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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17] 니플하임의 불쌍한 지구종(種)들 (봉준호 감독,2025) Bong Joon-ho *Mickey 17*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이후 6년 만에 할리우드 대작 [미키17]로 돌아왔다. 멀리 보자면 단편 [지리멸렬](1994)부터 영화적 재미와 사회적 풍자를 결코 놓지 않았던 충무로의 봉테일에서 세계적 유명감독으로 위상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사회적 계층질서와 인간의 실존적 문제에 대해 메스를 댄다. 이번엔 할리우드 대자본으로 우주 저 멀리, 니플하임 행성으로 날아가서 인간, 복제물, 외계생물체와의 3종 조우라는 ‘휴먼’드라마를 완성시킨다. 원작은 2022년 출판된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7]이다.  미키 반스(로버트 패틴슨)는 지구별에선 별 볼일 없던 루저 청춘이다. 그가 겨우 구한 일자리는 우주 식민개척지에서의 극한직업이다. 여러 문제로 지구에서 더 이상 인류가 살아갈 수 없게 되자 우주 곳곳으로 식민지 행성을 개척하던 시기이다. 미키 반스는 위험한 우주공간에서의 각종 생체실험, 어떤 외계생물이 우글거리고 있을지 모를 행성 개척의 선봉으로 ‘소모’된다. 어떻게? 익스펜더블과 기억저장 테크놀로지로. 2054년이면 가능하단다. 이제 위험한 임무 수행 도중 죽으면, 육신은 ‘(리)프린트’되고, 저장된 기억을 재주입시키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미키1부터, 미키2, 미키3,…. 미키17이 차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소설에서는 ‘미키7’까지.) 아무리, 과학문명이 발달해도 인간의 실수는 생기는 법. 미키17이 죽은 줄 알고, 미키18을 만들어 놓았는데 미키17이 버젓이 살아서 기지로 돌아온 것이다. 이제 ‘미키 반즈’의 첨단과학 복제품인 ‘미키17’과 ‘미키18’이 동시에, 한 공간에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 상황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무엇보다 최초의 미키 반스와 지금의 복제품은 같은 존재일까, 다른 존재일까. 봉 감독은 ‘테세우스의 배’ 이야기를 과연 끄집어낼까. 영화는 우주로 향하는 인류의 절박한 문제에 대해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펼치지 않는다. 단지, ‘선거에 두 번 떨어진’ 정치인(마크 러팔로)이 척박한 우주의...

[더 배트맨] 토호세력에 맞선 고독한 자경단원 * The Batman *

   ‘DC Comics’는 1937년부터 끊임없이 미국식 영웅들을 창조해왔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이 DC에서 태어난 영웅들이다. 코흘리개의 만화책을 뛰어넘어 세대를 이어가며 팬들을 사로잡았던 영웅들은 할리우드로 진출하여 글로벌한 영웅놀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나 마블과의 경쟁을 통해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적 차원의 정의놀음에 열중하고 있다. 마블에 항상 열세인 DC에서 내놓은 영웅담 최신담은 ‘더 배트맨’이다. 제목부터 거룩하다. 만화책 속 영웅 배트맨은 1939년에 처음 세상에 선을 보였다. 밥 케인과 빌 핑거가 창조해낸 배트맨은 고담 시티에서 악을 응징하는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이다. 80년의 세월이 지날 동안 브루스 웨인은 브루스 웨인대로 고민이 깊어지고, 배트맨은 배트맨대로 강인해지고 있다. 그리고 펭귄과 캣우먼 등 주변 인물들은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말이다. 물론, 기본은 항상 배트모빌을 탄 배트맨과 어떻게든 고담을 박살내려는 조커 같은 빌런이 설치는 제한된 공간의 제한된 영웅과 제한된 악당들의 아귀다툼이다. 이번 [더 배트맨]은 어떨까. 고담 시티는 여전히 침울하고, 칙칙하고, 범죄에 둘러싸인 어둠의 도시이다.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되어 어둠속에서 정의의 사도 역할을 한지 2년차로 접어들었다. 할로윈에 고담 시장이 리들러라는 의문의 악당에게 살해당하고, 배트맨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GDNP(고담경찰국) 내부에 만연한 부정과 비리, 부패경찰과 맞서야하고, 리들러의 수수께끼를 풀어야한다. 그나마 고든 경위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배트맨은 리들러의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고, 고담의 악당을 하나씩 처치하면서 조금씩 고담 부패의 근원으로 다가선다. 언제 어디서부터, 누가 진짜 악당인지. 그러면서 그는 부모(토마스와 마사)가 남긴 거대한 유산의 짙은 그림자를 실감하게 된다.  DC코믹북 탄생 이래 배트맨은 줄곧 어둠의 세계를 지배하는 악당을 집요하게 쫓아가 응징하는 역할을 해왔다. 슈퍼맨과 원더우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

[테넷] 크리스토퍼 놀란의 시간은 거꾸로도 흐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TENET,2020)

  <인터스텔라>에서 그 어려운 차원의 문제를, <인셉션>에서 그 심오한 꿈의 심층으로 들어갔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번엔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에 도전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다시 되돌아올 수 있을까. 그런데 신작 <테넷>(원제:TENET)은 단순한 시간여행 영화가 아니다. 제임스 본드가 ‘미래의 Q’에게서 첨단무기를 전달받아 사방팔방, ‘뺑뺑이를 돌며’ 세계종말을 획책하는 빌런을 처치하는 스파이액션 영화이다. 그렇다. 설명을 들으면 말이다! 엄청 키 큰 여자, 빨간 줄 백팩 남자, 브룩스 브러더스 양복맨 영화는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오페라극장에서 벌어지는 테러 현장에서 시작된다. 테러리스트들이 총을 쏘며 공연장에 들이닥치고, 곧바로 테러진압요원들이 작전에 나선다. 공기흡입구를 통해 가스를 살포하고 객석의 사람들이 쓰러진다. 그 와중에 테러진압요원 복장을 한 주인공(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진입한다. 누군가를 구하고, 뭔가를 회수하는 작전인 듯. 짧은 순간 주인공은 불가사의한 현상을 본 듯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것을 인지한다. 이제부터, 주인공과 함께 그 불가사의한 현상이 무엇인지, 마스크를 뒤집어 쓴 사람이 누구인지 분별하는 복잡한 인식의 게임에 뛰어들게 된다. 물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시간은 키예프에서 런던으로 정주행하기도 하고, 오슬로에서 탈린으로 역행하기도 한다. 아니, 도로 위 차선에서는 동시에 나타나 엇갈리기도 한다.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느끼세요” <테넷>의 시간흐름과 총알의 물리학적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려면 영화를 수십 번 봐야할지 모를 일이다. 고작 서너 번 반복 관람하게 되면 나름 ‘현상의 구멍’을 찾게 되고, 놀란 감독이  고심한 영화적 작법에 어느 정도 순응하게 된다. 미래의 과학자가 만들었다는 괴상한 알고리즘에 대한 집착만 빼면 <테넷>은 테러 작전과 자동차 추격, 그리고 중2병 악당의 정신분열증 광기의 총합이다.   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