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환, 2011.5.2) 지난 달 홍콩에서 개봉된 <옥보단 3D>가 워낙 화제가 되고 있기에(누구에게?) 오리지널을 소개한다. <옥보단>1편은 오래 전에 리뷰 했었고 그 속편들을 소개한다. 관심 있는 성인들은 찾아보시길.
1991년 홍콩에서 개봉된 <옥보단>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맥당걸 감독의 <옥보단 투정보감>(玉蒲團之偷情寶鑑)은 2천만 홍콩달러라는 엄청난 흥행수익을 올렸다. 당시 홍콩 영화계의 흥행배우는 주성치나 성룡이었다. 그런 슈퍼 개런티의 배우가 나온 대작영화도 4천만 홍콩달러가 최고기록이었으니 <옥보단>의 흥행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짐작이 간다. <옥보단>1편은 영화의 저본이 되는 <미앙생>의 이야기를 충실히 따른다. 1편의 대성공에 힘입어 당시 홍콩영화계의 마이더스 왕정(王晶) 감독이 속편 제작에 뛰어든다. 왕정 감독은 수많은 흥행작품을 내놓은 홍콩 영화계의 달인이며 또한 ‘쓰레기영화의 대명사’였다. 그런 그가 서기와 이려진을 캐스팅하여 만든 영화가 바로 <옥보단2 옥녀심경>(玉蒲團II玉女心經)이다. 우선 이려진이란 여배우부터 소개한다.
이려진(李麗珍)은 1983년에 <개심귀>(開心鬼)라는 영화로 데뷔했다. 목매달아 자살한 청나라 서생이 귀신이 되어 현대에 되살아나서 벌이는 소동극이다. 고지삼(高志森)이 감독한 이 작품은 제작자이자 귀신으로 나온 황백명(黃百鳴)을 홍콩영화의 재간둥이 실력자로 만들었다. 당시 <귀타귀>나 강시, 영환도사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영화로 꽤 성공한 코미디였다. 이 영화에서 이려진은 청순, 깔끔, 귀여움으로 많은 남성 팬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이 여배우는 그후 수많은 ‘그렇고그런’ 홍콩영화에 출연하지만 영화인생이 잘 안 풀린다. 그러더니 결국은 왕정 감독의 ‘이런’ (정확히는 ‘이딴’) 영화출연까지 제의받게 된 것이다. ‘이딴 영화’라 함은 홍콩심의등급에서 3급편(3級片)에 해당하는 영화이다. 이런 등급은 ‘폭력과다’나 ‘선정성’ 등의 이유로 ‘성인물’로 취급받는다. ‘성인물’은 ‘성인’들이 보는 영화임에는 분명한데 보통 이 등급을 받은 작품은 대개가 ‘색정물’ 즉 에로물이다. ‘색정’영화는 당시 홍콩에서 1~200만 홍콩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리는 만큼 니치(틈새)시장 영화였다. 크게 노리지않고 안전위주의 흥행전략이다. 저무는 스타 이려진은 이미 이런 영화에 서너 편 출연한 상태였다. 그런데 왕정 감독은 이려진의 상품성/흥행성을 알아보고는 무려 400만 HK$를 제시하며 이 영화에 출연시킨다. 그 때까지 최고 기록은 온벽하(溫碧霞)가 세운 편당 300만 HK$였다. 왕정이 이 정도 지른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서기(舒淇)는? 서기는 홍콩 출신이 아니라 대만 출신의 여배우이다. 16살에 이른바 길거리 캐스팅되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렇고 그런 사진집을 내놓아 대만에서는 나름 유명해진 모델이다. 왕정 감독이 새 영화를 준비하며 뉴페이스를 찾고 있을 때였다. 왕정 사단의 멤버인 문준이 일본에서 잡지를 보다가 ‘서기’의 사진을 보게 된 것이다. 곧장 대만으로 날아가 서기와 접촉했다. 당시 서기의 매니저 역할은 가준웅(柯俊雄)이 하고 있었다. 가준웅은 왕정에게 전속계약을 넘기는 조건으로 500만 홍콩달러를 요구했단다. 왕정과 문준은 변호사를 찾아 상의한다. 그런데 서기가 계약을 맺을 땐 미성년자였고 가준웅과의 전속계약은 불법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왕정은 손쉽게 서기를 홍콩으로 빼 올수 있었단다. 왕정은 서기와 여섯 편 출연계약을 맺는다. 물론 모두 성인물로. 참, 서기라는 이름은 이때 왕정이 지어준 것이다. 원래 이름은 임입혜(林立慧)였다.
그럼, 이려진이란 핫한 배우와 서기라는 뉴페이스를 데리고 왕정은 어떤 영화를 찍었을까. 바로 <옥보단2 옥녀심경>이다. 기대하시랏!
옥보단2 옥녀심경: 책에 따르자면….
영화가 시작되면 <옥보단>에 대해 짧게 소개해준다. 미앙생이 말의 생식기를 이식받아 최고의 남성이 되지만 결국 아내는 기방의 창녀로 전락하게 된다는 이야기란다. 그런데 후세에 이 남자를 우상으로 삼는 남자가 생겼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부작용’의 사례가 서문견이다.(서금강이 연기함!!!) 서금강(徐錦江)은 오직 자신의 양물(陽物)을 단련하는 양생술에 관심이 있다. 영화는 아주 코믹하게 그 상황을 보여준다. 그는 아내와 첩 셋를 거느리며 황제같이 살면서 하나뿐인 딸(이려진)은 고이고이 키운다. 밖에 나가 공부하고 싶은 딸. 난봉꾼 색정광 아비 서금강은 걱정이 된다. 그래서 정조보갑을 채우고 남장을 한 후 딸애를 학당에 보낸다. 학당에서 남장한 이려진이 보게 되는 것은 공부보단 그 짓에 더 골몰하는 남자들. 그런데 그날 밤 이려진의 정체가 들통 난다. 클래스메이트(낙달화駱達華라는 배우)가 정조보갑에 그곳을 다치는 불상사도 일어나고 의원에 실려 간다. 의원 역을 맡은 배우는 황일비(黃一飛)이다. 주성치 영화에서 곧잘 볼 수 있었던 명품조역이다. 황일비의 자기소개!
“내가 누구냐 하면 말의 거시기 이식수술을 성공하여 미앙생을 최고의 남자로 만들어주었던 정뚱보의 사제이다.” 정뚱보가 누구냐 하면 1편에 출연했던 정측사를 말한다. 이 대사가 유일하게 <옥보단>1편과 2편의 연결고리이다. 나머지는 하등 관계가 없다.
황일비는 이번엔 새로운 수술방법을 시도한다. 말의 거시기를 이식하는 게 아니라 첨단장치를 부착시키는 것이다. 스위스군용 맥가이버칼에 버금가는 가제트 물건을 달아주는 것이다. 늘어나고 길어지고 회전기능에 여하튼 별별 괴상망측한 상상물의 총결합물을!
이렇게 소동이 한창일 때 마침내 서기가 등장한다. 서기는 남자의 양기(陽氣)를 다 빨아먹는 뱀파이어 요괴이다. 황일비를 그렇게 처리하고는 <옥녀보감>을 빼앗아서는 이번엔 서금강에게 접근한다. 서금강은 당장이라도 서기를 차지하고 싶지만…. 일단 바보 같은 자신의 종과 혼례를 시킨다. 종이 죽자 서둘러 넷째 첩으로 맞이한다. 서기는 옥녀보감을 익힌다. <옥녀보감>은 단순히 남자의 양기만 빨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여자의 음기도 빨아들인다. 물론 피해자는 완전히 말라 죽는다. 이런 뱀파이어 서기의 뒤를 쫓는 무사(오의장/吳毅將)가 등장하고.. 결국 이려진과 관계를 맺고.. 둘은, 아니 가제트맨까지 세 명은 의기투합하여 서기에 대항하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은 서기와 이려진의 뜨거운 한판 대결이다. 칼과 표창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
영화는 순전히 눈요깃감으로 가득한 성인 에로물이다. 그러니 인과응보니 고진감래니 하는 주제는 순전히 홍보용,장식용 멘트이니 여기선 생략하고. 이후 서기와 이려진, 왕정은 어떻게 되었나?
왕정은 서기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했단다. “이 애를 데리고 <옥보단>을 찍기 시작한 지 닷새가 되자 바로 느낌이 오더군. 이 애는 옷을 벗기지 않아도 충분히 인기를 끌만한 자질이 있는 애라고…” 서기는 비록 데뷔작으로 이상한 영화를 택했지만 배우로서의 자질은 곧바로 드러났단다. 한동안, 아니 오랫동안 에로배우로 낙인찍혔지만 서기는 유명 대감독들과의 작업을 통해 보통이 넘은 스타성과 연기력을 발휘하기 보여준다. 지금도 진행형이고 말이다. 신작소식으로는 대만 후효현 감독의 <섭은랑>과 풍소강의 <온고 1942>(溫故 1942)를 찍을 예정이다.
이려진은? 무려 400만 HK$를 받으며 출연에 응한 이려진은 개봉 이후 왕정과 싸운다. 계약에도 없이 무단으로 영화사진집을 내었다는 것이다. 이려진은 “내가 두 번 다시 왕정과 작업하나 봐라.”며 사이가 나빠졌단다. 이후 이려진은 슬럼프에 빠졌고… 그러다가 허안화 감독의 <천언만어>(千言萬語)라는 사회성 짙은 작품에 출연하여 금마장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 번 주목받기 시작한다. 물로 이후에도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어 연예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왕정은 제작, 감독, 각본, 배우까지 전천후 활약을 하고 있는 홍콩영화인. 홍콩 유명배우 치고 그의 작품, 그의 흥행작에 출연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 특히 수많은 육체파 배우들이 그에 의해 발탁된 것은 영화팬들로서는 고마워해야할 일. 요즘은 중국에서 제2의 영화인생을 누리고 있다. 아.. 이 영화 제작은 왕정이 맡았고 감독은 전문기(錢文錡)이다. 왕정만큼이나 복잡하고 규정짓기 어려운 다양한 영화에서 활동했다. <옥보단>류에 해당하는 에로물을 여러 편 찍은 것을 비롯하여 <고혹자>시리즈와 <8인, 최후의 결사단>(十月圍城) 제작스태프로도 활동했다. 필모그라피에는 <무간도3>의 조감독에도 올라있다. 홍콩영화 상황에 맞춰 시간 되는대로 능력 닿는대로 무작위로 영화작업을 하는 대단한 영화인 중의 한 사람인 듯. (박재환, 2011.5.2)
[I.K.U.] 포르노그라픽 러너 (0) | 2011.06.13 |
---|---|
[옥보단 3D] 드디어 3D까지... (손립기 감독 3D肉蒲團之極樂寶鑑, 3-D Sex And Zen: Extreme Ecstasy, 2011) (0) | 2011.06.13 |
[삼국지 명장 관우] 소설 속 관우, 영화 속 조조를 만나다 (0) | 2011.05.20 |
[천녀유혼 2011] 새로운 섭소천, 새로운 천녀유혼 (0) | 2011.05.12 |
[샤오린:최후의 결전] 유덕화, 소림사 가다 (0) | 2011.05.07 |
[검우강호] 어찌 강호를 쉽게 떠날 수 있으리오~ (소조빈 蘇照彬 감독 劍雨/ 劍雨江湖, Reign Of Assassins, 2010) (0) | 2010.10.18 |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중국 CSI 납시오~ (3) | 2010.10.11 |
[양산백과 축영대] 저 낭자, 남장했어요~ (0) | 2010.09.08 |
[공자] 공자가 살아야 중국이 산다 (3) | 2010.02.04 |
[8인 최후의 결사단] 1905, 로스트 히어로즈 (1) | 2010.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