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직장상사 길들이기] ‘헤드’헌팅의 달인, 가스라이팅의 여왕 (샘 레이미, Send Help, 2026)

샘 레이미는 마블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찍기 전, <이빌 데드> 같은 B급 공포영화로 호러 매니아를 즐겁게 한 감독이다. 그가 <드래그 미 투 헬> 이후 실로 오랜만에 호러로 돌아왔다. 샘 레이미의 호러는 ‘과다출혈’과 ‘신체분리’의 비주얼 폭격과 블랙코미디가 유려하게 결합한 장르적 특성을 보여준다. 이번에 개봉된 영화 <직장상사 길들이기>도 그런 샘 레이미 호러 월드의 전형을 보여준다. 가끔 오리지널 타이틀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한글 제목의 영화가 등장하는데 이 영화도 그러하다. 보고 나면 <직장상사 길들이기>가 영어 제목(Send Help)보다 훨씬 직관적이다. 정말 때려죽이고 싶은 직장상사가 있다면 말이다!

금융자산관리회사 전략기획팀의 만년 평사원 린다(레이첼 맥아담스)는 출중한 업무력을 가졌지만 무슨 이유인지 승진을 못 하고 있다. 대강 짐작하겠지만 ‘직장 내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새로운 CEO 브래들리(딜런 오브라이언)는 이런 린다를 자르고 싶지만, 일단은 주요한 비즈니스를 성사시키기 위해 함께 방콕으로 출장을 가게 된다. 근사한 전용기에서 ‘정치력 만랩’의 남자 직원들이 브래들리와 하하호호하며 ‘린다 흉보기’에 급급할 때 악천후를 만나고, 비행기는 손 쓸 틈도 없이 태국 앞바다 어느 무인도에 추락한다. 린다와 브래들리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다. 그런데 린다에게 이런 재주가 있을 줄이야! 극한 생존 프로그램 ‘서바이벌’과 각종 생존지침서를 독파한 ‘생존의 달인’ 린다는 이 무인도에서 종횡무진 대활약을 펼친다. CEO 브래들리와의 관계는 역전된다. 이제 무인도에서 살아남기, 생존하기, 버티기의 극한 서바이벌 게임이 펼쳐진다.

예전에 음성으로 전화번호를 자동 연결하는 이통사 광고가 있었다. ‘때려죽이고 싶은 직장상사’의 단축 이름은 ‘X새끼’ 같은 것, ‘마음에 안 드는 시엄마’의 닉네임도 적당히 입력하면 됐다.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았으면 그랬을까. 레이첼 맥아담스가 연기하는 린다는 직장에서의 분노가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었다. 실적을 빼앗기고, 열정의 입사 지원 동영상은 조롱거리가 된다. 그리고 ‘해고 0순위’라니. 이제 무인도에서 살아남을 이유, 아니 무인도에 평생 머물러도 되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딜런 오브라이언이 연기하는 브래들리는 낙하산처럼 내려와 공평한 인사관리가 아니라 치졸한 사내정치의 꼴을 선보였기에, 린다에게 ‘미저리’를 선사받아도 마땅한 인물이다.

무인도에서 두 사람은 이제 ‘직장’을 벗어나 대자연 속에서 역전된 상황을 보여준다. 불안정한 직장 대신 안전한 무인도가 마음에 드는 린다와, 얄미운 상사에서 나약한 인간으로 변모한 브래들리가 펼치는 전략적 협력과 대립은 ‘무인도의 삶’이 어떤 식으로 종결될지 끝까지 지켜보게 만든다. 직장인이 이 영화를 보면 유리천장에 갇힌 여성과 학연·지연을 뛰어넘는 ‘흡연’(골프의 다른 말)의 사내 정치력에 대해 생각할 거리가 있을지 모른다. 물론 샘 레이미가 그런 사회학적 담론만을 위해 CEO 전용기를 추락시키진 않았을 것이다. 피가 쏟아지는 공포와 절박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심리 게임을 흥미롭게 담아내는 것이 그의 본령이다. 린다는 <원령공주>의 기세로 멧돼지를 잡고, 브래들리는 <슬픔의 삼각형>보다 처절하게 생존의 구걸을 펼친다.

사회 드라마로 시작하여 재난극, 그리고 기괴한 멜로의 변주로 ‘커플 지옥’을 그리더니 예상을 뛰어넘는 화끈한 복수극으로 끝난다. 샘 레이미 감독은 깔끔하게, 미련 없이 이야기를 종결시킨다. 역시 호러 영화는 도파민 대분출이 정답이다. 참.. 샘 레이미 감독의 오랜 단짝 브루스 캠벨이 브래들리 사무실에 걸린 초상화 사진으로 등장한다. 브래들리의 죽은 아버지 역이다. (박재환영화리뷰.2026)

[more info / links & sites] ▼ 클릭하여 펼치기/접기
직장상사 길들이기 (원제: Send Help) ▶감독: 샘 레이미 ▶출연: 레이첼 맥아담스, 딜런 오브라이언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개봉: 2026년 1월 28일 ▶상영시간: 113분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
박재환 영화리뷰 kinocine.com
박재환
박재환 영화리뷰
“영화가 끝났습니다. 박재환의 리뷰가 시작됩니다.”
🌐전체
OTT
한국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리뷰 보관함을 열고 있습니다...
의견 남기기 영화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