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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즈&이어즈] 앞으로 15년, 세계는 이렇게 변한다 (Years and Years,2019)

  영국드라마는 ‘영국식 악센트’를 넘어서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닥터 후>에서 보여준 창의력과 <블랙 미러>에서 보여준 절망적 미래관은 수많은 작품에서 황당한 상상력과 매력적 스토리라인으로 확대된다. 2019년 BBC에서 방송된 <이어즈 & 이어즈>(Years and Years)도 그러한 ‘암울한 미래’에 대한 영국식 창의력이 빚어낸 드라마이다. 이 작품은 <닥터 후>와 <퀴어 애즈 포크> 등을 만든 러셀 T 데이비스가 쇼러너로, 영국 BBC One와 미국 HBO에서 만든 작품이다. 드라마는 2019년에 시작되어 2029년, 2034년에 이르기까지 영국의 한 가족이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1회부터 다이내믹하게 기존의 글로벌 질서(체제)를 무너뜨리며 직진한다. 영국에선 비비언 룩(엠마 톰슨)이라는 사업가가 TV토크쇼에서 나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에 대해 “왜, 우리가 그런 문제에 신경 써야 되냐”며 언성을 높인다. 드라마는 비비언 룩이 어떻게 대중 영합적인 발언, 혹은 파격적 정략으로 중심인물이 되는지 보여줌과 동시에 맨체스터에 사는 라이언 가족의 흥망성쇠(!)를 따라간다. 금융전문가 스티븐과 그의 아내인 셀레스터, 주택관리사인 다니엘과 그의 (동성)남편인 랠프, 휠체어를 탄 학교영양사 로시, 그리고 언젠가부터 지구 곳곳을 돌아다니며 행동주의적 활동을 펼치는 에디스까지. 각자의 사연과 드라마를 펼쳐진다.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세계정세는 격변한다. 미국에선 도날드 트럼프가 대통령 연임에 성공하고, EU를 탈퇴한 영국에선 엘리자베스 여왕이 서거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 동성애가 불법이 되자 빅토르가 영국으로 오지만 난민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이 강화되면서 추방당할 운명에 놓인다. 중국이 필리핀 근처에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대와 핵무기를 갖다놓자 이곳에 트라이던트 핵미사일이 날아가고 수만 명이 몰살한다. 영국에선 마침내 미치광이 같은 소리만 늘어놓던 비비언 룩이 절묘하게 의...

[1917] 서부전선 이상있다 (샘 멘더스 감독, Sam Mendes 2020)

  (2020년 2월) 10일(월) 오전,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영화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함께 강력한 수상후보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다. 샘 멘더스 감독은 <아메리칸 뷰티>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한 인물이다. 마블의 ‘어벤져스’의 감독 물망에도 올랐던 사람이고, <스카이폴>과 <스펙터> 등 007영화 두 편을 잇달아 연출한 영국감독이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1917’이다.  샘 멘더스 감독은 1차 대전에 참전했던 할아버지(알프레드 멘더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유럽대륙에 전쟁이 일어나고, 러시아가 참전하면서 이른바 서부전선-동부전선이 형성된 시기. 영화는 프랑스 북부에 길게 형성된 전선을 배경으로 한다. 엄청나게 길게 형성된 전선에서 양측 군인들은 참호 속에 웅크리고 있다가 포 사격과 함께 돌진, 공방, 후퇴, 참호구축을 거듭한다. 알프레드 할아버지는 당시 전선에서 명령을 하달하던 전령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모양이다. 넓은 전선, 참호 속 군인들. 피아를 구분 못하는 전선을 뛰어다니면 작전을 알려주던 그 전령들에 대해.  영화 ‘1917’은 1917년 4월 6일, 프랑스 북부의 서부전선의 참호에서 휴식을 취하는 영국군인 톰 블레이크(딘 찰스 채프먼)와 윌 스코필드(조지 맥케이)가 호출되면서 시작된다. 전선 너머 저 쪽에서 대규모 진지, 참호를 구축했던 독일군들이 갑자기 물러난 것이다. 에린모어 장군은 독일군이 후퇴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 퇴각, 함정이라고 본 것이다. 작전 변경을 하달할 전신선은 끊어졌고 이제 이 두 병사에게 절체절명의 명령이 내려진다. 몰살 위기에 놓인 1600명의 군인을 살리기 위해 시간 내에 2연대 매켄지 대령에게 소식을 전하라는 것이다. 이제 톰과 윌은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아식별이 쉽지 않은 진창의 전선으로 뛰어든다.  ‘원 테이...

[더 킹: 헨리 5세] 넷플릭스의 세익스피어 정복기 (데이비드 미쇼 감독 The King 2019)

  넷플릭스는 ‘영화시장’이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기존의 플랫폼업자들은 이미 극장에서 상영이 끝난 작품들에 대해 비디오판권을 사들여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것이 정통적이며, 안정적인 사업모델이었다. 인기신작들과 숨겨진 구작들을 적절히 전면에 내세우면서 말이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직접 영화를 만들고, 드라마를 만들고, 자신들의 인터넷극장을 만들어 전 세계에 퍼뜨리며 판을 흔들고 있다. 한두 편이 아니라, 이제는 극장산업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만큼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말이다! ‘더 킹 헨리 5세’(원제: The King 감독:데이비드 미쇼)도 그러하다. 원래는 워너브러더스사가 배급을 맡을 예정이었던 작품인데 넷플릭스가 냉큼 손에 쥐고 자신들의 생태계를 통해 공개했다. 베니스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이고, 부산국제영화제를 홍보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면서 말이다.  세익스피어 스타일 “잉글랜드에는 왕이 필요하다” 넷플릭스 ‘더 킹’은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가 남긴 희곡을 기반으로 한다. 세익스피어는 ‘4대희극’, ‘4대비극’만 쓴 것이 아니라 영국역사(왕조사)를 바탕으로 한 사극들도 많이 썼다. 이 작품은 세익스피어의 ‘헨리 4세’(1부,2부로 나눠 썼다)와 그의 아들 이야기인 ‘헨리5세’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지금 막 끝난 치열한 전쟁터를 보여준다. 용감한 핫스퍼(톰 글린 카니)가 스코틀랜드의 반란군을 무찌른다. 때는 15세기. 런던의 노쇠한 왕 헨리4세(벤 멘델손)는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왕위를 이어받아야할 장자 할(티모시 샬라메)은 의뭉스런 기사 존 팔스타프(조엘 에저턴)와 함께 시궁창 같은 동네에서 술과 여자 사이에서 한량으로 지내고 있고, 각지에선 반란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 차라리 용감한 핫스퍼가 아들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런데, 그 핫스퍼가 헨리4세에게 반기를 든다. 부왕의 정책과 전략에 늘 불만이던 할에게도 기회가 온다. 아버지가 죽고, 왕관이 그의 머...

[헨리 5세] Sir. 케네스 브래너의 헨리 5세 (케네스 브래너 감독, Henry V 1989)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1599년경 쓴 것으로 추정되는 희곡 <헨리 5세>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는 이미 두 편의 걸출한 작품이 세상에 나와 있다. 2차 대전 말기, 전시 체제의 영국민에게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든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주연의 클래식 <헨리 5세>(1944)와 역시 영국출신의 배우 케네스 브래너의 혁신적인 세익스피어극 <헨리5세>(1989)이다. 이 두 작품은 곧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더 킹: 헨리 5세>와 달리 세익스피어 원작에 충실하다. 특히 케네스 브래너 작품은 더욱 그러하다.  ‘헨리 5세’와 세익스피어  (나중에 ‘헨리5세’가 되는) ‘할’은 1386년 헨리 오브 볼링브룩(헨리 4세)의 큰아들로 태어나서, 웨일스 공이 되었고 아버지가 죽자 1413년 왕위에 오른다. 당시 머리에 씌워진 왕관의 무게는 잉글랜드의 국왕이며, 아일랜드의 영주이며, (프랑스에 있는) 아키텐의 공작이다.  랭카스터의 공작이었던 아버지 볼링브룩은 (사촌인) 리처드 2세가 런던을 비운 사이 왕위를 찬탈하고는 헨리 4세가 된 것이다. 왕위에 오르기까지 귀족의 도움을 받았기에, 왕위를 찬탈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 밑에서 군사를 이끌고 반란을 진압하는 등 제왕의 자질을 보여주었고, 그것 때문에 부왕과의 알력도 있었다. 세익스피어는 ‘헨리 5세’를 드라마틱하게 왕좌에 올린다. 젊은 시절의 ‘할’은 존 폴스타프라는 난봉꾼과 어울리며 술집을 전전하며 방탕한 세월을 보내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죽고 왕위를 이어받자, 어느 순간 개과천선한, 혹은 용의주도하게 왕위를 준비한 젊은 개명군주처럼 행동한다. 왕궁의 의심스런 작자들-귀족들, 성직자들-의 배신과 (젊은 시절의 방황에 대한) 경멸 등의 눈초리를 일거에 제압하고, 프랑스와 일전을 치르게 된다.  세익스피어는 <헨리 5세>에서 왕이 어떻게 군사를 이끌고...

[다키스트 아워] 역사를 읽는 정치가 (Darkest Hour, 조 라이트 감독,2017)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주권국가의 ‘전쟁대비태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나치 히틀러가 유럽을 휩쓸 때 그 위험성을 간파한 불세출의 정치가인 처칠의 결단의 순간을 그린 영화 <다크스트 아워>(원제: Darkest Hour 감독: 조 라이트)이다. 영화를 보면서 잘 몰랐던, 혹은 간과했던 역사의 순간이 펼쳐진다. 역사를 읽어야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영화인 셈이다. 1940년의 영국이라면, 웬만한 영화팬들이라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가 보여준 역사의 편린을 인식할 것이다. (2차 대전의 영광을 다룬 스필버그의 <라이언일병구하기> 이전의 이야기이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왜 40만 이상의 군인이 독일군의 포위공세에 밀려 허겁지겁 도망쳐 나온 군사작전을 ‘성공한 전쟁’이라고 하는지 영국인이 아닌 이상 의문이 남을 것이다. ‘두 발 전진을 위한 한 발 후퇴’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그 빈 공간을 영화 <다키스트 아워>가 채워준다. 당시 유럽정세는 이랬다. 1차 대전에서 철저히 무너진 독일은 국가사회주의노동자당(나치)의 히틀러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세를 회복하고, 유럽대륙 최강의 국가로 떠오른다. 히틀러의 야심은 순식간에 유럽을 집어삼킨다. 1938년 체코, 리투아니아, 폴란드를 잇달아 점거하더니 곧이어 벨기에, 덴마크, 노르웨이, 프랑스까지 진격한다. (아직 아우슈비츠의 비극이 있기 전의) 독일의 전광석화같은 군사작전의 성과를 세계사적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을까. 물론, 그 때 그 시절 정치지도자들은 판을 읽어야했다. 독일군의 승승장구에 맞춰 세계사의 재편이 이뤄지던 순간이었다. 당시 최강의 국가였던 영국은 섬나라로서 두 가지 선택이 가능했다. 프랑스(덩케르크)에서 전멸하든지, 영국으로 내빼서 섬나라의 안전을 지키든지. ‘덩케르크’에는 40만 이상의 영국군과 프랑스군이 독일의 포위작전에 몰려 전멸 직전이었다. 그때, 영국 런던의 정치상황은 지금 우리에게 전...

[사계절의 사나이] 신념의 인간 (프레드 진네만 감독 A Man for All Seasons 1966)

   1500년대 당시 영국 땅을 다스리던 헨리 8세는 앤 볼린이라는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진작부터 마음에도 없는 아내와 이혼을 강행한다. 그 과정에서 로마 카톨릭과의 관계를 끊고, 이에 반대하는 수많은 신하들의 목을 쳐버린다. 이때의 이야기는 <천일의 앤>에서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당시 목이 날아간 신하 중에 토마스 모어라는 정치가=법률가가 있었다. 그 사람을 중심인물로 다룬 영화가 바로 <사계절의 사나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67년에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럼, 영화의 이해나 박재환 리뷰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토마스 무어에 대한 ‘백과사전’식 설명부터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런던의 법률가 존 모어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 캔터베리 대주교(大主敎) 존 모턴을 섬기고, 나중에 옥스퍼드대학에 입학 했으나, 아버지의 요구로 중퇴하여 법률가가 되려고 링컨 법학원에 입학하였다. 대학 재학 중에 대륙의 르네상스 문화운동의 영향을 받아.. 1515년에는 통상(通商)문제로 네덜란드에 건너가, 외교교섭에 수완을 발휘하였다. 이상적 국가상(國家像)을 그린 명저 《유토피아》………..탁월한 수완과 식견으로 헨리 8세의 신임을 얻어 1529년에는 대법관(大法官)에 임명되었으나, 왕의 이혼에 끝내 동의하지 않고 1532년 관직에서 물러났다. 1534년 반역죄로 런던탑에 갇혔다가, 1535년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1935년, 로마 교황은 그에게 ‘성인(聖人)’의 칭호를 주었다. 헨리 8세는 ‘앤’을 차지하기 위해 이혼을 결심했고, 자신의 결혼문제, 나아가 정치적 견해, 종교적 신념에 맞서는 모든 반대파들을 숙청할 준비가 되어 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단 한사람, 토마스 모어 경에 대해서만은 만감이 교차한다. 토마스 모어가 자신의 뜻에 따라만 준다면 모든 영국이 자기를 따를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마스 모어는 원리원칙을 내세운다. 자신의 이혼을 위해 카톨...

[엘리자베스] 신념,복종,종교,단두대,궁중음모,고문,자백, 그리고 왕실의 영광 (세카 카푸르 감독 Elizabeth 1998)

  역사극은 사전지식이 필요하고, 좀 각오를 하고 봐야한다. 이 영화의 배경은 16세기 엘리자베스 여왕(1세) 시절이다. 영국史는 사실 복잡하다. 월드컵에서 모든 회원국가의 예선전 티켓은 공평하게 한 장씩임에도 불구하고, 영국이란 나라는 잉글랜드팀, 스코트랜드팀 등 몇 장 더 가져간다. 왜 그럴까? 챨스 황태자의 정식명칭은 ‘프린스 오브 웨일즈’이다. 웨일즈 지방의 왕자인 셈이다. 그러니 ‘킹 오브 그레이트 브리턴’. 이런 것은 사실 찾아보기 어렵다. 나라가 쪼개진 채 통치되어온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지방색 뚜렷하게 버텨내고 있는 그 나라의 상황은 이상하게 보일만도 하다.   영국의 헨리 8세는 결혼을 여섯 번 했단다. 첫 번째 부인이 아기를 못 낳자 이혼하려 한다. 카톨릭은 이혼을 인정하지 않자, 카톨릭을 무시하고 앤과 결혼한다. <천일의 앤> 영화를 보면 뒷이야기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앤은 엘리자베스(케이트 블랑쉬)를 낳았지만 헨리 8세는 이혼까지 불사하며 결혼한 앤마저 처형한다. 헨리 8세는 그 뒤에도 새로 결혼하며 이전 왕비의 목을 계속 쳤다. 모두 반역죄로 말이다. 그러니, 영국의 귀족들이나, 유럽각국의 황실, 바티칸의 지도자들이 헨리 8세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16세기 유럽문화의 판도는 영국보다 더욱 복잡하다. 그것은 봉건시대, 혹은 전근대작 유럽문명의 거울이기도 하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의 나라가 있었지만, 영국인, 프랑스인, 스페인인 같은 국적인은 사실 무의미했는지 모른다. 그 당시 잉글리쉬, 웨일즈, 스패니쉬 등의 그 땅에 살던 토착인과 어디서 굴려왔는지 그들을 통치하던 권력층이 있었을 뿐이다. 영국만 하더라도 헨리 8세까지는 그런대로 큰소리 치는 패권국가였지만, 메리가 등극하고, 그 뒤를 이어 엘리자베스가 등극하는 초기에는 그야말로 외세침략의 제1순위 국가였다. 이 시대를 특징짓는 것은 종교와 정략결혼이다. 영국을 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군대를 이끌고 와서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