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의 술맛](남연우 감독) 그리고 [그늘 아래, 28도] (선종훈 감독)

2017. 8. 19. 21:53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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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17.5.27)  27일 밤 KBS 1TV <독립영화관> 시간에 방송되는 두 편의 단편영화는 마치 같은 감독이 연출한 것처럼 비슷한 정서를 리얼하게 담아냈다. 남자와 여자가 있다. 물론 사랑했던 사이. 그런데, 어떤 이유로 헤어지고 그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갈 때 이 남자의 심적 갈등과 방황을 그린다. 마치,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듯 감독은 카메라를 남자의 심장에 바짝 들이댄다.

<그 밤의 술맛>은 남연우가 감독, 각본, 편집에 남자 주인공까지 다 한 전형적인 사적 드라마의 독립영화이다.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남자(남연우)와 여자(김예은)는 오랜만에 마주친다. 다른 친구들도 이미 다 알고 있듯이 둘은 오래 사귀었던 사이. 지금은 헤어졌단다. 어색한 순간 여자는 “나 곧 결혼해” 하며 청첩장을 건네준다. 그 순간 남자의 심정은? 게다가 커피숍에서 (옛)남자는 여자의 (새)남자를 두들겨 팬다. 질투와 증오, 혹은 회한. 복잡한 심정으로. 그리곤 더 어색하게 이들은 한 자리에 모여 술을 마신다. 오해는 풀고, 행복해라고. (옛)남자는 대범한 (새)남자에게 호기롭게 말하지만 모두가 떠나간 뒤 혼자 소줏잔을 기울이며 운다. 그 밤의 술맛을 니가 알겠느냐.

옛 남자는 LG를 같이 응원하던 그 여자가 두산으로 갈아탄 것이 이해가 안 된다. 나같이 멋진 남자 대신 저런 놈을 선택하다니.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는 모양이라고. 사랑은 확실히 변하는 모양이다. 좋아하는 야구팀처럼. 아주 드물겠지만.

 

<그늘 아래, 28도>는 ‘움직이는 사랑’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닌 순간의 남녀이다. <그 밤의 술맛>의 촬영감독이었던 선종훈이 연출과 각본, 편집을 맡았다. 두 영화의 남자주인공이 남연우라는 것이 흥미롭다. 남연우는 옥탑방 자취방에서 담배를 거듭 피워 물며 고민한다. 그리고는 여자의 작업실(미대 작업실)을 찾아간다. 여자(임이랑)는 없고 선배가 “이젠 잊어”라고 충고를 건넬 뿐. 남자는 그럴 순 없다면서 여자의 자취방을 찾아간다. 문을 잠겼지만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얼굴만 보고 갈게”라고 지질함의 극치를 보여주다 경찰에 끌려간다. 그 시각 엄마의 등살에 맞선을 본 여자는 상대 남자와 점심을 먹는다. 뮤지컬도 같이 보고, 렉서스를 끌고 삼성동 맛집을 찾아가는 다정함이라니. 여자는 갈등한다. 사랑의 선택은 정말 현실일까. 옥탑방을 찾아간다. 그리고 길이 엇갈린다.

사실, 제목에서는 그다지 영화가 말하자는 바를 연결시킬 수가 없다. 오래 전 프랑스 샹송 중에 쟝 프랑수아 모리스가 부른 ‘모나코’(Monaco)라는 곡의 원제가 ‘28° A L'ombre’(그늘 아래, 28도)였다. 남자는 읊조리듯 모나코 태양 아래에서 연인을 뜨겁게 키스하고, 사랑이 여기 있으니 행복하다고 노래한다. 감독은 태양이 내려쬐는 세상에서, 사랑이라는 그늘만으로는 더위를 이개낼 수 없을 것이란 이야기를 하려는 모양이다.

여하튼 오늘 밤 <독립영화관>의 두 작품은 누군가에겐 분명히 가슴에 와닿는 사적 경험담일 것이 분명하다. (박재환) 

 

글 :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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