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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55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소멸되는 사람, 사라지는 이야기 [박재환 2022.01.24] 참으로 슬프고도 슬픈,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한 편 개봉한다. 이 영화를 몇 명이나 볼지 모르겠지만, 이런 이야기의 이런 영화가 있었다는 사실만은 기억해야할 것 같다. 김동령과 박경태가 공동감독한 영화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이다. 제목만 들으면 마치 ‘전래동화’려니 하겠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여성비극을 담은 대한민국 현대사 고발극이다. 영화는 경기도 의정부의 한 동네를 보여준다. 배나무가 많았다고 해서 배벌, 뱃벌, 뱃뻘로 불렀던 곳이다. 이곳에는 오랫동안 미군기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곳에는 주한미군을 상대로 ‘몸을 파는’ 여자들의 업소가 있다. ‘기지촌 양공주’라고 불리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불편하겠지만 평생 ‘그 일’을 해온 사람이 주인공이.. 2022. 5. 22.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일본에서 분단국 민족으로 살아남기 (2021.12월) 9일 극장에서 개봉되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크게 보아 일본 식민지배의 부산물이며, 좁혀보면 남북 분단의 비극이다. 해방이 된 후 일본에 체류하던 우리 민족은 수십만에 이른다. 그들은 고향을 찾아, 모국을 찾아 현해탄을 건넌다. 그런데 건너지 않은/못한 사람들이 더 많다. 그들이 나이 들고, 그들이 일본에서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이른바 재일동포 2세, 3세, 4세, 5세로 이어지며 그들의 정체성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들의 DNA와 그들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바로 김철민 감독의 [나는 조선사람입니다]이다. 이 작품은 일본의 조총련 사람들에게 카메라의 초점을 맞춘다. 사전적으로 말해 ‘재일조선인’은 일본 식민 지배의 결과로 일본에 거주하게 된.. 2022. 1. 22.
[그림자꽃] 나는 북조선의 공민이다 (이승준 감독,2021) 1989년 당시, 한국의 대학생이었던 임수경이 방북하여 김일성 주석과 포옹하는 장면이 뉴스 화면을 장식하면서 한국 사회에 일대 핵폭탄급 혼란이 야기됐다. 이후 북한에 대한 우호적, 체제 옹호적 발언이 나오면 다른(!) 진영에서는 조건반사적으로 “그렇게 좋으면 북한으로 가라!”라는 말이 나온다. 남쪽의 자유민주주의를 만끽하며 북쪽의 독재정권을 옹호하는 사람을 ‘빨갱이’라 지칭하며 북송을 권하는 ‘분리의 레토릭’이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일일까? 가고 싶다고, 보내고 싶다고 갈수 있는 국가시스템일까? 오늘(2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특별한 경우를 다룬다.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탈북자’이야기이다. 은 한 ‘탈북’인사를 뒤쫓는다. 그런데 이 사람은 자신이 ‘탈북자’가 아니라고.. 2021. 10. 31.
[JIFF리뷰] 첫 54년 - 약식 군사 매뉴얼 “이스라엘은 어떻게 그 땅을 차지했나” 혹자에게 영화감상은 우표수집과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특히 역사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볼 때는 말이다. 지난 주 막을 올린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즈] 섹션에서 소개되는 이스라엘 아비 모그라비 감독의 다큐멘터리 (원제:The First 54 Years – An Abbreviated Manual for Military)을 보면 그러하다. 러닝타임 110분짜리 이 작품을 보면서 우리가 몰랐던 중동 그 지역의 감춰진 역사의 한 면을 보게 된다. 한국 사람이 갖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생각은 주로 웅장한 음악의 OST와, [탈무드], 그리고 유대인의 우수한 DNA에 관한 전설 같은 이야기이리라. 아마도 21세기 이전, 영문 시사잡지를 보았던 세대라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서 펼쳐지던 폭동, 테러 등.. 2021. 5. 4.
넷플릭스-사자의 몫, "The Lion Sleeps Tonight" 넷플릭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작들을 쏟아내고 있다. 너무 많은 작품들이 쏟아지기에 채 알려지기도 전에 리스트 뒤쪽으로 밀려날 지경이다. 작년 공개된 작품 중에 ‘리마스터드: 사자의 몫’(원제: ReMastered:The Lion's Share 감독: 샘 컬먼)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꼼꼼하게 보지 않으면 존재감 없이 밀려날 그런 수많은 작품 중의 하나이다. 다시 꺼내본다. 넷플릭스는 유명 아티스트의 궤적을 따라가는 8편의 [리마스터드] 시리즈를 내놓았다. 로버트 존슨, 빅토르 하라, 샘 쿡, 잼 마스터 제이, 밥 말리 등이 대상 아티스트이다. 아마 팝송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이 시리즈에 매료될 듯하다. ‘사자의 몫’은 어떤 작품일까. ‘The Lion Sleeps Tonight’이란 곡에 대한 .. 2020. 12. 10.
[BIFF리뷰] 지아장커 다큐멘터리 ‘먼 바다까지 헤엄쳐 가기’ 지난 주 막을 올린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는 68개 나라에서 출품된 192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코로나사태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영화제가 운영된다고는 하지만 상영편수가 대폭 줄어든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딱 한 차례씩만 상영되는 까닭에 영화팬들의 접근이 쉽지만은 않다. 어렵게 소개되는 영화 중 중국 지아장커(賈樟柯) 감독의 다큐멘터리 (원제: 一直游到海水變藍/ Swimming Out Till the Sea Turns Blue)라는 작품이 있다. 중국 산시(山西)성 펀양(汾陽) 출신의 지아장커 감독은 1987년 로 충격적인 데뷔를 한 후 , , , , , 등 내놓는 작품마다 명확히 중국 이전 세대의 영화감독과는 다른 자신만의 영상미학과 주제의식을 관철시키고 있다. 는 베니스황금사자상을,.. 2020. 10. 29.
[알피니스트-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산사나이 산에 묻히다 지난여름 중국영화 가 잠깐 극장에 내걸렸었다. 1960년, ‘공산’ 중국이 건국하고 어수선하던 그 시기에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 정상을 정복한 중국등반대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극화한 작품이다. 산은 그곳에 그대로 있는데 인간은 기를 쓰고 그곳을 정복하기 위해 발버둥 친다. 때로는 눈사태에, 때로는 추위에 목숨을 잃어가면서 말이다. 그곳에 왜 오르려할까. 오래전 영국 산악인은 “산이 있으니까”라는 선문답으로 산악인의 도전을 규정지었다. 1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은 그렇게 산을 오르는 산악인의 마음을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게 한다 . 는 대한민국 산악영화의 대표적인 촬영감독으로 알려진 고(故) 임일진 감독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차례의 히말라야 원정에 함께 했던 사람들의 도전과 그 이면의 이야기를.. 2020. 10. 14.
[밥정] 님아, 이 상을 받으소서! (박혜령 감독) 요즘은 TV예능프로그램에서 셰프, 요리사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이전에는 ‘한국의 맛’을 소개하는 다큐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말이다. 바로 그런 한국의 정통 맛을 소개하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TV 교양프로그램을 만들던 박혜령 감독의 역작 이다. 전국을 떠돌며 식재료를 찾아, 독특한 삶의 철학을 담은 음식을 만든다는 방랑의 세프 임지호가 주인공이다. “자연에서 나는 것은 아무 것도 버릴 것이 없다”라는 음식철학을 가진 그는 잔디, 잡초, 이끼, 나뭇가지 등을 재료로 한 요리들을 선보였다. 이 영화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미슐랑 별을 노리고 만드는 미각의 절정도, 바글바글 손님을 불러 모으는 삼대 맛집의 숨겨진 손맛도 아니다. 혀 끝이 아니라 심장과 영혼을 완전히 잠식하는 소울푸드를 내놓는.. 2020. 10. 14.
[보테로] 내 그림은 뚱뚱해 (돈 밀라 감독 Botero,2020)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자신의 심장이 부풀어 오르는 듯한 느낌과 함께 푸근함을 온몸으로 느낄 것이다. 그가 그린 작품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뚱뚱하고, 비만형이고, 모든 것이 풍성하다. 그게 그의 예술혼이고, 창작의 기본 콘셉트다. 보테로 전시회는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 열렸다.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개봉된다. 캐나다 돈 밀라 감독의 이다. 보테로와 그의 가족들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예술가 보테로의 삶과 작품세계를 되돌아보는 형식이다. 봉준호 감독의 에서 박 사장(이선균)네 유치원생 아들(정현준)이 그린 낙서 같은 자화상(실제로는 아티스트가 그린 그림임!)을 보고 박소담이 굉장한 의미를 두며 아동심리학적 평가를 내리는 장면이 있다... 2020. 9. 23.
[카일라스 가는 길] 길 끝에서 만나는 힐링 (정형민 감독 Journey to Kailash , 2018) ‘힐링’이라는 말이 일상의 분잡함과 현대의 속도전에 지친 도시인의 영혼을 위로해 준다는 의미로 널리 쓰이기 전에, 그 영혼의 안식처가 되었던 곳은 주로 인도였다. 그리고, 언제가부터 티베트의 고산, 산티아고의 순례길 등이 그 목록에 추가되었다. 오늘 갈 곳은 ‘카일라스 산’이다. 정형민 감독의 다큐멘터리 이다. 카일라스 산은 중국 땅인 티베트의 서남부 강디스산맥에 우뚝 솟은 6656미터 높이의 영산이다. 중국어로는 깡런보치(岡仁波齊峰)봉이라고 불린다. 지리학적으로는 티베트 고원을 흐르는 수많은 대하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여기서 샘솟은 물들이 흘러 흘러 브라마푸트라강, 인더스강, 수틀레지강, 갠지스강이 된다. 이곳은 불교의 세계관에서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수미산(須彌山)으로 취급되며, 티베트불교를 비롯하.. 2020. 9. 4.
[바다로 가자] “내 고향 함경남도 단천군” (김량 감독, 2019) 남북분단의 역사에 있어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는 1998년,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휴전선을 넘어간 일일 것이다.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는 이벤트였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북한(강원도 통천군 아산리)이 고향인 정 회장의 수구초심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잠깐 이웃나라를 보자. 중국-대만의 관계에서도 반백년 전 공산주의자를 피해 대만 섬으로 피난 온 자본주의 세력들도 대만에서 기업을 일구고 돈을 벌더니 하나씩 고향(대륙)으로 돌아가서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더 신기한 것은 대만(국민당) 군 장성들도 전역한 뒤 노후를 떠나온 고향-공산주의 중국-에서 보낸다고 한다.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 혹은 죽기 전 갖게 되는 소망인 모양이다. 여기 그런 심정을 엿볼 수 있는 영화가 있다. .. 2020. 6. 17.
[아홉 스님] 90일간의 동안거 수행 (윤성준 감독, 2020) 불교행사 중에 ‘동안거’(冬安居)라는 것이 있다. 불제자가 겨울 기간에에 90일 동안 한곳에 모여 조용히 정시적 수양, 참선을 행하는 ‘이벤트’이다. 지난 해 음력 10월 15일(양력 11월 11일), 수행에 들어가는 결제(結制)가 시작되어 음력 1월 15일(양력 2월 8일) 무사히 해제(解制)되었다. 이 90일의 행적이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 27일 개봉되는 을 통해 스님들의 겨울 수행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알려지기로는 불교가 탄생한 인도에서 처음 승려들의 ‘안거’라는 행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여름에 비를 만나거나, 길을 가다 초목과 벌레들을 밟아 살생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외출을 금하고 수행에만 정진하게 한 것이 ‘안거’의 시작이란다. 이번 동안거에는 모두 아홉 명의 승려들이 수행에 참여했다... 2020. 5. 26.
[안녕, 미누] 네팔사람 미누, 한국을 떠나다 (지혜원 감독,2018) ‘미노드 목탄’. 한국에선 ‘미누’라 불린 네팔사람이 있다. 1992년, 스무 살의 나이에 한국으로 건너와서 식당일부터 봉제공장 재단사 등 ‘3D직종’을 맴돌던 ‘불법체류자 시대’의 대표적 동남아 노동자였던 그는 2009년 한국에서 추방당한다. 미누는 한국 땅에서 쫓겨나기 전, 같은 신세의 외국인노동자의 권익을 찾기 위해 무든 노력했었다. 밴드를 결성하고 열심히 노래 부르며 ‘한국체류’를 호소한 문화운동가인 셈. 그가 무려 18년, 온전히 청춘을 바친 한국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갖고 있을까. 지혜원 감독의 다큐멘터리 에 그의 추억이 담겨 있다. 미누는 한국을 떠난 뒤 네팔에서 작은 사업체를 꾸미며 계속하여 한국과 연을 이어왔다. 트래킹을 온 한국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히말라야 트래.. 2020. 5. 26.
[14개의 사과] 미얀마 출신 대만영화감독의 ‘도시탈출 힐링공양’ (미디 지 = 조덕윤 감독 14顆蘋果, 2018) 대만영화계를 한국과 비교하면 거의 영세 소상공인 수준이다. 후효현(허우샤오시엔) 같은 명감독이 있지만 ‘스크린쿼터제’ 같은 안전판도, 정부의 적극적 지원도 그다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해마다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대만영화인은 빠지지 않고 그들의 신작을 들고 참석한다. 해마다 찾는 영화인들은 한국영화계의 풍성함, 한국영화팬들의 열정을 직접 보고 느끼며 그 에너지를 받아간다. 그렇게 한국을 찾은 대만 영화인 중에 미디지(Midi Z)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감독이 있다. 중국 이름은 조덕윤(趙德胤,짜오더인)이다. 미얀마 출신으로 16살에 단돈 200달러를 들고 대만으로 넘어와서 대만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오고, 대만에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대만몽’의 주인공이다. 그의 2018년 작품 (十四顆蘋果/14 .. 2020. 5. 12.
[앤서니 위너] 7선 의원자리를 날린 트윗 (Weiner ,2016) 대한민국의 또 다른 미래를 위한 2020총선이 끝났다. 정책과 이슈, 그리고 비전을 걸고 날카롭게 맞부딪친 선거를 통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새로운 의회상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정치인이 나섰지만 좌절한 사람이 더 많다. 정파를 떠나, 한번 추문에 휩싸인 정치인은 재기하기가 어렵다. 여론, 유권자가 무섭다는 것이다. 여기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이야기가 있다. 미국의 정치가 앤소니 위니(Anthony Weiner) 이야기이다. 그는 1991년, 미국에서 역대 최연소인 27살에 뉴욕 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되며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후 뉴욕 주 거물정치인 찰스 슈먼 의원의 보좌관을 거치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부상한다. 찰스 슈머 자리를 이어받아 뉴욕에서만 7번이나 하원의원에 당선된다. 의원시절 지지.. 2020. 4. 15.
[사마에게] 피, 주검, 비디오테이프, 그리고 알레포 (와드 알-카팁, 에드워드 와츠 감독 For Sama) 잠깐 구글맵이라도 펼쳐보시길. ‘시리아’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는가. 터키, 이라크, 이스라엘 등 중동의 화약고인 나라들에 둘러싸여 있다. 인구는 2200만 ‘정도’란다. 외신에 관심이 없더라도 몇 년 동안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주민을 학살하고 있고, 견디지 못한 수백만이 국경을 넘어 난민신세가 되었단다. 시리아의 지정학적 위치나 알아사드의 인물평은 잠깐 뒤로 하고, ‘학살의 현장’으로 관객을 곧장 인도하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와드 알-카팁과 에드워드 왓츠가 위험한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 이다. ‘사마’는 와드 알-카팁 감독의 예쁜 딸이다. 폭탄이 하루도 빠짐없이 펑펑 터지는 시리아 알레포에서 태어난 아이이다. 영화는 지옥 같은 알레포에서 5년 동안 찍은 영상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 2020. 2. 1.
[작은 연못] Kill'em All 노근리 양민학살사건 올해는 ‘육이오’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신문매체에서는 앞다투어 기획기사를 연재하기 시작했고, 각 방송사마다 대규모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모든 전쟁들이 그러하듯이 한국전쟁은 아주 특별한 시점에 ‘기어이’ 발생하고만 아주 기이한 전쟁이다. 실질적인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부터, 그리고 전쟁 기간 내내, 그리고 당연히 전쟁 이후에도 오랫동안 우리 민족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남기고 있다. 전쟁의 기원이나 양상에 대해서는 (한동안 브루스 커밍스의 책이 대표하듯) 수많은 학설과 주장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전쟁에 직간접으로 참여했던 사람들과 그 전쟁의 피해자가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혹은 애써 외면했던 전쟁의 어두운 일면.. 2019. 11. 12.
[더러운 실험] CIA의 비밀 인체 실험 (CIA Secret Experiments 2007) (박재환 2009.11.09.) 주말에 다큐멘터리를 하나 보았다. (CIA Secret Experiments)이란 프로였다.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이 만든 여러 미스터리/음모론 이야기의 하나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의 생화학자 프랭크 올슨이 어느 날 뉴욕의 한 호텔에서 추락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그가 어떤 일에 관여했고, 미국의 CIA는 미소냉전체제하에서 어떤 끔찍한 작전을 꾸미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럼 프랭크 올슨의 행적을 쫓아가보자. Frank Olson - Wikipedia Frank Rudolph Olson (July 17, 1910 – November 28, 1953) was an American bacteriologist, biological warfare scientist, and Cen.. 2019. 9. 4.
[플라스틱 차이나] 언더 더 카펫 (왕지우랑 감독 塑料王國 Plastic China, 2016) (박재환 2018.02.20.) 지난주부터 ‘KBS 독립영화관’이 정상(!)적으로 방송되기 시작했다. 오늘밤 시간에는 꽤 의미 있는 독립영화 한 편이 영화 팬을 찾을 예정이다. 중국과 대만의 독립 다큐멘터리스트가 만든 (감독: 왕지우랑 원제: 塑料王國, Plastic China)이다. 작년 선댄스키드 영화제 등 많은 영화제를 통해 소개되면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 오늘도 ‘분리수거’를 기꺼이 한 지구인이라면 이 작품을 꼭 보시길 바란다. 작품은 ‘분리 수거된 쓰레기’의 종착역을 보여준다. 깡통, 종이, 비닐, 플라스틱류로 분리수거된 그 쓰레기들은 어디로 갈까. 막연하게 재처리공장에서 부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분리공장에서는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가운데 노동자들이 덜 분리된,.. 2019. 8. 26.
[낮은 목소리3 - 숨결] 산 자의 숨결, 죽은 자의 회한 (변영주 감독 My Own Breathing, 1999) 지난 (2000년) 3월 1일. 서울 세종로 교보빌딩 앞에서는 한 무리의 할머니들이 모여 누군가를 향해, 뭔가를 부르짖고 있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의 현장이다. 1992년 1월 8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의 구(舊) 일본대사관앞에서 첫 시위를 가졌던 할머니들은 이후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여 왔다. 예외는 단 한 차례, 지난 95년 일본 고베 지진 당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한 주를 걸렸을 때뿐이다. 작년 말, 일본대사관이 증축관계로 교보빌딩으로 이전한 후에는 할머니들도 자리를 옮겨 줄곧 이 '작은 외침의 시간'을 계속해왔다. 이날 모임은 정확히 400회째 된다. 삼일절 날 말이다. 할머니들은 일본군 위안부(정신대)의 진실이 일본교과서에 실리고, 일.. 2019. 8. 17.
[어폴로지: 나비의 눈물] 피해자 상처는 천년이 가도 아물지 않는다 * 2019년 8월 17일(토) 00:45분 KBS 독립영화관 방송 * (박재환 2019.8.16) 일제강점기 때 강제적으로 끌려가서 일본군을 대상으로 성적인 행위를 강요받았던 ‘위안부’를 설명한 인터넷 위키백과의 영문 표제어는 ‘Comfort women’이다. 다분히 톤 다운된 용어이다. 역사적으로는, 그리고 국제법적으로는 ‘Japanese Military Sexual Slavery’로 일컫는다. 한국의 소녀들만 끌려간 것이 아니다. 20만에서 30만에 이르는 소녀들이 일본 제국주의 더러운 욕망의 가엾은 피해자가 된 것이다. 오랫동안 감춰졌던, 애써 외면했던 역사의 어두운 진실은 1990년대 들어 봇물처럼 터졌다. 한국(북한도 포함됨)과 중국인뿐만 아니라 필리핀과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2019. 8. 16.
[카운터스] 일본극우 혐한데모대에 맞선 야쿠자 (이일화 감독 Counters, 2017) (박재환 2018.08.14.) 지난 2014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는 특별한 전시회가 하나 열렸다. ‘일본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혐한(嫌韓) 출판물 전시회’였다. 당시 일본에서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와 ‘혐한(嫌韓) 출판물’이 증가하면서 한일관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헤이트스피치의 대상은 ‘유태인’도 ‘예멘난민’도 아니었다. 주로 재일한국인과 조선인(조총련)을 대상으로 하는 인종차별적 증오발언이 문제였다. 이를 주도하는 일본단체는 ‘재특회’로 알려졌다. ‘재특회’는 ‘재일(在日)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의 약칭이다. 일본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익단체이다. 당시 전시된 책 제목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한국/한국인을 싫어하고 증오하는지 .. 2019. 7. 29.
[안도 타다오] 빛, 물, 그리고 콘크리트 (미즈노 시게노리 감독 Tadao Ando – Samurai Architect, 2016) 조선의 궁궐 등 옛 건축물을 제외하고, 현재 한반도 땅에서 솟아오른 건축물 중 절로 눈이 가는 아름다운, 고혹적인, 멋진 건축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도시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것이 건축물이다. 적어도, 여행사진의 멋진 배경사진이 되는 그런 존재 말이다. 단순히 공간이용의 효용성과 에너지사용의 효율성 문제를 떠나 오랫동안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눈앞의 건물이 새롭게 보일지 모른다.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 이야기이다. 2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감독:미즈노 시게노리)는 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에게 건축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건축가는 토목공사적 의미가 앞선다. 하지만 조금 규모가 큰 창작품을 디자인한다는 의미에서 확실히 예술가이.. 2019. 7. 29.
[김군] “김군이 온다” (강상우 감독 KIM-GUN, 2018] 1979년, 1026사태 이후 대한민국은 산업화의 그림자를 벗어나서 급속하게 민주화의 시대로 넘어간다. ‘서울의 봄’이라고 불리던 1980년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의 함성과 열기로 가득했다. 그와 함께 일부 군인들의 야심도 꿈틀거렸다. 5월 17일, 정치군인들은 전국적으로 계엄령을 확대하고 각 대학에 공수부대를 속속 투입했다. 그렇게 5월 18일 광주의 비극은 시작된다. 피를 부르는 폭력적 시위 진압에 시민들은 분노하기 시작한다. 계엄군(공수부대)는 진압봉이 아니라 총칼을 휘두른다. 당시, 민주화를 외치던 사람들은 누구였으며, 계엄군에 대항해 총을 든 사람들은 무슨 마음이었을까. 그 유명한 지만원씨가 색다른 주장을 내놓는다. ‘광주소요사태’, ‘광주항쟁’,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불리던 그 때 북.. 2019.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