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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민트] 총부리가 향한 곳 (류승완 감독, HUMINT, 2026)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 개봉에 맞춰 최근 인터뷰전문작가 지승호와 함께 <재미의 조건>이라는 책을 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충격적인 데뷔를 한 류승완 감독은 이후 계속하여 충격적인 작품을 내놓았다. 그 사이 류 감독은 충무로 주류감독을 지나 한국영화의 흥행기대주로 자리 잡았다. 책 제목에서 감히 ‘재미’를 앞세운 것처럼 그의 영화는 대중적 시선의 그라운드와 한국적 상황의 바운드리 안에서 한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신작 <휴민트>는 어떤가. 감독은 <베를린> 찍고 난 뒤 이 이 작품을 구상했단다. 그동안 남과 북의 상황은 그다지 바뀐 것 같지 않지만 국정원을 바라보는 시선, 국정원을 대하는 대중의 시선은 많이 변했다. 

이 영화는 류승완 감독이 상상하는 한반도의 상황을 극화한다. 북한이 마약을 판다면, 북한의 국경 너머 동토의 왕국에서 은밀한 비즈니스를 한다면? 한국의 국정원이 여기에 비밀스러운 공작을 펼친다면? <휴민트>는 그런 상황에서 펼쳐지는 남북대결이다. 

● 가열찬 외화벌이, 가멸찬 총격전

 동남아의 한 국가. 국정원 블랙요원 조과장(조인성)은 성매매 업소에서 한 여성과 접촉하고 있다. 북한여자 김수림은 외화벌이로 시작하여 인신매매 당해 이곳까지 흘러들어온 것이다. 조과장은 그 과정에서 ‘북한의 역할’을 파헤치는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하지만 ‘국정원’은 ‘북한의 인신매매’보다는 ‘마약사업의 전모’를 파헤치는 것에 관심이 있다. 결국, 보호받지 못한 ‘국정원 휴민트’ 김수림이 죽고, 조과장은 절망하지만, 꺾이지 않고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그곳에서 거대한 악의 실체를 대하게 된다.

이야기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첩보전이다. 남에서는 국정원 요원이 국제인신매매의 증거를 잡기 위해 진을 치고 있고, 북에서는 국경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국가보위성 박건 조장(박정민)이 급파된다. 남과 북의 은밀하고 위대한 작전은 블라디보스토크의 조선식당 ‘아리랑’에서 부딪친다. 그곳에는 채선화(신세경)가 있다.

 류승완 감독은 동남아의 짧은 활극을 보인 뒤 곧바로 동토의 블라디보스토크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조인성의 위험한 작전을 뒤로하고 곧장 박건과 채선화의 대동강 연정을 펼친다. 호텔과 북한 영사관을 오가는 긴장감은 전적으로 능글맞은 북한 황치성 총영사(박해준)에게서 기인한다. 황치성의 행동거지에서 <베를린>의 표종성과 동명수의 화신을 보는 것 같다. 그는 외교적 ‘영사’업무가 아니라 ‘북한의 또 다른 목덜미’를 움켜쥔 인물로 보인다. 류 감독이 박건과 채선화에 신경쓰다보니 이 인물의 어두움을 더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박해준의 연기가 그 짬밥의 무게감을 더한다.   

이 이야기는 2016년 중국 저장성(절강성)의 북한식당, ‘류경식당’의 종업원 탈북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놀랍게도 13명이나 한꺼번에 ‘남조선’으로 향한 것이다. 물론 자세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는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이 남한 행을 주도했고, 국정원이 작전에 협조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멜로를 살짝 곁들인 액션물이다. 사랑을 논하기엔 당성이 앞서고, 옛사랑을 살리기엔 블라디보스토크가 너무나 춥다. ‘홍콩액션키드’답게 류승완의 액션은 그 시절의 남자의 비장미를 숨기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마 세 사람이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장면. ‘첩혈쌍웅’보다는 ‘첩혈가두’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동안 남과 북의 대치는 항상 남이 북을, 북이 남을 겨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너무나 절박하게 시선과 총구가 엇갈린다. 

 류승완 감독은 그 총구의 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결국 산 사람, 죽은 사람 달라진 것은 없다. 오직 사라진 사람과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 (박재환.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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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민트 (원제: HUMINT) ▶감독: 류승완 ▶출연: 조인성,박정민,박해준,신세경 ▶배급: NEW ▶개봉: 2026년 2월 11일 ▶상영시간: 119분 ▶상영등급: 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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