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4]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2013)는 고장난 우주선을 고치다가 낙오된 우주인의 기적 같은 지구 생환과정을 담은 영화였다. 극한의 상황에서 혼자 ‘남은 산소량’과 사투를 벌이며 지구로 귀환해야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실제 이런 일이 우주에서 벌어졌었다. 미국 NASA가 아니라, 러시아, 즉 옛 소련의 우주정거장 이야기이다.
7일 개봉되는 <스테이션7>(감독 클림 시펜코)은 1985년 우주에서 발생한 소련 우주정거장의 고장과 그 수리과정, 그리고 우주인의 지구로의 귀환과정을 생생하게 극화했다.
1985년 ‘살루트7호’가 우주정거장이 궤도를 이탈한다. 때마침 미국 NASA에서는 우주왕복선을 쏘아 올렸다. 당시 미국 레이건과 소련 고르바초프는 평화회담보다는 마지막 ‘이데올로기 전쟁’에 열을 올리던 시절이었다. 소련은 나사의 우주선이 소련의 첨단과학장비를 수거해 가는 것을 우려했다. 그 시절엔 우주공간에도 ‘NCND’라는 게 통했던 모양이다. 그 우주선에 어떤 최첨단 우주무기가 탑재되어 있을지 상대는 모를 일이니.
미국과 소련의 우주전쟁은 치열했다.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1호를 우주로 쏘아 올리면서 격화된다. 1961년 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보스토크1호를 타고 지구궤도를 돈다. 소련이 ‘최초의 우주인’ 타이틀을 차지한 것이다. 자존심 상한 미국은 우주로 향한 꿈에 올인한다. 그 결과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지구궤도를 벗어나서 달 표면에 발을 내디딘 최초의 지구인이 된다. 이후 미국과 소련은 우주를 ‘질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장기프로젝트에 나선다. 1971년 소련은 그 전초기지로 우주공간에 ‘우주정거장’ 살루트 1호를 발사한다. 꾸준히 우주공간은 우주조형물을 실어 날랐고, 조립하여 ‘우주정거장’을 만들어 나간 것이다. 그러던 중 살루트 7호에서 고장이 발생한 것이다.
소련은 촉박한 시간 내에 임무를 완수시킬 최정예 우주인을 선발한다. 엄청난 회전속도로 우주 궤도를 이탈하고 있는 우주선에 접근하여, 신의 손길로 도킹에 성공한 후, 고장난 부위를 고쳐 정상화 시켜야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당시 ‘블라디미르 자니베코프’와 ‘빅토르 사비니크’ 두 우주인이 선택되어 우주로 향한다.
소련의 우주개발당국과 군사당국은 생각이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우주개발의 과정을 생각하면 ‘살루트7호’는 어떻게든 고치든지 회수해야할 장비였지만 군사당국은 레이건이 ‘스타워즈’까지 거론하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에는 이 장비를 우주에서 ‘처리’해야 할 대상이었다. 두 우주비행사는 극한의 추위, 제한된 산소, 사고과정에 입은 화상 등과 싸우며 수리작업에 나선다. 우주항해의 역사에 있어 이들의 작업이 가장 지난했던 임무였다고 기록된다.
클림 시펜코 감독은 냉전시대에 우주에서 벌어진 ‘고장/수리 우주대작전’을 그리면서 우주인들의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극대화시킨다. 그리고, 우주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펼쳐지는 우주인 가족의 소소한 감정을 잘 잡아냈다. 우주선 선장은 누군가의 남편이며, 아버지이며, 인민의 희망이었던 것이다.
<그래비티>나 <아폴로 13>, <히든 피겨스>를 재미있게 본 ‘미래의 우주과학자’라면 이 영화도 꼭 봐 두시길.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나보는 괜찮은 러시아영화이다.
1985년 소련의 살루트7가 고장 나서 지구로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있기 전, 1979년에는 미국 나사의 스카이랩이 실제 지구로 떨어진 적이 있다. 그런 경우가 흔하냐고? 우주에서는 매년 3000여 개의 우주쓰레기, 인공위성체가 지구로 떨어진다고 한다. 대부분은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타 버린다고 한다. 그렇단다. 2017년 12월 7일 개봉 (박재환)
감독:클림 시펜코 출연:블라디미르 브도비첸코프(블라디미르 자니베코프), 파벨 데레비앙코(빅토르 사비뉴), 마리야 미로노바(니나) 개봉:2017.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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