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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개봉영화46

[선희와 슬기] 선희의 거짓말, 하얀 거짓말 (박영주 감독, 2018) 한국 독립영화 는 여러모로 연약한 10대 청소년의 심리를 살포시 잡아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공개되어 화제가 된 넷플릭스 에 등장하는 고등학생들과는 많이 다르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을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어느 학교에나 한두 명씩은 있을 법한 그런 아이의 이야기이다. 선희(정다은)는 외롭다. 쉬는 시간에 옆에 와서 말을 걸어주는 친구가 없다. 모두가 어울리는 친구 생일축하 놀이에도 끼고 싶다. 같이 노래방에도 가고, 같이 남친 이야기 같은 것도 하고 싶다. 그런 선희에게 정미(박수연)가 유일하게 살갑게 말을 건다. 고맙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선희는 그 친구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주고 싶다. ‘빵 먹고 싶지 않니?’ ‘아이돌 콘서트 티켓이 필요하구나..’ 선희는 그렇게라도 말을 걸.. 2020. 5. 22.
[앵커] “아무도 안 도와 줘요!” (최정민 감독,2018) [리뷰] 앵커 “아무도 안 도와 줘요!” * 주의. 영화 줄거리 있음 * TV채널을 돌리다보면 광고시간에 각종 사회복지 지원기관 단체의 코끝 찡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어려운 형편의 어린 아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사람들의 사연을 듣게 되면 나 자신이 어렵더라도 전화 한 통, 계좌 하나 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여기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 24일(금) 늦은 밤,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 방송되는 최정민 감독의 (2018)란 작품이다. 여기서 말하는 ‘앵커’는 배의 닻이나 뉴스 진행자와는 관계없다. 육상 릴레이 경기에서 마지막 주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경남) 산청의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학생 육상경기를 만나게 된다. 릴레이 경기에서 산청여고 유니폼을 입은 마지막 주자 한주(.. 2020. 4. 22.
넷플릭스 ‘두 교황’과 로버트 해리스의 ‘콘클라베’ 작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스크린을 통해 넷플릭스는 , , , 등 네 편의 작품을 공개했다. 조그만 화면으로만 감상하기엔 아까운 작품들이고, 여러 면에서 영화배급(유통)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작품들이다.작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넷플릭스는 , , , 등 네 편의 작품을 ‘극장’ 공개했다. 조그만 화면으로만 감상하기엔 아까운 작품들이었고, 여러 면에서 영화배급(유통)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작품들이다. 넷플릭스 종교극 ‘두 교황’ 은 2013년 실제 일어났던 가톨릭교계의 초대형 이벤트(!)를 다루고 있다. 교황은 종신제이다. 선종(서거)하지 않는 이상 권좌에 ‘존재함으로서’ 전 세계 교인들의 신심을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2013년, 제265대 교황인.. 2020. 2. 6.
[메이트] 센 척하는 남자, 질척대는 여자, 사치스런 연애 (정대건 감독 Mate, 2017) 17일(금) 밤 12시 40분 KBS1TV 에서는 정대건 감독의 독립영화 ‘메이트’(2018)가 방송된다. 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과정 10기 정대건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더 이상 상처받기 싫은 남자 ‘준호’(심희섭)와 가진 건 마음 하나뿐인 여자 ‘은지’(정혜성)의 달콤씁쓸한 현실공감 연애성장담이다. 포토그래퍼 준호(심희섭)는 아침 댓바람에 여친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는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키우는 소라게에 물을 주고, 라면을 끓여먹고 오늘도 옥탑방을 나선다. 운 좋게 한 달 간 잡지사에서 일하게 된다. 그곳에서 잡지에 글을 쓰는 은지(정혜성)를 만난다. 둘은 같이 취재 다니며 자연스레 감정이 생긴다. 하지만, 남자는 “나 연애 잘 못 해요. 적성에 안 맞아요”란다. 여자도 마찬가지. 88만.. 2020. 1. 17.
[미드웨이] 1942년 그 해 여름, 태평양에서는 (롤랜드 애머리히 감독 Midway 2019) 히틀러의 유럽침공으로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은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추축국과의 전쟁에 뛰어들진 않았다. 미국은 태평양 너머에서 벌어지는 전쟁에도 마찬가지 였다. 일본이 조선을 유린하고 중국을 박살낼 때에도 말이다.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아니었고, 지금과 같은 군사동맹의 관계도 아니었기에. 영국의 처칠이 애타게 참전을 부탁해도 미국 조야는 엇갈린 반응이었다. 그만큼 참전의 대가- 희생이 클 것이고, 국내에 찬반논쟁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상황은 1941년 일거에 바뀌고 만다. 영화의 시작은 1937년, 도쿄의 미국대사관에 무관으로 파견된 해군장교 에드윈 레이턴이다. 신년 모임에서 일본해군의 야마모토 이소로쿠를 만난다. 원래 이런 자리가 탐색전 자리. 야마모토는 일본이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2020. 1. 7.
[백두산] 남남북작 영화 (이해준 김병서 감독, ASHFALL 2019) 지난 19일 개봉한 한국영화 (감독:이해준&김병서)이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는 백두산이 화산 폭발을 일으키며 북한을 거의 무정부상태로 만든다. 이어 곧 남한마저 집어삼킬 후속폭발의 징후가 관측되고 이를 막기 위한 특별한 작전이 펼쳐지게 된다. 1,2편으로 한국영화 CG의 완성도와 중요성을 높인 덱스터스튜디오가 다시 한 번 CG신기원에 도전한다. 백두산이 터졌다 어느 날 갑자기 백두산이 터졌다. 엄청난 파괴력은 한반도 남쪽에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것은 재앙의 전주곡일 뿐이다. 서울에서 백두산 화산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 중인 프린스턴 대학의 로버트, 한국명 강복래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백두산 아래에 꿈틀대던 마그마 방이 계속 세력을 확장, 2차,3차,4차 폭발로 이어질 것이란다. 막을 방법은? .. 2019. 12. 27.
[인터뷰] 이병헌, “백두산도, 다음 작품도 기다려지는 배우...” 충무로 연기의 신(神), 이병헌이 연기인생에 처음으로 재난영화에 출연했다. 백두산 화산폭발에 이은 한반도 재난을 막기 위한 ‘남북합작’ 군사작전을 펼치는 북한사람을 연기한다. 변함없이 빨려 들어가는 눈빛 연기와 허를 찌르는 코믹연기를 만끽할 수 있다. 영화 이 개봉된 다음날 미국 아카데미 회원인 이병헌을 만나 ‘세계 속의 한국영화’에 대해 들어보았다. - 영화를 보고 나니 어떤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이 반 이상이 CG인 영화이다. 나도 관객이 된 것처럼 영화를 보니 굉장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론시사회가 있던 날 16개관에서 지인시사회가 있었는데 다들 재밌게 보셨다고 이야기하시더라. 눈빛과 어감으로 보아 정말 재밌게 보신 것 같더라. 다행이다.” -시나리오에서 특별히 마음이 갔던 지점이 있다면. “정.. 2019. 12. 27.
[시동] 자기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는 만 가지 길 (감독 최정열,2019) 마동석이 중국집 주방장을 하는데 전직이 의심스럽다고? 보나마나 개과천선한 조폭이겠지. 뭐, 그 정도만 짐작해도 이 영화 (감독 최정열)을 감상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은 마동석의 슈퍼 주먹질보다는 찌질한 청춘의 헛발질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그것이 정답이 아니어도 된다. 감독의 연출 의도는 명확하다. 이 길이 아니면 저 길로 가면 된다. 청춘은 아름답고 인생은 기니 말이다. 대신 영화는 짧다. 102분! 학교 가는 것은 싫고, 대학 가는 것에 대해선 생각조차 하지 않는 18살 택일(박정민)은 엄마(염정아)와 사사건건 부딪치다가 마침내 집을 나온다. 호기롭게! 가진 것은 탈탈 털어도 1만원 플러스 몇 푼. 무작정 오른 버스. 도착한 곳은 군산터미널이다. 내리자마자 ‘빨강머리’(최성은)를 괜히 .. 2019. 12. 26.
[인터뷰] 하정우 “쉬지 않고 달리기” (영화 백두산)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은 화산활동이 완전히 끝난 사화산(死火山)이 아니다. 지금도 지표 아래에서는 마그마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언젠가 다시 한 번 포효할 휴화산(休火山)이다. 만약, 그 백두산 화산이 폭발한다면? 한반도 전체를 뒤덮는 재난이 발생한다면? 에서 무너지는 빌딩에서 살아남았고, 붕괴된 에서 살아 돌아온 하정우라면 무슨 비책이 있을지 모른다. 영화 의 주인공 하정우를 만나 ’비상탈출 화산폭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전작 ' PMC: 더 벙커' 느낌도 많이 난다. 와 비교하면? “보다 재밌다. 이 영화의 최종 흥행스코어를 예측하는 게 조심스럽다.” 지난 연말 개봉되었던 ' PMC: 더 벙커' 는 167만 관객이 들었다. 은 첫 주말에 2백 만 명 관객을 훌쩍 뛰어넘으며, 벌써 천만 관객에 .. 2019. 12. 26.
[아이리시맨] “자네가 페인트칠 좀 한다고 들었는데....” (마틴 스콜세지 감독 The Irishman 2019) 올해 넷플릭스 경영진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팬들이 가장 기대했던 작품 중의 하나가 마틴 스콜세지(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The Irishman)이다. 이 작품은 2004년 발간된 찰스 브랜트의 회고록 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책은 1940~50년대 미국 노동운동사에서 최고의 조직 장악력을 보이며 톱스타급 인기를 누렸던 전미트럭운전사노조(팀스터즈)의 지미 호파 위원장 실종사건의 전말을 담고 있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흥미를 느낀 로버트 드니로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영화로 만들기로 마음먹었지만 다른 프로젝트들 때문에 프로젝트는 한참 뒤로 밀렸고, 10여년이 흐른 뒤에야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오랜 시간.. 2019. 12. 12.
[그날은 오리라] 홍콩광복의 그날은.... (허안화 許鞍華 감독 明月幾時有 ,Our Time Will Come 2017) 영화가 개봉되기 전 언론시사회가 열린다. 영화기자들과 평론가들이 먼저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기사를 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극장에서 그런 언론시사회를 건너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극장대관료조차 벌충하지 못할 저예산, 비주류영화의 경우이다. 흥행을 기대하지 못하는 경우, 조용히 개봉되거나 곧장 VOD 플랫폼으로 넘어간다. 때에 따라서는 Vimeo 플랫폼을 활용한 프리뷰 시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12월 12일 개봉된다는 중국영화 도 그런 경우이다. 2017년 중국에서 개봉된 이 영화의 원제목은 (明月幾時有)이다. 송나라의 명문장가 소동파의 시가(詞)의 제목이다. 영화의 배경은 1941년 말, 일본이 중국대륙을 침공, 남하하면서 영국에 할양된 홍콩(과 구룡)마저 집어삼키던 그 때이다. [당시 홍콩에는 수.. 2019. 12. 10.
[영화리뷰] 나를 찾아줘, 처절한 영애씨 한류대스타 이영애가 이후 14년 만에 출연한 영화 는 스릴러이다. 6년 전 잃어버린 아들, 지금은 13살이 되었을 ‘실종아동 윤수’를 찾아 전국을 헤매는 가슴 아픈 드라마이다. 영화는 정연(이영애)이 황량한 갯벌을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바다가 저 멀리 밀려나고 암초가 튀어나온 갯벌 끝에 눈이 머문다. 이제부터 정연의 힘겨운 6년의 삶이 펼쳐진다. 아들을 잃어버리고 삶은 망가진다. 아빠(박해준)는 차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헤맨다. 전단지를 돌리며. 엄마 정연은 병원에서 일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박해준이 어이없는 교통사고로 죽고, 정연은 절망에 놓이게 된다. 그 때 걸려온 전화 한 통. “당신 아들인 것 같다. 갯벌에서 일하더라.” 정연은 ‘무산시 내부도 만선낚시터’로.. 2019. 12. 9.
[인터뷰] 이영애 ‘처절한 영애씨’ 드라마 으로 한류드라마의 위상을 드높였던 이영애는 지난 2005년 박찬욱 감독의 를 마지막으로 새로운 영화작품이 없었다. 그동안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고, 드라마에도 출연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영화 로 다시 스크린에 나섰다. 김승우 감독의 데뷔작이다. 6년 전 아이를 잃어버리고, 애타게, 처절하게 실종아이를 찾아나서는 간호사 정연을 연기한다. 개봉을 앞두고 이영애를 만나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들어보았다. 이영애와의 인터뷰가 특별했던 것은 인터뷰장소가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이었다는 점. 고급스러운, 한류대스타의 품격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전엔, TV에 아프거나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나오면 내가 도와줄 게 없을까하고 다가갔었다. 그런데 정작 엄마가 되고 나니 그런 뉴스는 차마 못 보겠.. 2019. 12. 9.
[인터뷰] 유재명 “나를 찾아줘” (나를 찾아줘) 지난 달 말 개봉한 영화 (감독 김승우)는 이영애가 이후 14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는 작품이라 관심을 받았다. 영화는 6년 전 실종된 아이를 찾는 이영애의 처절한 몸부림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 영화에는 최근 스크린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유재명이 이영애의 대척점에 서서 영화를 타이트하게 이끈다. 늦깎이 결혼에 최근 아이를 낳은 배우 유재명을 만나, 영화와 연기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개봉을 앞두고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 자리였다. “이런 자리는 아직도 낯설다. 아마 말을 잘 못하는 것 같아 영화사에서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는 모양이다.”고 말문을 연 유재명은 놀랍도록 적확하고, 화려한 언변으로, 그리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언론시사회에서 완성된 작품을 처음 .. 2019. 12. 9.
[나이브스 아웃] 피해자 X의 헌신 (라이언 존슨 감독 KNIVES OUT 2019) 4일 개봉된 미국영화 (원제: Knives Out 감독: 라이언 존스)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살인흔적과 아가사 크리스티의 품격이 느껴진다. 살인은 저택에서 일어났고, 그 시각 그 저택에 있던 가족 구성원 모두가 의심을 사기에 족하다. 앗, 살인이 아닐 수도 있단다. 그럼 누가, 무슨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영화 보고나서 이 글을 읽기 바란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을 위해 줄거리를 최대한 단축하면 이렇다. 베스트셀러 미스터리 작가가 85세 생일에 숨진 채 발견된다. 그의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경찰과 함께 탐정 브누아 블랑이 파견되는데.... 베스트셀러 작가가 누구지? 크리스토퍼 플러머이다. 그 옛날 의 폰 트랩 대령이다. 여전히 살아계신다. 와 에서 꼭 필요한 역할만을 하시더니 이 영화에서.. 2019. 12. 5.
[포드 v 페라리] “자동차는 달리고 싶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 Ford v Ferrari 2019) 1986년 대우자동차에서 만든 승용차 ‘르망’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자동차 경주대회 ‘르망24’(24 heures du Mans, The 24 Hours of Le Mans)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1923년 시작되어 해마다 6월에 프랑스 르망이라는 동네에서 열리는 이 자동차경주는 자동차의 내구성을 견주는 시합이다. 자동차는 24시간동안 쉬지 않고 르망의 라 샤르트 경주장을 돈다. 오랫동안 자동차제조업체의 명예와 실력을 다투는 경기로 자리 잡았다. 4일 개봉된 영화 (제임스 맨골드 감독 Ford v Ferrari 2019)는 바로 이 르망24 자동차경주를 다룬다. 1967년 실제경기가 소재이다. 그렇다보니 영화는 시종 부릉부릉 시동음과 질주하는 속도감을 자랑한다. 포드, 페라리에 도전하다 영화.. 2019. 12. 5.
[코끼리는 그 곳에 있어] 죽음으로 완성한 걸작 (후보 胡波 감독 大象席地而坐 An Elephant Sitting Still.2018) 영화를 직접 보기 전에 ‘제목’을 올바르게 옮기기는 참으로 곤란한 경우가 많다. 작년 대만 금마장영화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중국영화의 제목은 ‘大象席地而坐’이다. 영어제목은 ‘An Elephant Sitting Still’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진다. 동물원 이야기? 서커스단 이야기? 영화를 보고 나면 왜 이런 추상적인, 혹은 ‘아무말 대잔치’를 했는지 짐작을 하게 된다. 영화는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石家庄)의 작은 도시 징싱(井經)현에 살고 있는 네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한다. 이들은 그야말로 무명소졸, 밑바닥 서민, 민초들이다. 동네양아치 ‘위청’(章宇/장위)은 친구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밀회 중이다.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돌아온 것이다. 무어라 변명도 하기 전에 친구는.. 2019. 11. 21.
[타이페이 스토리] 흔들리는 대만 (양덕창 감독 青梅竹馬 Taipei Story 1985) 지금은 고인이 된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살아생전 아시아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미지의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으로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대만의 허우 샤오시엔(후효현) 감독이 부산을 자주 찾았었고, 그의 작품이 한국영화팬에 꾸준히 소개되었다. 갑자기 그가 생각나는 작품이 개봉된다. 지금은 세계적인 명장감독 소리를 듣는 대만 허우샤오센(후효현)이 ‘주연’ 배우로 출연한 1985년도 작품 이다. 감독은 양덕창이다. 영어이름인 ‘에드워드 양’으로 더 많이 알려진 대만영화인이다. 공대를 나온 양덕창은 미국에 유학 갔다가 영화를 배우고 귀국한다. 후효현 등과 함께 ‘타이완 뉴웨이브’(대만 신낭조)를 이끈 사람이다. ‘스크린 쿼터제’ 같은’ 자국영화 보호정책이 전혀 없는 대만에서는 대만영화.. 2019. 11. 20.
[경계선] “인간은 기생충이고, 악마야!” (알리 아바시 Ali Abbasi 감독 Border 2018)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의 은 그동안 보아온 뱀파이어 이야기와는 조금 결을 달리한다. 인간 족속의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를 내세우면서도 인간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흥미롭게 그려냈다. 원작소설은 스웨덴과 할리우드에서 잇달아 영화로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선 연극으로도 무대에 올랐었다. 오랜 세월을 어둡고, 축축하고, 외로운 공간에서 ‘뱀파이어’의 운명을 살아가야하는 여자주인공의 고통, 번뇌,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린드크비스트의 단편소설 ‘경계선’(Border)도 그러한 독특한 ‘존재’를 특이한 사건과 함께 버무린다. 이번에 등장하는 존재는 ‘트롤’이다. 물론 ‘트롤’은 이나 를 통해 낯설지는 않은 존재이다. 북유럽 신화(전설)에 등장하는 이 괴물은 지구인을 어떻게 쳐다볼까. 영화가 시작되면 북유.. 2019. 11. 14.
[리뷰] 더 킹: 헨리 5세 넷플릭스의 세익스피어 정복기 (데이비드 미쇼 감독 The King 2019) 넷플릭스는 ‘영화시장’이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기존의 플랫폼업자들은 이미 극장에서 상영이 끝난 작품들에 대해 비디오판권을 사들여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것이 정통적이며, 안정적인 사업모델이었다. 인기신작들과 숨겨진 구작들을 적절히 전면에 내세우면서 말이다. 그런데 넷플릭스는 직접 영화를 만들고, 드라마를 만들고, 자신들의 인터넷극장을 만들어 전 세계에 퍼뜨리며 판을 흔들고 있다. 한두 편이 아니라, 이제는 극장산업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만큼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말이다! ‘더 킹 헨리 5세’(원제: The King 감독:데이비드 미쇼)도 그러하다. 원래는 워너브러더스사가 배급을 맡을 예정이었던 작품인데 넷플릭스가 냉큼 손에 쥐고 자신들의 생태계를 통해 공개했다. 베니.. 2019. 11. 11.
[블러드 심플] 라이터, 생선, 그리고 세 발의 총알 (조엘 코엔, 에단 코엔 감독 Blood Simple, 1984) 씨네필에게는 문화왕국 프랑스의 시네마떼크를 추앙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시네필은 복사된 비디오테이프와 크라이테리온을 통해 금지된 걸작들을 애타게 ‘구해’ 보았었다. 그러다가 인터넷 세상이 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을 영접하고 있다. 물론, 최고의 방법은 여전히 커다란 스크린의 극장이다. 코엔 형제의 데뷔작 을 그렇게 맞이하게 되었다. 미국 개봉 34년 만에 말이다. 세 살 터울의 조엘 코엔과 에단 코엔 형제는 제작비 150만 달러를 힘겹게 구하고 8주간의 촬영을 거쳐 이듬해 을 완성한다. 형제의 영화사랑이 총집결된 이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는다. 영화는 치밀하고, 캐릭터는 영악하고, 결말은 드라마틱하다. 영화는 치정에 얽힌 엉망진창 살인소동극이다. 텍사스의 한 마을, 조그만 바의.. 2019. 10. 21.
[판소리 복서] 병구 리턴 (정혁기 감독 My punch-drunk boxer, 2019) 오래전 주말 낮이면 TV에선 항상 프로 복싱을 중계해주던 때가 있었다. 특별한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두 남자가 사각의 링에서 원초적 혈투를 펼치는 이 리얼 스포츠 드라마는 꽤 인기가 있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엔 두 가지가 남아 있다. 시합이 끝나고 클로징 멘트를 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 옆으로 애 어른 할 것 없이 달라붙어 카메라에 얼굴 내보이려고 애쓰는 모습과, 시합 시작할 때 나오는 다이내믹한 음악, BGM. 찾아보니, 프랑스 군가 ‘Sambre et Meuse’와 영화 록키의 테마뮤직 ‘Gonna Fly Now’ 등이 사용되었다. 홍수환, 유재두, 염동균, 박종팔, 장정구, 유명우 등등 기라성 같은 챔피언들이 전설로 남은 가운데, 요즘 누가 복싱을 하나. 충무로에서 한다. 그 서글픈 스포츠를,.. 2019. 10. 14.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이명흠 대위와 772명의 학도병 (곽경택 김태훈 감독 Battle of Jangsari, 2019) * 이명흠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이명훈 대위의 모델이 된 군인이다.* 지난 25일 개봉된 영화 (감독:곽경택 김태훈)은 특별한 영화이다.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의 한 지점에서 일어난 전투를 다룬다. 공산당이 쳐들어왔고, 국군이 낙동강 밑으로 내몰렸고,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바로 그 시점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별로 이야기하려 하지 않고, 들으려고 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그리고 영화가 전해준 이야기를 알고 나서는 좀 더 다르게 이 영화를 생각하게 만든다. 왜, 2019년에 이 영화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인천상륙작전과 장사리 상륙작전, 양동작전, 혹은 성동격서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은 북한인민군.. 2019. 9. 27.
[애드 아스트라] 우주 끝에서 만난 아버지와 아들 (제임스 그레이 감독 Ad Astra, 2019) (박재환 2019.9.24) ‘트웰브 몽키스’에서 우주여행이나 시간여행을 하지 않았던 브래드 피트가 이번 신작SF 에서는 저 멀리 해왕성까지 날아간다. 무언가를 애타게 찾기 위해서 말이다. 지난 8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는 그동안 보아온 수많은 우주탐사 SF영화의 그림자를 잔뜩 품고 있다. 왜소한 인간이 저 광활한 우주로 떠나는 이유,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위험과 그 사이를 스며드는 적막감, 그리고 인간의 경지를 넘어서는 절대적 존재에 대한 경외감 등이 차곡히 우주공간을 채운다. 가까운 미래, 지구 대기권 밖에서 거대한 구조물 정비에 나섰던 우주인 로이 맥브라이드(브래드 피트)는 갑자기 몰아친(혹은 쏟아진) 이상전류(power surges)로 아찔한 고공에서 지구로 자유낙하하기 시작한다... 2019.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