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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타귀] 29살 날렵한 홍금보, 강시와 싸우다

여름이면 각광받던 그 시절 호러영화의 대표적 캐릭터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드라큘라’, ‘소복 입은 여자’가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할리우드와 한국에서도 좀비가 각광받고 있다. 이들 개성강한 캐릭터들이 스크린을 지배할 때 홍콩에서는 아주 독특한 캐릭터가 한 시대를 풍미했었다. ‘강시’(僵尸)라는 것이다. ‘강시’는 ‘엎어져서 뻣뻣하게 굳은 시체’라는 뜻이다. 이미 죽어서 땅에 쓰러져 사후강직이 일어난 사람이 어떤 사유로 벌떡 일어나 콩콩 뛰며 산 사람에게 달려드는 것이다. 기겁할 일이다. 강시가 등장하는 영화로 1980년 홍콩에서 개봉된 홍금보 주연의 <귀타귀>를 많이 언급한다. 이듬해 한국에서도 개봉된 이 영화가 최근 OTT서비스 왓챠에 올라와 있기에 소개한다.     복장이나 주택구조로 보아 청말-민국시기인 듯하다. 중국의 한 마을의 인력거꾼 장대담(홍금보)이 주인공이다. 이름이 대담해서인지 종종 마을 사람으로부터 담력시험을 제안 받는다. ‘흉가에 가서 하룻밤 보내봐’ 식으로. 그가 밖에서 열심히 일할 동안 아내는 마을 유지인 담 어르신과 사통을 즐긴다. 어느날 사통현장이 장대담에게 발각될 뻔 한다. 담 어르신은 신발 한 짝을 흘린 채 겨우 도망간다. 담 어른신은 이번 기회에 장대담을 처치하기로 한다. 담의 측근(태보)이 모산도인을 초빙하여 각종 술수로 장대담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민다. 그런데 또 다른 도사가 적시에 등장하여 장대담을 도와준다. 모산도인은 몇 차례 더 술수를 부리지만 실패로 돌아가고 결국 장대담과 담 어르신의 마지막 쿵푸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강시영화’로 알려진 <귀타귀>는 ‘강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은 아니다. <수호전>의 무송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파생된 <금병매>의 서문경-반금련 스토리로 시작한다. 아내를 철석같이 믿는 순박한 남자가 억울한 일을 당한다는 내용이다. 정통적 홍콩 쿵푸물에서처럼 그냥 치고받는 이야기가 아니라, ‘강시’가...

[철수무정] PiFan2004, 쇼브라더스, 그리고 나열 (장철 감독 鐵手無情 The Invincible Fist 1969)

 우리나라 영화판이라는 강호에 '쇼 브라더스 시절의 영화'에 대한 전문가가 꽤 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내가 기억하는 홍콩영화는 아마도 초등시절에 누군가를 따라가서 본 [비도권운산]과 아마도 수호지의 '무송'이 호랑이 때려잡던 어떤 영화였을 것이다...금요일 부천에서 쇼브라더스영화 심야‘4편’연속상영이 있었다. 부천복사골문화센터에서 작년 쇼브라더스 회고전을 다룬 메가토크 책자를 샀다.  짐작하다시피 김홍준 피팬 집행위원장과 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자신들의 한 시절을 떠올리며 '쇼브라더스 영화'에 대한 끝없는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정성일씨야 왕가위와 [키노]로 잘 알려진 평론가지만 그 사람이 [로드쇼]시절과 자신의 열혈 영화팬 시절 무용담이 알려지면서 그럴러니 했는데.. 이 사람도 쇼브라더스 시절 동네극장에서 진을 치고 몇 번씩 보던 그런 '아련한' 과거를 지닌 사람이었다. 인터넷에서 '철무정'이란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있는데 얼핏 보아도 꽤 공력이 있는 사람 같다. 아니나다를까 이 사람도 엄청난 열혈 '무협'팬이었다. 물론 최근엔 [키노]기자로 있다가 [필름2.0]에서 활동 중인 주성철 기자도 젊지만 싹수가 보이는 이쪽 계통 전문가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이 정도하고.. 그러니 나를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과 동급으로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작년(2003) 부천에서는 [쇼브라더스 회고전]을 갖고 [대취협], [금연자], [십삼태보],[양산백과 축영태],[독비도],[복수] 등 여섯 편이 소개되었다. 올해 심야상영에서는 [철수무정], [자마], [성성왕], [대자객] 등 네 편이 상영되었다. 내가 이미 열혈 영화청년이 아니란 것은 제일 먼저 상영된 [철수무정] 보고는 거의 그로기 상태에 빠져 해롱거리며 불편한 의자에서 곯아떨어졌다는 것이다. --; 인터넷에서 '철무정'이란 아이디를 오래 전부터 사용하는 사람이 있던데 아마 그 사람은 분명 [철수무정]에서 영감을...

[도마단] 서극 감독의 미녀삼총사 (刀馬旦, 서극 감독, 1986)

(박재환 2001.6.27)  <도마단>(刀馬旦,Peking Opera Blues) 들어가기 전에... 장국영이 나왔던 영화 <패왕별희>는 중국현대사를 배경으로 하여 '경극' 배우의 사랑을 다루었었다. 경극(京劇)이란 중국 북경 지역에서 공연되는 전통극 형태의 음악극 양식이다. 물론 서구의 오페라 양식과는 조금 다르다. 이러한 형태의 음악 극은 중국 각 지방에서 수백년 동안 전해지면서 정제되어왔다. 오늘날에는 북경 중심의 경극 외에도 광동성이나 안휘성, 호북성 등지에서도 그들만의 전통극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들의 황금시기는 청나라 말기이다. 건륭제에서 도광제 시대(18~19세기)를 거쳐 세도가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다. 서태후 또한 이들 경극의 열성 매니아였던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도, 상하이나 항주, 소주 등 중국의 유서 깊은 도시의 고택에 가보면 대저택 내부에는 경극 공연무대가 갖추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 경극의 공연배우는 전부 남자이다. 여자 역은 모두 남자가 여장을 해서 이루어진다. 어릴 적부터 여장에 익숙한 배우들 중에서 <패왕별희>에서 장국영이 연기한 '데이'처럼, 자신이 정말 여자인 것처럼 느껴 비련의 사랑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모양이다. 경극에서 배우들이 맡게 되는 역을 생(生), 단(旦), 정(淨), 축(丑)이라 한다. 이는 주연-여자-호걸과 악한-어릿광대이며, 단역으로 '말'(末)이 있다. 이 중 여자 역인 '단'은 다시 청의(晴衣), 화단(花旦), 무단(武旦), 도마단(刀馬旦), 노단(老旦) 로 나뉜다. 모르긴 해도 이 영화 <도마단>은 경극배우에서 여자 역을 맡은 사람이 주인공 이리라.     이 영화는 홍콩의 재간둥이 서극 감독이 1986년에 만든 영화이다. <접변>으로 평단의 환영을 받던 그가 <촉산> 등의 실험작을 내놓으며 홍콩에 신선한 바람을 불려일으키고 있을 때였다. 물론,...

[천녀유혼] 장국영,귀신과의 사랑 (倩女幽魂, 정소동 감독,1987)

천녀유혼이라면 ‘홍콩영화’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영화이다. 중국에는 <요재지의>(聊齋志異)라는 책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귀신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도 이런 귀신이야기, 미스테리 터치의 스토리를 자주 보고 듣게 되었는데 그것은 사회현상과 맞물려 돌아가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사회 현상보다는 원래가 그런 귀신이야기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귀타귀>, <강시선생> 같은 시리즈말이다.   <<요제지의>>는 명말청초에 살았던 포송령(蒲松齡)이란 사람이 엮은 책이다. 괴이한 일이나 전설, 갖가지 이물(異物)에 관심이 많았고, 들은 게 많았던 그는 살아생전 여기저기서 얻어들은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그가 죽고 난 뒤에야 출판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단편 496편이 수록되었다. 한여름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남자가 여자에게 수록된 이야기를 해주면 전율을 느낄 것이다. <요재지의>에 실린 것 가운데 ‘섭소천’이야기도 있다. ‘요재지의’에 수록된 이야기는 아주 짧은 단편 이야기들이다.   ‘섭소천’이야기도 간단한다. 예산, 수금원 영채신이 난약사에 가서 하루를 유숙하며 혼령으로 남은 섭소천 낭자와 사랑을 나누 게 된다. 그리고 섭소천의 영면을 위해 그의 유골을 고향에 갖다 묻는다. 이 영화의 제작자는 서극이다.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공부한 서극은 <촉산>에서 SFX장면을 넣는다. 엄청난 화제와 더불어 엄청난 실패를 겪어야했다. 분석해보니 그것은 바로 동양적 정서의 결핍이라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러니까 부처가 나오고, 홍금보가 나오는데 레이저 광선이 휙휙하고 트렌스포테이션-공간이동이 나오는 것을 당시 관객들이 이해 못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좀 더 현실적으로 동양인 – 정확히는 홍콩인-의 피부에 와 닿는 스토리를 택했다. 바로 섭소천이다.   홍콩 영화계의 재주꾼 서극은 이 사랑받는 고전 캐럭터를 가지고 맹숭맹숭한 텔레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