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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v 페라리] “자동차는 달리고 싶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 Ford v Ferrari 2019)

  1986년 대우자동차에서 만든 승용차 ‘르망’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자동차 경주대회 ‘르망24’(24 heures du Mans, The 24 Hours of Le Mans)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1923년 시작되어 해마다 6월에 프랑스 르망이라는 동네에서 열리는 이 자동차경주는 자동차의 내구성을 견주는 시합이다. 자동차는 24시간동안 쉬지 않고 르망의 라 샤르트 경주장을 돈다. 오랫동안 자동차제조업체의 명예와 실력을 다투는 경기로 자리 잡았다. 4일 개봉된 영화 <포드 v. 페라리>(제임스 맨골드 감독 Ford v Ferrari 2019)는 바로 이 르망24 자동차경주를 다룬다. 1967년 실제경기가 소재이다. 그렇다보니 영화는 시종 부릉부릉 시동음과 질주하는 속도감을 자랑한다. 포드, 페라리에 도전하다 영화는 1960년대 미국 자동차제조업체 포드의 딜레마에서 시작한다. 20세기 들어서면서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헨리 포드는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조립공정 시스템으로 미국에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바다 건너 유럽에서는 많은 자동차회사들이 ‘가내수공업 스타일’로 명품자동차를 만들고 있었다. 그중 페라리는 우아한 디자인과 속도의 상징으로 각광받았다. 특히 속도면에서는 해마다 ‘르망’ 경주를 휩쓸면서 지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헨리 포드의 손자, 헨리 포드 주니어는 ‘페라리’를 인수하기로 작정한다. 하지만, 콧대 높은 이탈리아의 페라리 회장 엔초 페라리는 경멸스럽다며 거절한다. 이에 충격 받은 포드 회장님은 대단한 결정을 내린다. “돈이 얼마나 들든지 상관없다. 최고의 드라이버와 최고의 기술자로 르망에서 페라리의 콧대를 납작하게 할 차를 만들어라!”라는 것. 그래서 선택된 인물이 켄 마일스(크리스쳔 베일)와 캐롤 셀비(맷 데이먼)이다. 그렇게, 돈과 기술과 자존심으로 완성된 자동차가 트랙 위에서 자웅을 겨루게 된다. 런닝타임 152분의 이 영화에서 후반 30분은 ‘르망24’ 경기를 다룬다. (굉장한 음향시스템을 ...

[몬태나] 죽거나,죽이거나, 살아남거나 (Hostiles, 스콧 쿠퍼 감독,2017)

  미국 서부개척사 시대를 다룬 책 중 인디언의 몰락을 연대기적으로 가장 잘 설명한 디 브라운의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에는 인디언의 명운과 관련된 아주 유명한 말이 나온다.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이라는 말. 원래 이 말은 그 유명한 커스터의 상관이었던 셰리던 장군이 인디언 이주정책을 폭력적으로 밀어붙일 때 나온 말이다. 학살과 추위, 굶주림에 지친 토사위라는 이름의 코만치 추장이 셰리던 앞에서 떠듬떠듬 영어로 “토사위, 좋은 인디언”이라고 말했단다. 그때 셰리던이 한 말이 “내가 본 좋은 인디언은 다 죽었어”였단다. 이 말이 옮겨지면서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뿐이다”로 전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인디언멸망사의 헤드카피가 된 셈이다. 존 웨인이 활약하던 서부극(웨스턴 무비)의 시대는 영원히 끝나버렸지만, 그래도 매년 한두 편의 인상적인 서부극은 만들어진다. 이제는 더 이상 재빠른 총잡이의 자태나, 대평원을 주름잡던 개척자정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단지 그 시절 쓰러져간 존재들의 의미를 되짚는다. 언제쯤?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나고, 1876년 몬태나의 리틀빅혼 카운티에서 죠지 A, 커스터가 지휘하던 제7기병대가 전멸하고, 1890년 연말 운디드니힐에서 대학살이 펼쳐진다. 그리고는 일사천리로 미국 전역에서 ‘그 땅의 원래주인’인 인디언들이 미국 평원에서 ‘인디언보호소’로 내몰리던 1892년의 이야기이다.  영화 <몬태나>(원제:Hostiles 감독: 스콧 쿠퍼)의 첫 장면은 광활한 평야의 한 오두막집의 정착민 백인가족을 보여준다. 곧이어 코만치 인디언의 습격이 시작된다. 네댓 명의 말탄 인디언들은 백인남자를 죽이고 머리(이마)가죽을 칼로 벗긴다. 그리고 총질이 시작된다. 어린 자녀 셋이 순식간에 죽는다. 겨우 여자(로자먼드 파이크)만이 가까스로 숲으로 달려가 바위 밑에 숨는다. 그 시각 뉴멕시코의 베린저 기지에서는 조셉 블로커 대위(크리스찬 베일)가 명령을 받는다. 병세가 깊어 곧 죽을 샤이엔 인디언 추장을...

[아메리칸 허슬] 즐거운 사기꾼들 (데이비드 O. 러셀 감독,American Hustle,2013)

  사람의 ‘가장 나약한 점’을 노리고 법 집행기관이 펼치는 ‘함정수사’란 것이 꼭 불법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곧잘 ‘함정수사’가 논란이 일기는 한다. 그런데 이건, 횡단보도에서 펼치는 함정수사 수준은 아니다. 주지사와 국회의원을 옭아 넣기 위해 가짜 ‘아랍족장’까지 등장시키는 스펙터클한 FBI작전이다. 내달 2일 열리는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는 데이빗 O.러셀 감독의 ‘아메리칸 허슬’( American Hustle, 2013)이라는 유쾌한 작품이다. 물론 수사의 목적은 ‘부정부패박멸, 사회정의실현!’ 하지만, 그 수단은 사기꾼을 동원한 함정수사이다. 그런데 FBI의 작전은 당초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사기의 판은 점점 커져만 간다. FBI, 사기꾼 동원하다 듀크 엘링턴의 ‘Jeep's Blues’와 폴 매카트니의 ‘Live and Let Die’ 같은 노래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던 그 시절, 사기꾼 커플 어빙(크리스찬 베일)과 시드니(에이미 아담스)는 소소한 대출알선사기로 큰 재미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만 FBI요원에게 발각되고 죄를 묻지 않는 조건으로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FBI의 디마소 요원은 자기 지역구에 대형 카지노장을 열려는 카마인 시장(제레미 레너)를 함정수사로 엮어 넣겠다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중동부호가 카지노장 개설에 큰돈을 투자하겠다는 것이고, 카지노를 열기 위해서는 인허권자를 위해 곳곳에 기름(!)을 쳐야한다는 것. 그런데 디마소 요원의 열정과 ‘어빙-시드니’ 커플의 환상적인 사기술수에 사기/수사의 판은 점점 커진다. FBI의 수사망에는 지역 정치인뿐만 아니라 전국 규모의 국회의원들이 굴비 엮듯 엮이고, 무시무시한 마피아 보스(로버트 드 니로!)까지 끼어든다. 이 위태로운 함정수사를 더 꼬이게 만든 것은 어빙의 아내 ‘로잘린’(제니퍼 로렌스). 이혼도 안 해 주고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 사건만 부풀린다. 어빙과 시드니, 로잘린과 디마소 등 애매한 러브 라인이 흔들릴수록 ...

[다크 나이트 라이즈] 미국식 영웅전설의 종말 (The Dark Knight Rises,크리스토퍼 놀란 감독,2012)

‘마침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초기대작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개봉된다. 어제 서울 시내 한 극장에서는 영화팬들의 기대를 잔뜩 모으고 있는 놀란 감독의 신작 배트맨 영화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렸기에 아이맥스 버전 상영관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일반(디지털버전) 관람만도 감지덕지해야할 형편이었다. 그렇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올 여름 영화저널 관계자, 평론가, 호사가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아온 작품이다. 천재감독이라고 숭앙받는 놀란 감독이 어떻게 ‘배트맨’ 3부작을 종결지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인 것이다. 순수 팬들은 그런 호들갑과는 다른 차원에서 경배하듯이 다소곳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지만 말이다! 모든 슈퍼 히어로가 그러하듯이 출생과 성장의 아픔을 곱씹으며 세상의 평범한 인간들과는 다른 능력, 혹은 사명을 띠고 세상을 살아가는 영웅의 고뇌와 고독과 절망, 그리고 희생이 어떻게 그려질지. 그리고 갈수록 비현실화 되어가는 할리우드 특수효과 기술의 진보는 911테러 다음 날의 뉴욕을 실제 보는 것처럼 무너져내린 도시의 참상을 애처롭게 스크린에 재연한다. 박쥐는 언제 동굴을 나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날갯짓을 할까.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 영웅의 자아분열 배트맨의 충실한 팬들, 그리고 놀란 감독의 사도들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감상하기 전에 꼭 그 전작들을 곱씹어보라고 권유할 것이다. 원작 만화(그래픽노블)까지는 아니더라도, 팀 버튼의 작품은 무시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어린 시절 박쥐동굴에서 심하게 공포심을 느낀 브루스 웨인의 기억과 노상강도의 총에 죽은 부모에 대한 악몽을 안고 사는 재벌남 브루스 웨인의 ‘영웅 되기’에 자연스레 심리적으로 동화되어갈 것이다. 세상은 어지럽고 도시는 부패했으며 최악의 악인이 활개칠 동안 정의는 완벽히 눈을 감고 있다. 그런 세상이 정의의 사도, 영웅을 요구할 때 브루스 웨인은 기꺼이 박쥐 가면을 한 채 등장한다. 하지만 브루스 웨인이 그날 동굴에서 박쥐에게 물려 보름달이...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이것도 터미네이터이다 (Terminator Salvation, 맥지 감독,2009년)

   지난 주말 무척 기대되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트 무비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을 보았다. <터미네이터>라면 그 이름만으로도 걸작과 오컬트를 넘나드는 작품 아닌가. 제임스 카메론이 이루어놓은 위대한 작품의 명성을 3편에서는 킬링 타임용 범작으로 팬들을 실망시켰기에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엄청난 기대 속에 개봉된 <터미네이터> 극장판 네 번째 이야기는 어떤가.   <터미네이터 새로운 전쟁의 시작>(원제는 Terminator Salvation이다. 이하 터미네이터T:S)의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기 전에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를 먼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지금은 <터미네이터>와 <타이타닉>의 감독으로 ‘테크놀로지에 관한 영화에 관해서는’ 세계 최정상급 감독이지만 그의 출발이 처음부터 워크스테이션급은 아니었다.  놀랍게도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던 그는 영화판에 뛰어들기 전에 트럭 운전수를 했단다.  그러다가 죠지 루카스의 <스타워즈>를 보고는 영화판에 뛰어들었고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백 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 푼도 잃지 않았는가>라는 책으로도 유명한 B급 영화의 대명사 로저 코먼 감독 밑에서 미니어처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존 카펜터의 <뉴욕탈출>에서 역시 특수효과 담당을 하며 자신의 영화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그가 28살일 때 멋진 영감이 떠올라 시나리오를 한 편 썼다. ‘불구덩이를 뚫고 나온 금속물체’라는 콘셉트와 ‘미래에서 온 사람이 어쩌고..’ 하는 B급 취향의 영화였다. 우여곡절 끝에 저예산영화로 완성된다. 그때는 확실히 몸이 최상급이었던 아놀드 슈왈츠네거가 알몸으로 불쑥 등장하는 장면으로 충격을 주었던 바로 그 영화이다.    1984년의 <터미네이터>는 핵폭탄이 터진 미래(1997년)이후의 이야기를 전한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컴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