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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칸] 무르만스크 행 기차의 우연한 여행자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2021)

유럽영화리뷰

by 내이름은★박재환 2023. 7. 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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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칸


지구본, 아니 구글맵을 펼치고 러시아 북쪽을 찾아보자. ‘무르만스크’(Мурманск)라는 동토의 땅이 있다. 이 영화는 그곳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로드 무비이며, 기차 영화이며, 힐링의 고행길이다. 8일 개봉하는 영화 <6번 칸>(영어제목:(COMPARTMENT NO.6)은 핀란드 유호 쿠오스마넨(Juho Kuosmanen) 감독 작품이다. 핀란드 배우 세이디 하를라와 러시아의 유리 보리소포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전체가 러시아에서 촬영되었다. 모스크바의 좁은 아파트를 떠나, 숨 막히는 러시아 장거리열차를 타고 무르만스크로 길을 떠난다. 추위와 눈, 불친절해 보이는 러시아 사람들과 부대끼는 한 핀란드 여자 유학생의 길을 따라가 보자.

 영화는 1970년대 영국의 인기 록그룹 ‘록시뮤직’의 ‘Love Is The Drug’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모스크바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파티장으로 관객을 이끈다. 펠레빈의 책 제목을 맞추는 게임도 하고, 술도 마시며 나름 대학가 기숙사 같은 분위기이다. 이곳에 유학 온 핀란드 대학생 라우라(세이디 하를라)는 여친 이리나가 갖고 있는 책 <<무르만스크의 암각화>>에 매료되어 그 곳으로 꼭 한 번 가 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는 마침내 북쪽으로 떠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함께 가기로 했던 이리나는 막판에 가지 못한다. (구글맵으로 찾아보니 모스크바에서 1800킬로 밀터 떨어져 있다) 갑자기 떠나는 여행은 이방인에게 기대와 함께 불안감을 안겨준다. 그녀의 자리 ‘6번 칸’의 동석자는 이미 술에 취한 러시아 남자 료하(유리 보리소프)이다. 불쾌하고 무례한 이 남자와 며칠을 가야한다. 불편하고도 불안한 동행길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발생하며, 조금씩 말을 섞기 시작한다. 그리고 중간 기착지에서는 뜻밖의 나들이도 하게 된다. 료하는 무르만스크의 채석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다. ‘암각화’가 무엇인지, 핀란드 유학생이 왜 그런 곳에 가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기차는 어둠을 뚫고, 추위를 가르며 북쪽으로 향하고, 마침내 종착역에 내린다. 하지만, 암각화를 보기 위해서는 더 북쪽으로 가야한단다. 기차도, 차도, 배도 없다. 라우라는 료하에게 부탁한다. 그리고, 힘들게 땅 끝, 추운 겨울 바다의 ‘무르만스크 암각화’에 도착한다. 그들이 본 것은 무엇이고, 라우라와 료하는 왜 여기까지 왔을까. 찬바람이 불고, 눈썹엔 살얼음이 두껍게 낀다. 

6번 칸


우리나라는 기껏해야 400여 킬로미터의 기차가 최장거리이다. 1990년대 중국 일반열차를 탔을 때는 기괴함과 공포감을 느꼈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러시아 기차도 그런 느낌을 전해준다. 영화는 1990년대 말이 배경이다. 그래서 핸드폰이 등장하지 않는다. 라우라가 가고 싶어하는 암각화는 무르만스크에 있는 카노제로 암각화(Kanozero Petroglyphs)이다. 6천 년 전의 사람들이 돌에 새겼다는 그림들이 산재해 있는 곳이다. 

 핀란드와 러시아는 1340킬로미터의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 (남북 휴전선은 248킬로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핀란드와 스웨덴이 서둘러 나토에 가입하려는 이유는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런데, 2차 대전 이후 오랫동안 중립을 선택했던 핀란드는 러시아와 이런저런 교류는 일상화 되었을 것이다. 라우라 같은 유학생도 있고, 무르만스크를 찾는 관광객도 있을 것이다. 1990년대의 핀란드 여자와 러시아 남자의 우연한 만남이 어떤 로맨스로 승화될지는 예상할 수 없다. 어쩌면 ‘잔혹한 스킨헤드 범죄물’이 되지 않을까 두려움마저 든다. 

6번 칸


그런데 영화 <6번 칸>은 무뚝뚝함 속의 친절함, 보드카 속의 인정이 스며 나오는 작품이다. 영화 초반에 “탈출하려면 어디로 가는지 보다 어디서 가는지를 알아야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그와 비슷하게 여행이란 것은 목적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에 이르는 여정의 즐거움인 것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무르만스크 카노제로 암각화는 1997년에 발견되었단다. 무르만스크 반도의 남서쪽에 이는 카노제로 호수의 섬에서 발견된 약 1300개의 이미지들이다. 국토 끝단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유적지이니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이다. 바로 그 시절을 배경으로 이 영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소련이 무너지고, 옐친을 거쳐 푸틴이 전면에 등장하기 전, 격동의 러시아에서 이런 칙칙한 로맨스가 그려질 줄이야.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알 수 없었던, 잘 몰랐던 공간과 시간 속으로 떠나 그 때, 그 곳의 사람을 만나본다는 것은 또 다른 영화 관람의 즐거움이다. 

 어쨌든 무르만스크 카노제로 암각화는 누가, 왜 바위에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는 지금도 연구 중이란다. 즉, 아직도 모른다는 것이다. 참, 이 영화는 2021년 칸국제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6번 칸(영어제목:Compartment No.6) ▶원작: 로사 릭솜 ▶감독: 유호 쿠오스마넨 ▶출연: 세이디 하를라, 유리 보리소프 ▶2023년 3월 8일 개봉/107분

 

[리뷰] ‘6번 칸’ 무르만스크 행 기차의 우연한 여행자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2021)

영화 \' ‘6번 칸’지구본, 아니 구글맵을 펼치고 러시아 북쪽을 찾아보자. ‘무르만스크’(Мурманск)라는 동토의 땅이 있다. 이 영화는 그곳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로드 무비이며, 기차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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