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례] 임신과 죄책감 (김나경 감독 My Turn, 2017)

2019. 8. 28. 15:42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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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부터 95일까지 8일 동안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린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31개국 119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포럼 및 부대행사가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는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이고 슬로건은 ‘20+1, 벽을 깨는 얼굴들이다. 여성영화제 기간에 맞춰 KBS 독립영화관에서는 한국+여성+영화의 현재를 엿볼 수 있는 단편 3편이 방송된다. <자유연기>, <증언>, <내 차례>이다. 세 작품 모두 오늘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여성이 처한 현실을 날카롭게 이야기한다.

 

김나경 감독의 <내 차례>는 안타까운 상황을 이야기한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 간호사 현정(주가영)은 오늘도 환자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다. 할아버지의 자세를 고쳐주다(포지션 체인지) 갑자기 헛구역질을 한다. 입덧을 하는 모양. 순간, 주위의 동료간호사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13교대로 빠듯하게 돌아가는 이 곳에서는 하나의 룰이 있었으니 바로 간호사 임신순번제이다. 미경(김해나)이 애타게 임신을 기다리고 있는데, 제 순서가 아닌 현정이 덜컥 임신한 것. 수간호사(정희정)는 낙태를 권유한다. 남편은 아내가 얼마나 속상해하는지를 이해 못한다. ‘새치기를 한 셈인 현정은 다른 간호사 탓을 하지도 못한다. 미경은 자전거에 발길질을 하며 죄책감운운한다.

 

영화 <내 차례>는 코미디도, 블랙코미디도 아니다. 끔찍한 메디컬 드라마이다. 간호사란 생명의 고귀함을 다루는 직업이 아닌가. 아기를 갖는다는 것은 축복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내 차례>는 그러한 고귀함에 대한 딜레마로 가득하다. 극중 현정은 뱃속의 아기를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감독은 이야기를 어떻게 끝내야할지 마지막 순간까지 고뇌한 듯하다. 현정의 마지막 모습은 어떤 의미일까.

 

출산과 육아는 축복이거늘, 세상이 녹록하지 않다. 단편 <내 차례>에서는 대한민국 육아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직업군에서 특이하게 나타나는 직장 룰을 이야기한다. 어디가 잘못 되었는지,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는 대강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그게 어려운 모양이다. 현실적으로 몸 잘 추스르고, 하늘의 뜻에 따르기를.

 

간호사 현정 역을 맡은 배우는 지난 주 독립영화관 <푸르른 날에>에 이어 2주 연속 시청자를 찾는다. (박재환)

 

2019년 8월 31() 00:45 KBS독립영화관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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