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신문에 난 영화광고를 스크랩하는 것이 취미였다. 아직도 기억하는 것은 이 <꼬방동네 사람들>의 신문광고이다. ‘일간스포츠’에 전면광고가 났었는데, 요즘이야 칼라로 2면 광고까지 나는 시대이지만, 당시에는 영화 전면광고가 극히 이례적이었다. 시커먼 잉크가 여전히 묻어나는 그 영화광고. 그 영화는 사실 굉장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푸른극장’이란 곳의 개관기념작이었을 것이다. (나야 당시 부산 살던 아이라서 그게 얼마나 크고, 어떤 정도의 극장인지는 몰랐다. 아마 이 극장은 폐관되었든지 아니면, 연흥극장으로 이름을 바꾸었을 것이다.) 다른 것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노란 우산을 썼던 김보연이 무척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었다. 이 영화 감독은 배창호이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한국의 스필버그’라는 호기로운 명성을 들을 만큼 각광받던 감독이었다. 나도 그 시절부터 거의 배 감독과 궤적을 같이하며 영화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니 말이다. 이 영화하고 같이 공개된(‘개봉된’하고는 또 다르다. 당시 한국영화정책은 아주 특별했다. 이른바 좋은 영화 ‘문예영화’를 하나 만들면 외화수입권이 하나 주어졌었다. 그래서 많은 영화사가 영화팬을 위해서가 아니라 영화관련 문공부당국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화를 만들었다. 그때 배창호가 만든 그런 영화가 바로 <철인들>이란 영화였다. 배창호는 종합상사 들어가서 외국에 나가 물건 팔던 수출역군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영화한답시고 회사 때려치우고, 충무로에 들어와서는 이장호 감독 밑으로 들어갔다. 배창호는 그 후 좋은 작품을 정말 줄줄이 만들어내었다. 난 미성년자 관람불가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절까지는 그의 모든 작품을 극장에서 다 보았을 만큼 열성 팬이었다. 특히 <적도의 꽃>, <깊고 푸른 밤>은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한국영화이다. <우리 기쁜 젊은 날>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안녕하세요 하느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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