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15.9.28) 밤 12시 35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KBS독립영화관’ 시간에 방송될 단편영화 두 편은 어쩌면 시청자의 마음을 무겁게 억누를지 모를 영화들이다. 미혼모의 갓난아기 유기를 둘러싼 ‘심야배송’(이승주 감독,2013)과 대학새내기의 상경기를 담은 ‘모험’(배종대, 2011) 두 편이 방송된다. ‘심야배송’은 너무 가슴 아파 통과, 대신 ‘모험’을 소개한다.
‘모험’은 배종대 감독이 2011년 발표한 단편이다. 서영(한예리)은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 녹록치 않은 서울생활을 7년째 이어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니 화장실 세면대 물이 나오지 않는다. 고향(함양) 어머니가 보내신 택배를 받는다. 다니는 직장은 작은 병원. 정식 간호사가 아니어서 온갖 허드렛일은 다해야한다. 그 시각, 소녀(홍세나) 하나가 작은 트렁크를 들고 서울역에 내린다. 대학 면접을 보기 위해서다. 서강대 고고미술사학과. 이 소녀는 함양여고생이다. 남원에서 올라왔다는 남학생이 말을 건다. 둘은 함께 고궁을 돈다. 그러다가 소녀가 계단에서 넘어져 다치고,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서영의 병원에 온다. 소녀가 함양에서 올라왔다는 이유로 친근감을 느낀다. 소녀는 서영의 원룸에서 하루를 묵게 된다. 서영은 녹록치 않은 서울생활을 끝내고 고향에 내려가야할지, 소녀는 어머니만 두고 온 고향을 홀로 떠나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영화 ‘모험’에는 대단한 서울여행이나 짜릿한 원나잇 스탠딩 사랑 같은 것은 없다. 불안정한 직장이나마 붙어있어야하는 청춘이 있고, 고향을 떠나 갓 서울에서 터를 잡을 꿈 많은 소녀가 있다. 둘은 현재가 불안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감독은 소녀와 비정규직의 여린 순간을 절묘하게 잡아낸다. 서영은 흔들리는 소녀에게 말한다. “두렵고 기댈 곳 없다고 도망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아닌 척 하지 말아요. 안 그럼 나중에 정말 울고 싶은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라고. 7년 전 누군가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르고, 지금 이 말을 소녀에게 꼭 해야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누구나 시작은 힘들다. 정착을 위해선 결단이 필요하기도 하다.
단편 ‘모험’은 잔잔한 이야기 속에 조곤조곤 새 출발의 막연한 두려움과, 굳은 의지에 잔불을 피운다. 한예리와 홍세나의 여린 연기, 그리고 가끔 내보이는 삶의 열망이 45분을 꽉 채운다.
참, 극중에서 예리는 고고미술학과를 나왔단다. 물론, 직장과 그녀의 삶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많은 젊음이 그렇듯.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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