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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그룹영어토익반] 사무실에서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 (이종필 감독,2020)
지난 달 26일 개봉된 영화 (감독:이종필 제공/배급:롯데엔터테인먼트)이 12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100만 관객을 눈앞에 두었다. 영화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을지로에 위치한 높은 빌딩의 대기업 본사에는 ‘여상 나온 경리직’ 사원이 ‘경리업무’도 열심이고, 커피 심부름도 열심이며, 사무실 청소, 담배심부름까지 척척 해내는 그런 시절의 이야기이다. 믿거나말거나 사무실에서는 담배도 핀다. ‘경리직 사원’은 부장님 재떨이도 비워줘야 한다.영화는 삼진그룹을 배경으로 한다. 입사 8년차의 이자영(고아성), 정유나(이솜), 심보람(박혜수)은 자기들 부서에서의 실무능력은 완벽하지만 현실은 ‘고졸 스펙’의 정해진 코스를 밟고 있다. 그런데 1990년은 문민정부의 도래와 함께 세계화를 기치로 내세..
2020.11.02 -
[BIFF리뷰] 휴가 - 해고노동자의 삶 (이란희 감독,2020)
지난 주 막을 올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분에 상영된 (감독 이란희)는 메이저 영화제, 혹은 요즘 영화판에서 만나 보기 힘든 노동과 인권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소설가 황석영의 에서는 해고노동자가 높다란 굴뚝에 올라 기한도 알 수 없는 고공농성을 벌인다. 가족의 삶의 터전이었던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자신의 울분을 표현할 방법은 높고, 춥고, 외롭고, 배고픈 탑 위일 뿐일까. 2020년 한국사회, 노동계의 현실은 변함없다. 어디선가 축배를 드는 반면, 또 어느 한 구석에서는 실적의 압박으로, 경기의 후퇴로 끔찍한 고통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란희 감독의 신작 는 해고무효소송에서 최종적으로 패소한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는다. 대법원 판결까지 나섰으니 법적으로 정리된 상태이다. 그럼 그가 갈 곳..
2020.10.29 -
[BIFF리뷰] 지아장커 다큐멘터리 ‘먼 바다까지 헤엄쳐 가기’
지난 주 막을 올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는 68개 나라에서 출품된 192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코로나사태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영화제가 운영된다고는 하지만 상영편수가 대폭 줄어든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딱 한 차례씩만 상영되는 까닭에 영화팬들의 접근이 쉽지만은 않다. 어렵게 소개되는 영화 중 중국 지아장커(賈樟柯) 감독의 다큐멘터리 (원제: 一直游到海水變藍/ Swimming Out Till the Sea Turns Blue)라는 작품이 있다. 중국 산시(山西)성 펀양(汾陽) 출신의 지아장커 감독은 1987년 로 충격적인 데뷔를 한 후 , , , , , 등 내놓는 작품마다 명확히 중국 이전 세대의 영화감독과는 다른 자신만의 영상미학과 주제의식을 관철시키고 있다. 는 베니스황금사자상..
2020.10.29 -
[BIFF] 그대 너머에, 인버전된 박홍민 감독
혹시 박홍민 감독의 전작 (11)나 (15)를 보셨다면 이 영화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영화라는 미디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존재에 대한 끝없는 탐구를 펼치는 감독이 바로 그이다. 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소개된 작품 도 그런 감독의 진지한 탐구생활이 이어지는 작품이다. 는 한 영화감독의 이야기이다. 팔리지 않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시나리오에 썼기에 제작사 대표에게서 한 소리를 듣는다는 설정부터가 자기성찰적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영화는 그 남자의 시나리오와 현실과 꿈, 그리고 묘하게도 과거의 인연이 서로 뒤엉켜 진행된다. (어쩌면 그게 다 시나리오에 있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마을공원 풀밭에 개미들이 열심히 기어가고 있다. 카메라는 개미들을 유심히 비춘다. 옆 정자에서 한 남자..
2020.10.27 -
[트리비사] “홍콩은 누구 것입니까?” 1997년 5월 28일 홍콩 풍만루
대대로 중국 땅, 청나라의 영토였던 홍콩과 인근 지역은 1840년 아편전쟁의 결과로 영국에 넘어갔고 그 후 오랫동안 조차지, 식민주의 땅으로 번영을 구가했다. 제국주의 시대의 유산이었던 이 곳은 결국 영국이 전 지역을 반환하되 중국은 홍콩에 일국양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발표하며 일단락되었다. 그렇게 1997년 7월 1일, 영국의 찰스 황태자, 토니 블레어 총리, 크리스 패튼 총독과 중국의 장쯔민 주석, 리펑 총리, 첸치천 외무부장, 등치화 홍콩수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예로운 홍콩반환식’이 열렸다. 중국은 잃었던 땅과 역사를 돌려받았고, 영국은 ‘향후 50년간 홍콩 체제의 자유‘를 보장받는다 약속을 믿어야만 했다. 홍콩의 영예롭게 모국인 중국으로 돌아왔고,반환되고 20년이 지난, 2017년에..
2020.10.26 -
[마틴 에덴] 타오르다 꺼져버린 남자의 초상 (Martin Eden,2019)
코로나가 극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할 즈음 잭 런던(1876~1916) 소설을 영화화한 가 극장에 잠깐 내걸렸다. 그리고 여전히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금 잭 런던의 또 다른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져서 영화팬을 찾는다. 1908년 쓴 (원제:Martin Eden)이다. 이 작품은 어쩌면 작가 잭 런던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잭 런던은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잡초같이 자랐다. 어릴 때부터 온갖 힘든 일과 사회 밑바닥 생활을 다 경험했던 그는 뱃사람이 되어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는 노동자였고, 프롤레타리아였고, 사회주의자였으며, 소설가였다. 그런 잭 런던의 궤적을 생각하며 이 영화를 본다면 훨씬 풍요로운 감상을 하게 될 것이다. 잭 런던이 동물의 왕국 과 사회주의자임을 보여준 에 이어 내놓..
2020.10.23 -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산사나이 산에 묻히다
지난여름 중국영화 가 잠깐 극장에 내걸렸었다. 1960년, ‘공산’ 중국이 건국하고 어수선하던 그 시기에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 정상을 정복한 중국등반대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극화한 작품이다. 산은 그곳에 그대로 있는데 인간은 기를 쓰고 그곳을 정복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때로는 눈사태에, 때로는 추위에 목숨을 잃어가면서 말이다. 그곳에 왜 오르려할까. 오래전 영국 산악인은 “산이 있으니까”라는 선문답으로 산악인의 도전을 규정지었다. 1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은 그렇게 산을 오르는 산악인의 마음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게 한다 . 는 대한민국 산악영화의 대표적인 촬영감독으로 알려진 고(故) 임일진 감독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차례의 히말라야 원정에 함께 했던 사람들의 도전과 그 이면의 이야기..
2020.10.14 -
[밥정] 님아, 이 상을 받으소서! (박혜령 감독)
요즘은 TV예능프로그램에서 셰프, 요리사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이전에는 ‘한국의 맛’을 소개하는 다큐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말이다. 바로 그런 한국의 정통 맛을 소개하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TV 교양프로그램을 만들던 박혜령 감독의 역작 이다. 전국을 떠돌며 식재료를 찾아, 독특한 삶의 철학을 담은 음식을 만든다는 방랑의 세프 임지호가 주인공이다. “자연에서 나는 것은 아무 것도 버릴 것이 없다”라는 음식철학을 가진 그는 잔디, 잡초, 이끼, 나뭇가지 등을 재료로 한 요리들을 선보였다. 이 영화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미슐랑 별을 노리고 만드는 미각의 절정도, 바글바글 손님을 불러 모으는 삼대 맛집의 숨겨진 손맛도 아니다. 혀 끝이 아니라 심장과 영혼을 완전히 잠식하는 소울푸드를 내놓는..
2020.10.14 -
[스윈들러] 신부님의 구마의식 (이동환 감독 Swindler,2019)
코로나19로 극장가가 극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이저 영화사들의 신작들의 개봉 스케줄이 줄줄이 파행되고 있고, 그 빈틈을 작은 영화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흥행은 신통찮다. 그런 시국에 저예산 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이동환 감독의 이다. 영화 는 사채 빚 때문에 벼랑 끝에 내몰린 한 남자가 신부님 옷을 구해 입고 가짜 구마의식을 펼치며 사기행각을 펼치는 범죄드라마이다. ‘구마의식’이라면 ‘엑소시스트’부터 ‘검은 사제들’ 같은 악령과의 대결이 기대되겠지만 박중훈의 에 가까운 종교사기극이다. 일단 종교의 외피를 두르면 사회고발극이 될 수 있고, 인간내면의 복잡한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다. 떨어져서 슬픈 건, 가족? 돈? 사채까지 끌어 썼지만 결국 되는 것 하나 없는 도진(유형진 분)은 엄마..
2020.10.10 -
[해수의 아이] "생명은 방울방울"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 海獣の子供 2019)
시각적으로 동공이 활짝 열리는 판타스틱한 애니메이션이 개봉한다. 지난 여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소개된 일본 애니메이션 (원제:海?の子供)이다. ‘바닷물’의 아이가 아니라 ‘바다괴물(짐승)’의 아이다. 영화는 의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2006년에서 2011년까지 잡지에 연재했던 동명의 만화가 원작이다. 판타스틱한 이미지와 조금은 난해한 이야기의 는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에 의해 환상적인 영상물로 완성되었다. 일본의 한 고즈넉한 해안마을에 사는 루카는 외로운 소녀이다. 여름방학 첫날을 맞이했지만 상황은 더욱 위축된다. 학교 핸드볼팀에서 그야말로 훨훨 나는 활약을 보이지만 혼자 꿍하는 스타일의 루카는 팀원과 트러블이 생기고 결국 팀에서 쫓겨난다. 의기소침한 루카가 향한 곳은 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아쿠아리움..
2020.09.29 -
[뮤지컬 썸씽로튼] '셰익스피어 시절 뮤지컬이 있었으니..'
조금 오래된 이야기지만 어린 딸애에게 발레 를 처음 보여주고픈 엄마는 관람 전에 아이에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들러준다. 공연이 시작되고 무대가 백조로 채워지자 아이가 너무너무 궁금해서 엄마에게 큰 소리로 묻는다. “엄마, 그러니까, 저 백조가 나중에 죽는 거야?”라고. 이건, 스포일러에 대한 이야기도, 공연관람 에티켓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렇게 새로운 공연문화에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만약, 처음 뮤지컬이라는 것을 보는 아이의 느낌은 어떨까. 커다란 극장, 화려한 무대, 땀을 뻘뻘 흘리며 대사하고 노래하는 배우들. 이건 마블 영화도, 크리스마스에 하는 교회 연극도 아니다. 신기하다! 500년 전, 영국 런던으로 돌아가 보자. 셰익스피어 시대로. 썼다하면 ‘런던(!)의 지가’를 높이던 그였지..
2020.09.29 -
[뮤지컬 킹키부츠] “높은 굽 위에서 내려다 본 세상”
뮤지컬 가 돌아왔다. 미국의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사 작곡을 맡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는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무대를 가진 뒤, 2014년 한국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2년 주기로 한국의 뮤지컬 팬을 찾고 있는 것이다. 블루스퀘어로 돌아온 2020년 시즌 공연에서도 여전히 아찔한 하이힐을 신고 ‘세상의 편견’에 맞서 ‘자신의 정체성’을 내보인다. 는 CJ E&M 공연사업본부가 브로드웨이와 손잡고 만든 작품이다. 와 등을 쓴 하비 파이어스틴의 극본에, 그래미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등을 휩쓴 전설적 팝 아티스트 신디 로퍼가 작사와 작곡을 맡았다. 2012년 연말 트라이아웃 공연을 가진 뒤 곧바로 브로드웨이 데뷔 공연을 성공시킨 ‘킹키부츠’는 토니상을 휩쓸며 격찬을 받았다. 의 내용은 자신의 의지와는 달..
2020.09.29 -
[뮤지컬 캣츠] 고양이의 푸른 꿈
와 로 영화팬을 감동시킨 톰 후퍼 감독의 영화 는 지난 연말 개봉되어 76만 명의 관객이 들었다. 끔찍한 고양이쇼를 76만 명이 지켜본 것이다. 이제 다시 뮤지컬 를 보며 안구를 정화시킬 필요가 있을 듯하다. 지난 9일부터 샤롯데씨어터에서는 뮤지컬 40주년 내한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1981년 런던에서 시작된 고양이 쇼가 40년을 이어온 것이다. 이번에도 제각기 사연을 가진 고양이들이 무대 아래 객석에서부터 무대 위, 쓰레기통 옆에서 갸르릉거리며 신세한탄을 이어간다. , , 등 몇 편의 성공작을 잇달아 내놓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던 작품을 완성시킨다. 그냥 고양이들이 무대에서 차례로 올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대본은 미국출신의 영국시인 T.S. 엘리엇이 자신의 조카를 위해..
2020.09.29 -
[보테로] 내 그림은 뚱뚱해 (돈 밀라 감독 Botero,2020)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자신의 심장이 부풀어 오르는 듯한 느낌과 함께 푸근함을 온몸으로 느낄 것이다. 그가 그린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뚱뚱하고, 비만형이고, 모든 것이 풍성하다. 그게 그의 예술혼이고, 창작의 기본 콘셉트다. 보테로 전시회는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 열렸다.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개봉된다. 캐나다 돈 밀라 감독의 이다. 보테로와 그의 가족들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예술가 보테로의 삶과 작품세계를 되돌아보는 형식이다. 봉준호 감독의 에서 박 사장(이선균)네 유치원생 아들(정현준)이 그린 낙서 같은 자화상(실제로는 아티스트가 그린 그림임!)을 보고 박소담이 굉장한 의미를 두며 아동심리학적 평가를 내리는 장면이 있다..
2020.09.23 -
[아웃포스트] 버려진 요새의 군인들 (로드 루리 감독, The Outpost 2020)
여객기가 뉴욕의 쌍둥이 빌딩으로 돌진하던 이미지가 영원히 남을 911테러는 2001년 9월 11일 아침에 일어났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즉각 전쟁에 돌입한다. 아프가니스탄이 타깃이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인도와 알카에다 해체를 요구했고, 결국 탈레반 정권의 축출을 목표로 긴 전쟁이 시작된다. 오사마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탄을 벗어나 파키스탄 접경지역, 험악한 돌산 속에 숨어들었고, 그를 찾기 위한 미군의 작전이 10년을 이어온다. 미군은 끝도 없이 돌산을 오르고, 원주민과 접촉하고 설득하며 테러의 수괴를 잡으러 혈안이 된다. 물론, 그 곳 사람들은 미군에 대해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바로 그 즈음, 아프가니스탄의 서부 능선, 누리스탄 지역의 캄데시 촌락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전투가 벌어진 곳은 ..
2020.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