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라벨이 김성균인 게시물 표시

[싱크홀] 이 영화의 교훈 (김지훈 감독, Sinkhole, 2021)

  비가 많이 온 뒤 땅패임이나 땅꺼짐 현상은 일반적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뉴스에서는 끔찍한 지구 지표면의 변화를 보여주는 현상이 등장했다. ‘싱크홀’ 현상이다. 국립국어원에선 ‘땅꺼짐’이라고 제시한다. 과학적으로는 지하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되어 생기는 현상으로, 특히 안의 지하수가 빠지면서 땅굴의 천장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서 땅이 꺼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지하수 고갈, 세일가스 시추 증대 등의 이유를 덧붙이기도 한다. 그동안 뉴스를 통해 본 모습은 직경 수 미터, 때로는 수십 미터이고 깊이도 그 정도에 달한다. 자동차 몇 대가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가거나, 꺼져버린 도로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모습을 봤을 것이다. 이런 재난상황을 영화인이 그냥 넘어가긴 힘들었을 것 같다. 상상의 나래를 편다. 싱크홀이 최대규모로 벌어진다며? 외계인의 습격도 아니고, 도시개발자의 야욕도 아니라 그냥 내가 사는 우리 집이 어느 날 땅 밑으로 수백 미터 꺼져버린다면? 영화 [싱크홀]이 그런 상황을 그린다. 김성균은 어렵게 돈을 모아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한다. 강남이나 역세권 대형아파트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집’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빌라의 5층이다. 비가 내리는 날 이사를 하게 되고 이런저런 이웃을 만나게 된다. 새집의 기쁨도 잠시. 거실 바닥이 기운 것 같고, 문짝의 아귀가 맞지 않는다. 부실공사인가? 직장동료들이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날, 순식간에 집이 땅속으로 내려앉는다. 초특급 승강기라도 탄 듯이. 이제 통째로 꺼져버린 빌라 더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필사의 탈출을 시작한다. 지상 500미터 위로! 영화를 보기 전에, 사전지식으로 영화를 상상하는 경우가 있다. [타워]의 김지훈 감독의 신작이란다. 재난영화를 만들어본 사람의 솜씨가 기대된다. 앗, 그런데 [7광구]를 연출하기도 했었다. 왠지 불안하다. 차승원과 이광수가 등장한다. 단순한 재난드라마가 아닐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같은 강력한 한방을 가진 휴먼드라마인...

[명당] 왕후장상이 될 땅은 따로 있다 (박희곤 감독 明堂, FENGSHUI 2018)

  (박재환 2018.09.27) 영화 <명당>의 영어제목은 ‘FENGSHUI’이다. ‘풍수’(風水)의 중국어 표기이다. ‘명당’이라 함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몰라도 ‘좌청룡우백호’이고, 장사하는 사람에게는 지하철 초역세권을 의미할 것이다. 대선 때가 되면 “유력주자가 조상 묘를 이장했다”라는 뉴스를 볼 수 있을 만큼 일상적이다. 조선시대에는 어땠을까. 권력욕에 불타는 야심가들이 최고의 지관(地官)들로 하여금 최고의 묏자리를 찾게 한다. <명당>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어떤 사람에게는 ‘믿거나말거나’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목숨과 가문의 존폐가 달린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영화 <명당>(박희곤 감독)은 조선 후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왕(헌종,이원근)은 존재하지만 진정한 왕의 권력을 휘두르지 못한다. 그의 배후에는 수렴청정하는 존재가 있었고, 조정에는 기세등등한 권문세가들이 자리 잡고 있기에 왕은 허울뿐인 왕좌나마 감지덕지 할 뿐이다. 이야기는 조선 최고의 지관 박재상(조승우)의 사연으로 시작되지만 기본 축은 대원군 이하응(지성)과 영의정 김좌근(백윤식)의 야욕의 격돌이다. 흥선대원군은 ‘상갓집 개’ 소리를 듣고도, 파락호 노릇을 하면서도 은인자중, 와신상담 기회를 노린다. 김좌근은 애비 김조순의 뒤를 이어 세도정치의 핵심이 된다.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보아온 궁중암투는 여인네를 두고, 외척들이 펼치는 질투와 암전이 대부분이었다. 영화 <명당>은 기본적으로 왕좌를 둘러싼 권력싸움이지만 그 필살기가 ‘풍수지리설’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조선 사회에서 명당에 조상의 묘를 쓰는 것은 조상에 대한 효도일 뿐만 아니라 후손들의 부귀영화를 보장하는 중요한 일이었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땅의 기(氣)가 한 곳에 모인다는 명당에 조상의 묘를 잡으면 후손이 그 음덕을 누린다는 것이다. 그럼 어디가 최고의 명당일까. 영화에는 조승우가 연기하는 박재상과 함께 박충선이 연기하는 정만인이라는 지관이 등장한다. 실제...

[살인의뢰] 우리들의 불행한 시간 (손용호 감독,The Dea,2014)

  흉악범은 자신이 저지른 죄에 해당하는 무거운 벌을 받아야한다. 인륜을 저버린, 도저히 인간이 저지른 짓이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는 죄를 지은 자들은 마땅히 극형을 받아야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된 것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임기를 두 달 남겨둔 1997년 12월 30일이었다. 이날 그동안 집행이 미뤄진 사형수 23명이 한꺼번에 교수형 당했다. 이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 까기 그 어느 법무부장관도 사형집행을 결재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국제엠네스티가 인정한 ‘사형제도는 폐지되지 않았지만’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단다. 현재 사형판결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자는 58명에 이른단다. 사형제도가 중범죄에 어느정도 예방효과가 있는지, 사형제도 존폐문제가 우리나라 국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지만, 사형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한번 쯤 깊게 생각해볼만한 영화가 개봉되었다. 손용호 감독의 ‘살인의뢰’라는 작품이다. 서울의 베테랑 형사 태수(김상경)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 의심스러운 뺑소니차량을 발견한다. 그런데 잡고 보니 운전수는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잔인한 연쇄살인마 강천(박성웅)이었다. 그리고 이 놈이 저지른 마지막 살인행각의 피해자가 바로 자신의 여동생이었다! 나쁜 놈은 이렇게 영화 초반부에 잡혀버리지만 피해자 가족의 고통을 끝나지 않는다. 강천은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되지도 않을’ 집행일을 기다리며 교도소 내에서 나름 편안한 생을 유지한다. 대신, 태수의 삶은 엉망이 되고 순박했던 매부 승현(김성균)의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다. 사랑한 아내는 임신상태였고 살인마의 손에 잔인하게 살해된 뒤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3년의 세월이 지난 뒤, 승현은 감옥 속 강천을 끄집어내 복수를 펼칠 계획은 세운다. 태수는 공권력 집행자인 형사이기에 복수는 아니지만 제발 수경을 어디에 파묻었는지 알려달라고 바짓가랭이에 매달려 애원이라도 하고 싶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