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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란] 디즈니와 유역비의 거대한 전쟁 (니키 카로 감독, Mulan, 2020)

  氣에서 시작하여 忠과 勇을 거쳐 孝로 끝나는 이야기 디즈니는 마블과 픽사, 루카스 필름, 그리고 폭스사를 인수하며 몸을 잔뜩 불리고 있다. 또한 자신들의 걸작 애니메이션도 열심히 실사영화로 다시 찍어내고 있다. 새로 나온 실사영화 <뮬란>은 그런 탐욕스러운 디즈니의 찬란한 최신 결과물이다. 애니메이션이 나온 1994년과 지금 지금 달라진 것은? 트럼프와 홍콩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산업 측면에서 보자면 아마도 ‘여성의 지위’과 ‘중국이란 거대한 나라’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문제일 것이다. 게다가 2020년은 코로나라는 전혀 예상 못한 글로벌 이슈까지 끼어들었으니 영화 속 전쟁만큼 혼란스럽다.  소녀, 12년간 남장한 채 싸우다  영어로 뮬란이란 불린 목란(木蘭,무란)은 중국에서는 심청이만큼, 잔다르크만큼 유명한 역사적 인물이다. 우리가 아는 위촉오의 삼국시대가 지나고 이후 당나라가 들어설 때까지 서기 3에서 6세기까지 대륙의 형편은 혼란 그 자체였다. 중원의 패권을 둘러싸고 위진남북조 시대가 ‘뮬란’의 대체적인 시기이다. 서북쪽은 유목민과 (그들이 일컫는) 오랑캐가 설치던 곳이었다. 그곳에는 오래 전부터 다양한 ‘오랑캐’가 말을 타고 휘젓고 있었다. 이 때 즈음하여서는 유연(柔然)족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1994년 애니메이션에서는 ‘훈’족이 악당이었는데 이번엔 제대로 시대적/역사지리학적 고증을 한 셈이다. 유연족이 강성해지고 변방의 북소리가 높아가자, 황궁의 천자는 전국에 징집령을 내린다. 다들 민초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목란’ 집도 마찬가지. 목란의 아버지는 이미 한 차례 전장에 나갔던 몸이고 이제 연로한 상이군인. 효심 지극한 목란은 아버지 대신 징집명령서를 갖고 전장으로 뛰어든다. 나라에 대한 충성심, 부모에 대한 효심으로 똘똘 뭉친 의지의 중국소녀 목란은 그렇게 12년 동안 변방에서 이민족과 싸운다. 전쟁이 끝난 뒤 황제가 친히 벼슬을 내리려하나 목란은 “괜찮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서 ...

[제3의 사랑] 사랑에 빠진 남자, 무겁다

  [박재환 2016-05-23]  이재한 감독이 중국에서 찍은 멜로영화 <제3의 사랑>이 지난 주 개봉되었다. 송승헌과 유역비가 공연하여 화제가 된 이 작품은 중국 인터넷소설이 원작이다. 중국네티즌을 열광시킨 신데렐라 이야기를 이재한 감독이 어떻게 영화로 옮겼을까 궁금했다. 이재한 감독은 1999년 <컷 런스 딥>이라는 왕가위(열혈남아) 풍의 영화로 데뷔했다. 뉴욕의 뒷골목 교포청춘들이 갱단의 겉멋에 빠져들더니 '나빠지거나 죽거나'로 허망한 삶을 끝내는 그런 어두운 느와르였다. 이후 한국에서 다수의 뮤직비디오를 찍고 멜로와 전쟁영화를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제3의 사랑>은 중국네티즌들이 선호하는 스토리라인과 캐릭터를 갖고 있다. 최근 비(정지훈)가 출연하여 큰 인기를 끈 중국드라마 <캐럿 연인>(다이어몬드 러버)처럼. 우리식으로 따지자면 잘 생기고, 메너가 아주 좋거나 처음엔 콧대가 무지 높은 재벌 2세 남자가 등장하고, 당돌한 여비서나 말단사원이 어떻게 “쾅” 부딪쳐 사랑을 하게 되고, 갈등을 겪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구조이다. <제3의 사랑>에서 송승헌은 재벌기업가이고 유역비는 변호사이다. 어쨌든 엮일 운명일 두 사람은 영화 첫 장면에서 비행기 옆자리에 앉아 있다. 유역비는 이혼도장을 찍은 직후라 하염없이 울고 있고, 메너 좋은 송승헌은 그런 그녀에게 티슈를 전해줬을 뿐이다. 하지만 나중에 둘은 다시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고, 우여곡절 끝에 헤어진다. 그리고, 한참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너무나 익숙한 스토리이다. 송승헌은 너무 잘 생겼고, 유역비는 너무 예쁘기에 리얼리티는 떨어질지 모른다. 이재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사랑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거나, 사랑의 덧없음을 보려주려고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유역비가 연기하는 여자주인공은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듯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송승헌이 연기하는 남자주인공도 여자를...

[조조:황제의 반란] 삼국지, 이야기는 계속된다 (銅雀台/ The Assassins, 2012)

누구나 몇 번씩은 읽어봤을 중국 역사소설 <삼국지>(연의)는 실제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한(漢)나라 말기 삼국(위-촉-오)의 정립이 대강 마무리되는 서기 200년 경에서 1,000년이 더 지난 명나라 때 나관중이 쓴 소설이다. 이야기 속 역사인물은 이미 흙과 먼지가 되었고 정권(왕조)도 몇 차례 바뀌었다. 그러면서 중국 인민들 속에는 삼국지 인물에 대한 대강의 품평이 끝났다. 유비는 충절을 지키고, 관우는 용감하며, 조조는 간교한 자라는 그런 인식. 그리고 또 7~800년이 지나면서 그런 인식은 동아시아계 식자층에 완전히 고착화되었다. 당사자에게는 해명을 들을 기회도 없이 말이다. 그러다가 최근 중국에 대작영화 붐이 일고, 삼국지 열풍이 불면서 ‘조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하나둘씩 시도되었다. 조조는 그렇게 나쁜 놈이 아니었다고. 과연 그럴까. 지난 달 중국에서 개봉되고 지난 주 한국에서도 개봉된 따끈따끈한 신작 <조조 황제의 반란>을 보자.  동작대: 조조의 무덤  영화 <조조 황제의 반란>의 중국어 원제는 ‘동작대’(銅雀臺)이다. ‘동작대’는 ‘청와대’가 대통령 사는 곳처럼 그 옛날 조조(曹操, AD 150~220)가 머물던 곳이다. 조조가 원소를 무찌르고 당시 업성(鄴城, 中國河北省邯鄲市臨漳縣三台村)에서 좋은 꿈 하나를 꾸고선 그곳에 궁궐을 지은 것이다. 당시 정치적으로는 한(東漢)의 헌제(獻帝)가 황제 자리를 유지하고는 있었다. 사방에서 제후들이 제각기 군사력을 믿고 일어설 때 조조는 한 헌제를 ‘겉으로는’ 모시면서 천하를 장악할 꿈을 꾸던 시절이었다. 그런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일격을 맞고는 이곳에서 동작대를 세우고는 천하를 관망한다. 영화는 그 때 즈음하여 그곳에서 펼쳐지던 역사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소설 삼국지(연의)처럼 7할은 순전한 창작이고, 3할 정도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스토리로 말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최근 비(정지훈)가 나왔던 <닌자 어세신> 같은 모...

[천녀유혼 2011] 새로운 섭소천, 새로운 천녀유혼 (倩女幽魂 엽위신 감독,2011)

(박재환.2011) 최근에 극장에서 홍콩영화 보신 적 있나요? 한국극장가에 내걸리는 홍콩영화를 놓치지 않고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에 홍콩과 대만을 합친 중화권영화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겨우 1.2%이다. 그러나 한때는 홍콩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와 나란히 한국시장을 주도하던 시절이 있었다. 주윤발, 유덕화, 장국영의 신작영화들이 매주 쏟아지던 호시절. 그때는 임청하, 장만옥, 왕조현이 여신이었다. 그 시절 진정한 ‘싸나이’의 우정과 의리, 강호의 도를 부르짖던 수많은 홍콩영화들이 한국 영화팬들의 심성을 뒤흔들었다. 그러던 홍콩영화는 지독한 자기복제와 재능의 소진으로 기나긴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하지만 그 옛날의 영광은 오늘날의 자양분이 된다. 중국의 넘치는 돈은 영화계에도 스며들었고 대중문화의 첨병인 영화산업은 가장 각광받는 블루칩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영화계는 홍콩의 영화자산과 한국의 영화기술과 손잡고 대작 영화에 올인하고 있다. 수많은 중국의 역사 속 인물들이 줄줄이 스크린에서 부활하고 있으며 한 시절을 풍미했던 홍콩영화들이 서서히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다. <천녀유혼>도 그러하다. 1987년 홍콩영화계의 재간둥이였던 서극이 만든 <천녀유혼>은 당시의 홍콩영화의 영광을 오롯이 기억하는 영화팬에게는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장국영의 아우라와 왕조현의 아름다움이 뿜어내는 전설적 러브스토리는 천년만년 갈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20여년 만에 새로운 배우들로 새롭게 해석되어 관객을 찾는다. <천녀유혼2011>이다.  ● 달라진 <천녀유혼2011> 1987년 장국영이 맡았던 영채신 역은 중국의 떠오르는 별 여소군이 맡는다. 장국영은 주막을 돌아다니며 돈을 걷는 수금원 역이었다. 이번에 여소군은 관아에서 산골마을로 파견된 수맥 기술자로 나온다. 왕조현이 맡아 숱한 남성 팬들을 설레게 했던 ‘귀신’ 섭소천 역은 새로이 중국의 유역비가...

[초한지 천하대전] 항우 vs. 유방 (鴻門宴, White Vengeance,이인항 감독,2011)

  최근 흥미로운 중국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홍콩출신 이인항(李仁港) 감독의 <초한지 천하대전>이다. 중국원제는 <홍문연 전기>(鴻門宴)이다. 중국사를 안 배웠다고 하더라도 이 말은 삼국지의 적벽대전만큼 유명한 말이다. 지금부터 무려 2400년 전인 기원전 206년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의 재구성, 혹은 재해석이다. 때는 진시황이 죽고 중국천하가 또 다시 혼란에 휩싸였을 때. 중원을 석권하게 되는 영웅들의 이야기이다. 일개 동네건달에서 한(漢) 제국의 황제가 되는 유방(漢高祖)과 ‘패왕별희’의 히로인 항우, 그리고 제갈량 버금가는 모사가 장량 등 드라마틱한 역사적 인물들이 등장한다. 기대할만한 중국역사물이다. 유방, 항우를 이기다 영화의 시작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어느 겨울날 일단의 사람들이 유폐된 커다란 궁궐을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때는 한 고조가 세상을 떠난 뒤 12년. 태부가 학생을 데리고 찾아온 곳은 유방이 한을 세우는 역사의 길목이었던 ‘홍문연’이 열렸던 장소를 다시 찾은 것이다. 이곳에는 이름이 쓰이지 않은 위패가 모셔져 있었고 정체불명의 노인네가 이들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방과 항우가 어떻게 천하를 두고 싸웠는지, 그리고 당시 ‘홍문연’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죽고 중국은 또다시 혼란과 분열의 시대에 빠져든다. 진승과 오광의 난이 일어나고 천하가 다시 혼라스러워지자 그 정의(?)의 대열에 항우도, 유방도, 그리고 한신(韓信)도 참여한다. 진시황 사후 옹립된 이세(二世)도 곧 죽임을 당하고 혼란은 가중된다. 겉으로는 초 회왕(楚懷王)의 권위 아래 항우와 유방이 자웅을 겨루는 형국이다.  초 회왕은 당시 진나라의 수도였던 함양 성을 먼저 점령하는 자를 관중의 왕으로 삼겠다고 일러둔 상태.(先入定關中者王之) 누가 봐도 막강한 군사력과 야심을 가진 항우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도도한 역사의 물결은 용인술과 극기, 인내의 유방에게 천하를 허락한다. 항우는 오...

[포비든 킹덤 -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 ] 성룡과 이연걸이 싸운다면 (롭 민코프 감독 The Forbidden Kingdom, 2008)

  (박재환 2008-5-7)   이 영화 수준과 딱 맞는 입씨름이 있다. ‘성룡과 이연걸이 무술대결을 펼친다면 누가 이기느냐’는 것이다. 물론 이 질문의 원천은 ‘성룡과 이소룡의 대결’이다. 그리곤 최근에 ‘성룡과 견자단이 싸운다면?’ 이라는 영화팬들의 소박한 가상대결도 있다. ‘돈 킹’ 같은 사람이 나서서 꾸미는 이종격투기 프로모션도 아니면서 이런 리얼 액션 스타들의 가상대결 구도는 영화 제작자들에겐 그야말로 꿈의 조합이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성룡과 이연걸을 더블 캐스팅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계속 어긋났다. 그리곤 마침내 할리우드 자본으로 불세출의 두 쿵푸 스타의 영화 속 대결이 성사되었다. 바로 롭 민코프 감독의 <포비든 킹덤>이라는 영화이다. 성룡과 이연걸의 대결에 롭 민코프가 메거폰을 잡았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서유기>를 다룬 영화라고 알려진 영화가 <포비든 킹덤>이라는 제목으로 내걸린 것도 참 특이하다. 이야기는 이렇다   미국 보스톤. 널리 알려진 LA의 차이나타운이 아니라 보스톤의 차이나 뒷골목인 것도 흥미롭다. 여기 홍콩 쿵푸 영화 광팬 백인 청년이 하나 있다. 매번 중국 골동품가게를 찾아가 할아버지에게서 쿵푸 DVD를 빌어보는 소년이다. 그의 방에는 플레이스테이션이 있고 벽에는 왕년의 쇼브러더스 영화포스터가 붙어 있다. 소년은 홍콩 액션영화를 보면서 아마도 환상의 액션 히어로의 꿈을 키웠는지 모른다. 물론 밖에서는 놀림당하고 왕따 당하는 신세일 테지만 말이다. 어느 날 우연히 골동품 가게에서 신비로운 물건을 건네받게 된다. 그 옛날 손오공이 갖고 놀던 바로 그 여의봉이다. 골동품 할아버지는 여의봉을 원래 주인에게 꼭 돌려줘야한다는 말을 남긴다. 이제 소년은 여의봉을 손에 쥐고 미국 보스톤에서 시공간을 건너뛰어 ‘희대의 모험’을 펼치게 된다. 물론 소년은 이 모험을 거치면서 정통 쿵푸를 배우게 되고 책임감을 만끽하는 ‘남자’가 될 것이다.  성룡과 이연걸, 합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