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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의 게시물 표시

[마이웨이] 강제규의 만국기 휘날리며

  강제규 감독의 <마이 웨이>가 오늘 개봉된다. 지난 주 기자시사회를 통해 엄청난 전쟁 씬을 선보이며 이 영화에 대한 기대심을 한껏 높여놓았다. 순제작비만 280억 원이 투입되었으니 역대 한국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 영화로 기록된다. 영화는 손기정의 베를린 마라톤 이야기로 시작하여, 수많은 전쟁을 거치면서 생사의 순간을 같이한 조선인과 일본인의 기구한 역정을 담고 있다. 강제규가 이루어 놓은 또 한 번의 기적 같은 영화를 살펴보자. (스포일러 경고: 자세한 내용이 포함되었으니 영화를 보신 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일장기 휘날리며 영화는 일제강점기의 서울이다. 일제치하에 신음하던 조선인민들은 저 멀리 베를린에서 들려온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제패 순간과 일장기 말소사건을 다 알고 있다. 조선 사람은 적어도 일본사람들보다 더 튼튼한 다리와 이기고 말겠다는 정신력을 가진 것이다. 그런 시절에 서울(경성)의 한 일본인 호화저택에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일본인의 청지기(천호진)의 아들 김준식은 나름 동네의 소문난 뜀박질 선수이다. 그런데 막 일본에서 건너온 ‘도련님’ 하세가와 타츠오는 동경에서 날리던 달리기 선수이다. 둘은 첫 만남부터 경쟁의식을 느끼고  시합을 펼친다. 준식과 하세가와가 경성시내를 마구잡이로 달려가면서 이 영화는 향후 수년에 걸쳐 한반도와 중국대륙과 유럽 전선을 뛰어갈 두 남자의 운명을 숨 가쁘게 담기 시작한다. 준식은 경성시내를 질주하는 인력거꾼으로, 하세가와는 일본의 영광을 빛낼 마라톤 선수로 성장한다. 그리고 세계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대표를 뽑는 대회가 열린다. 조선인 준식과 일본인 하세가와가 열전을 펼치더니 결국 준식이 승리한다. 하지만 일본의 영광을 기대하는 주최 측의 농간으로 준식은 폭동주도자로 체포되고 우승의 영광은 하세가와의 차지가 된다. 재판에 넘겨진 준식은 황군으로 징집된다. 조선인 김준식은 마라토너의 꿈을 멀리하고 이제 일장기를 휘날리며 중국대륙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과의 전투를 펼친다. 오성홍기 휘날리며 ...

[아리랑] 김기덕의 넋두리 (Arirang, 2011)

  대한민국 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 ‘김기덕’ 감독은 참으로 기이한 감독이다. 1996년 <악어>라는 영화로 인상적인 감독 데뷔를 한 뒤 (<아리랑>,<아멘>까지) 모두 17편의 작품을 내놓았다. 이 얼마나 놀라운 생산력인가. 어느 해인가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한국 영화관객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면서 더 이상 한국에서 자신의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더 나아가 기이한 이유로 영화제작 현장에서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어디론가 숨어들고 말았다. 그러다가 지난(2011년) 5월 깐느 국제영화제에서 김기덕의 신작이 전격적으로 공개되었다. <아리랑>이란 ‘1인 작품’이었다. 일단 그의 작품의 만들어지고 또, 세계적인 무대에서 먼저 소개되었다니 기쁘기도 하지만 그 영화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역시나 김기덕!”이라는 또 다른 뉴스거리를 제공해주고 말았다. 그의 <아리랑>은 태생부터 ‘ 영화작품’이 아니라 ‘김기덕작품’이 되고 말았다. 김기덕의 탄생 이제는 웬만한 영화팬들은 김기덕 감독을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제대로 교육도 못 받았고 어려서부터 공장 막일을 하다가 해병대에 들어갔고 그 이후 화가가 되겠다며 프랑스로 날아간 기이한 인생역정을 가진 인물. 그리고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영화란 것을 보고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각오했단다. 한국에 돌아와서 시나리오 작업에 매달렸고 끊임없이 공모전에 도전하여 마침내 데뷔작 <악어>를 찍는다. <악어>는 굉장히 거친, 그러면서도 김기덕 영화의 원형을 고스란히 보존하는 작품이었다. 이후 김기덕 감독은 쉼 없이 달리며 자기영화를 만들어나갔다. 김기덕 감독을 다룬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김기덕, 야생 혹은 속죄양>을 읽다보면 김기덕은 무슨 생각으로 영화를 찍는지 두려움을 느끼게 할 정도이다. 김기덕은 자신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잡초 같은 인물처럼 한국영화판에서 꿋꿋이 버틴다. 그의 새 작품이 나오면 영화평론가들...

[틴틴: 유니콘호의 모험] 스필버그가 만든 에르제 명작만화

  <틴틴의 모험>, 혹은 <탱탱(땡땡)의 모험>은 유럽에서는 아주 유명한 만화작품이다. 1929년에 벨기에의 조르주 레미(필명:에르제)가 창조해낸 만화 속 캐릭터 ‘틴틴’은 70년에 걸쳐 24개편의 작품에 등장한다. 이 만화의 컨셉은 자국에서의 영웅담에 덧붙여 세계로 눈을 돌려 기이한 풍물을 접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배운다는 진취적인 것이다. 틴틴은 악당에 맞서, 보물을 찾아 전 세계 곳곳을 누빈다. 나중에는 바다 속에서 달나라까지 간다. 물론 작품의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탐정액션물의 형태이다. 영화로 보자면 <레이더스: 잃어버린 성궤의 추적자들>이며 우리 식으로 보자면 <어느어느 나라에서 보물찾기>이다. 이 만화를 할리우드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 스필버그가 <레이더스>를 만든 것은 1982년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유럽 쪽 저널로부터 <탱탱>과의 연관성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처음으로 원작만화를 접하게 된다. 그때부터 ‘탱탱’에 매료되었고 영화화를 꿈꾸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스필버그가 30년 만에 완성한 작품인 셈이다. 탱탱의 모험: 원작만화 이야기 벨기에의 만화작가 조르주 레미(필명:에르제)는 벨기에 어린이, 나아가 프랑스어권의 독자를 위해 재미있는 연재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게 <탱탱의 모험>이다. 그런데 첫 번째 모험담은 ‘바이킹’ 이야기나 ‘말괄량이 삐삐’이야기는 아니다. 놀랍게도 <탱탱, 소비에트에 가다>이었다. 탱탱이 볼셰비키 혁명 직후의 러시아에 가서 보게 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지금 와서 보면 꽤나 선동적인 정치만화인 셈이다. 다음 작품은 아프리카로 눈을 돌린다. 당시 벨기에의 식민지였던 콩고에서의 모험담이다. 이 작품도 지금 와서 보면 시대착오적 장면이 있다. 인종차별적이며 문화 식민주의적 시각이 담겼기에 이후 소송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80년도 더 ...

[머니볼] 야구를 사랑하라

  제목에 감독 이름을 달고 있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이장호의 외인구단>이 있다. 이현세의 초특급 베스트셀러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1986년에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그런데 실상 작품은 원작만화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각기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는, 요새 말로 하자면 ‘루저’를 긁어모아 만든 ‘특이한 집단’의 이야기이다. 프로야구 경기에 정식으로 올라가기엔 왠진 문제가 있어 보이는, 하자가 있는, 비정상적인 사연의 선수들이 총집결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생의 대부분이 한으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 각자의 한을 풀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고, 배트를 휘두르는 것이다. 세월이 이만큼 흐른 뒤, 태평양 건너 미국 메이저리그의 프로야구팀 단장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이지만 구단주가 부자인 것도, 팀이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구단주는 제한된 예산으로 적당한 선수를 찾아 몸값으로 지불하고 시즌을 한 해 한 해 버티면 된다는 것이다. 챔피언이 될 야망도 없고, 연승을 구가할 의지도 없는 듯하다. 그런데 단장 빌리 빈(Billy Beane)은 새로운 생각을 한다. 대어급 선수를 스카우트할 돈이 없다면. 차라리 ‘없는 돈’으로 ‘최선의’ 선수를 긁어모아서 게임을 펼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최선의 선수란 잘 생겼거나 의지에 불타거나 쇼맨 쉽이 있는 선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출루율’에 봉헌하기만 하면 된다. 자 플레이오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기적 미국의 프로야구는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널 리그 양대 리그로 진행된다. 각 리그 우승팀이 월드 시리즈 챔피언을 가린다. 뉴욕 양키스가 통상 27번으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14개 아메리칸 리그 팀 중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팀 중의 하나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Oakland Athletics)였다. 1901년 필라델피아에서 창단되었다가 인기에 밀려 캔자스시티로,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이전한...

[사물의 비밀] 여교수방의 CCTV (Secrets, Objects)

  당신이 현명한 영화제작자라면 영화제작 들어가기 전에 미리 그 영화를 볼 타깃을 연구할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있다고 하자. “그러니까 40대 여교수가 있고요. 남편이랑 이혼했는데 그놈의 사회적 시선 때문에 비밀로 하고 있어요. 혼자 산 게 오래되다 보니 남자 생각도 간절하기는 하지만 역시 사회적 시선 때문에..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논문 연구를 도와줄 학생이 하나 들어왔는데 갓 스물 살의 멋진 남자라면. 그리고 지금 연구하고 있는 보고서가 ”남녀의 외도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이라니.” 여교수는 알 것 다 알고, 학문적으로 분석할 지위에 까지 올라있는데 현실은 점점 더 젊은 학생에게 끌리니.... 제작자는 난감할 것이다. 이건 유부녀의 불륜도 아니고 이혼녀의 판타지도 아니다. 그렇다고 젠체하는 지식인의 허위의식을 고발하는 사회드라마도 아니다. 여배우는 장서희, 남자배우는 정석원으로 캐스팅되었단다. 배우의 백그라운드에 얽힌 기사거리는 많을 것도 같은데  막상 풀어헤쳐보자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를 영화임에 분명하다. 감독은 누구지? 이영미 감독. 이영미는 또 누구지? 여러모로 보아 영화 흥행하기 참 난감한 영화임에 분명하다. 여교수와 남제자의 은밀한 이야기 영화는 ‘혼외정사에 관한 논문을 준비 중인 마흔 살 사회학과 교수 혜정’의 교수연구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연구를 도와줄 조교를 하나 뽑았는데 21살 학생이다. 얼핏 봐도 호감이 가는 멋진 애이다. 같이 다니면서 연구에 몰입한다. 그런데 연구해야할 과제가 여자의 외도이고, 남녀의 정사이며, 이성간 쾌락이다. 욕망의 불꽃을 꺼버릴 수 없는 여교수는 점점 젊은 남자에게 경도되어간다. 그렇다고 속 시원히 말을 할 수도 없고 속내를 내보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남자는 이미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저 젊은 남자를 한번 안아봤으면, 저 가슴에 한번 안겨봤으면.. 그런 욕망은 점점 커진다. 남자 (이름이 ‘우상’이다)도 나름대로 비밀이 있다. 여교수를 처음 보는 ...

[돼지의 왕] 우리들의 일그러진 ‘중딩’ 영웅 (연상호 감독 The King of Pigs 2011)

 학교 내의 조직화된 폭력문화와 애써 눈 감거나 공범으로 빨려드는 무감각을 날카롭게 지적한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196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부정과 비리의 반장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의 추악한 면모를 소름끼치게 그려냈다. 그리고 지난 주, 한국사회의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 인터넷뉴스를 휩쓸었다. 대한민국 어느 여중학교에서 여선생과 여학생이 서로 머리채를 끌어당기며 싸움을 벌였다는 기사이다. 분명 ‘학교사회’에는 선생과 학생이 각자 있어야할 자리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잘못된 질서와 체계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는 우울한 신호이다. 그런 우울한 때에 만화영화 한 편이 개봉된다. 올해 독립영화계 최고의 수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이다. <돼지의 왕>은 지난 달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어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다. 만화(독립)영화의 한계로 일부/특정 극장에서 개봉되지만 한국사회, 학교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챙겨봐야 할 ‘필견의 돼지’ 영화임에 분명하다. 15년 전의 사건, 그리고 트라우마 아파트. 집안 가재도구에는 차압딱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한 남자가 지금 막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한 것이다. 아내는 죽은 채 식탁에 엎어져있고 남자는 망연자실해 있다.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남자는 언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생각해 본다. 이 남자 회사부도로 패닉에 빠진 황경민이다. 한편 소규모 출판사에서 대필작가로 글을 써주며 편집장에게 비굴할 정도로 굽실거리면 살아가는 정종석. 애꿎은 아내에게 화풀이하던 날 황경민으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는다. 15년 전. 중학교 동창이다. 이 둘은 술을 마시며 끔찍했던 자신들의 학창시절을 회상한다. 학교에는 짱이 있고 학년별로 위계질서가 있고 교실 내에는 잔인한 ‘자율적’ 질서가 존재하던 그 시절. 계집애 같았던 경민이나 소심한 종석은 그런 학교질서의 희생자이며, 옹호자이며, 방관...

[인 타임] 시간은 돈이다 (앤드류 니콜 감독 In Time, 2011)

  ‘시간은 돈이다’라는 금언이 있다. 유한한 인간의 삶을 충실하고 보람있게 보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변호사 비용’이나 ‘연예인 행사개런티’는 모두 시간단위로 계산된다. 정말 시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트루먼쇼>의 기발한 시나리오와 <가타카> 같은 특이한 SF를 만들었던 앤드류 니콜 감독이 이에 대해 기발한 생각을 한다. 미래에는 모든 가치가 시간으로 환산된다는 것이다. 이때가 되면 의학의 발전인지 인류문명의 진화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 손목에 라이프타임 시계를 차고 태어난다. 그리고 시간을 돈처럼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인류는 기본적으로 25세까지 살 수 있다. 기본적으로 25년을 ‘충전 받은 상태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는 1년을 더 유예받아 시간과의 치열한 삶을 살아야하는 것이다. 커피 한잔 마시려면 자신의 남은 삶에서 4분을 지불하고, 버스를 타려면 2시간을 내놓아야하는 식으로.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면 일당으로 24시간을 충전 받는다. 이것을 다 소진한다면? 예를 들어 술집에서 생명시간을 탕진한다거나 노름에 빠져 가진 돈을 다 써버린다면? 그러면 마치 배터리가 나간 것처럼 길바닥에 쓰러져 죽는 것이다. 열심히 일을 하여 돈을 벌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시간학적 인류문명시스템은 누가 고안한 것일까. 인류에게 행복을 주는 제도일까? 이에 의문을 품은 시간기부자, 질서파괴자가 등장한다. 영화 <인 타임>이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혁명을 하다 가까운 미래. 무한계급 노동자들이 모여사는 데이톤의 윌 살라스(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언제나 똑같은 하루를 맞이한다. 그의 팔에 숫자판이 있다. 그의 삶이 얼마나 남았는지 보여주는 시간표이다. 엄마가 아침인사를 한다. 엄마의 외모는 너무나 젊다. 엄마는 25살의 외모로 25년을 살아온 사람이다. 이때가 되면 모든 인류는 25살까지는 기본적으로 살 수 있다. 대신 열심히 일하고 시간을 축적시켜둬야 한다. ...

[삼총사] 달타냥의 모험, 황당버전

  베를린 찍고, 부산 찍고, 도쿄 찍고.. 근사한 외관의 ‘영화의 전당’에서 막을 올린 부산국제영화제는 명실상부한 국제적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국제영화제가 국제영화제다우려면 일단의 상영되는 영화가 국제적이어야할 것이다. 화려한 외관과 개막식 패션 쇼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영화 그 자체가 경쟁력과 소구력을 가져야할 것이다. 그동안 못 보던 영화, 화제의 영화, 숨은 걸작, 내일을 책임질 감독들의 재기 넘치는 작품들이 골고루 포진되어 영화팬들의 기호와 욕망을 채워줄 수 있어야할 것이다. 그런데 일부 영화팬들은 “왜 국제영화제랍시고 할리우드 톱스타들은 안 오냐?”라고 그런다. (돈이면 다 해결된다. 이전에 홍콩의 모 톱스타를 데려오려고 하니 호텔 최고급 룸은 물론이고 수행인원 몇 십 명에 전용기를 요구하였단다. 이후 부산영화제 위상이 올라가니 자발적으로 부산을 찾는다.) 깐느나 베를린은 조금 다르다. 메이저영화사들이 신작홍보를 위해 영화제를 충분히 활용하기 때문이다. 일본 동경영화제도 그렇다. 차이점이라면 일본의 경우는 영화배급회사가 주축이 되어 곧 개봉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주인공을 모셔 와서 카메라 플래시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번 부산영화제에도 많은 국내외 영화인들이 부산을 찾았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인물은 로건 레먼. 곧 개봉될 <삼총사 3D>( The Three Musketeers)에 출연한 배우이다. 함께 출연한 올랜도 블룸이나 밀라 요보비치에는 못 미치지만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신성임에는 분명하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나서서 데려왔을 리는 없을 것 같고 아마도 영화홍보사, 혹은 제작사의 전 세계홍보차원에서 방한을 성사시킨 것으로 보인다. <삼총사 3D>는 22일 개막되는 일본 도쿄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아마 그때는 로건 레먼만이 아니라 감독과 다른 배우도 일본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출생의 비밀: 프렌치 버전 <삼총사>는 잘 알려졌다시피 프랑스 알렉산드 뒤마의 소설 <삼총사>가 원작이다. 이미 여러...

[오늘] 송혜교의 용서, 남지현의 반성, 이정향의 밀양 (이정향 감독 Reason to Live, 2011)

  (박재환, 2011.10.8.) 최근 전 국민을 분노케 한 사건이 있다. 영화 <도가니>의 경우와 모 대학 의대생들의 파렴치한 행위이다. 엄연한 법치주의 국가에서 일어난 관련사건은 국민의 정서와는 엄청나게 괴리된 판결행위로 인해 국민의 공분을 살 지경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른바 전관예우가 대변하는 탄탄한 이너 써클 때문인가. 아니면 아무리 끔찍한 사건이라도 한 달만 지나면 금세 잊어버리는 국민 탓일까. 그런 잘잘못을 떠나 이런 일에는 항상 발 벗고 나서는 인권단체가 있고 종교인들이 있다. “죄 없는 자 돌을 던져라”라거나 “한 마리 길 잃은 양....”식으로. 혹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금언까지. 그런 복잡한 ‘보통사람의 법감정’을 향해 이정향 감독의 신작 <오늘>은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난 죄도 없고, 죄 지은 사람을 증오한다!”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그런 관점에서 말이다. 용서는 누가 하죠? 언제 하죠? 영화의 시작은 송혜교가 시누이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올케는 어찌 그리 쉽게 용서할 수가 있었니.” 송혜교는 담담하게 신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이라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 그 애는 소년이에요. 더 좋은 삶을 살 거예요.”라는 식으로. 영화는 사고가 나던 날로 돌아간다. 송혜교의 행복했던 마지막 그날 밤. 자신의 생일, 사랑하는 사람(기태영)과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사랑하는 그 남자는 술 취한 친구(송창의)의 전화를 받고 차를 돌리고 송혜교는 혼자 집으로 돌아간다. 갑자기 비가 내린다. 남편은 그렇게 나갔다가 찻길에서 뺑소니 오토바이에 치어 숨진다. 슬픔에 빠진 송혜교는 신부님과 수녀님의 말에 귀 기울이고 서둘러 탄원서를 써서 그 뺑소니범(아직 소년!)을 용서한다. 그리고 신부님과 수녀님의 말에 따라 다큐멘터리 촬영에 나선다. 끔찍한 범죄의 가해자 가족들과 그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자기가 일찍이 용서했듯이 모든 피해자가족들이 먼저...

[오직 그대만] 미안하다 사죄한다

  부산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영화제는 개막작 선정에 고심한다.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은 개막식 날의 근사한 세레모니에 초점을 맞추고 개막작품에 대해 과도한 지면을 할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제 관계자들은 아직 개봉도 안한 작품 중에서 최고의 찬사를 이끌어낼 작품 선정에 목을 걸기도 한다. 부산영화제의 경우 올해는 영화의 전당이라는 근사한 전용상영관까지 만들어 세계에 첫 선을 보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개막작 선정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 결과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이 선정되었다. 송일곤 감독은 오래 전 단편영화로 깐느 그랑프리를 걸머쥔 아트무비 계열의 감독이다. (부산영화제 개막작은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속설이 생길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상황이 다를 듯하다. <오직 그대만>은 완벽한 멜로드라마로 흥행의 눈물바다를 약속한다. 나쁜 주먹, 착한 눈동자, 그리고 사랑 소지섭은 과거를 알 수 없는 남자이다. 주차관리원으로 주차박스 안에서 밤을 샌다. 어느 날 그 주차박스 안으로 한 여자가 들어온다. 바로 그 건물에서 일하는 텔레마케터 한효주이다. 한효주는 앞을 볼 수 없다. 매일 퇴근 후 주차박스에 들어와서 tv드라마를 본다. 소지섭은 맹랑한 이 여자의 갑작스런 출현에 놀란다. 그리고 로맨스가 시작된다. 한효주는 앞을 볼 수 없지만 소지섭의 땀 냄새와 벗은 운동화에서 퍼지는 발 냄새를 알아차린다. 소지섭은 몰래 발을 씻는다. 그런 순정 명랑만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더니 두 사람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난다. 남자는 왕년의 촉망받던 권투선수. 그 전에는 고아원출신. 잘 풀리는 인생은 아니었다. 권투를 그만두고 해결사 노릇을 하다 끔찍한 폭행사고에 연루되고 감옥까지 간다. 세상에 나와서는 조용히 주차박스 속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여자는 행복했던 가족을 비오는 어느 날 끔찍한 사고로 부모를 여의고 시각가지 잃어버린 것이다. 영화 <오직 그대만>에서는 오광록이 이 둘의 과거를 연결 짓는 끔찍한 사고...

[리얼 스틸] 진짜 철권의 로봇 파이터

  한때 복싱은 마라톤과 함께 헝그리 스포츠의 대표종목이었다. 가난한 시절 몸뚱이 하나로 처절하게 두들겨 맞으며 부와 명예를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것을 지켜보는 관객/시청자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펀치 한 방에 날려 보낼 수 있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었고 자신의 숨겨진 야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 헝그리 복서 김득구가 미국 라스베가스의 호화로운 호텔 특설 링에서 합법적으로 두들겨 맞다가 결국 유명을 달리한 것도 야만적 스포츠 게임의 결과였다. 이후 복싱은 올림픽 퇴출론이 줄기차게 나올 만큼 위험종목이 되었고 더불어 헤드기어 착용과 함께 너무나 세심한 아마 경기의 룰은 복싱 자체를 싱거운 게임으로 만들어갔다. 대신 희한한 볼거리의 프로레슬링과 듣도 보도 못한 육체의 부대낌이 예술로 승화한 이종격투기가 링을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미디어에 의한 쇼는 계속되고 말이다. 10년 뒤의 링은 어떻게 변할까. 이종격투기의 진화는 어디까지 갈까. 킹콩과 맞대결을 하는 원시시대로의 귀환일까 아니면 한쪽이 죽을 때까지 폭력을 가하는 스파르타쿠스의 재림이 될까. 영화 <리얼 스틸>은 2020년의 모습을 그린다. 물론, 이 영화는 격투기 영화가 아니다! 전직 복서, 로봇 파이터, 그리고 키드 2020년의 세상은 지금과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아버지 어머니는 이혼하고 혼자된 아이는 게임기에 매달려 사이버 세상에서 위안을 얻을 것이며, 세상은 격투기 시합에 빠져들어 무모하게 큰돈을 건다. 달라진 게 있다면 사람과 사람의 주먹다툼은 위험한 것이 되어 금지된다. 아니면 너무나 재미없어서 더욱 익사이팅하고 파괴적인 게임으로 대체된다. 900킬로그램, 2미터 50센티가 넘는 거대한 로봇 파이터들이 링에 올라 사람을 대신하여 치고받고 한쪽이 고철쓰레기가 될 때까지 로봇팔을 휘두르게 된다. 찰리 켄튼(휴 잭맨)은 전직 복성. 그러나 한 번도 챔피언 타이틀을 안아보지 못한 불운의 루저이다. 그는 이제 고물 로봇 파이터를...

[재앙의 묵시록] DMZ다큐영화제 개막작 리뷰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해에만도 수십 개의 ‘국제’영화제가 개최된다. 매주 새로운 ‘국제’영화제가 어디선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 경기도 파주에서는 제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열렸다. 민통선 너머 접경지역 ‘도라산역’ 역사 내에서 개막식 행사가 열렸다. 다큐멘터리만을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DMZ영화제는 분명 매니아적인 -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오덕후스런 - 요소가 있다. ‘DMZ’ 특성상 평화와 자유, 항쟁과 저항 등이 키워드로 잡힐만한 영화제이다. 그런데 출품된 작품을 보면 다양한 시각의, 다채로운 작품이 포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만 해도 북한의 생생한 실상을 고발하는 <김정일리아>가 있는가하면 제주도 강정마을의 투쟁을 다룬 <잼 다큐 강정>이 있다. 모두 100편의 다큐가 상영되었는데 그중 한 편, 개막작을 소개한다. 이번 3회 DMZ영화제 개막작으로는 영국 안토니 버츠 감독의 <재앙의 묵시록>(After the Apocalypse)이란 작품이 선정되었다. 아마도 지난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스탈린의 선물>이라는 카자흐스탄 감독의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이 작품이 더 이해되기 쉬울 것이다. <스탈린의 선물>은 카자흐스탄의 너무나 평화로운 작은 마을이 스탈린의 핵실험으로 어떻게 비극의 현장이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재앙의 묵시록>도 바로 그  카자흐스탄이 배경이다. 이곳(은 옛 소련시절 소련의 핵 실험이 이루어지던 곳이다. 1945년 미국이 먼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핵폭탄을 터뜨리며 ‘핵 개발’에서 앞서나가자 소련은 뒤늦게 더 위험하고 더 무서운 핵무기 개발에 올 인한다. 바로 이곳에서 말이다. 지난 40년간 얼마나 많은 핵실험을 진행했는지는 알 수 없다. 지금 남은 것은 마치 백두산 천지처럼 커다란 호수로 변해버린 거대한 구덩이. 그리고 아직도 방사능측정기기를 갖다 대면 신경질적으로...

[육자객/7인의 협객] 정창화 감독의 당조멸망사

  1971년 말 홍콩에서 개봉된 쇼 브러더스 무협영화 <육자객>(六刺客)은 한국에서는 제목에 ‘플러스 1’하여 <7인의 협객>으로 개봉되었다. 흔치 않은 영화작명 케이스이다. 이 작품은 한국 정창화가 감독을 맡았다. 정창화 감독은 1950년대부터 충무로에서 활동한 영화인. 우연한 기회에 홍콩 쇼 브러더스의 콜을 받아 홍콩으로 건너가서 10년 정도 홍콩에서 활동하게 된다. <육자객>이 바로 그때 홍콩으로 건너가서 만든 작품 중 하나이다. 이미 홍콩에서는 장철이나 이한상, 초원 감독 등이 다양한 색채의 쿵푸/무협/액션물을 만들고 있었기에 한국에서 건너온 영화감독의 색다른 연출력이 기대되었을 것이다. <육자객>은 나름 성공했고 정창화 감독은 줄곧 특급대우를 받으며 홍콩에서 작품생활을 하였다. 당나라가 망조에 들었을 때... 때는 당나라 19대 황제인 소종시대. 이미 나라는 극도의 혼란에 빠져있다. 영화가 시작되면 황제의 동생인 ‘이명’이 자신의 영지를 벗어나 이웃 장공의 영지를 약탈한다. 울며 매달리는 불쌍한 백성들을 마구잡이로 살해한다. 이명은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근엄하게 자신을 꾸짖는 장공마저 죽인다. 조정에서는 이명의 무도함에 치를 떠는 신하도 있지만 이명의 위세에 눌러 찍소리도 못한다. 오히려 장공이 무도하게 굴었다며 그의 영지를 박탈하는 성지를 내리게 만든다. 이명은 갈수록 기고만장해진다. 장공의 억울한 죽음에 분노한 그의 부하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복수를 맹세하지만 이명의 세력은 강대하고 그의 무술은 엄청나다. 상황을 지켜만 보던 목준걸은 도저히 참지 못해 분연히 떨쳐 일어난다. 그는 6명의 자객을 이끌고 숲에서 매복한다. 장안에서 돌아오는 이명 앞에 뛰어드는 6자객. 처절한 칼싸움이 시작된다. 정창화 감독의 홍콩진출 1928년 생 정창화 감독은 최인규 감독에게서 영화를 배운 뒤 전쟁의 참화도 채 끝나지 않은 53년 <유혹의 거리>로 감독데뷔를 한다. 이후 장르 불문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

[컨테이젼] 아무것도 만지지 마라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Contagion, 2011)

  광활한 우주공간에선 티끌 같은 존재에 불과한 지구에서, 인류는 오랜 세월 극한의 상황을 이겨내며 생존해왔고 진화해왔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전 인류 공멸의 위기에 내몰려있다. 공룡이나 바퀴벌레뿐만 아니라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인류는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병균의 습격을 여러 차례 받았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으로 당시 유럽 인구 절반이 죽었다고 한다. 1918년 스페인 독감으로 5천만 명이 사망했단다. 최근에는 사스(SARS)에, 조류 인플루엔자에, 신종 플루 같은 것이 유행했다. 다행히 인류는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우리들 주위엔 더 독하고 더 끔찍한 바이러스가 호시탐탐 인류 절멸의 기회를 노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전 인류적 전염병은 대체로 사람 사이의 접촉으로 이루어진다. 악수를 통해, 키스를 통해, 누군가가 잡았던  문 손잡이를 통해, 공중전화 송수화기를 통해서 말이다. 그 끔찍한 공포의 접촉 순간을 다큐멘터리처럼 재현한 영화가 개봉된다.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극찬을 받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전염이란 의미)이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오래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라는 소품으로 평론가의 극찬을 받았고 수많은 인간군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트래픽>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었다. 홍콩 바이러스, 눈 깜짝할 사이 전 지구를 덮다 홍콩에 출장온 기네스 팰트로우는 카지노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여러 사람 손을 거쳤을 칩으로 게임을 즐기고 칵테일 잔을 들고 옆 사람 어깨도 만진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오는 시카고 공항의 바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웨이터에게 신용카드를 건네준다. 그리곤 전 남편을 만나 하루를 보낸다. 그 시각 도쿄의 붐비는 버스 안에서 한 사람이 기침을 하더니 벨을 누르고 하차한다. 홍콩에선 한 젊은이가 각혈을 하더니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런던과 제네바에서도 사람들이 악수를 하고, 회의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등 일상적인 삶을...

[샤크 나이트 3D] 3D로 만들면 더 무섭냐? (Shark Night 3D, 데이비드 R. 엘리스 감독,2011)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이후 할리우드에서는 3D영화가 대세라며 멀쩡하게 잘 만들고 있던 (2D)영화까지 3D로 변환시키는 소동이 있었다. 영화제작자 입장에서 보자면 3D로 만든 영화는 평균 티켓가격이 더 높으니 3D제작은 해볼 만한 시도였다. 극장입장에서 보아도 하루가 다르게 각종 신개념 디지털 디바이스와 홈무비 서비스가 쏟아지는 판국에 3D는 괜찮은 비즈니스 돌파구였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수용자 입장. 제임스 카메론 같이 돈을 쏟아 붓지 않는 이상 요즘 만들어지는 3D는 유원지에서 만나면 ‘귀신의 집’ 이상의 깜짝 쇼를 하기엔 한계에 봉착하였다. 이젠 3D영화 타이틀 달고 개봉되면 “컴컴하다.” “눈이 피로하다”, “내용은 어디 갔나” 같은 불만의 소리가 함께 쏟아질 지경에 이른 것이다. 지금 그런 리스트에 또 하나의 작품이 추가되었다. 오늘 개봉되는 영화 <샤크 나이트 3D>이다.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만들었던 ‘상어영화’의 지존 <죠스>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하지만 ‘2011년판 리얼 3D죠스’라는 홍보문구가 붙어있는만큼 더 거대하고 더 강력해지고 (3D로) 더 실감나는 상어를 기대할 것이다. 그런데 감독(데이비드 R.엘리스), 주연(사라 팩스톤, 더스틴 밀리건, 캐서린 맥피, 앨리스 디아즈) 이름을 듣는 순간 “음,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군.”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사실 지난 주 열렸던 기자시사회장에도 기자들은 별로 오지 않았다. 추석 쇠러 다 갔는지 아님 3D상어가 매력이 없든지 말이다. 미국 대학생들, 공포의 피서를 떠나다 루이지애나의 대학생 일곱 명이 크로스비 호수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남자 넷, 여자 셋(남자 셋, 여자 넷이었던가?) 의과생도 있고 체육특기생도 있고 비키니만 내세우는 ‘쭉쭉빵빵’ 언니도 있다. 이들이 가는 곳은 차 타고 보트 타고 한참 들어가는 외딴 곳이다. 보트가 고장이 나든지 기름이 떨어지든지 할 것이다. (그렇다고 3D라서 살인상어가 육지도 기어 올라올...

[혹성탈출:진화의 시작] 원숭이,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 그리고 인간

  찰톤 헤스톤이 주연을 맡았던 SF영화 ‘오리지널’ <혹성탈출>은 1968년도에 만들어진 영화이다. 우리나라 극장에서도 개봉되었고 TV에서도 몇 차례 방송되었다. TV에 처음 방송될 시절(아마 1970년대 흑백시절)을 되돌아보면 참 신기한 면이 있다. 그 당시엔 비디오도 없었고, 시네마테크도 없었던 시절이다. 물론 유튜브도, 블로그도 없었다. 그런데 <혹성탈출>이 방영된 다음날 학교에서는 어린애들이 왁자지껄 그 영화를 두고 하루 종일 떠든다. 줄거리와 장면을 세밀하게 떠올리고 즐거워하고 신나게 ‘감상을 공유’하는 것이다. 물론 <혹성탈출>만 그런 게 아니었다.  아이들은 전날 방송된 만화영화 <서부소년 차돌이>의 명장면을 리플레이하고, <전설의 고향>의 무서운 장면을 더욱 무섭도록 재연한다. 나는 문득 그 시절의 인간의 기억력은 지금(2011년)의 인간들보다 더 뛰어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무리 PC사양이, 메모리 집적도가 높아져도 인간자체의 뇌 능력은 퇴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1968년 <혹성탈출>은 우주여행을 행성에 비상착륙한 우주선에 탑승한 지구인 이야기이다. 황량한 들판에 불시착한 이들은 알 수 없는 이 행성이 지구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곧이어 유인원의 습격을 받고 그들의 노예가 된다. “아, 많고 많은 저 하늘 별자리 중에는 인간이 아니라 진화한 유인원이 지배하는 별이 있구나...” 인간은 그 별에 떨어져서 모험을 하게 된 셈이다. 그런데 그 영화의 최고의 반전은 역시 마지막 장면! 고생 끝에 우리를 탈출하여 그 행성을 탈출하려는데 그들이 발견한 것은 바닷가 모래밭에 파묻힌 자유의 여신상. 그들이 머물던 곳은 바로 핵전쟁 이후의 지구였던 것이다. 아! 이럴 수가. 핵폭발의 후유증으로 인간은 몰살하고 유인원은 더 똑똑해진 모양이다. 2011년판 혹성탈출 윌 로드만(제임스 프랭코)은 젠시스 제약회사의 신약개발 과학자이다. 그가 지금 연구하는 것은 알츠하이머...

[에일리언 비키니] ‘인디’ 영화감독의 자격 (오영두 감독 Invasion of Alien Bikini , 2010)

  KBS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는 적어도 중년 남성들에게 삶의 활기를 되살리는 공익성격의 프로그램이다. 그 동안 수많은 ‘회춘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은 남자의 도전은? 합창단일 수도 있고, 전투기를 몰아보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작년에 방송된 것 중 흥미로운 것의 하나는 ‘영화배우가 되어보는 것’이었다. 10월 3일부터 2주 연속으로 방송된 <<남자와 초심>> 코너에 포함된 것이었다. 개그맨 이경규, 가수 김태원 등 남격 멤버들이 초심으로 돌아가서 웃고 울리는 것이었다. 지금은 ‘불미스런 일’로 방송에서 빠진 김성민은 초심 편에서 재미있는 역할을 맡는다. 촬영 중인 한 독립영화의 단역배우로 출연하는 것이다. ‘봉창’ 김성민은 <두사부일체>의 세 번째 작품 <상사부일체>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여전히 영화배우보다는 탤런트, 그리고 그것보다는 <남격> 멤버로 더 기억된다. 그가 독립/인디 영화에 출연한 것은 자신의 초심을 자극하는 신선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그는 특유의 예능감을 마구 발산했다. 당시 김성민이 출연한 영화는 <인베이전 오브 에일리언 비키니>였다. (<남자의 자격> 방송당시, 그리고 영화제작 당시 방송에서 노출된 제목이다.) 귀가 솔깃해지는 제목이다. 우선 독립영화라니. 일본침략군에 맞서는 독립군을 다룬 영화를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영화에 대한 열정하나로 뭉쳐 ‘초’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드는 일단의 무리를 말한다. 돈(예산)으로 따지자면 그렇다는 말이고 일반적으로 독립영화라면 자본(충무로가 되었든 금융자본이 되었든)의 간섭이나 방해 없이 영화감독 자신이 만들고 싶은 주제를 자신만의 미학으로 완성하는 영화를 말한다. 이런 영화는 열정과 재미로 만들지만, 일단 완성시켜놓고도 개봉관 잡기도 어렵다. 보통은 영화제를 통해 극소수의 관객에게만 잠시 소개된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