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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콕의 하룻밤] 크리스마스 이브에 생긴 일 (이동승 감독 旺角黑夜 One Nite in Mongkok 2004)

홍콩영화리뷰

by 내이름은★박재환 2019. 8. 1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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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4.7.1.) [몽콕의 하룻밤]은 이번(2004)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개되는 최신 홍콩영화이다. 홍콩에서는 지난 520일 개봉되었었다. '몽콕'(旺角)은 널리 알려진 대로 홍콩에서 가장 번잡스런 곳이다. 왕가위 감독의 [열혈남아]의 원제목이 바로 [몽콕하문](몽콕의 카르멘)이다. 고층건물과 연립주택, 수많은 샵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이곳은 밑바닥 인생들과 범죄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을 우범지대 같다. (물론 몽콕은 관광객과 쇼핑객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몽콕의 하룻밤]의 이동승 감독은 쇼브라더스 소속 배우로 영화인생을 시작했다. 그의 부친과 모친이 모두 유명 영화배우였다. 홍콩의 중견배우 진패와 액션배우 강대위는 이동승 감독의 배다른 형제이기도 하다. 이동승은 1986[전로정전]이라는 충격적인 사회드라마로 성공적인 영화감독 데뷔를 치른 뒤, 양조위의 [인민영웅], 유청운의 [신불료정], 유덕화의 [열화전차], 장국영의 [색정남녀] 같은 작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작년 연말에는 장백지에게 홍콩금상장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망불료]를 감독했었다. 그가 장백지와 오언조라는 절묘한 캐스팅으로 [몽콕의 하룻밤]을 내놓은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우선은 두기봉 감독의 작품을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질지도 모른다. 실제 영화는 두기봉 감독의 [P.T.U.][미션] 등 몇몇 작품과 유사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좀더 복잡한 인간 드라마를 깔고 있다.

 

영화는 몽콕을 배경으로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들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펼쳐진다. 회상 씬까지 포함하면 이야기는 사흘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펼쳐진다. 몽콕의 가판에서 이미테이션 롤렉스시계를 파는 사람 둘이 심한 말다툼을 한다. 몽콕에선 길거리에서 짝퉁 손목시계를 파는 사람이라도 이 있고, 보호해주는 조폭들이 있기 마련이다. 가벼운 실랑이는 곧 칼부림을 동반한 패싸움이 되고 결국 두 조직 간에 돌이킬 수 없는 대립으로 이어진다. 두 흑사회 보스들은 각자의 아들을 잃게 되고 한 조직의 보스가 다른 조직의 보스를 청부 살해하려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하필 이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다는 홍콩 몽콕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살벌한 조폭간의 복수극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정보를 입수한 홍콩 경찰(중안조)에는 초비상이 걸린다.

 

조폭 보스를 청부 살해하는 킬러가 바로 오언조이다. 시골마을에서 무작정 상경한 것 같은 오언조는 홍콩에서 자리 잡은 고향 선배와 접선하여 권총과 착수금을 건네받는다. 홍콩경찰은 모든 역량과 정보망을 총가동하여 이 킬러를 잡기 위해 혈안이다. 여관에 숨어든 오언조는 이곳에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한 여인을 구해준다. 그녀가 바로 장백지. 장백지도 중국 시골마을에서 돈 벌기 위해 얼마 전에 홍콩으로 건너온 여자. 직업은 기녀(妓女), 몸 파는 여자이다. 킬러 오언조가 홍콩에 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돈 벌러 홍콩으로 떠난 약혼녀를 찾기 위해서이다. 장백지는 경험상 그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눈치챘지만, 홍콩 사람에게서 느낄 수 없는 어떤 친근감을 오언조에게 느낀 후 오언조에게 조금씩 동정심을 갖게 된다.

 

조폭간의 복수극이 확대되자 홍콩 경찰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최고의 경계태세를 벌인다. 방중신이 이끄는 중안조는 몽콕 지역의 의심나는 곳을 모두 뒤지기로 한다. 영화에는 바로 이 장면에서 경찰의 푸념이 나온다. "몽콕에는 4개의 조직이 있고, 10여 개의 소조직이 이어져 있다. 100여 개의 가라오케와 200여 개의 안마시술소, 300여 개의 신문가판대, 600여 개의 식당, 그리고 700개의 여관. 수천 명의 기녀(妓女)들이 우글거린다." 바로 그런 곳에 위험천만한 킬러 하나가 숨어서 기회만 엿보는 것이다.

영화는 바로 이런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극한의 긴장감을 유지한 채 목표물로 한 걸음씩 조용히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성탄절 이브에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부여받은 중안조 대원들의 노고가 겹치면서 묘한 긴장감을 준다.

 

경찰과 목표물 사이에서 쫓고 쫓기는 오언조는 '레옹'같은 엄청난 프로페셔널 킬러로 묘사되는 것도 아니고, [타락천사]에서의 여명 같은 하류킬러로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오직 순박하고(?), 착한(?) 중국 시골출신의 킬러로 나올 뿐이다.

 

이 영화는 이동승 감독이 몇 년 전 홍콩경찰인 친구에게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홍콩경찰들은 위험인물이 몽콕지구에 잠입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밤새 수색작전을 펼치지만 검거에 실패했다고 한다. 새벽녘에 대원들이 파김치가 되어 편의점에 들어설 때 밤새 쫓고 있던 바로 그 '위험인물'과 맞닥친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이 영화에서 극적으로 보여진다.

 

이 영화에는 경찰의 애환과 조폭들의 어이없는 복수극, 중국출신 킬러의 개인적 드라마, 홍콩까지 와서 몸을 파는 여인들의 고난 등 홍콩 거주자들의 다양한 모습이 담겨있다. 이동승 감독은 그 많은 이야기를 타이트하게 분배하여 영화적 재미를 높였다. 특히 중국에서 건너온 킬러 오언조의 약혼녀가 애당초 영화초반에 교통사고로 초죽음이 된 상태라든가, 범인 검거작전에 나섰다가 오발 사건을 일으키는 경찰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서사구조를 가질 정도이다.

 

오언조와 장백지의 연기가 볼만하다는 것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될 듯. 막중한 경찰 임무 때문에 언제나 착잡한 표정의 방중신과 경찰과 조폭 사이에서 위험스런 돈벌이에 나서는 임설의 연기 또한 수준 급이다. (박재환 2004/7/1)

 

 

 

旺角黑夜 - Wikipedia

 

zh.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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