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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영화리뷰76

[화이트 온 화이트] 백인들이 행한 또 하나의 원주민 학살극 지난 주(2021.6.10) 개봉된 테오 코트 감독의 스페인 영화 ‘화이트 온 화이트’(원제: Blanco en Blanco/ White on White)는 우리가 잘 몰랐던 지구촌 어느 곳의 어두운 역사를 전해준다. 남미 대륙 끝단을 떠올려보라. ‘티에라 델 푸에고’라는 제도가 있다. 왼쪽은 칠레 땅이고 오른 쪽은 아르헨티나 영토이다. 100여 년 전, 20세기가 끝나갈 무렵에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여준다. 이미 훨씬 전에 유럽의 백인들은 왕과 신의 영광을 위해 미지의 대륙을 침략해 들어와서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을 짓밟고 멸족시켰고, 뒤이어 북미대륙의 인디언도 학살하고 땅을 차지한다. 티에라 델 푸에고에서 벌어진 끔찍한 이야기는 역사서에는 ‘셀크남 학살’(Selk'nam genocide)이.. 2021. 6. 19.
[미스] “소년의 꿈, 미스 프랑스 되는 것!” 요즘도 여전히 ‘여성의 미’를 상찬(賞讚)하는 각종 미인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런 대회를 어떻게 보아야할 것인가.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적어도 미용산업, 패션산업, 어쩌면 의료산업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요즘은 이슈몰이에도 한몫하고 말이다. 어쨌든 그런 미인대회를 둘러싼 영화가 한 편 소개된다. 프랑스 영화 이다. (원제: Miss 감독: 루벤 알베스)이다. 미적 감각이 남다를 것 같은 프랑스에서는 ‘미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미인대회’를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해진다. 콧대 높은 종족의 초우량쇼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프랑스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장래희망 발표 장면이다. 운동선수가 될 거야에서 대통령까지 야무진 꿈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가 “미스 프랑스가 될거야.. 2021. 5. 21.
[JIFF리뷰] 개막작 ‘아버지의 길’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늘(29일) 개막식과 함께 열흘간의 영화축제를 시작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주는 코로나로 잔뜩 위축된 상황에서 축제를 열어야하지만 미지의 영화에 대한 전진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전주영화제 개막작은 세르비아의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의 이 선정되었다. 복잡한 근현대사의 아픔을 갖고 있는 발칸의 날아온 은 지켜보기에 가슴 아픈 영화이다. ‘이데올로기’와 ‘민족감정’이 할퀴고 간 그 땅엔 가난만이 남은 모양이다. 보스니아의 어느 산골 마을, 빌랴나가 아들과 딸을 데리고 남편의 공장을 찾아온다. 남편이 몇 달간 월급도, 약속한 수당도 받지 못했다면서 울부짖는다. “우린 너무 배가 고파요. 애들이랑 그냥 죽어버릴래요”라며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인다. 그제야 사람들이 달려든.. 2021. 5. 3.
[70 빈라덴] 은행강도와 인질의 몸값 할리우드 알 파치노가 주연을 맡은 시드니 루멧 감독의 영화 (원제: Dog Day Afternoon/뜨거운 오후, 1975)에서는 은행강도와 그들의 인질이 된 사람들이 기묘한 정서적 교감을 펼친다. 은행 강도의 기대와는 달리 금고 안은 텅 비어 있고, 어느새 바깥은 경찰에 포위되어 버렸다. 갈수록 초조해지는 갱들, 사태는 뜻밖의 방향으로 내몰린다. 엄청나게 무더운 날, 은행에 갇힌 강도와 인질들은 ‘살아남아야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게 된다. OTT서비스 왓차에서 만나볼 수 있는 스페인 영화 (원제: 70 Binladens 감독: 콜도 세라)은 그런 벼랑 끝에 매달린 은행강도와 인질의 사정을 만나볼 수 있다. 먼저 제목으로 쓰인 ‘70 빈 라덴’의 기대(?)와는 달리 아랍 테러리스트가 등장하지 않는다. ‘빈.. 2021. 2. 20.
[마리오네트] 망상의 줄 끊기 마리오네트’는 줄을 매단 인형으로 펼치는 유희이다. 꼭두각시놀음으로 소개되듯 누군가에게 영혼이 사로잡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관절이 움직이며 주인이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감독: 엘버트 반 스트리엔 원제:Marionette) 속 주인공이 지금 처한 상황이 그렇다. 한번 그녀의 사정을 살펴보자. 영화가 시작되면 어느 고즈넉한 건물 위에서 한 남자가 “네 맘대로 될 것 같애?”라고 외치더니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자살을 시도한다. 알고 보니 이 남자는 스코틀랜드의 한 아동병원에서 일하던 심리학자였다. 그 자리에 아동심리상담사 메리언(테크라 레우텐)이 들어온다. 메리언은 미국에서 이곳으로 건너온 사람이다. 그가 맡은 어린 환자 중에는 검정색 크레용으로 ‘재난’ 그림만 그리는 매.. 2021. 2. 20.
[살아남은 사람들] 불안, 불온, 불신의 시절에 만나는 영혼의 안식 헝가리 영화 한 편이 곧 극장에서 개봉된다. 요즘은 전주나 부산국제영화제 등 영화제를 통해 헝가리 영화를 가끔 만나 볼 수는 있다. 벨라 타르나 미클로시 얀초 감독 작품이 그런 식으로 영화팬에게 소개되었다. 물론 그런 특별한 자리가 아니어도 , , 같은 헝가리 영화가 국내에 소개되며 신선함을 더한다. 10일 개봉되는 (영어제목:Those Who Remained)은 처럼 홀로코스트를 다룬다. 히틀러의 나치가 유럽을 유린했을 때 헝가리 사람 56만 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그런 역사적 비극을 다루면서 조금은 다른 접근법으로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린 인간의 비애를 담고 있다. 버르너바시 토트(Barnabás Tóth) 감독의 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를 전한다. 사랑하는 가족이 눈앞에서.. 2021. 2. 20.
[마틴 에덴] 타오르다 꺼져버린 남자의 초상 (Martin Eden,2019) 코로나가 극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할 즈음 잭 런던(1876~1916) 소설을 영화화한 가 극장에 잠깐 내걸렸다. 그리고 여전히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금 잭 런던의 또 다른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져서 영화팬을 찾는다. 1908년 쓴 (원제:Martin Eden)이다. 이 작품은 어쩌면 작가 잭 런던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잭 런던은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잡초같이 자랐다. 어릴 때부터 온갖 힘든 일과 사회 밑바닥 생활을 다 경험했던 그는 뱃사람이 되어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는 노동자였고, 프롤레타리아였고, 사회주의자였으며, 소설가였다. 그런 잭 런던의 궤적을 생각하며 이 영화를 본다면 훨씬 풍요로운 감상을 하게 될 것이다. 잭 런던이 동물의 왕국 과 사회주의자임을 보여준 에 이어 내놓은 .. 2020. 10. 23.
[리뷰] 소년 아메드 “13세 소년, 배신과 배교 사이" (다르덴 형제, Young Ahmed/Le Jeune Ahmed 2019)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그리고 바다 건너 영국과 마주보고 있는 벨기에는 초콜릿의 나라이며, ‘개구장이 스머프’의 고향이다. ‘스머프’와 연관된 유머 중 이런 게 있다. “개네들은 공산주의자야. 같은 옷을 입고 같이 생활하고, 돈은 없지만, 다들 자신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니까.” 시의적절한 개그일 것이다. 인구 1100만의 벨기에는 여러 민족이 이상적으로 어울러 사는 다문화 복지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동 난민의 쇄도로 이슬람교도의 급증이 이 나라를 어떻게 바꾸어놓고 있을까. 몇 년 전에는 심각한 테러도 일어났었다. 그런 저간의 사정을 알 수 있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의 이다. 이 작품은 작년 깐느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이 으로 황금종려상을 .. 2020. 8. 4.
[야만의 땅] 미국 남북전쟁당시, 프랑스사람의 형편(다비드 페로 감독 Savage State / L'État sauvage 2019) 지난 주 개막된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는 모두 194편의 영화(장편 88편, 단편 85편, VR무비 21편)가 상영된다. 처음 우리나라에TJ '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린다고 했을 때는 상영작품이 모두 SF나 호러일 줄 알았지만, 결국 영화란 것은 전부 '판타스틱'하다는 명제만을 확인시켜주었다. 코로나19 와중에 열린 올해 영화제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열성 '판타스틱영화제'팬들이 잊지 않고 부천으로 달려와 주었다. 화제작뿐만 아니라 주말의 경우 웬만한 영화들이 매진되었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한 객석 띄어 앉기 영향이 크겠지만 말이다. (감독: 다비드 페로 원제: Savage State / L'État sauvage)은 만나보기 힘든 소재를 다룬다. 존 웨인 시절의 할리.. 2020. 7. 13.
[울프 콜] 핵미사일, 버턴은 눌러졌다 (안토닌 보드리 감독, The Wolf's Call /Le Chant du loup 2019) 잠수함이 영화의 주요 소재(배경)으로 쓰인 영화는 꽤 된다. 옛 소련 핵잠수함의 미국 망명을 그린 , 핵미사일 발사 버턴을 둘러싼 함장과 부함장의 기싸움을 다룬 ,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독일의 , 그리고 한국의 까지. 최근 이 긴장감 가득한 잠수함 대전에 프랑스 영화가 하나 추가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봉과 함께 조용히 사라져야했던 이다. 을 보면 프랑스 핵잠수함의 작전범위는 어디까지인지, 프랑스 영화가 상상해내는 핵 전쟁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 있다. 잠수함 대 잠수함 프랑스 해군의 루비급 원자력잠수함 ‘티탄’이 시리아 앞바다에서 작전 중이다. 시리아에 투입되었던 특수부대원들을 긴급 구출하는 작전이다. 티탄 함 내부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각종 장비가 가득한 작전실.. 2020. 5. 26.
[싸커 퀸즈] 남자가 차든 여자가 차든, 공은 둥글다 (모하메드 하미디 감독,2019)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최윤태 감독의 는 리틀야구단 시절부터 두각을 보이던 ‘여자’ 야구선수 주수인(이주영)의 프로야구 입단기를 담고 있다. 고교야구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냈는데 졸업을 앞두고 프로구단 문을 두드려보지만 그 문은 높기만 하다. 그런데 그 영화 시작 전에 이런 정보를 알려준다. 한국에 프로야구가 처음 시작되었을 당시, 선수의 자격으로 ‘의학적으로 남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이 조항은 없어졌단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여자 프로야구선수가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여기, 스포츠라면 사족을 못 쓰는 유럽의 경우가 있다. 물론 ‘야구’대신 ‘축구’이다. 27일 개봉하는 (원제:Une belle equipe, Queens of the Field)는 프랑스의 평범한 소도시를 배경으로.. 2020. 5. 22.
[더 캡쳐] 페이크 뉴스, 페이크 동영상, 딥페이크 드라마 (Ben Chanan 감독 The Capture,2019) 자동차 접촉사고가 나면 블랙박스부터 찾고, 아파트 경비원 폭행사고가 나면 현장 CCTV부터 탐문하는 세상이다. ‘자백’은 법정증거로 소용이 없다. 뚜렷한 영상이 있어야 한다. 이른바 ‘빼박’증거로. 그런데, 그 CCTV가 조작된 것이라면? 여기 그 음모론의 최신판이 나왔다. BBC에서 지난 가을에 방송한 영드가 있다. 국내 OTT서비스인 웨이브(wavve)에서 지난 달 공개한 6부작 드라마 (The Capture)이다. ‘전 세계적 음모론’에 ‘인텔리전스 드라마’를 잘 만드는 영국이 내놓은 스릴러이다. (6부작 중 1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하며 공을 세웠던 영국군인 숀 에머리(칼럼 터너)가 재판을 받는다. 아프가니스탄 헬만드 전투에서 부상당한 탈레반을 사살.. 2020. 5. 18.
[씨 피버] 심해 기생충의 습격, “자가격리만이 답!” (니사 하디만 감독 Sea Fever, 2019) * 스포일러 주의: 영화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 전 세계를 불과 몇 개월 만에 고립과 봉쇄로 몰아넣은 코로나19 사태에 맞물러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이 개봉된다. 이번 주 개봉하는 네사 하디만 감독의 (원제 Sea Fever)이다. 작년 9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되었을 때는 그다지 주목을 받은 작품은 아니다. 그런데 지구촌이 온통 코로나19 펜데믹 사태를 맞으며 영화 속 이야기가 남다르게 전해진다. 대학원에서 동물(해양생물)의 행동패턴을 연구하는 시반(헤르미온 코필드)은 지도교수의 제언에 따라 작은 트롤 어선 ‘니브 킨 오이르’호에 실습차 오른다. 제라드 선장부부와 기관사, 몇몇 어부들과 함께 바다로 나간 시반은 고래와 심해 생물을 대하며 일상적인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었지만 배는 .. 2020. 5. 12.
[프리즌 이스케이프] 아파르트헤이트 대탈출 (프란시스 아난 감독 Escape From Pretoria, 2020)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고 들어보셨는지. 한때 언론사 시험문제 기출문제였다. 아프리카 대륙 남쪽 끝에 위치한 나라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17세기 네덜란드가 처음 식민지를 건설하였고 이어 영국이 이 땅을 차지했었다. 1961년 백인들만의 국민투표로 공화국이 되었지만 ‘아파르트헤이트’라는 백인과 흑인의 분리정책이 확고했던 이곳은 오랫동안 백인의 왕국이었다. 넬슨 만델라로 대표되는 지난한 투쟁 끝에 1990년 마침내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공식 폐지됐다. 그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무려, ‘해리 포터’의 다니엘 레드클리프가 출연하는 영화이다. 영국의 프란시스 아난 감독의 이다. 원제는 ‘Escape from Pretoria’(프레토리아 탈출)이다. ‘프레토리아는 ’흑백분리.. 2020. 5. 4.
[아귀레 신의 분노] 조금씩, 완전히 미쳐가는 사람 (베르너 헤르조크 감독 Aguirre, the Wrath of God 1972) 독일 베르너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1972년 (Aguirre, the Wrath of God)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는 지금부터 450년 전인 1560년 지구 건너 편 남미 땅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극화한다. 콜롬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이랍시고 입구에 위치한 섬 하나)을 발견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의 이야기이다. 스페인은 새로운 땅을 찾아 이곳에 군인과 선교사를 보낸다. 한때는 찬란했던 문명이, 오랫동안 평화로웠던 이곳에 몹쓸 문명의 칼날과 새로운 병균으로 무너지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에르난 코르테스는 멕시코를 가로질러 아즈텍을 정복한다. 1521년의 일이다. 이곳에 도착한 정복자들은 황금으로 둘러싸였다는 전설의 도시 엘도라도(El Dorado)를 찾겠다면 광분한다. 그들은 페루 쪽에.. 2020. 4. 28.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옆에서 본 여인, 앞에서 본 연인 (셀린 시아마 Céline Sciamma 감독, Portrait of a Lady on Fire 2019) 풍속사(史)에서 ‘사진신부’(Picture-Bride)라는 걸 만날 있다. 특정시기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오직 사진으로만 결혼할 상대를 간택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세기 초,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간 남성이 고국의 여인네를 오직 사진으로만 보고, 결혼하여 일가를 이룬다. 조금 앞선 시기 미국 서부로 간 일본남자의 형편도 비슷했다. 미국 항구에 도착한 일본 예비신부들은 자신의 신랑을 알아볼 수 없었단다. 노동자가 한껏 꾸민 사진과 실제 부두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의 모습이 너무나 판이했기에. 아마도 ‘사진후반작업의 원조’이리라. 하지만 신랑은 그림 속 신부를 기꺼이 배필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영화 의 출발은 그러하다. 영화는 18세기 신부의 초상을 그리는 화가의 이야기이다. 사진도, 전화도, 인터.. 2020. 2. 17.
[페인 앤 글로리] 알모도바르의 시네마 파라다이소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Pain and Glory 2019) [리뷰] 페인 앤 글로리, 알모도바르의 시네마 파라다이소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에게 거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것은 꽤 오래 된다. 알모도바르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는 신작 (Dolor y gloria)가 개봉되었다. 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스페인영화로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과 나란히 올랐다. 이 칸에서 작품상(황금종려상)을 받을 때 의 주인공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었다. 영화는 무척 오랜만에 돌아온 왕년의 영화감독이 자신의 삶을 회상하는 형태이다. 무엇이 자신을 영화감독으로 이끌었는지, 어떤 일로 창작의 열정이 불타올랐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지난 30년간 활동을 중단했는지를 들려준다. 영화는 오래 전 개울가에서 빨래하는 아낙들을 보여준다. 아이를 업고 있는 여성이 주인.. 2020. 2. 11.
[경계선] “인간은 기생충이고, 악마야!” (알리 아바시 Ali Abbasi 감독 Border 2018)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의 은 그동안 보아온 뱀파이어 이야기와는 조금 결을 달리한다. 인간 족속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를 내세우면서도 인간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흥미롭게 그려냈다. 원작소설은 스웨덴과 할리우드에서 잇달아 영화로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선 연극으로도 무대에 올랐었다. 오랜 세월을 어둡고, 축축하고, 외로운 공간에서 ‘뱀파이어’의 운명을 살아가야하는 여자주인공의 고통, 번뇌,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린드크비스트의 단편소설 ‘경계선’(Border)도 그러한 독특한 ‘존재’를 특이한 사건과 함께 버무린다. 이번에 등장하는 존재는 ‘트롤’이다. 물론 ‘트롤’은 이나 를 통해 낯설지는 않은 존재이다. 북유럽 신화(전설)에 등장하는 이 괴물은 지구인을 어떻게 쳐다볼까. 영화가 시작되면 북유.. 2019. 11. 14.
[헨리 5세] Sir. 케네스 브래너의 헨리 5세 (케네스 브래너 감독, Henry V 1989)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1599년경 쓴 것으로 추정되는 희곡 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는 이미 두 편의 걸출한 작품이 세상에 나와 있다. 2차 대전 말기, 전시 체제의 영국민에게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든 로렌스 올리비에 감독/주연의 클래식 (1944)와 역시 영국출신의 배우 케네스 브래너의 혁신적인 세익스피어극 (1989)이다. 이 두 작품은 곧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와 달리 세익스피어 원작에 충실하다. 특히 케네스 브래너 작품은 더욱 그러하다. ‘헨리 5세’와 세익스피어 (나중에 ‘헨리5세’가 되는) ‘할’은 1386년 헨리 오브 볼링브룩(헨리 4세)의 큰아들로 태어나서, 웨일스 공이 되었고 아버지가 죽자 1413년 왕위에 오른다. 당시 머리에 씌워진 왕관의 무게는.. 2019. 10. 28.
[킬러 콘돔] 살인토마토보다 더한, 더 깊은, 더 심각한.... (마틴 왈쯔 감독 Kondom des Grauens/ Killer Condom 1996) (박재환 1999년) 이 영화는 퀴어 무비이다. 이전에 퀴어무비 광신도인 그 애가 이 영화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무슨 말인가 했었는데 오늘 직접 보니 그들만의 교감이란 게 있는 모양이다.^^ 이 영화는 상당히 복잡한 내용과 주제를 담고 있다. 호락호락한 영화가 절대 아니다. 겉포장은 단순한, 그리고 보기에 따라선 지저분한 호러물이지만 한 꺼풀씩 파고 들어가면,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심상찮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심각한 것은 아니다. 현대 독일영화의 한 특징을 보여준다. 영화를 열심히 만들고 있고,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어딘가 공허하고 어딘가 아쉬운 그런 감정 말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그 동네 영화세계와 우리 영화팬의 괴리이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이 영화의 배경은 .. 2019. 8. 18.
[사보타지] 히치콕 감독 초기 걸작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Sabotage 1936) (박재환 2001-9-3)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21년 만에 재편집하여 내놓은 이 최근 한국에서도 개봉되었다. 이 영화에 대해서 모든 영화평론가들이 앞 다투어 격찬을 해대고 있지만, 내가 정작 보고 싶어하는, '영문학자가 쓴' 리뷰는 아직 볼 수가 없다. 이 영화의 원작이 된 소설 는 조셉 콘라드(Joseph Conrad 1857-1924)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학교 다닐 때 영문학과의 한 원서강독 시간을 청강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조셉 콘라드는 1857년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세익스피어 작품을 번역하고 애국적인 작품을 남긴 시인이었지만 반역을 꾀했다는 혐의로 폴란드를 떠나 러시아 북부로 피신했다. 그 후 어린 조셉 콘라드는 유럽 각국을 전전했고, 선.. 2019. 8. 18.
[에너미 엣 더 게이트] 문앞의 적 (장 자크 아노 감독 Enemy at the Gates 2001) (박재환 2001-4-15)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에서 전쟁의 피비린내를 내뿜으며 구현한 것이 ‘라이언 일병’의 생사확인과 무사귀환이라는 기막힌 휴머니즘이었던 것에 비해, 이 영화 는 바로, 국가와 민족의 영광을 위해 하나의 전쟁 우상이 만들어지는 프로파간다의 드라마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영화는 이쪽 계통의 고전이랄 수 있는 안소니 퀸 주연의 에 비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화가 시작되면, 그 곳이 러시아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것 같은 폭설과 추위가 휘몰아치는 우크라이나 벌판을 보여준다. 총의 노리쇠로 날카롭게 저쪽 들판의 늑대 한 마리를 응시하는 소년이 조용히 속삭인다. “나는 돌이 된다.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라고… 그 소년 옆에는 상처 입은 노인이 소년에게 삶의 기술을 가르친다.. 2019. 8. 14.
[엘리자베스] 신념,복종,종교,단두대,궁중음모,고문,자백, 그리고 왕실의 영광 (세카 카푸르 감독 Elizabeth 1998) (박재환 1999) 역사드라마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역사극은 사전지식이 필요하고, 좀 각오를 하고 봐야한다. 이 영화의 배경은 16세기 엘리자베스 여왕(1세) 시절이다. 영국史는 사실 복잡하다. 월드컵에서 모든 회원국가의 예선전 티켓은 공평하게 한 장씩임에도 불구하고, 영국이란 나라는 잉글랜드팀, 스코트랜드팀 등 몇 장 더 가져간다. 왜 그럴까? 챨스 황태자의 정식명칭은 ‘프린스 오브 웨일즈’이다. 웨일즈지방의 왕자인 셈이다. 그러니 ‘킹 오브 그레이트 브리턴’. 이런 것은 사실 찾아보기 어렵다. 나라가 쪼개진 채 통치되어온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지방색 뚜렷하게 버텨내고 있는 그 나라의 상황은 이상하게 보일만도 하다. 영국의 헨리 8세는 결혼을 여섯 번 했단다. 첫 번째 부인이 아기를 못 낳.. 2019. 8. 14.
[늑대의 제국] 프랑스식 테러분쇄법 (크리스 나흔 감독 |L’Empire Des Loups, Empire of the Wolves 2005) (박재환 2006.6.16.) ** 이 영화는 KBS 2006 KBS프리미어 영화제 상영작입니다**] 할리우드에 대항하는 프랑스식 영화 만들기는 두 가지 방향으로 진보했다. 예술적 취향의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 내거나 자신들만의 블록버스터를 개발해내는 것이다. 때로는 역사물로, 때로는 전쟁 드라마로, 때로는 참신한 스타일의 SF로 할리우드에 대적할만한 흥행작품을 내놓았다. 그 대열에는 ‘프랑스의 존 그리샴’이라고 종종 비교되는 베스트셀러 작가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도 포함되어 있다. 그랑제는 독특한 소재와 스타일의 소설을 잇달아 써내어 프랑스 영화판의 훌륭한 콘텐츠 제공자가 되었다. 그의 베스트셀러 소설 와 이 잇달아 영화화되었고 프랑스에서 큰 흥행성공을 거두었다. 그랑제의 원작소설 는 알프스 산자락에서.. 2019.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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