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극장가에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郎, 1903~1963) 감독의 1958년 작품 <안녕하세요>가 걸렸다. ‘다다미 쇼트’로 잘 알려진 그는 낮고 고정된 카메라, 절제된 편집, 반복되는 일상 속 대화를 통해 삶을 관조하게 만드는 연출로 평가받는다. 거대한 역사와 격정을 스크린에 펼쳐 보인 구로사와 아키라와 달리, 오즈는 서민의 생활을 미니멀한 시선으로 포착해왔다. <안녕하세요>는 그런 그의 미학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배경은 1958년 도쿄 교외 신흥 주택가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 마주치면 자연스레 건네는 인사, 소소한 오해와 소문이 오가는 골목 풍경이 펼쳐진다. 아이들은 등굣길에 장난을 치고, 하교 후에는 텔레비전이 있는 집에 모여 스모 경기를 본다. 영어 단어를 흉내 내며 세계를 상상하는 모습에는 당시 일본 사회의 변화가 배어 있다. 급속한 근대화와 소비사회로의 진입, 가전제품을 둘러싼 욕망이 일상의 풍경과 겹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미노루와 이사무 형제가 있다. 형제는 집에 ‘테레비’를 들이고 싶어 하지만 아버지는 단호하다. 쓸데없는 소리 말라는 꾸지람에 아이는 어른들이 의례하는 인사말이야말로 공허하지 않느냐고 대든다.
영화를 보고나면 영화제목 “안녕하세요”가 얼마나 상징적인지 알게 된다. 이웃사촌과는 자연스레, 출근하는 직장인은 당연하게, 거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아 호의와 선의와 친근감의 표시로 인사말을 건넨다. 그런데, 이런 형식적인 인사말이 쓸데없는 말일까. 그런 위선의 에티켓을 멈추고 침묵을 선택한다면? 일본인과 일본사회의 특징을 말할 때 ‘분장한 친절’과 ‘과도한 예의’를 언급하기도 한다. 1958년의 일본사회는 여전히 이웃의 정과 공동의 규범, 소속감이 뜨거울 때이다.
영화는 1950년대 후반 일본의 사회변화 분위기를 잘 그리고 있다. 인구과밀의 도쿄 도심을 벗어나 교외에 대규모로 조성되는 공동주택단지(Danchi)에 모이게 되고, ‘흑백TV + 세탁기 + 냉장고’를 갖추는 소비자층이 형성된다. 1950년대 NHK는 TV방송을 시작하고 1959년 아키히토 왕세자비 결혼식과 1960년 도쿄올림픽을 기화로 폭발적인 TV판매가 이뤄지던 때이다. 집안의 가장들은 값비싼 ‘테레비’를 언제 사야하는지 고민을 했을 시기이다. 술집에서 이웃과 술잔을 기울이며 “테레비가 대세인가. 이제 정말 전 국민을 백치로 만들 셈이구나”라는 대사가 나온다. (一億総白痴化)
영화적으로도 <안녕하세요>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낮은 카메라는 인물과 같은 눈높이에서 공간을 응시하고, 인물은 정면을 향해 또박또박 말을 건넨다. 사건과 사건 사이에는 여백이 남는다. 그 여백 속에서 관객은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정리하게 된다. 화려한 장치 대신 일상의 반복으로 완성한 미학, 그것이 오즈 야스지로의 힘이다.
스마트 기기와 스트리밍이 일상이 된 시대에 이 작품을 다시 보는 일은 묘한 울림을 준다. 하늘은 맑고 동네는 평온하다. 그 평온 속에서 오즈는 조용히 묻는다. “안녕하세요?” (박재환.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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