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환 2000/10/10) 올해(2000년) 칸느 영화제에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고하토(어법도)>를 출품하자 서구 영화비평계는 굉장히 흥분했다. 원래 프랑스야 오시마 나기사 감독에 대해 전통적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왔었고, 주연배우 키타노 타케시 또한 아시아영화의 새로운 거장으로 대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 사랑 막스>이후 14년 만에, 그리고 그의 영화 인생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를 <고하토>는 칸느에서 엄청난 각광을 받았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그때 한국 언론은 똑같이 우리 <춘향뎐>이 깐느에서 엄청난 각광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시마 나기사는 <감각의 제국>으로 익히 짐작하다시피 모든 사회적/국가적 금기와 압제에 전공투 투사처럼 싸우며 자신의 영화를 만들어왔었다. 이 영화는 강철 같고 얼음 같은 냉혹한 사무라이 집단 내에 동성애 스캔들로 무너져가는 일본역사의 아이러니를 유머스럽게(!), 그리고 너무나 유장하게 풀어나간다. 칸느에서 거의 대부분이 일본기자들로 채워진 기자회견장에서 휠체어에 앉아 느릿느릿 자신의 작품세계를 힘들게 이야기하던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모습을 일본의 공영방송 NHK의 BS2로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엄청나게 공격적이고, 심오하며, 혹은 철학적이리라 짐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산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직접 본 사람들은 의외의 영화진행에 놀라게 된다. 영화 상영 내내 관객들은 웃기 바쁘다. 동성애의 코드가 희화화되는 극단적 경험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영화는 일본이 근대화로 치닫기 직전의 한 사무라이 조직을 보여준다. 정확히는 일본 막부시대의 말기인 1865년의 교토(京都). 최고의 칼잡이들로 구성된 신센구미(神選組)의 하나인 ‘콘도’ 부대는 젊은 피를 수혈하기 위해 새로운 무사를 모집한다. 기량을 다툰 끝에 타시로 효조(아사노 타다노부)와 카노 소자부로(마츠다 류헤이)가 발탁된다. 카노 소자부로는 곱상하게 생겼다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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