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라스 가는 길] 길 끝에서 만나는 힐링 (정형민 감독 Journey to Kailash , 2018)

2020. 9. 4. 10:00다큐멘터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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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링’이라는 말이 일상의 분잡함과 현대의 속도전에 지친 도시인의 영혼을 위로해 준다는 의미로 널리 쓰이기 전에, 그 영혼의 안식처가 되었던 곳은 주로 인도였다. 그리고, 언제가부터 티베트의 고산, 산티아고의 순례길 등이 그 목록에 추가되었다. 오늘 갈 곳은 ‘카일라스 산’이다. 정형민 감독의 다큐멘터리 <카일라스 가는 길>이다. 

카일라스 산은 중국 땅인 티베트의 서남부 강디스산맥에 우뚝 솟은 6656미터 높이의 영산이다. 중국어로는 깡런보치(岡仁波齊峰)봉이라고 불린다. 지리학적으로는 티베트 고원을 흐르는 수많은 대하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여기서 샘솟은 물들이 흘러 흘러 브라마푸트라강, 인더스강, 수틀레지강, 갠지스강이 된다. 이곳은 불교의 세계관에서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수미산(須彌山)으로 취급되며, 티베트불교를 비롯하여 여러 종교의 성지로 숭앙받으며, 영적인 사람의 마음의 고향이 되고 있고, 오늘날에는 지친 영혼을 위한 힐링의 목적지가 되고 있다. 

다큐멘터리 <카일라스 가는 길>은 정형민 감독 어머니 이춘숙 여사가 힐링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정 감독의 다큐를 본 어머니는 그곳에 가고 싶다고 했고, 아들은 어머니를 따라 그 길을 나선다. 그리고, 영상에 담기 시작하는 것이다. 비행기 타고 카트만두로 날아가서 히말라야 산으로 향하는 것과는 또 다른 루트를 이용한다. 

이춘숙 할머니는 37살에 남편과 사별하고 딸 하나, 아들 하나를 잘 키운 뒤 경북 봉화 산골마을에서 평온한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다큐 감독인 아들이 2014년 히말라야를 다녀와서는 그곳 까그베니 마을의 오래된 절 이야기를 전해주자 할머니는 함께 순례를 떠나고 싶다고 한 것이다. 그동안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지 않았던 할머니. 힘든 오지에 나서겠다고 하자 주변의 만류도 있었겠지만 할머니에게는 이 순례여정이 꼭 필요했었던 모양이다. 청년시절의 열정과 꿈이자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올리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춘숙 할머니는 아들과 함께 길을 떠난다. 봉고차(승합차)에 몸을 싣고 달린다. 먼 길을 떠나는 것이다. 비행기로 직행하는 것도 아니고, 특급열차의 편안한 객석도 아니다. 덜컹대는 차의 좁은 좌석과 대평원의 천막을 전전하며 카일라스로 다가가는 것이다. 

모자는 2014년 히말라야 행을 시작으로 2017년 바이칼 호수,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일라스로 향한다.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다시 시작해서 몽골을 종단, 고비 사막에서 알타이 산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알타이 산맥에서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파미르 고원을 넘었고 다시 중국의 신장자치구로 건너가서 타클라마칸 사막과 티베트 고원을 지나 목적지인 성스러운 마나사로와르 호수와 카일라스 산에 도착한다. 무려 2만 킬로를 이동하는 여정이다. 

보고 있으면 이춘숙 할머니는 액티브하시다. 물론 길이 험하고, 여정이 길어질수록 할머니의 얼굴엔 주름이 늘고, 숨은 가빠지신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 길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1934년생인 이춘숙 할머니는 당시 흔치 않았던 대학을 다닌 신여성이었다. 농촌지도소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청년시절 농촌계몽운동에 힘썼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흐를 때 놀라운 자료화면이 하나 등장한다. 25살 때의 이춘숙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농촌계몽운동 홍보영상 ‘농부를 돕는 사람들’에 할머니의 젊고 활기찬 모습이 잠깐 남아있기 때문이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카일라스 산은 많은 사람에게 종교적 영감을 안겨주고, 삶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할머니가 마지막에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마지막 장면. 하얀 눈이 뒤덮인 카일라스 산 정상에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라갔을까? 없단다. 워낙 험하기도 하지만 신령스러운 정상에 오르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찬란한 금자탑이 보이는 곳까지 가서는 그 산을 우러러보며 평생을 마음에 담은 염원을 발설하는 것이다.

유튜브에서 카일라스산을 찾아보니 중국 장양 감독의 다큐멘터리가 하나 있었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그 산은 삶과 죽음, 영혼과 일상을 가로지르는 특별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그 산에 가지 못하더라도, 한번쯤은 특별한 여정을 통해 삶의 또 다른 면을 만나보는 기회를 갖기를. 2020년 9월 3일 개봉/전체관람가 (박재환 202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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