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원더풀 라이프>(1998)에서는 사람이 죽은 뒤 머무르는 1주일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소중했던 순간을 박제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누군가는 첫사랑이었을 것이고, 누구에게는 엄마의 따뜻한 품속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그 사람은 그 순간을 기억하며 정말 세상과 헤어지는 것이다. 장건재 감독의 영화 <5시에서 7시까지의 주희>라는 영화에서도 그런 삶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게 만든다. 물론, 다른 식으로 진행되는 기억의 정리인 셈이다. 주희(김주령)는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유방암이란다. 이제 자신의 삶을 차분히 정리하든지, 건강을 되찾기 위해 운동을 하든지 할 것이다. 주희가 돌아간 곳은 대학 연구실. 교수로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차곡차곡 짐들을 챙기기 시작한다. 어쩌면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지 모른다. 연구비 지원과 연금수령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주희의 사정을 모르는 학생들이 차례로 그의 연구실을 찾아와서 각자의 사정을 이야기한다. 무용과 교수의 넋두리도 가만히 듣고는 미소와 함께 맞장구를 친다. 그의 연구실 벽시계는 5시 10분을 지나고 있다. 그 시간, 대학 극장에서는 연극과 학생들의 연기연습이 한창이다. 극단을 이끄는 호진은 후배들의 연기를 날카롭게, 따끔하게, 혹은 잔인하게 지적하고 있다. 진실한 연기를 하라고. 후배들은 호진을 무서워하면서 조금씩 연기의 톤을 높이기 시작한다. 벽에 걸린 시계 바늘은 묵직하게 돌아가고 있다. 영화는 연구실의 주희와 극장의 호진을 조금씩 보여주면서 둘의 관계를 유추하게 한다. 그리고 오가는 사람들의 대사를 통해 둘이 어떻게 만났고, 지금 어떤 사이인지를 전해준다. 장건재 감독은 이 영화를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를 오마주했다고 밝혔다. <클레오>에서는 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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