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후선생] East Meets West... (이안 감독 推手 Pushing Hands 1992)

2019. 8. 5. 08:55대만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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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환 2001.8.16.) 2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투 타이어드 투 다이>의 진원석 감독의 신작 <이 드림스>가 채 20명도 되지 않는 관객이 든 가운데 상영되었다. 미국의 한 인터넷 업체의 흥망성쇄를 디지털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타리였는데, 당시 어려웠던 모 인터넷업체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막 떠난 나로서는 감동이 남달랐을 수밖에. 이날 영화상영이 끝난 후 진원석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는데, 진 감독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인으로서 이안 감독 이야기를 꺼내었다. "한국에서는 날 알아주지 않아도 미국에서는 인디 계에서 활약하고 있으니 나름대로 국위선양하는 것 아니냐. 우리 동네에 이안 감독이 산다. 마주쳤을 때 인사하니 반가워하더라." 면서 이안 감독에 대한 소감을 털어놓았다. 저 사람 미국에 건너와서는 저런 영화도 다 만들구나 생각했는데 <아이스 스톰>을 보고는 생각을 고쳐먹었다고 한다. "그 사람에게는 철학이 있구나"라고.

 

사실, 이안 감독만큼 미스테리한 인물도 드물 것이다. 그의 영화가 명백한 아시아의 정통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많은 영화에서 부인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시아의 정통윤리관을 뒤집어놓는 혁명아도 아니다. 그의 영화에서는 종종 부모자식간의 관계와 사회적 역할에 대한 전도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는 대만에 있을 때는 미국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미국에 건너가서는 아시아에서 넘어온 신비주의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가 <와호장룡>으로 고향에 왔을 때는 '노스탤지어에 빠진 몽상가'라며 환영받았다.

 

<쿵후선생>은 그가 만든 첫 번 째 장편영화이다.(영화과 출신이니 학창시절 단편 몇 편을 찍은 적은 있다) 나이 스물 넷에 미국으로 건너가서 영화공부를 한 후, 대만에서 3년 정도 작품활동을 할 때 찍은 세 편의 영화중 하나이다. 그의 이후 영화들-<결혼피로연>,<음식남녀>,<아이스스톰> -과 함께 이 영화에서도 이안 감독의 철저히 고뇌하는 현대중국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을 배경으로 미국여자와 결혼한 아들 집에 건너온 늙은 중국인이 동양적 가족관계의 복원을 이루지 못하고 홀로서기를 시도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마주하게 되는 모습은 중국인 시아버지와 미국 며느리의 서로 편치 못한 모습이다. 작가인 며느리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때, 할 일 없는 노친네는 붓글씨를 쓰거나 중국영화 비디오를 보고 그렇지 않으면 정원에서 쿵푸 운동을 한다. 물론 현관에서 초라하게 담배를 태우기도 하며. 둘은 식당에서 아무소리 없이 각자의 밥을 먹는다. 할아버지는 '중국인답게' 한손으로 밥공기를 받쳐 들고 젓가락으로 음식을 입에 쓸어 넣는다. 며느리는 그런 할아버지가 못마땅하지만 서로 언어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선 어떤 해결책이 없다. 아들은 아버지의 신세를 이해하면서도 아내의 불만도 들어줘야한다. 영화가 한참이나 진행되어서야 이 할아버니와 이 가족의 정체를 알 수 있다. 주 노인의 손아귀에는 흉터자국이 있다. "북경에서 말야. 홍위병이 들이 닥쳤을 때, 네 엄마는 구하지 못하고 너를 껴안았지. 그때 입은 흉터야." 아버지는 아들 하나를 살려냈지만 아내는 잃은 과거가 있었던 것이다. 아들은 미국으로 건너와서 공학도가 되고 아버지를 모셔온 것이다.

 

며느리와의 서먹한 관계에서 벗어나는 계기는 또 다른 중국인 천 타이타이(陳太太:진 여사)의 등장이다. 중국인 문화강습센터에서 두 노인은 만난다. 한 사람은 태극권 강사로, 한 사람은 중국 요리 강사로. 두 사람은 자신들의 외로운 처지를 서로 이해하게 된다.

 

영화는 주 노인이 결국 아들 집을 나오게 되고 한바탕 식당에서 소동을 벌인 후에야 가족간의 관계 설정이 어려워졌음을 보여준다. 아들은 울면서 아버지를 모시겠다고 하나, 아버지는 손을 내저으며 "너가 날 사랑한다면 차이나타운에 방이나 하나 구해 달라"고 말한다. 아들은 미국인 며느리와 함께 새로 구한 큰 집에서 아버지 방을 따로 준비하며 "제레미(손주)도 있으니 아버지는 오실 거야."라고 말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주 노인과 천 타이타이가 재회하는 장면이다. 서로 며느리와 딸의 눈치를 보다 독립한 후이다. 노인이 묻는다. "오늘 오후 뭘 하실거요?" 그러자 할머니가 그런다. "메이셔(沒事)"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할아버지는 "메이 셔(아무일 없다고요..)"라고 나직하게 되뇐다.

 

아마도 마지막 장면이 이안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리다. 오늘의 중국을 이끌어온 한 세대의 사람들은 바로 다음 세대-자신의 아들 딸-에게서 버림받고, 자신들의 처지를 받아들인다. 그리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담담히 자신들의 남은 인생을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노인이 아들 집으로 올지는 영원히 알 수 없다.

 

원제 <추수(推手 :Pushing Hands>는 태극권의 한 기술이다. 한국 '택견'에서처럼 고수가 상대의 기세를 부드럽게 맞받아 넘어뜨리는 기술과 유사하다. (두 사람이 마주보고 손바닥을 밀어 상대를 넘어뜨리는 놀이 줄넘기를 허리에 걸고 상대를 댕기고 밀어 넘어뜨리는 기술도 이와 같은 물리적 반발력을 이용한 것이다) 영화에서 주 노인은 혼자서 뚱보를 10여 미터를 날려버리거나, 장정 수 명이 밀쳐도 꿈쩍 않고 있는 고난도 실력을 보여준다. 서구인의 눈에는 이러한 것이 분명 동양적 신비로 보일 수밖에. 특히, 어깨 결림 신경통으로 고생하는 천 타이타이를 안마기술과 혈맥을 뚫는 대체의학을 잠깐 보여준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 때 유심히 보면 이 영화에 태극권 고수가 자문을 해 준 것을 알 수 있다. 나중에 <와호장룡>에서 대나무에 올라서는 동양적 신비로움을 보여주기 전에 이안은 이미 서구인에게 정적이며 환상적인 동양의 비기를 맛보인 셈이다.

 

영화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 조성하는 갈등, 신세대와 구세대의 갈등, 그리고 식당메니저의 대화에서 느낄 수 있는 중국과 대만 출신의 갈등까지 다양한 갈등구조를 나타낸다. 하지만, 그것이 이야기를 파국으로 이끄는 제1 갈등구조는 아니다. 결국 최종 결정은 자신이 하게 되는 인생사를 다룬 영화이니 말이다. 중국인 이안이 미국에서 문화충돌의 이야기를 찍어내어 신기한 것이 아니라, 젊은 이안이 늙은이의 외로움을 필름에 담아낸 것이 가상하다. (박재환 2001/8/16)

 

 

Pushing Hands (film) - Wikipedia

Pushing Hands (Chinese: 推手; pinyin: tuī shǒu) is a film directed by Ang Lee. Released in 1991, it was his first feature film. Together with Ang Lee's two following films, The Wedding Banquet (1993) and Eat Drink Man Woman (1994), it forms his "Father Kn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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