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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왕사] 무더운 여름밤, 외로움과 죄책감의 무게 (중국 원쓰페이 감독,2021) * Are You Lonesome Tonight? *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나게 되는 중국 범죄영화 [열대왕사](熱帶往事)의 영어제목은 ‘Are You Lonesome Tonight’이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1960년 불러 아직까지 사랑받는 곡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1927년 찰스 하트가 처음 불렀었다. 프랭크 시나트라도 불렀고. 영화 분위기로 보자면 양덕창 감독의 [고령가소년살인사건]에서 꼬마친구가 부른 곡에 가깝다.  영화는 광동성 광저우를 배경으로 한다. 낡은 승합차를 타고 다니며 에어콘을 수리하는 수리기사 왕쉐밍(펑위엔)은 어느 늦은 밤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다. 누군가를 들이받은 것이다. 겁에 질린 왕은 시신을 강가에 내다버린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밤 죄책감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왕은 양후이팡(장애가)의 집에 에어콘 수리를 나갔다가 자신이 친 사람이 그의 남편이었음을 알게 된다. 죄책감, 불면의 밤, 그리고, 혼돈 속에 시달리게 된다. 후이팡의 남편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었고, 돈가방을 역의 사물함에 넣어두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거액이 든 돈가방을 손에 쥔 왕은 정체불명의 사람들에게 쫓긴다. 경찰도 뺑소니범 추적에 나서고, 왕은 후이팡에 대해 조금씩 속죄의 마음을 갖게 된다. 영화는 왕가위 스타일에 오래된 홍콩 독립영화의 이미지로 채워졌다. 영화의 첫 장면은 묶여있던 소가 우리를 탈출하여 숲으로 들어가는 모습니다. 이어 중국 교도소 모습이다. 왕쉐밍은 이미 체포되어(혹은 자수하여) 감옥에 들어왔고, 자신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20년 형기를 치르면서 “왜, 여기 왔냐고? 그런 질문을 자꾸 받다보면 기억이 흐릿해진다.”고 말한다. 실제 그의 기억은 혼란스럽다. 어두운 밤 인적 드문 곳에서 누군가를 친 그 순간부터 말이다. 영화의 혼란은 ‘소’ 한 마리부터 시작된다. 왕쉐밍은 길 한복판에 자리를 차지한 소를 피해 운전했고, 삐삐가 왔고, 사람을 친 것이다. 소의 환상과 그 소의 울음 소리는 계속된다. 중국은 아직 연령별 등급제도가 없다. 그리고, 불법적인 요소의 작품은 개봉이...

[해탄적일천] 여자의 길, 대만의 운명 (양덕창 감독,1983) *海灘的一天/That Day, On The Beach *

  세계영화사를 다룬 책에는 1950년대와 60년대를 장식한 프랑스 누벨바그에 대한 설명이 있다. 기존 영화들이 답습(!)한 문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상미학을 추구한 일련의 감독들이 나열되어 있다. 시차는 있지만 낡은 것을 깨부순다는 의미에서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서극과 허안화 등이 이끈 홍콩, 후효현과 양덕창이 이끈 대만의 경우이다. 중국어로는 ‘신낭조’(新浪潮)이다. 그냥 ‘새로운 물결, 파도’라는 뜻이다. 6일, 대만 양덕창(양더창, 에드위드 양) 감독의 ‘해탄적일천’이 개봉한다. 양덕창 감독의 데뷔작이자, 대만 신낭조의 신호탄이 된 작품이다.  ● 도시와 어촌 마을, 남편이 사라졌다 영화가 시작되면 파도가 치는 해변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하다. 한 사람이 모래밭에서 버려진 약병을 발견하고는 경찰에게 넘겨준다.(이 장면은 처음 보면 알 수 없다. 나중에 다시 해변이 등장할 때에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영화는 유럽으로 유학을 떠났던 웨이칭(蔚青)이 유명 피아니스트가 되어 귀국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시작된다. 웨이칭의 귀국소식을 라디오뉴스로 전해들은 자리(佳莉)가 기쁜 마음에 호텔로 찾아간다. 오래 전, 웨이칭은 자리의 오빠 자썬(佳森)을 좋아했었다. 그런데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자썬은 다른 처자와 결혼하게 되고, 웨이칭은 그 길로 대만을 떠났던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지난 10여년의 세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밤새 이야기꽃을 피운다. 1983년에 만들어진 대만영화이다. 그러니 그보다 10여 년 전의 대만의 이야기인 셈. 자리는 아버지가 정해준 신랑감을 피해 타이베이로 야반도주한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웨이더(德偉)와 결혼한다. 당시 급속 경제 성장하던 대만의 모습처럼 이들 가족, 이들 커플, 이들의 삶은 아름답게만 흘러가지 않는다. 통속극이며, 불륜드라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 장애가와 호인몽 이 영화의 메인 내레이터는 피아니스트 호인몽과 그의 친구 장애가이...

[구애대작전] 진백상+장애가, 장국영은 조연 (求愛反斗星 Crazy Romance, 1985)

 장국영은 살아 생전 5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1987년 ‘천녀유혼’으로 홍콩영화 최고의 인기 스타가 되기 훨씬 전에부터, 데뷔 이후 10년 동안 꽤 많은 영화에서 주연과 조연을 맡았었다. 그 중 85년에 나온 <구애대작전>(求愛反斗星)이란 영화도 있다. 우리나라에 출시된 비디오 재킷 이미지를 보면 장국영이 마치 주인공으로 느껴지지만 실제 이 영화는 진백상과 장애가가 주인공이고 장국영은 조연급이다. 장국영의 한창 앳된 표정-그러나 이미 나이 서른에 찍었던-을 볼 수 있는 영화이다.   먼저 진백상부터 소개한다. 진백상도 알고 보면 꽤 많은 홍콩영화에 출연한 조연같은 ‘주연급’배우이며, 주연급 같은 ‘조연배우’이다. 요즘도 홍콩 TV쇼 프로그램 진행자로 인기를 끌고 있는 생명이 긴 연예인이다. 워낙 잘 생긴 배우가 많은 연예판에서 푸근한 인상으로 밉지 않은 연기를 곧잘 해내는 배우이다. 그는 70년대 초에 알란 탐(譚詠麟), 진우(陳友), 종진도(鍾鎭濤)등의 멤버로 구성된 인기그룹 온나악대(溫拿樂隊=Wynners)의 전신 ‘Loosers’의 멤버로 청소년의 우상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구애대작전>에서 진백상은 좀도둑에 날강도, 왕백수에 허풍쟁이 홍가보(洪家寶)역을 맡는다. 그는 똘마니(邵國華)와 함께 가게에서 TV를 훔쳐 나오다 의협심 강한 장애가(張艾嘉)에게 들킨다. 구라쟁이 진백상은 누가 물건 훔치는 걸 붙잡아 도로 돌려주고 있는 거라고 큰소리 치다가 결국 감옥에 간다. 진백상은 장애가에게 “길 다닐 때 조심해!”라고 협박하지만 감옥에서 곧 장애가를 만나게 된다. 장애가는 홍콩교도소 교도관이었다. ‘느끼함 100%’의 교도소 소장(曹査理)은 끊임없이 장애가에게 프로포즈를 하지만 장애가는 전혀 관심이 없다. 홍가보는 출옥 후 무전취식을 하며 여전히 건달 생활을 하다 운명적으로 장애가에게 쏙 빠져든다.    하지만 장애가는 교도소장 뿐만 아니라 날건달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교도소...

[최가박당2 대현신통] 허관걸의 최가박당 시리즈 두번째 이야기 (最佳拍檔大顯神通, 증지위 감독,1983)

* (박재환)무려, 1999년에 쓴 글입니다 --; * 홍콩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찌 보면 품앗이 하는 것이다. 홍콩이란 땅이 워낙 좁고, 영화인들의 수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 영화에서 나온 배우는 이 영화에서 감독이고, 이 영화 제작자는 저 영화 각본가이다. 그리고, 물론 배우들의 정말 정력적으로 겹치기 출연을 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서극(동방불패, 황비홍..기타 등등의 감독)이 카미오로 잠깐 출연한다. 생긴 것만큼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 증지위는 다름 아닌 <금지옥엽>의 그 뚱보 아저씨이다. 물론, 그는 홍콩의 다작 영화제작자 중의 한 사람이다.... ‘최가박당’(뜻은 최고로 잘 어울리는 짝패=베스트 파트너라는 뜻)은 1982년 1편을 선보인 후, 줄줄이 다섯 편이나 제작되며 홍콩영화의 한 시대를 풍미한 인기 시리즈이다. 아직도 서구에선 꾸준히 찾는 팬이 있고 말이다. 코믹, 액션, 어드벤쳐, 그리고, 조잡하지만 (헐리우드의 SFX에 맞선다는 의미에서) 아시아적 창의성이 풍성한 화면을 제공하는 보기 드문 컬트(?)이다.  1편에서부터 이 영화의 자랑스러운 액션 씬이라면, 아마 카 체이싱 장면일 것이다. 비록 중고차라는 것이 확연히 티가 나지만, 아낌없이 달리고, 날리고, 부수고 하는 장면을 보면서 "우와! 홍콩 영화 만드는 것이 장난 아니네..."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프라모델(헬리콥터 모형, 로봇등장 등)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헐리우드의 <고질라>와 비교했을 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그러면서도 그 창의성을 십분 존경할만한 장면을 선사해준다. 이 영화의 '베스트 파트너'는 허관걸과 맥가이다. 허관걸은 <소오강호>의 오리지널 영호충으로 알려진 배우인데 홍콩에선 70년대 <미스터 부> 시리즈부터 시작하여 굉장한 인기를 누린 코미디 스타이다. 대머리 앨버트 형사 역의 맥가는 아마, ...

[우견아랑] 로맨티스트 주윤발 (두기봉 감독 阿郞的故事 All About Ah-Long, 1989)

주윤발의 신작 <커럽터>(Corruptor; 홍콩제목 魔鬼英豪)>가 최근 미국에서 개봉되었다. 그리고 조디 포스터와 공연하는 <왕과 나>는 현재 말레이지아에서 열심히 촬영 중이고 있고 말이다. 그런 주윤발의 옛날 전성기 때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우견아랑>(阿郞的故事)은 두기봉이 감독하고 주윤발과 장애가나 출연한 1989년도 작품이다. 주윤발이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같은 작품에서 트렌치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시거를 입에 물고 쌍권총을 쏘는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선보인 반면 그에게는 또 다른 재능이 있었으니 바로, 로맨틱한 배우라는 것이다. 물론 <영웅본색>에서도 그의 우수에 깃든 눈동자와 허탈한 철학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많은 작품들 - <등대여명>, <가을날의 동화> 등에서 그의 이러한 묘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어쩜 그는 그러한 푸근하고 넉넉한 인상이 그의 자산이요, 여타 홍콩 스타들과 구별되는 매력일 것이다. 대부분의 홍콩스타들이 헐리우드로 진출하는 동안 (그리고 몇몇은 자신들의 한계를 알고는 홍콩에 남아있는 동안) 주윤발도 미국에 진출했다. 물론 그의 첫 신고작 <리플레이스먼트 킬러>는 그런저런 미국식 액션물로 만족해야했지만 그렇게까지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오우삼의 첫 작품 또한 그런 식이었고, 성룡 또한 미국진출을 노리며 십여 년 전부터 처량할 만큼 애처로운 단역을 마다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주윤발에게 있어서 한 가지 특별한 것은 대부분의 홍콩스타들이- 그리고 대부분의 홍콩인들이 그러하듯이- 미국식 이름을 또하나씩 다들 갖고 있는데 반해 주윤발은 영문 이름이 없다. 오직 'Chow Yun-Fat'라는 광동식 발음으로 미국시장에 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만큼 그의 상품가치, 대중 스타로서의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미국인들이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홍콩스타가 주윤발이다....

[쌍룡회] 깔깔깔 낄낄낄 우하하하하하 (임영동&서극 감독, Twin Dragons 1992)

‘쌍룡회’는 성룡 출연작 중 재미로 따지자면 상위권에 맴도는 그런 영화이다. 줄곧 보면서 미친 듯이 웃어댔으니 말이다. 아, 성룡은 이제 이렇게 방방 뛰고 정신없이 웃긴 영화를 만들기에는 너무 늙어버린 모양이다. 너무너무 아쉽다.   이 영화 다 끝나고 기대했던 NG장면은 없었다. 성룡영화 중에 이런 것도 있었나? 아님 비디오 출시할 때 빼버렸나? 여하튼 영화 끝 자막 오를 때 이름이 한참이나 올라가는데 홍콩영화감독협회모임이라도 있었던지 이 영화제작에 참여한 감독들 이름이 쭈욱 올라가는데, 수십 명의 명단이 올라갔다. 그들이 이름이 왜 올랐을까?   그 답은 쉽게 구했다. 작년에 출간된 성룡의 자서전(성룡은 ‘문맹’으로 알려졌는데 --;) <我是誰 成龍自述 (上海人民出版社발행>)의 후반부에 그가 말하는 그의 작품해제를 보면 이 ‘쌍룡회’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와 있다. 이 영화의 수익은 원래 홍콩감독협회의 새 건물 건설에 보태질 예정이었단다. 비록 1998년 초까지 그 건설계획은 채 시작도 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성과는 거두었단다. 감독은 서극과 임영동이 공동으로 맡았고, 카미오 내지 제작지원으로 나선 홍콩영화인은 서극, 임영동, 왕정, 증지위, 오사원, 장애가, 진가신, 오우삼, 장완정, 장견정, 유위강, 나탁요, 황지강, 허안화, 황점, .. 등등 엄청나게 많다. 그래서 아마 이 영화는 홍콩 영화감독과 영화인의 잔치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내용은 홍콩에서 갓 태어난 쌍둥이가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각각 다른 운명의 길로 가게 된다. 한명은 좋은 부모 밑에 자라난다. 미국으로 이민 가서 교향악단 지휘자로 성공하고, 또 다른 하나는 태어나자마자 인질로 잡혀 탈취(!)되었다가 알코올중독 술집여자 손에 들어가게 그렇게 자란다. 그러니 싸움 잘하는 뒷골목의 사나이로 성장한 것은 당연지사. 이들 형제가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될까. 지휘자가 홍콩으로 건너 와서 음악회를 하게 되는데 그 숙소 호텔에서 둘은 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