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썸씽로튼] '셰익스피어 시절 뮤지컬이 있었으니..'

2020. 9. 29. 17:23공연&전시★리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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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오래된 이야기지만 어린 딸애에게 발레 <백조의 호수>를 처음 보여주고픈 엄마는 관람 전에 아이에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들러준다. 공연이 시작되고 무대가 백조로 채워지자 아이가 너무너무 궁금해서 엄마에게 큰 소리로 묻는다. “엄마, 그러니까, 저 백조가 나중에 죽는 거야?”라고. 이건, 스포일러에 대한 이야기도, 공연관람 에티켓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렇게 새로운 공연문화에 한 발을 내딛는 것이다. 만약, 처음 뮤지컬이라는 것을 보는 아이의 느낌은 어떨까. 커다란 극장, 화려한 무대, 땀을 뻘뻘 흘리며 대사하고 노래하는 배우들. 이건 마블 영화도, 크리스마스에 하는 교회 연극도 아니다. 신기하다!

500년 전, 영국 런던으로 돌아가 보자. 셰익스피어 시대로. 썼다하면 ‘런던(!)의 지가’를 높이던 그였지만 슬럼프에 빠지고 글이 안 써진다. 할리우드에서는 그런 그에게 ‘귀네스 팰트로우’를 출연시켜 아름답고 화려한 걸작을 완성시킨다. 영화 <세익스피어 인 러브>이야기이다. 그런, 깜찍함과 기발함으로 가득한 뮤지컬이 지난 달 무대에 올랐다.(그리고 코로나사태로 중단되었다가 어제부터 다시 공연을 재개했다) 뮤지컬 <썸씽 로튼>이다. “무언가 썩은 것 같단다.” 궁금하다!

극작을 맡은 캐리 커크패트릭과 작사/작곡을 맡은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의 상상력이 빚어낸 <썸씽로튼>은 2015년 미국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고, 작년 내한공연이 있었다.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타더니, 올 여름 한국 배우들에 의해 라이센스 초연무대가 시작된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무대극이 주름잡던 16세기 런던. 셰익스피어의 신작 공연에는 언제나 객석이 꽉꽉 차고 사람들은 저마다 세익스피어 극의 대사를 따라 하기에 바쁘다. 반면 닉 바텀과 그의 동생 나이젤 바텀의 공연은 그야말로 바닥신세이다. 닉 바텀은 셰익스피어란 ‘작자’는 이전에 자신의 극단의 별 볼일 없던 배우였다고 큰 소리 치지만 지금 형편은 완전 역전! 바텀 형제는 ‘리처드 2세’ 이야기의 시대극을 만들어보려고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선수를 쳤고 이미 인기몰이. 답답한 닉 바텀은 마을 점쟁이를 찾아간다.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노스트라다무스! 아니 노스트라다무스의 조카란다. 세기의 예언자의 조카는 불쌍한 닉을 위해 미래를 살짝 훔쳐본다.

“아 무대가 보인다. 배우들이 나온다. 대사를 한다. 
어? 노래를 부른다. 춤을 춘다. 객석이 난리다.” 

“뭐라고? 노래를 부른다고? 대사를 하다가 왜 노래를 부르지?” 

닉은 예언자에게서 ‘미래에 세익스피어가 쓸 최고의 작품’을 살짝 엿보게 된다. 당연히 ‘햄릿’이겠지만, 노스트라무스가 하필 프랑스 사람이었던가. 대본 표지를 ‘오믈릿’(Omelet)’으로 잘못 읽는다.

이제, 얼토당토않게, 16세기 무대에 죽느냐 사느냐 엉망진창 ‘오믈릿’ 진지극이 펼쳐진다. 백종원 선생만 나오지 않았지 무대는 엉망, 혹은 열광의 도가니다. 500년 뒤에나 먹힐 노래극이 당대의 ‘런더너’에게 먹힐까.

뮤지컬 <썸씽 로튼>은 재미있고, 신나고, 멋있다. 그리고 뮤지컬 팬들에겐 ‘자신의 관람목록’을 자랑할 아이템이 넘쳐난다. ‘레미제라블’ ‘싱잉인더레인’, ‘카바레’,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맘마미아’, ‘오페라의 유령’, ‘시카고’,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그리스’, ‘캣츠’, ‘라이언킹’ 등 20여 편의 뮤지컬 넘버와 장면이 이어진다. 물 건너온 작품이지만 한국 뮤지컬 ‘서편제’와 ‘광화문연가’도 나온다. 기막히게.

이번 <썸싱로튼> 공연에서 서은광은 닉 바텀 역으로 화려한 (군 제대) 복귀 무대를 꾸민다. 셰익스피어를 연기한 박건형은 무대를 쥐락펴락하며 화려한 문장가(!)의 또 다른 면모를 선사한다. 20%정도는 어긋나는 예언가 노스트라무스 역에 마이클 리가 출연한 것도 신의 한수 일 듯.

뮤지컬 <썸씽 로튼>에서 흥미로운 것은 번역을 영화번역가 황석희가 맡았다는 점이다. <데드풀> 번역자막으로 영화팬에게 화제가 되었던 황석희의 맛깔스런 언어유희도 즐길 만하다.

<썸씽로튼>의 캐리 커크패트릭와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와 존 오페럴의 브로드웨이 신작소식! 이 세명이 다시 힘을 합쳐 새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았던 1993년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원제: Mrs. Doubtfire)라고. 신나고, 웃기고, 재미있을 것 같다.

어쨌든, 이런 시국에 너무 웃으면 곤란한 뮤지컬 <썸씽 로튼>은 10월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물론 코로나사태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일정은 유동적이다. 일단은 이달 27일까지는 티켓오픈이다. 강필석-서은광-이지훈(닉 바텀 역), 박건형-서경수(셰익스피어 역), 임규형-노윤-여원-곽동연 (나이젤 바텀 역), 리사-제이민(비아 역), 최수진-이봄소리 (포샤) 등이 출연한다. (박재환 20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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