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16.5.28) 밤 12시 10분, KBS 1TV <KBS독립영화관> 시간에는 지난주에 이어 ‘우리이웃의 단편영화2’로 잔잔하지만 울림이 큰 독립영화 세 편이 방송된다. <피크닉>(송혜림,2015), <미드나잇썬>(강지숙 감독,2014), <물구나무 서는 여자>(심혜정 감독,2015)이다. 이중 <미드나잇 썬>을 소개한다.
<미드나잇 썬>은 청각장애인 남매의 이야기이다. 대한민국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청소년이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지 이 영화를 짧지만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오빠 병우(김리후)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2년째 매장 청소를 하고, 점장 지시로 화장실 청소도 도맡아 하고 있다. 다른 아이들은 3개월이며 차례로 패티를 뒤집고, 직급이 올라가고, 임금이 오르지만 말이다. 매장의 점주는 ‘장애인고용정책’에 따라 일을 시키지만 병우를 못 미더워한다. 역시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여동생 희수(서예린)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또래 동준을 만나 동준의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도 가고, 그들의 아지트인 달동네 폐가에까지 따라가서 함께 술도 마신다. 세상은 ‘청각장애를 가진 청소년기 살기에는’ 햄버거 가게 안이나, 아지트나 똑같이 우호적이지 않다.
오빠는 세상과 부딪치며 살아간다. 사회의 올바르지 않은 시선에 나름 맞서지만, 아마도 오랜 세월 터득한 생존의 방식은 스스로 자신을 학대하는 대단히 폭력적인 방식일 것이다. 여동생 또한 그 시기 청소년의 갈망을 보여준다. 어울리고 싶어서. 같이 있고 싶어서.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항상 시혜적이거나, 불공정하거나, 폭력적이다. 김리후와 서예린의 섬세한 연기가 드라마의 무게감을 더한다.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오른 류준열은 이 작품에서 동준의 친구 중 하나로 잠깐 등장하여 깐죽거리는 연기를 잠깐 보여준다. 그야말로 류준열은 작품의 완성도를 거들 뿐이지만 주인공 캐릭터의 아픔을 극대화한다.
23분 분량의 단편영화이지만, 병우와 희수의 ‘다른 날과 전혀 다르지 않을’ 일상을 통해 그들의 심정과, 그들을 지켜보는 우리의 시선과, 그 시선을 받아들이는 그들의 체념적 반응을 알 수 있다. 마지막에 남매는 지하철에 나란히 앉아 세상 사람들에 이야기한다. 아직, 사회에 나가지도 않았지만, 사회의 쓴맛을 다 알아버린 여동생은 “세상 사람들이 다 못 들었으면 좋겠어.” 오빠는 귀에서 보청기를 빼내고는 여동생의 손을 잡는다. 세상의 소리 없는 아우성, 그들의 소리 없는 악다구니.
‘더 작은 신의 아이들’은 오늘도 지하철을 타고 햄버거 가게에 아르바이트 가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의 입술을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참, 아.름.다.운.세.상. 이다.
이 영화는 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15회 장애인영화제, 1회 가톨릭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했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강지숙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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