이다. 호로마이 역에는 ‘데고이치'(D51형 증기기관차)만이 하루에 몇 번씩 본 역인 ‘비요로’까지 오고간다. 단선이며, 한 칸짜리 증기기관차가 여전히 운행되는 것은 호로마이에 그만한 여객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제는 은퇴할 역장을 위해서일 것이다. 호로마이 역의 사토 오토마츠 역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묵묵히 이 역을 지켜왔다. 이제 자신의 정년퇴임과 더불어 이 호로마이線의 폐선을 담담히 기다려야하는 것이다. 이 남자, 자신의 청춘과,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삶을 오직 ‘역장’이라는 직업에 바친 것이다. 17년 전, 자신의 하나뿐인 딸이 호로마이 역에서 비요로 쪽으로 급히 실려 갈 때도 여전히 깃발을 들고 호각을 불며, “출발”을 외쳤었고, 2년 전 아내가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 갈 때도 여전히 호로마이의 썰렁한 플랫폼에서 빨간 깃발을 들고 호각을 불며 “출발”을 외쳤었다. 돌아오는 기차에는 싸늘하게 식은 어린 딸과 이미 유명을 달리한 아내였다. 사토 역장은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같이 하지 못할 만큼 자기의 자리를 지키는데 충실했던 것이다. 한국 개봉을 앞두고 방한 후루하타 야스오 감독은 이 사토 오토마츠의 직업관에 대해 “이 사람의 인생이 모든 사람이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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