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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약속] 황유미 vs. 삼성 (김태윤 감독,Another Family,2013)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는 사실과 그것을 애써 감추려하는 자들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놀랍게도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알 수 없는 병으로 쓰러져 죽어간 사람의 한 맺힌 투쟁기이다.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도 놀랍지만, 기어코 극장에 내걸려 관객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영화가 보여주고 들려주고 알려주고 싶어 한 바로 그 이야기를 소개한다. 믿을 수 없다면 ‘추적 60분’을 찾아보거나 기사를 검색하거나 극장으로 가서 이 영화를 직접 꼭 보시라 권하고 싶다. (상영관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고등학교를 나온 뒤 곧바로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한 뒤 1년 8개월 만에 알 수 없는 병으로 시름시름 앓다 결국 2007년 3월 백혈병으로 삶을 마감한 황유미 씨의 이야기를 극화했다. 영화에서는 ‘진성반도체’ ‘윤미’로 등장한다.  또 하나의 약속  “500드리죠, 4천 드리죠, 10억 드리죠”   “원래는 울산에 있던 바위였는데 금강산이 좋다고 하여 올라가다가 그만 여기 주저앉아버렸지요.”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를 쓰는 택시기사 상구(박철민)는 오늘도 손님을 태우고 울산바위 앞을 지나며 설명해준다. 배운 것 없고 가난하지만 화목한 가족의 평범한 가장이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 윤미(박희정)는 “이 회사에서 돈 벌어 아버지 차 사드리고 동생 대학 보내줄 거예요.”라며 면접을 통과하고 ‘한국최고, 세계 제일의 기업’이라는 ‘진성반도체’에 취직한다. 이제 '가난 끝 행복시작'이라는 꿈과 희망에 가득하다. 그러나 그 착한 딸아이는 알 수 없는 병을 얻어 낙향한다. 시름시름 앓는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절망하는 가족들. 회사사람이 찾아와서 수표를 내민다. 항암치료 등으로 빚더미에 올라있는, 배운 것 없는 아버지는 그런 회사가 고맙기만 하다. 그런데 “산재신청 하지 마시고요...”란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개인적인 일을 왜 회사 탓을 하세...

[정] 어머니의 대사 "나는 닭 모가지가 더 맛있더라..." (배창호 감독 情, My Heart 1999)

  '정'이란 어떤 걸까 네모난 것일까, 둥근 것일까. 주는 것일까 아니면 받는 것일까? 뭐 그런 구닥다리 개념이 우선 떠오를 제목의 이 영화는 배창호라는 한 세대의 인기감독이 21세기에 내놓은 뜻밖의 작품이다. 배창호 감독은 모 종합상사의 샐러리맨이었다. 그 자신의 말로는 아프리카 모 나라에 선박도 팔아봤던 수출역군이란다. 아마, 그의 초기작품인 <철인들>이란 영화를 기억한다면 그의 전직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호시탐탐 충무로 영화계 진출을 노리던 그가,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날>에서 안성기와 나란히 짜장면 먹는 단역으로 출연하였고, 이내 <꼬방동네 사람들>, <고래사냥>, <깊고 푸른밤>, <적도의 꽃> 같은 명작들을 줄줄이 내놓았었다. 그러던 그가 몇 편의 흥행부진으로 잊힌 감독 대열에 들어서는가 했었다. 그것은 그의 고집스런 순정주의적 작품세상 때문일 것이다. 그는 줄기차게 한국적 정서를 그렸고, 줄기차게 자신의 제작타입을 고수한 것이다. 그런 그가 부산영화제 PPP에 <정>의 제작지원을 신청하는 등 이런 저런 난관 끝에 힘들게 영화 한편을 완성하였을 때, 그를 기억하는 영화팬들을 찡하게 만들었었다. '마침내' 그의 신작이 힘들게 극장에서 개봉된 것이다. 이 영화는 보편적인 한국인의 정서를 다루고 있다. 그것은 이미 잊힌 근대적 시간과 공간의 기억에 관한 회상이다. 망둥이 같은 꼬마신랑에게 시집와서 눈물 나는 시집살이를 하게 되는 그런 <여로>에서나 볼 수 있는 여성을 대하게 된다. 그리고, 신문물의 유입으로 남편은 대처에서 데리고 온 신식 아가씨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이 여인은 남편의 행복을 바라며 짐을 싸들고 집을 나서게 된다. 여기까지는 이 여인의 매몰찬 운명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순이'는 그러한 사고방식과 그러한 가족관계가 당연시 되던 시절의 희생자였고, 그때부터는 힘든 세파에 직접 맞서 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