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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언덕] 길 위의 모녀 (박석영 감독,2019) The Hill of Wind

  코로나19로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휘청거리는 요즘, ‘독립영화’는 그 상황이 어떠할지는 짐작이 간다. 워낙 어렵게 만들어지고, 어렵게 알려지고, 어렵게 유통되던 독립영화로서는 요즘은 그야말로 고통의 나날들. 그 와중에 극장 개봉을 준비하는 영화가 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호평받았던 박석영 감독의 <바람의 언덕>이다. 박석영 감독은 2014년 <들꽃>을 시작으로 <스틸 플라워>(2015), <재꽃>(2016)을 내놓았다. <바람의 언덕>은 그의 네 번째 장편영화이다. 혹시 한 편이라도 보신 적 있는지. ‘독립영화의 현실’이다. <바람의 언덕>은 중년의 여인의 힘겨운 삶과 젊은 여자의 녹록치 않은 삶이 펼쳐지는 지독한 인생이야기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산길을 젊은 여자가 그 눈을 뽀드득 밟으며 올라간다. 저 멀리 풍력발전소의 커다란 날개가 보인다. 여자는 카메라에 겨울풍경을 담는다. 아름다울 수도 적막할 수도 처량할 수도 있는 풍광이다. 여자는 그 사진을 자신의 ‘거처’ 벽에 붙여놓는다. 이 여자는 태백에서 작은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하는 한희이다. 집이 따로 없다. 밤이면 텅 빈 공간에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잠이 든다. 외롭다. 중년의 여성 영분은 오랫동안 병수발을 들던 남편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삶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피붙이가 아니었던 의붓아들에게 모든 것을 남기고 고향(태백)으로 돌아간다. 그곳 ‘햇빛모텔’에서 허드렛일을 한다. 그리고 필라테스 학원을 맴돌며 환희를 가만히 지켜본다. 서글프다. 영화 <바람의 언덕>의 두 여자 영분과 환희는 모녀관계이다. 오래 전 어린 나이에 낳은 아이를 고아원에 보내고 둘의 삶은 각자, 그렇게 힘들고, 외롭고, 서글프게 진행된 것이다. 박석영 감독은 두 여인의 삶의 궤적을 조용히 따라가다. 어미는 감히 손을 내밀지 못한다. 딸은 어미인 줄을 모른다. 단지 황량한 필라테스 학원을 찾는 얼마 안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