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녀유혼:인간정] 이개형-진성욱을 기억하라

2021. 4. 8. 08:15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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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말청초를 산 포송령(蒲松齡, 1640-1715)은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을 만큼 가난한 삶을 산 서생이었다. 그런데, 그가 남긴 작품은 400년이 지나서 빛을 보고 있다. 그는 동네에 전해져오는 전설, 괴담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이야기만을 채록하여 문집으로 남겼다. 수백 편의 짤막한 이야기로 채워진 괴담집 <요재지이>이다. 괴이한 것을 좋아하거나, 환상적인 스토리를 원한다면 이 이야기 책에서 한 편을 뽑아내어 색칠하고 CG를 더하면 된다. 그렇게 나온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천녀유혼’이다. 장국영-왕조현이 나왔던 그 작품(1987)이다. 물론 그 전에 쇼브러더스 시절 이한상 감독의 작품(1959)도 있고, 서극의 애니메이션도 있으며, 유역비의 <천녀유혼>(2011)도 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워낙 유명하기에 한 번 더 만든다고 이상할 것이 없다. 이번에는 중국에서 만들어졌다. 

린쩐자오 감독의 <천녀유혼:인간정>은 장국영의 <천녀유혼>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게 진행된다. 북경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영채신은 날이 저물자 다 허물어가는 난약사라는 절에 머물게 되는데 이곳에서 남자의 정기를 빨아먹는 요괴 섭소천을 만나게 된다. 섭소천은 남자들의 혼백을 흡입하여 대왕요괴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영채신은 결코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요괴인 섭소천을 보호하려 한다. 여기에 요괴사냥꾼 연적하가 등장하여 인간과 요괴, 사냥꾼과 약탈자의 스펙터클한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사실 그 옛날 포송령이 남긴 ‘요재지의’ 속 ‘천녀유혼’(섭소천) 이야기는 ‘전설의 고향’ 스타일이다. 영채신이 오래된 절에 머물게 되는데 그날 밤 여자가 와서 유혹하지만 남자는 매정하게 물리친다. 그 여자(섭소천)는 요괴에 의해 남자를 유혹하여 생명을 빼앗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밤 영채신은 옆방의 연적하와 합심하여 요괴에게 붙잡힌 섭소천의 굴레를 끊어주고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서 잘 살았다는 내용이다. 

장국영-왕조현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목욕장면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이 없다. 대신 섭소천의 정체가 빨리 밝혀지면서, 두 사람의 밀당 아닌 밀당, 애틋한 이야기가 절절히 펼쳐진다. 30년의 세월동안 발달한 CG기술은 나무귀신의 변화에서 확실히 느낄 수 있다.사방천지로 줄기와 뿌리를 내뻗치며 동양적 호러, 판타지의 정수를 보여준 나무줄기CG는 이번에도 ‘천녀유혼’의 시그니처임을 보여준다. 

 <천녀유혼>이야기는 우리가 ‘춘향전’에 대해서 아는 만큼 중국에선 유명한 이야기이다. 그동안의 CG기술의 혁혁한 발전과 함께 남녀 주인공의 면면에 관심이 간다. 


섭소천 역을 맡은 이개형(李凱馨,리카이신)은 대만 출신의 가수 겸 배우이다. 부모는 ‘싱가포르’의 유명 연예인/방송인이다. 15살에 아이폰 광고를 시작으로 중국에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이 영화에서 왕조현의 아성을 물리치기에 충분한 섭소천의 매력을 선사한다. 영채신을 연기한 진성욱(陳星旭,천싱쉬)은 중국 선양 출신이다. 중국의 포털인 바이두 인물정보에 따르면 진성욱은 2014년 (중국의 유명연기학교인) 중앙희극학원에 수석입학 했단다. 영채신의 연기를 보노라면 주눅 들지 않은 안정감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감독한 린쩐짜오(林珍钊)는 2011년에 <밭두렁의 꿈>(田埂上的夢)이라는 7분짜리 단편을 만들며 주목받았단다. 마이클 잭슨의 춤을 우연히 본 시골소년이 다른 사람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춤 연습에 매진하여 결국 찬사를 받는 일종의 ‘청춘격려드라마’이다.

 이개형-진성욱이 궁금하다면, 그동안 발전했다는 중국CG가 궁금하다면 <천녀유혼: 인간정>을 보시고, 여전히 장국영이 그립다면 그 옛날 <천녀유혼>을 보시면 될 듯. 2021년 4월 8일 개봉 ⓒ박재환 2021

이개형, 리카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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