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윈들러] 신부님의 구마의식 (이동환 감독 Swindler,2019)

2020. 10. 10. 10:54한국영화리뷰

코로나19로 극장가가 극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이저 영화사들의 신작들의 개봉 스케줄이 줄줄이 파행되고 있고, 그 빈틈을 작은 영화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흥행은 신통찮다. 그런 시국에 저예산 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이동환 감독의 <스윈들러>이다.

영화 <스윈들러>는 사채 빚 때문에 벼랑 끝에 내몰린 한 남자가 신부님 옷을 구해 입고 가짜 구마의식을 펼치며 사기행각을 펼치는 범죄드라마이다. ‘구마의식’이라면 ‘엑소시스트’부터 ‘검은 사제들’ 같은 악령과의 대결이 기대되겠지만 박중훈의 <할렐루야>에 가까운 종교사기극이다. 일단 종교의 외피를 두르면 사회고발극이 될 수 있고, 인간내면의 복잡한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다.

떨어져서 슬픈 건, 가족? 돈?

사채까지 끌어 썼지만 결국 되는 것 하나 없는 도진(유형진 분)은 엄마의 장례식장에 나타나서 배다른 형에게 손을 내밀어 본다. 유산은 한 푼 남김없이 교회에 기부했단다. 아는 사람들에게 절망적으로 전화를 해보지만 어느 한 사람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그때 ‘구마의식’을 할 사람을 찾는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가짜 신부’가 되기로 한다. <검은 사제들> 비디오를 보면서 대강 배우면 될 것이다. 그렇게 뛰어든 ‘구마신부’의 ‘악령퇴치 사업’은 의외로 괜찮다. 거듭할수록 솜씨도 늘고, 신부의 아우라도 쌓여가는 것 같다. 하지만, 성스럽고도 위험천만한 신부행세는 그의 생명까지 위협하게 된다.

<스윈들러>는 도진이 가졌을 첫 생각만큼이나 간단한 시놉시스에서 출발한 듯하다. ‘궁하면 길이 열릴 것’이라는 말처럼 벼랑에 선 남자가 사기극이라는 밧줄을 잡은 것이다. 그리고 샘(피스 피델)이란 외국인까지 보조신부로 끌어들이며 사업을 이어간다. 도진은 이 과정에서 나름 자기만의 룰을 만든다. 적당한 대상을 물색하여, 적절한 구마의식을 보여주면서 합당한 사례를 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구마의식’을 의뢰하는 사람들의 면면이나 사례비의 과다는 이 사기극의 핵심이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는 것인지, 전문가는 전문가를 알아보는 법인지 ‘구마의식의 탈을 쓴 사기극’은 장 신부(송영창)의 합류로 규모가 커진다. 승승장구 하던 사업에도 이전 구마의식의 피해자 가족 윤희(이규정)가 등장하며 판을 흔들기 시작한다.

영화는 인간의 절박함을 악용한 종교 사기극을 이어가더니 마지막엔 사필귀정의 드라마, 또 다른 반전의 묘미를 전해준다. 그렇다고 개과천선의 교화극은 아니다.

이 영화를 보면 리처드 브룩스 감독의 할리우드 클래식 <엘머 갠트리>(1960)가 떠오를지 모르겠다. 1920년 금주법 시대를 배경으로 '부흥회'를 이끄는 전도사의 이야기이다. 뛰어난 언변의 세일즈맨 버트 랭커스터가 부흥회에 갔다가 진 시몬스를 보고는 반해서 그 길로 부흥회 연사로 업종변경,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화려한 광신극 드라마를 펼친다.

<스윈들러>에는 그런 빅 스타도, 종교와 신자의 믿음의 극치를 파헤치는 드라마는 없지만 적당한 규모 내에서 적절한 울림을 전해준다. 어쩌면 종교와 사기란 것은 인간의 가장 연약한 고리를 파고 든다는 공통점이 있는지 모르겠다. 참 제목 스윈들러(swindler)는 사기꾼이란 뜻이다. 2020년 10월 8일 개봉/15세관람가 (KBS미디어 박재환 2020.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